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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이세계를 걷는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04.09 11:57
최근연재일 :
2018.07.09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43
추천수 :
208
글자수 :
121,560

작성
18.05.17 20:18
조회
181
추천
5
글자
7쪽

33화

DUMMY

불과 며칠전만해도 기억의 혼동에 시달려 갈팡질팡했지만, 여러 사건을 계기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스스로가 소설가임을 확고하게 인식하며 ‘바라스 제국사’의 완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제는 결말 부분에 대한 결정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작가님~!”


“아, 연주씨.”


오랜만에 만나는 담당편집자는 여전했다. 활기차면서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수다스러운 여자, 시간이 흘러 제국사가 끝나갈 때가 되자, 그녀와의 만남도 잦아졌다.


이러나 저러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꽤 가까운 사이가 되어, 때때로 업무 외에도 개인적으로 술이나 영화를 보러 갈 정도의 친밀한 관계가 되었으니, 그녀의 성격에 적응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길을 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반응은 어땠어요?”


“당연히 대박이죠! 후속작 쓰실 준비는 되셨죠?”


기대가 된다는 눈빛을 보내는 그녀에게 눈살을 찌푸리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중학생 때부터 달려온 작품인데, 완결내면 조금 쉬어야죠.”


십년이 넘도록 써 내린 20대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력을 쏟아 부은 제국사가 끝난다면, 후속작을 쓰기 까지는 아마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모든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난 지금, 소설만 쓰던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황제로서 지냈던 제국에서의 삶이 아닌, '이상위'로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현진이 녀석, 입시 성공한 것도 축하해줬어야 했는데, 그것도 못해줬었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택에서 자신을 가두고 살았으니, 많은 일들을 해보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대학 생활도 하지 못했고, 저택의 사용인들과 어머니를 제외하면 사람들 사귀는 일도 하지 못했으니, 이제는 완전히 이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했다.


연주씨와 미팅을 끝마치고 저택으로 돌아간 뒤에는 앞으로 할 일들을 천천히 생각했다. 황제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으니, 더 이상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했던 불행들을 겪을 일도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 팬 미팅이랑 인터뷰가 있었지······.’


천재 작가 황제가 이상위와 동일인임을 밝히자, 놀랍게도 여러 곳에서 이벤트를 주최하고 싶다는 제안과 인터뷰 제의가 끊임없이 들어왔고, 결국 성원에 힘입어 대도시의 유명한 카페 하나를 통째로 빌려 팬 미팅과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 전에 기대로 부푼 마음을 진정시키고 준비해 갈 것들을 천천히 되새겼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피곤이 일찍 몰려와 조금만 더 깨어있고 싶었지만, 곧 잠에 들었다.


‘아···아아!’


'죽···는······.'


여러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은 어두웠고, 무언가 전신이 허공에 붕 뜬 느낌이 들었다. 안간힘을 써서 눈을 뜨자, 흐릿하던 눈앞이 서서히 밝아지며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와아아!”


“무너뜨려라! 달리는 것을 멈추지 마라! 크핫하!”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단 1초도 걷지 않고 뛰어다니며, 찢고, 밟아서 터트리고, 머리통을 그대로 깨부수며 살육을 저지름과 동시에 즐거운 웃음을 내뱉던 덩치 큰 사내가 도끼를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푸하학!’


눈앞에서 갑옷을 입은 병사의 목이 잘려 선혈을 흩뿌렸다. 전신에 강철 갑옷을 두른 덩치 큰 야만인들은 전차처럼 미친 듯이 돌격하며 손에 든 도끼로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저항하는 병사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먼 발치에서 야만인들이 자행하는 일방적인 폭력에 가까운 학살극을 지켜보던 몇몇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말했다.


“게헤리스님, 저들을 지켜만 보실 겁니까? 비록 친황파가 우리의 적이지만 칼란 놈들도 믿을 족속이 못됩니다!”


"맞습니다, 이제 전부 마무리할 준비를 하시지요."


주변인의 건의에 사내는 조용히 수사자 형상의 투구를 쓴 머리를 두어 번 흔들었다. 그것은 마치 수사자가 갈기털을 흔들며 위용을 과시하는 행위처럼 보였다.


사내는 낮고 중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병대의 돌격 준비는 끝났는가?”


“완벽합니다, 지금 간다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뭣하고 있는 건가? 당장 출발하지 않고!”


그가 허리에서 검을 뽑아 휘두르며 소리쳤다.


“돌격!”


게헤리스라 불린 사내는 사자와 같은 위용을 떨치며 뒤따르는 기병대의 선봉에 서서 가속도를 붙이며 내달렸다. 야만인들의 맹공에 뒤로 보이는 황금빛의 궁전까지 밀린 붉은 갑옷의 사내가 이끄는 군대는 궤멸직전의 상황까지 몰려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꿈속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솟구치는 슬픔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전지적 시점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억나는 이를 애타게 불렀다.


‘길리안!’


순간 검을 들고 적병들을 썰어 넘기던 붉은 갑옷의 사내가 잠시 멈칫, 하더니 그 자리에서 양손으로 검을 쥐어 바닥에 강력하게 꽂아 넣으며 외쳤다.


“신성 바라스 제국 선봉 기사 니르바나 길리안, 황제 폐하의 허가를 받아 이곳에서 권능을 사용하노라!”


그의 전신에서 황금의 빛이 밝게 빛났다. 동시에 몸에서 발산된 빛을 받은 황금빛의 황궁도 사방으로 빛줄기를 쏟아내며 그 압도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이것이 황제의 빛이다!”


검을 꽂아 넣은 곳을 기준으로 전방으로 갈라진 바닥을 타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태양을 폭탄삼아 지면에 던진 것처럼 황금빛의 연쇄 폭발은, 넋을 놓게 할 정도로 화려하고,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순식간에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내에게 야만인들의 돌격이 멈추었고, 폭발 속으로 뛰어든 비황세력의 기병대는 삽시간에 격파되기 시작했다.


장대한 규모의 전쟁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꿈은 다시금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해주었다. 이대로 ‘길리안’이 이끄는 군대가 패배했다면 달랐겠지만, 권능을 사용해 전황을 역전시킨 이후로는 친황파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으니 느긋하게 꿈속을 누리려 했다.


그와 눈을 마주치지 전까지는 말이다.


“······황제시여, 지금 이 순간을, 저를, 폐하를 위해 죽은 이들을 결코 잊으시면 안됩니다. 부디 돌아오셔서 저희들에게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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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8화 - 마지막 이야기(2) 18.07.03 125 2 4쪽
40 38화 - 마지막 이야기(1) 18.07.02 129 1 3쪽
39 37화(2) 18.06.12 148 1 4쪽
38 37화(1) 18.06.08 128 3 4쪽
37 36화(2) 18.05.31 138 4 4쪽
36 36화(1) 18.05.25 143 4 4쪽
35 35화 18.05.21 155 3 7쪽
34 34화 18.05.18 187 4 7쪽
» 33화 18.05.17 182 5 7쪽
32 32화 18.05.17 181 3 7쪽
31 31화 18.05.17 169 4 7쪽
30 30화 18.05.16 185 4 7쪽
29 29화 18.05.15 20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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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18.05.12 199 3 7쪽
26 26화 18.05.11 192 3 7쪽
25 25화 18.05.10 203 4 7쪽
24 24화 18.05.09 227 5 7쪽
23 23화 18.05.08 218 4 7쪽
22 22화 18.05.07 216 5 7쪽
21 21화 18.05.04 243 5 7쪽
20 20화 18.05.03 251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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