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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275_kdhen0820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연재 주기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225
추천수 :
371
글자수 :
144,802

작성
22.06.22 17:00
조회
444
추천
16
글자
12쪽

왕과 재상

DUMMY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며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다.


좋은 점은 평생 돈 걱정이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단 점이고,


“우아아아! 루카스 작가님! 사인해주세요!”

“작가님! 저희 소설 동아리에 가입하실 생각이-!”

“형! 나랑 결혼(?)해줘요!”


나쁜 점은 평범한 아카데미 생활이 불가능해졌단 점이었다.


“왔냐.”


오늘도 여느 때처럼 기숙사 방으로 도망치자, 침대에 누워서 주몽을 읽고 있던 아벨이 책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녀석을 조용히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네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겠다.”


학기 초, 돈도 많고 신분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한 아벨에게는 당연히 녀석을 좋아한 여학생들이 많았다.


풋풋하게 러브레터로 쓰고 고백하는 게 꽤 보기 역겨... 아니, 보기 좋았지.


하지만 언제나 선을 넘는 부류가 있기 마련이었다.


스토커들. 아벨이 버린 쓰레기조차도 소중하게 보관하거나, 심지어는 잠든 기숙사 방에 침입한 녀석들도 있었다.


전생의 아이돌 사생팬 같은 느낌이었지.


그래도 아벨은 참았다. 무슨 짓을 해도 참고 넘어갔다.

그냥 무시하면 제풀에 지쳐서 알아서 떨어지겠지 하며.


그러다 결국 아벨이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사건이 터졌다.


동기들 사이에서는 지옥의 조별 과제 사건이라 불리는 사건이.


아카데미에도 전생의 대학교들처럼 조별 과제가 있었다.

10명씩 조를 지어 보름 동안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지.


꽤 어려운 과제였기에 10명이 모두 매달려야 겨우 끝낼 수 있을 정도였다.

동시에 점수도 높아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가 생겼다.

아벨의 스토커들이 교수실에 침입해 정해져 있던 조를 조작. 다른 학생들의 이름을 지우고 아벨의 조에 자신들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


그 후 나와 아벨, 그리고 스토커 여덟 명이 포함된 조가 만들어졌지.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나를 빼지 않은 건 조작한 걸 안 들키기 위해서였다고.

당시에는 아벨과 별다른 친분이 없던 내가 포함되면 안 들킬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겨우 한 명 집어넣은 걸로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그 녀석들도 참 멍청했어.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조가 당연히 조별 과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녀석들은 아벨을 스토킹하기 바빴으니까.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아벨이 폭발. 가문까지 동원하며 그 녀석들을 아카데미에서 아예 쫓아내 버렸다.


아카데미의 일에 가문을 끌어들이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아카데미에서도 심각성을 알곤 넘어갔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직후 발생했다.


기간은 사흘밖에 안 남았는데. 우리 조에 남은 조원이 아벨과 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니 새로 조를 짜기도 힘들어 결국 우리 둘이서 열 명이 해야 하는 과제를 하느라 고생했지. 아벨이 천재라도 그건 힘들었다.


뭐, 그 덕분에 내가 아벨과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나가기만 하면 수백 명이 날 따라다녀...”

“나보다 더 심할걸? 나도 너 정도는 아니었어.”

“...에휴.”


그래, 아벨을 따라다니던 스토커들은 겨우(?) 열 몇 명 정도에 불과했다.

수백 명이 따라다니던 나와 비교하기도 미안한 수준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제발 따라오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내 책을 사준 고마운 분들인데 어떻게 그러겠나.

그렇게 생각하니 힘들어도 일일이 인사하고 사인을 해주게 되었다.


“근데 진짜 내 책이 그렇게 재미있나? 난 아직도 누가 장난치는 것 같다.”

“아직도 믿기 힘드냐? 내가 말했잖아. 네 책은-”

“독특한 설정의 뛰어난 세계관,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모두 있어 흥행할 수밖에 없는 책이라고? 이미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믿기 힘들었다.

장학금을 못 받게 되자 급한 마음에 쓴 책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줄이야.


“쯧쯧. 저렇게 의심이 많아서야. 믿지 못해서 험한 세상을 어찌 살려고.”


그런 날 불쌍하게 보며 아벨이 혀를 찼다.


“그건 그렇고 과한 관심 때문에 힘들 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 가르쳐 줄까? 스토커들 있을 때 내가 쓰던 방법인데.”

“흐흐. 됐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돈을 보면 바로 괜찮아져. 그리고 이렇게 생긴 인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이번에 우리 할아버지 생신 파티를 여는데, 우리 루카스 작가님께서 와서 그 자리를 빛내주실 수 있으실까? 오면 대귀족 팬들도 만날 수 있을 텐데?”

“-는 개뿔! 싫어! 차라리 나 자퇴할래! 자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갈래!!!”


이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단 말이야!


* * *


당연하게도 파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아벨과 친하다 보니 녀석의 가족과도 잘 아는 사이였다. 이번 파티의 주인공이자 서머스 왕국의 재상인 키드미어 공작도 날 알았고.

그러니 안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키드미어 공작가로 향하는 마차에 오른 난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른 때라면 맛있는 거 얻어먹을 수 있다고 기쁘게 갔겠지만...”


갑자기 생긴 팬들한테 며칠 시달리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질 정도였다.


혹시 모두가 생일 파티는 신경도 안 쓰고 나한테만 관심을 가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손님들의 관심을 뺏긴 키드미어 공작이 날 미워하면 어떡하지?


“흐흐. 나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진짜 많겠냐?”


그런 내 걱정에 맞은 편에 앉은 아벨이 키득거렸다.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높으신 양반들이 네 이름이나 알겠어?”

“오...”


다른 때에, 다른 사람이 했으면 날 무시하는 걸로 들렸을 발언이다. 하지만 저 말이 난 그 무엇보다 더 반가웠다.


그럼 이제 모두가 날 알게 된 아카데미와 달리 날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인데. 그럼 파티장에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소리?


“좋았어! 오랜만에 편하게 먹고 마신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마차는 수도에서 왕궁 다음으로 화려한 대저택 앞에 도착했다.


이미 파티가 열리고 꽤 시간이 지났는지 저택 앞에서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파티장으로 들어간 난 손님들을 맞이하던 아벨의 가족들에게 인사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자네가 와주니 나도 좋군!”


아벨보다 키가 훨씬 큰 중후한 분위기의 중년인이 날 반겨주었다.


그는 다름 아닌 아벨의 아버지로, 키드미어 공작가의 소가주였다.


‘여전히 밝으시네.’


웃으며 반겨주는 그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벨의 아버지는 성격 좋은 아저씨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공작의 외동아들인데도 어릴 때부터 사고 한 번 안 쳤고, 하인들이 실수해도 일부러 한 것이 아니면 웃으면서 용서해준다며.


그리고 아무리 신분이 천하고 가난해도,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사람을 대해주는 인격자로 유명했다.


“아버님도 자네가 왔다는 걸 들으면 반기실 걸세. 아벨의 하나뿐인 친구인데, 당연히 좋아하시겠지.”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벨의 아버지가 그냥 착해서 날 반기는 건 아니었다. 정말로 날 반기고 있었다.


모두가 공작가가 가진 힘과 재력만 보고 가까워지려고 할 때. 나만이 그런 욕심 하나 없이 인간으로서 아벨을 대하고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몰락한 남작가 출신인 나인데도 공작가의 사람들은 날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


아벨과 함께 파티장으로 들어가며 녀석에게 물었다.


“야. 너희 아버지는 언제 공작되시냐?”

“갑자기 왜?”

“아니, 보통 30대 되면 작위를 물려받지 않냐?”


서머스 왕국의 귀족들은 보통 노년이 되면 은퇴한다. 그리고 소가주로 정한 자식에게 작위를 물려주지.

그리곤 본인은 은퇴하고 남은 생을 편안하게 산다.


하지만 키드미어 공작가는 달랐다.

가주가 이제 칠순이고, 소가주는 마흔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소가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소가주인 아벨의 아버지는 상관없다는 듯이 편안해 보이기만 했다.


공작가와 아는 사이긴 하지만 내부 사정을 모르는 나는 궁금할 수밖에.


그러자 아벨이 입꼬리를 씰룩이기 시작했다.


“뭐냐? 왜 웃냐?”

“큭! 크큽... 그 말을 들으니 연례행사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와서 그런다.”

“연례행사? 그건 또 뭐야?”

“흐흐. 좀 있으면 알게 될 거다.”


아벨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냥 마시고 먹고 잡담이나 하고. 정말 즐길 뿐이었다.


확실히 오길 잘했네. 돈이 많은 공작가라서 그런가? 음식이랑 술들이 장난 아니네.


그렇게 한참을 즐기다 대화도 머릿속에서 잊혀졌을 무렵. 뜻밖의 손님이 파티장을 찾아왔다.


“서머스 왕국의 정당한 지배자이자! 왕국의 자랑인 젊은 사자! 서머스 왕국의 국왕 폐하이신! 펠리온 서머스 국왕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쿨럭!”


그저 다른 귀족이나 생각했던 나는 마시던 술을 뿜을 뻔했다.


뭐? 아무리 공작의 생일이라도 그렇지. 왕이 생일 파티에 찾아와?


아무리 신하의 생일이라도 왕이 직접 행차하는 일은 없다. 왕이 그 신하를 왕궁으로 불러 선물을 하사할 뿐이다.


하지만 키드미어 공작은 그냥 공작이 아니었다. 동시에 서머스 왕국의 재상이기도 했다.


그걸 생각하면 왕이 온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하! 다들 많이도 왔군! 이거 가져온 술이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되는데?”


왕이 껄껄 웃으며 인사했다.

큰 키에 반짝이는 금발과 잘생긴 외모와 달리, 경박한 말투와 걸음걸이를 자랑하며.


그런 왕에 난 또 한 번 당황했다. 내가 상상하던 왕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펠리온 왕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

대전쟁이 일어난 해에. 20살이란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나 완벽하게 왕국을 지켜내고,

10년 만에 왕국을 중흥으로 이끈 성군이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왕이라고.


젊은 사자라는 별명까지 가진 뛰어난 왕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저런 가벼운 분위기였다니.

왕을 만나본 다른 사람들은 익숙해 보였지만, 펠리온 왕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펠리온 왕이 파티장에 들어오자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키드미어 공작이 걸어 나왔다.


명치까지 자란 흰 수염과 맹수도 겁을 먹을 정도로 강렬한 눈빛.

칠순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힘찬 걸음걸이.


과연 서머스 왕국의 재상다운 분위기랄까?

왜 사람들이 키드미어 공작을 보고 철혈(鐵血)의 재상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왕국의 유일한 공작의 발걸음을 모두가 집중했다.


왕을 맞이한 노공작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키드미어 공작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제 생일을 축하해주러 이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하하!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충신인 공작의 일흔 번째 생일인데 당연히 와야지!?”

“그래서 말이옵건대. 폐하. 신이 부탁이 있사옵니다.”

“그게 뭔가? 말만 하게!”


무엇이든 말해보라며 싱글벙글 웃는 펠리온 왕에 키드미어 공작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신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정무를 보기가 힘이 드옵니다. 그러니 사직을 청하옵니다!”

“기각!”

“으아아아아! 제발 은퇴 좀!!!”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돌아왔고, 키드미어 공작은 땅을 치며 오열했다.


...왜 아까 아벨이 웃었는지 알겠네.


세종 대왕과 황희였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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