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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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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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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글자수 :
144,802

작성
22.07.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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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쟁 영웅

DUMMY

왜 이렇게 됐지?


하늘 위로 새처럼 날아오르며 든 생각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원래 성능만 시험해보려는 것처럼 애기살을 쏘고, 일반 화살보다 더 멀리 날아가면 바로 파르티안 후작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원래 넘겨줄 생각이었다는 듯이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내가 쏜 애기살은 그대로 워로드의 미간에 박혀버렸다.


그걸로 워로드는 즉사. 워로드가 죽자 놈의 군단은 사기가 바닥 끝까지 떨어져 그대로 와해되었다.


그런 놈들의 후방을 연합군이 공격. 10만의 적군은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지며 연합의 승리로 끝났다.


“루카스! 루카스! 루카스!”

“루카스 작가 만세!”

“만세! 만세!!!”


전장이 정리되고 산성에서 내려오자 나를 본 연합군들이 내게 달려왔다.

그리곤 날 번쩍 들더니 전생의 프로 야구에서 자주 봤던 헹가래를 해주더라.


“만세!”


빠르게 아래로 떨어진 내 몸을 받은 억센 손들이 다시 날 하늘 높이 던져 올렸다.


오러까지 쓸 줄 아는 기사들이 섞여 있어서 그런가. 다들 힘이 장난 아니었다.


지금도 봐라. 손만 뻗으면 구름이 손에 잡힐 듯이 날아오르는데 일반인은 절대-음? 방금 내 손에 잡힌 하얀 연기는 뭐지?


“그만해 이 미친놈들아!”


결국 내가 화를 내고 나서야 헹가래는 겨우 멈추었다.


“미친놈들... 적당히를 모르-우욱!”

“루카스 작가님께서 부상을 입으셨다! 설마 방금 전 활을 쏘면서 내상을 입으신 건가!”

“하지만 작가님은 마나를 못 쓰신다고 들었는데! 설마 선천지기를 사용하신 건-”

“아니야! 임신(?)이야! 입덧이 분명해!”


마지막 누구야? 뒤질래?

 너희 때문에 멀미 나잖아. 이 미친 새끼들아...


결국 기사와 병사들을 한 대씩 때리며 쫓아내고. 혼자 남은 난 땅에 누워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아... 용케도 살아남았네.”


전장의 한복판에서, 싸울 줄도 모르는 내가 다친 곳 하나 없이 살아남았다.

이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쏜 애기살로 워로드를 죽이기까지 했다.


그냥 근처까지만 날려 보내려한 게, 어쩌다 보니 명중해버리다니.

진짜 평생 쓸 운을 한 번에 다 몰아 쓴 기분이다.


혹시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 보정?

설마 나 신의 축복 같은 거 받은 건 아니겠지?


...근데 이 세상은 진짜 신이 존재하는 세상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


게다가 이세계로 전생한다는 것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니까.


“근데 진짜 그랬으면 이렇게 피곤하지도 않겠지...”


보통 신의 축복 받으면 피로 면역 아닌가?

긴장이 풀리며 그동안 쌓였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었다.


“으으... 돌아가면 한 달은 쉬어야겠어.”


돌아가면 펠리온 왕이 약속했던 보상만 받고 푹 쉬어야지.


* * *


이겼다.


이 소식을 마리오 왕국인 모두가 알게 되기까지 겨우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그, 그게 정말인가?”


대전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딜런 왕이 떨림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예! 폐하!”


그러자 승전보를 가져온 기사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적의 10만 대군 전멸! 저희의 승리입니다! 대승입니다 폐하!”

“아아아!”


그토록 기다리던 승전보에 딜런 왕은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팽팽해진 긴장의 끈이 풀리며, 다리가 풀려버린 것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아직 새로 만든 방어 전략이 완성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방어선을 뚫고 내륙으로 들어오게 될까 봐 두려워 매일 같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적을 성공적으로 기습했다는 낭보(朗報)가 연이어 들려왔을 때도, 적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걸 들었을 때도.


딜런 왕은 두려웠다. 이런 상황 모두가 놈들의 속임수일까 봐.

10만 대군에 마리오 왕국이 유린당한다는 공포가 그를 떨게 만들었다.


저번 전쟁으로 인해 그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트라우마가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적들은 정말로 후퇴했고, 후퇴하던 길에 산성을 공격했다가 추격한 연합군에게 전멸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전쟁뿐만이 아니라 저번 전쟁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워로드 또한 사살했다고.


“정말... 정말 다행이구나...”


왕좌에 주저앉은 딜런 왕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런 왕을 본 신하들도 몰래 눈물을 훔쳤고.


드디어. 드디어 저번 전쟁으로 죽은 자들의 원수를 갚았다.


다들 마음 한구석에 있던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듯했다.


“대승을 거두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딜런 왕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백성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려라! 그리고 왕실 창고를 열어라! 이런 날에 축제가 빠지면 되겠는가!”

“예! 폐하!”


대신들이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들 또한 두려움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기에 이번 승전보는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축제를 열기 위해 대신들이 나가고. 대전에는 몇 명만이 남아있었다.


대전에 남아있던 딜런 왕이 승전보를 가져왔던 기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워로드는 어찌 죽인 것이냐?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묻는 딜런 왕은 정말로 궁금했다.

워로드를 죽이는 일은 생각 외로 드물기 때문이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찬 제국과 연합 간엔 수백 번이 넘는 전쟁이 있었다.

모두가 책에 기록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대전쟁이었지.


이번 전쟁처럼 워로드의 독단으로 벌어진 전쟁은 더욱 많았고.


하지만 수백 번이 넘게 벌어진 전쟁 동안. 사살한 워로드는 겨우 열일곱에 불과했다.


열일곱. 백칠십도 아닌 열일곱.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전쟁치고는 너무나 적은 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워로드는 강했으니까. 화살 정도는 손쉽게 튕겨낼 정도로.

그러다 보니 소드 마스터라도 나서지 않으면 잡기도 어려웠다.


또한 눈치는 또 빨라서 자신이 위험해지면 곧바로 도망쳐버렸다. 이러니 그동안 열일곱 밖에 못 잡았지.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열여덟이 되었다. 딜런 왕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루카스 군사... 아니 작가님께서 활을 쏴서 잡으셨습니다!”

“활로?”

“예. 폐하!”

“워로드가 활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던 건가? 그 정도로 멍청한 놈이 워로드가 됐을 리는 없을 텐데...”

“아닙니다! 사거리 밖에 있었음에도 정확히 워로드의 미간을 화살로 뚫어 죽이셨습니다!”

“허, 허어-!”


딜런 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토록 강한 워로드를, 그것도 활의 사정거리 밖에 있는 워로드를 화살 한 발로 죽여버리다니.


“초대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보물을 내가 못 알아봤었구나.”


루카스를 초대할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뛰어난 인재를 왕국에 둬서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되찾길 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산성이라는 새로운 방어 전략을 제안하고, 그걸로 적의 대군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워로드를 사살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영웅이었다.


멸망 위기에 빠진 마리오 왕국을 구한 영웅.


잠시 뭔가를 고민하던 딜런 왕이 아쉽다며 혀를 찼다.


“쩝. 젊은 사자와 철혈의 재상이 노리지만 않았으면 어떻게든 마리오 왕국의 사람으로 만드는 건데... 정말 아쉽군.”


자신이 루카스를 노린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키드미어 공작과 펠리온 왕이 날뛸 게 분명했다.


파르티안 후작도 피하고 싶어하는 그들과 싸우느니 포기하는 게 나았다.


“그래도 연을 만들어서 나쁠 건 없겠지.”


* * *


며칠 후. 전장의 뒷정리가 끝나고 우린 수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오자마자 왕궁에서는 연회가 열렸다.


왕궁 밖은 이미 오래전부터 축제 분위기였는데. 왕실에서 준비한 연회는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나 보았다.


“먹자! 마시자!”

“크하하하! 이기고 마시는 술이라서 그런가? 달구나 달아!”


하지만 왕궁에서 열리는 연회라고 거리의 축제와 다를 건 없었다.

즐겁게 먹고 마시며 승리를 축하하는 건 다 똑같았다.


“키드미어 공작님 생신 파티 때가 생각나네.”


그때도 다들 모여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었지.


하지만 그때보다도 조금 더 풀어진 분위기랄까?

격식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무인(武人)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가. 다들 편하게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 달린 난 저기에 끼지 않았다. 저 사이에 끼어들었다간 또 헹가래를 당할 것 같거든.


그래서 혼자 구석에 앉아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내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연회는 잘 즐기고 있소?”

“폐, 폐하.”

“한 잔 받으시오. 마리오 왕국에서도 왕족들만이 생일 때만 먹을 수 있는 명주(名酒)요.”


그는 다름 아닌 딜런 왕이었다.

딜런 왕의 손에는 병 만으로도 보물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술병 하나가 들려 있었다.


딜런 왕이 내 빈 잔에 술을 따라주자 난 고개를 숙이며 술을 받았다.


“한 모금 해보시오.”

“가,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딜런 왕과 이렇게 단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 같은데?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산성이란 계책을 내가 먼저 제안하긴 했어도 딜런 왕과 논의할 실무진은 파르티안 후작을 비롯한 연합국의 기사들이니까.

작위도, 관직도 없는 나로서는 딜런 왕과 독대를 할 이유부터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되다니.

잔뜩 긴장한 채로 한 모금 마셔보았다. 그리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산들바람 같은 향이 입안에 가득 찼다.


“오!”

“하하. 괜히 명주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오.”


나도 모르게 재빨리 잔을 비우자 딜런 왕이 허허 웃었다.

그리고 다시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고맙소.”

“예?”

“이 나라를 지켜주어. 백성들의 희망이 되어주어 정말 고맙소.”


...이제 좀 산 사람 같네.


처음 딜런 왕을 봤을 때는 정말 죽기 직전인 사람 같았다.

팔이 잘린 고통보다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진 참사로 인한 죄책감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딜런 왕은 그렇지 않았다.

죄책감을 모두 이겨내진 못 했지만.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이 편해 보였다.


다시 전쟁이 벌어져도 충분히 적을 막을 수 있단 자신감이 붙어서겠지.


‘어쩌다 보니 백성이 아니라 왕에게도 희망을 줘버렸네.’


딜런 왕이 날 요청했던 건 백성들이 다시 희망을 되찾길 원해서였는데.


지금 보면 그들보다도 더 희망이 필요했던 건 딜런 왕일지도 모르겠네.


자신도 한 모금 마시며 딜런 왕이 물었다.


“20살이라고 하시었소?”

“예. 이제 곧 21살이 됩니다.”

“허허. 젊을 때구려. 좋을 때지. 그럼 가족은-”


그렇게 호구조사(?) 같은 잡담을 나누던 딜런 왕이 돌연 물었다.


“혹시 혼약을 약조한 가문이 있으시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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