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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58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16 18:03
조회
185
추천
4
글자
7쪽

30화

DUMMY

광기를 거두고 자신을 억압하기 위해 방에서 나가지 않은지 2주가 지났다. 모든 것을 포기한 나는 어떠한 의지도 없이 그저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음은 회복되기 보다는 그저 다 내려놓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었다.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만화 속 인물들과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극적인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아침부터 게임을 시작해 새벽 즈음에 지쳐서 잠드는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싫었다. 아니, 그저 실패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증오스러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이 깊어졌을 때,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잠들기 전까지 보이지도 않는 대상을 증오하거나, 눈을 뜨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전혀 이뤄질리 없는 꿈같은 희망을 품었다.


‘잠에 들고 눈을 뜨면 다른 세계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래, 마치 바라스 제국사의 황제처럼······신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부숴져버린 마음과 썩을 대로 썩어버린 정신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만······.


“······시여.”


아직 잠에 들지 않았었는지, 흐릿한 목소리가 귓가에 와 닿았다. 오랜만에 듣는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자, 공간의 일렁거림이 보였다. 기묘한 현상에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 봤다.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대던 것을 멈추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황제시여, 괜찮으십니까?”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내는 내 얼굴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방안은 벌써 아침이 찾아왔는지 눈부신 빛이 가득했다.


“······여긴?”


서서히 시력이 제대로 돌아와 방안을 둘러 봤을 때, 새벽에 잠들었던 내 방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곳에 와있었다.


황금빛의 커튼과 백금 등의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방안, 황금의 실로 짜인 침구들에 누워있는 내 육체는 쓸데 없이 무겁던 절망에 빠져있는 고깃덩이가 아닌, 순수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장한 성인의 몸이었다.


‘뭐야, 이거.’


얼떨떨한 기분에 침대에서 나와 방안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사내도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에 붙어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기다리듯 가만히 서있었다.


문득, 그의 얼굴이 궁금해져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얼굴 좀 보여주시겠어요?”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면으로 나를 바라봤다. 붉은 갑옷과 황금빛의 머릿결, 그는 내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연급의 인물과 동일한 외모를 가진 건장한 모습의 사내였다.


놀라움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을 더듬었다.


“기, 길리안?”


“부르셨나이까. 황제시여.”


완전히 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분명 아까 전에도 그는 나를 황제라고 불렀다. 아직 잠에서 덜 깬건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방의 구석에 놓인 전신 거울로 향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거울 앞에 섰다.


‘이게, 나라고?’


전과는 전혀 다른 외모, 강인한 육체와 영원불멸의 젊음이 담긴 지금의 내 모습은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바라스 제국사의 주인공인 위대한 황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혼동 속에서 드는 생각은 간단했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


방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더 이상 저택이 아닌 황궁의 찬란한 금빛 복도를 걸으며 정문을 빠져나와 정원을 거닐었다. 주변으로 하인들이 모여들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혀 신경 쓸 것이 되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황제니까.


바람을 받아들이며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누군가가 후두부를 후려치는 듯한 강한 통증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져서 정신을 잃었다.


흐릿한 시선으로 다시 깨어났을 때는, 아까와는 다르게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님! 정신 차리십시오!”


“으음······.”


정원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는지, 눈을 뜨니 심란한 얼굴을 한 길리안과 처음 보는 노파를 비롯해 하인 몇몇이 주변에 모여 있었다. 노파는 경직된 표정으로 뒤에 서있는 백색 수염을 늘어뜨리고 하얀 로브를 걸친 노인과 수군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산책 중에 폐하께서 갑자기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이곳은 내가 살던 저택이 아니라, 바라스 제국이지. 그런데, 제국에 저런 노파가 있었나? 아니, 당연히 이곳에 있어야 할 존재들인 것 같긴 한데, 누구지?


복잡한 생각이 혼란스럽게 만들자, 손가락을 들어 두 늙은이를 가리키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헌데 저 두 늙은이는 누구인데 짐의 궁전에 있는가?”


“아······, 저분들은···십니다.”


“뭐?”


라디오의 주파수가 어긋난 것처럼, 순간이지만 그의 목소리가 끊기듯이 들렸다. 자세히 보니 주변에 있는 모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인과 함께 방안을 나가려는 노파는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하인 한명을 붙잡고 속삭이듯 말했다.


“······잘···주세요, 행여나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게, 알겠죠?”


“예, ···님, 걱정 마십시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불쾌한 감정에 아무 행동이나 해봐야 겠다는 의지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송곳으로 뇌를 직접 쑤시는 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으아악!”


견딜 수 없는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내질렀다. 곧 잠에서 깨어날 때처럼 공간이 일렁거리며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들어 앞을 보았을 때는 누군가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와 황금빛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만이 보였다.


“도련님!”


불쾌한 감각이 전신을 뚫고 지나갔을 때, 익숙한 목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흐릿한 시야에는 늘 보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두번 다시 찾을 수 없는 짧은 꿈은 황금의 잔향만을 남겨주었을 뿐, 참혹한 현실을 맞이하자 고통이 다시 밀려왔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 다시 마주하자, 이미 그곳에서의 삶은 꿈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황제······바라스 제국의 황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침대 옆을 지키던 라잔이 눈을 감고 무릎을 꿇어 앉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 길리안, 언제까지라도 폐하의 곁을 지키겠나이다.”


작가의말

공모전도 진짜 얼마 안남았네요...ㅎㅎ


모두 화이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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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6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30 1 3쪽
39 37화(2) 18.06.12 149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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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31 31화 18.05.17 170 4 7쪽
» 30화 18.05.16 186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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