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09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08 19:13
조회
216
추천
4
글자
7쪽

23화

DUMMY

그래도 배고픔이 먼저니까, 당장 불타오르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식탁에 앉아서 데워진 음식들을 차례로 꺼내 식탁에 늘어 놓았다.


'으음, 집사 할아버지가 차릴 때는 좀 더 맛있게 보였는데, 내가 차리니까 영 아니네.'


식탁에 차린 외견은 그다지 였지만, 맛은 그대로였다. 혼자서 먹는 밥은 처음이었지만, 때로는 조용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나서, 잠깐 저택 밖의 정원을 걸었다.


겨울의 한기를 맞아 움츠러들은 정원은 겨울 정령들이 연회를 여는 것처럼 고요했다. 고요함은 안정된 마음으로 차분하게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원 한 쪽에 설치된 정자에 앉아 차갑지만, 머리를 식히기엔 쓸만한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하아······.”


벨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인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역시나, 담당편집자였다.


“네, 편집자님.”


“아, 작가님! 식사는 하셨어요?”


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아침의 침울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평소와 같이 활기찬 목소리였다. 다행히도 수정해서 보낸 내용이 나쁘지 않았나보다.


“방금 먹었어요, 편집자님은요?”


“저도 방금 먹었어요. 그보다 수정해서 보내신 내용 조금 확인했는데 전에 쓴 것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괜찮다고 하시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전화를 받을 때만해도 약간 귀찮았던 마음이 한 순간에 날아가고, 오히려 그녀와의 통화를 더욱 이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정자에서 일어나 정원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진 통화는 영양가는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는 도움을 주었다. 수정한 내용을 새로 적용하는 것으로 확정되자, 그녀에게 말했다.


“나머지 분량은 다음 주 금요일 미팅 때 같이 드려도 될까요?”


“네네! 아참! 이제 몸은 좀 괜찮아지셨나 보네요? 이 정도 분량을 하루 만에 쓰실 정도면······.”


“뭐,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내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려나, 설마 권능까지 사용하는 길리안이 밀릴 일은 없을 테고, 근데 그렇게 되면 소설은 또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이것 참, 생각해야 할 것들이 태산이구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전화 너머에 있는 담당편집자와의 대화를 마치고, 어느 정도 소화도 시켰겠다. 나머지 분량들을 수정하기 위해 저택으로 들어가 방으로 올라갔다.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원고지를 펼쳤지만, 이후 이야기 전개에 대한 고민에 빠져 쉽게 글을 적을 수가 없었다. 내전은 당연히 길리안이 이끄는 친황세력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너무 뻔한 이야기에 독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적인 요소를 위해서 길리안이 퇴장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만······.’


비록 상상이 접목된 소설이라고 해도 그것은 역사의 기틀을 벗어나지 않은 부분에만 적용된 것일 뿐, 내게 실제로 존재하는 역사적인 사실이었다.


하물며 가장 신뢰하는 친족과 같은 신하를 죽이는 내용을 쓰다니, 물론 상상에 불과하지만 약간 뭐랄까, 그에게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안타깝지만 현재 스토리 구성과 개연성을 따진다면 바라스 제국이 붕괴하는 결말로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황제의 부재는 곧 멸망의 상징이니, 심지어 멸망에 대한 복선도 여러 군데에 넣어둔 지라 돌이킬 수 없는 완성된 결말이었다.


앞서 길리안의 죽음처럼 내 손으로 제국이 망하는 내용을 구상했다는 것도 살짝 불쾌했지만, 소설의 개연성과 이야기의 극적인 요소를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적인지라 찝찝하지만 프로의 정신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문득, 자신이 방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아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프로 정신이라니, 나도 꽤나 이세계 생활에 몰입했나보군.’


솔직히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웬만한 이세계인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상태로 시작한 새로운 삶은 당연히 편안함이 있었고, 다른 세계에서 온 내게는 새로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의 존재로 신비함을 가득 느꼈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몸을 가지고, 혼마저 황제 출신인 이 사기적인 존재는 게임의 치트키라도 쓴 것처럼 남들과는 다르게 쉬운 난이도로 시작해 여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는 이세계 생활이었다.


‘······초반에 병원에서 시작한건 튜토리얼 정도, 라고만 생각해두자.’


물론 소설가라는 직업이 쉬운 직업은 아니다. 수많은 소설가들이 존재하지만 몸의 주인처럼 성공한 소설가는 정작 몇 명 없는 것이 이세계의 현실이니까.


집안의 부유함도 있었지만, 몸의 기억을 되살피면 본래 주인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방안에 쌓여있는 원고지와 공책들, 때때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펜을 볼때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자는 노력에 의한 성장형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을 보면 계층의 이동은 이세계보다 오히려 제국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출한 재능이 없어도, 그렇지 않은 자들 끼리 서로 화합을 통해 모두가 부유하지는 않지만 가난하지 않은 백성들이 나라를 이루었다.


또한 능력이 있는 자들은 이세계는 능력을 가졌어도 좌절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국에서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리에서 노력을 통해 높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으니, 어찌 보면 계급 이동은 제국이 더 쉬웠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이세계는 처음 느꼈던 막연한 평화로움을 떠나 현실을 보도록 만들었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전쟁만 없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본래 약육강식이 모든 세상에 적용되는 만물의 법칙 아니겠는가.’


비록 지금은 절대적 강자인 황제가 아니지만, 이세계에서의 계급을 매겨보자면 황제 바로 아래의 고관대신들 정도의 자리에 있기에 충분한 강자임이 틀림없었고, 어머니의 막대한 재산에 내가 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합하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재미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단순히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써본 것이었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이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나의 제국을, 새로이 펼치고자 하는 내 재능의 한계를 맛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펜을 들고 원고지에 문자를 새긴다.


작가의말
긴 휴일이 끝났네요..., 모두 힘드시겠지만 즐거운 일주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p.s)완결 구상은 끝났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는게 조금 힘드네요 ㅎㅎ


그래도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를 걷는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내일부터 다시 연재 시작합니다. 18.05.24 81 0 -
공지 오늘(4.20)은 휴재입니다. 18.04.20 164 0 -
공지 악플, 선플 상관없이 주관적인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8.04.19 165 0 -
공지 최소 1화, 최대 하루 3화씩, 노력 해보겠습니다! 18.04.09 172 0 -
공지 글은 점심시간인 12시 또는 오후 7시에 올라옵니다! 18.04.09 252 0 -
44 40화 - 에필로그 18.07.09 121 1 2쪽
43 39화 - 마지막 화 18.07.09 132 1 5쪽
42 38화 - 마지막 이야기(3) 18.07.04 104 1 3쪽
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4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28 1 3쪽
39 37화(2) 18.06.12 147 1 4쪽
38 37화(1) 18.06.08 126 3 4쪽
37 36화(2) 18.05.31 137 4 4쪽
36 36화(1) 18.05.25 142 4 4쪽
35 35화 18.05.21 153 3 7쪽
34 34화 18.05.18 186 4 7쪽
33 33화 18.05.17 180 5 7쪽
32 32화 18.05.17 180 3 7쪽
31 31화 18.05.17 168 4 7쪽
30 30화 18.05.16 184 4 7쪽
29 29화 18.05.15 202 3 7쪽
28 28화 18.05.14 196 3 7쪽
27 27화 18.05.12 197 3 7쪽
26 26화 18.05.11 191 3 7쪽
25 25화 18.05.10 202 4 7쪽
24 24화 18.05.09 226 5 7쪽
» 23화 18.05.08 217 4 7쪽
22 22화 18.05.07 215 5 7쪽
21 21화 18.05.04 242 5 7쪽
20 20화 18.05.03 250 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