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를 걷는 황제

38화 - 마지막 이야기(2)

그 일이 일어난 후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일상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만, 가끔씩 무언가 그리운 생각이 들어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일들이 습관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도련님, 혹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가장 먼저 변화를 눈치 챈 것은 라잔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그를 만나니까 내게 조금이라도 변화가 일어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인지하고 걱정해주는 모습은 고마우면서도 무언가, 씁쓸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바뀐 일상, 아니 원래 내가 살았던 일상에 완전히 적응하고 나니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주변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간의 유대감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쓰다가 주변을 정리하는 라잔을 보며 아무런 말이나 건넸다.

“그러고 보니 근래에 들어서 어머니의 외출이 많아지신 것 같은데, 회사에 다시 복귀하신 야?”

“그런 건 아닙니다만, 아직 회사에서 사모님을 필요로 해서 마지못해 가시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드셨다곤 해도 업무 면에서는 아직까지 최고 시니까요.”

“하긴, 나도 우리 엄마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줄 처음 알았다니까.”

낄낄거리며 딱히 의미는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긴 했지만 솔직히 전처럼 집중이 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10대의 모든 것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라스 제국사가 드디어 오늘 부로 완결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곁에서 모니터를 쳐다보던 라잔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원하시겠습니다, 드디어 길었던 이야기를 끝마치셨으니 말입니다.”

“뭐 그렇지, 아 그리고 언제까지 존댓말 쓰려고? 라잔이 나보고 반말해도 된다고 해서 나도 나한테 반말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러자 그가 시선을 돌리더니 멋쩍은 웃음과 함께 딴청을 피우며 회피했다.

“아, 진짜 그러기야?”

“하하하,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는 사용인으로 제가 섬기는 주인인 도련님에게 어떻게 반말을 하겠습니까?”

“하아.”

매번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고, 하긴 뭐, 굳이 존대하는 게 편하다는데 억지로 반말을 하게 만드는 것도 좀······집사장 할아버지도 나한테 존대하시는데 라잔이 반말하는걸 보면 기분 나쁘실 수도 있겠고······, 물론 그러실 분은 아니지만.

“그래, 그럼 편하게 그냥 말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핫!”

청소를 끝마친 라잔이 빨랫감을 들고 방을 나가던 그때,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건강해지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도련님.”

갑작스레 뜬금없는 말에 반응을 하지 못하고 멀뚱히 그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왜 그래? 건강 되찾은 지가 언젠데, 라잔이야말로 좀 쉬면서 해.”

“하하, 제가 쉬면 집사장 님께서 힘들어 하실 겁니다. 그럼 이따 외출 하시기 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천천히 들리며 잠시 동안 라잔과 함께 누린 휴식을 끝마치고 다시 모니터를 향해 눈을 돌렸다.

"끄으응, 다음 차기작은 뭐로 준비해야 하나······. 역시 판타지로 계속 밀고 나가는게 좋으려나."

어차피 오늘 만나기로 한 연주 씨와 얘기를 통해서 결정하기로는 했지만, 그래도 미리 생각을 해두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침에 완결을 적은 원고지를 가방에 넣어두고 점심을 먹고 지금까지 계속 후속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완결을 향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