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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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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
추천수 :
372
글자수 :
144,802

작성
22.06.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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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장르

DUMMY

“흐음...”


소설이라. 나도 전생 때 소설 꽤 읽어본 몸이다.


“흐으으음...”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소설부터, 양판소, 무협지 등 웹소설 또한 즐겨 읽었다.


“흐으으으으음...”


꽤 많이 읽었었지.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도 해서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나는 소설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소설 쓰는 데는 도움이 안 되잖아!”


소설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은 지 반나절. 여전히 텅 빈 원고지에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아, 안 돼! 소중한 머리가!”


그리곤 곧바로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자각하곤 재빨리 머리카락을 쥔 손을 놓았다.


안 된다. 우리 집안에 남은 거라곤 풍족한 모낭밖에 없어!


놀랐을 두피를 마사지해주며 빈 원고지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진짜 쓰기 힘드네.”


옛날에 읽은 웹소설 중, 양판소 클리셰대로 적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소설이 있었다. 꽤 재미있었지.


하지만 여기서 그걸 따라 했다간 입상은커녕 곧바로 예선 탈락이다.


이 세상엔 양판소에 나오는 마나와 몬스터 같은 것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자연 에너지인 마나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기사들은 그런 마나를 가공해 만든 오러로 혼자서 수백이 넘는 적들을 무찌른다.


몬스터들은 주인공들의 경험치를 위한 존재가 아닌, 실제로 위협이 되는 존재고.


그러니 아무리 잘 써도 지구에서보다 재미는 반감되겠지. 여기서는 판타지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니까.


또한 오히려 현실성 없다며 욕을 먹을 수도 있었다.


“문학 작품들을 베끼기도 힘들고...”


그럼 지구에서 유명한 문학 작품들을 베끼면 되겠지만. 그것마저도 힘들었다.


전생 때 수능 준비한다고 읽었던 게 기억은 난다. 돈이 없어 대학은 못 갔지만. 확실히 문학 작품이라 불릴 만했었다.


하지만 기억만 날 뿐,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었다.


문학 작품이 왜 작품 소리를 듣나? 스토리뿐만 아니라 단어, 문장, 문체 등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것들까지는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스토리만 기억날 뿐, 어떤 단어와 문장을 썼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쓰면-


‘달빛을 머금어 하얗게 빛나는 송곳니’가,


‘퍼펙트 울트라 화이트 티스(Teeth)’가 될 게 뻔했다.


한마디로 망한다는 소리지.


그러니 베껴서 쓴다고 한들, 그럴듯한 소설일 뿐 입상할 만한 작품은 되지 못할 게 뻔했다.

온전히 내가 창작한 소설보다도 못하겠지.


“후우... 차라리 지구의 이야기로 소설로-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지구? 역사? 한국사? 오!”


한숨을 쉬며 한 혼잣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순간. 눈앞을 막던 안개가 걷히는 듯했다.


한국사.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한국의 역사다.

하지만 역사라고 따분한 학문은 절대 아니다. 개성 있는 위인들과, 먼 미래에서도 회자 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게 바로 한국사다.


왜 사극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겠나?


한국사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사극 또한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런 한국사를 바탕으로 소설로 쓴다면? 꽤 괜찮은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거기다 사극처럼 재해석도 하고 오리지널 스토리도 추가한다면? 확실히 괜찮은 물건이 나올 게 분명했다.


“당장 시작이다!”


그럼 어떤 역사를 가지고 글을 써볼까? 근대? 조선? 고려?


아니지. 사극으로 자주 만들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삼국시대가 있지 않나.

그리고 특히 삼국시대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주몽’이 있지.


“흠. 그럼 예전에 봤던 사극을 참고해서 써볼까? 신화적인 내용은 빼고, 현실적인 내용들로 바꿔서-”


앞으로 벌어질 미래도 모른 채. 난 빠르게 글을 적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모처럼 휴일이라 기숙사 방에서 쉬고 있는데 아벨이 찾아왔다.


같은 기숙사의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아벨은 툭하면 내 방에 놀러 오곤 했다. 기숙사 방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며.


아카데미에서 1학년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다. 신분이 높다고 한들 예외는 없었다.


공작가 정도면 아무리 기숙사가 1인실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하지만 아벨을 별 불만 없이 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본인은 놀러 오기 쉬워서 좋다며 오히려 만족스러워했고.


문이 열리자 아벨은 바로 들어오지 않고 복도에서 서 있었다.

잠시 날 바라보던 녀석이 내게 물었다.


“살아있냐?”

“...그럼 넌 내가 죽은 것처럼 보이냐?”

“응.”

“......”


너무나 단호한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이 새끼가. 밤 좀 샌 것 가지고 산 사람을 죽은 사람 취급-


“어우씨! 깜짝이야!”


하지만 아벨이 품에서 꺼낸 손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 바로 이해가 됐다.


좀비다! 진짜 좀비가 거울 속에 있다! 설마 나 진짜 죽은 건가? 얼굴에 왜 생기가 사라졌지?


“몇 시에 잔 거냐?”

“잤나...?”

“...안 잤냐?”


그제야 난 내가 한숨도 자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소설을 쓰다 보니 집중하게 돼서 나도 모르게 밤을 새우고 말았다.


방에 들어온 아벨은 책상 위에 쌓인 두꺼운 원고지들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너 벌써 다 썼냐?”

“다는 아니고... 저거 쓰느라 밤을 새웠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긴 하네.

아무리 기본 줄거리가 되어줄 역사가 따로 있다지만. 그걸 가지고 하룻밤 만에 책 한 권 분량을 쓴 나도 대단하다.


“좀 읽어봐도 되냐?”

“그러던지...”


비틀거리며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아... 시X스 침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아카데미가 기숙사를 만들 때 돈을 제대로 썼단 말이야. 진짜 어떻게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솔솔 오지?

더는 못 버티겠다. 이제 좀 자야겠다.


“난 잔다.”

“그래.”


내가 쓴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걸까. 책상에 앉은 녀석을 뒤로한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야!”

“뜨헙!”


그리고 눈을 감기가 무섭게 눈이 번쩍 떠졌다.


아벨 이 새끼. 형님이 잠 좀 자려는데 그걸 방해해?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새끼가 자라고 해놓고 못 자게 하는 놈인 거 몰라?


“아니, 자는 개는 건드리지도 않는다는데!”

“밥 먹는 개 아니냐? 그리고 너 벌써 여섯 시간은 잤어.”

“...그래?”


아벨의 말은 사실이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벌써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진짜 피곤했나 보네. 시간이 흐른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푹 잔 걸 보니.


“침이나 닦아라. 무슨 우물도 아니고 침이 그렇게 많이 나오냐?”

“후릅!”


음. 확실히 많이 나오긴 했군. 이 정도면 올해 가뭄 걱정은 없겠어.


베개에 흥건히 묻은 침을 소매로 쓱쓱 닦자 아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더러운 놈.”

“내 몸에서 나오는 건 아래쪽에서 나오는 건 빼곤 깨끗함. 근데 왜 깨웠냐?”

“이거... 정말 네가 썼냐?”

“당연히 내가 썼지. 요정이 와서 대신 써줬겠냐?”


내 대답에 아벨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에 나도 미간을 좁혔고.


...저 녀석이 왜 저러지? 저런 모습은 또 처음인데.

설마 내 소설이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건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소설이라곤 이번에 처음 써본 놈 소설인데 좋을 리가 있겠나?

쓰레기라며 당장 화로에 집어넣지 않으면 다행이지.


한참 동안 자신 손에 있는 원고지들을 바라보던 아벨이 입을 열었다.


“...미친.”


그 말에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예상이 맞나봐! 정말 끔찍한가 봐!

제길! 그래, 내가 무슨 소설가냐! 그냥 공부나 열심히-!


“다음은 어떻게 되냐?”

“...엥?”


하지만 이내 들려온 대답에 난 당황했다.


“설마 여기서 끝내는 건 아니겠지! 부모의 원수보다 더 나쁜 놈이 1편만 쓰고 2편은 안 쓰는 놈이거늘!”

“엥?”


뭐야. 내가 쓴 소설이... 괜찮았나?


“괜찮은 정도가 아니잖아!”


어느새 품속에 원고지를 꼭 끌어안은 아벨이 소리쳤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뛰어난 소설은 처음이다!”


...새꺄. 너 스무 살밖에 안 됐어.

적어도 마흔 살은 먹고 그런 말을 해라.


격할 정도인 아벨의 반응을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쓴 소설은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신화적인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각색한.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했다.


부여의 왕자이나 후궁인 유화부인의 아들인 주몽.

어릴 때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인 그는 자연스레 이복형제들의 질투를 받는다.


하지만 그저 아버지인 금와왕을 도와 부여를 부강하게 만들고 싶어할 뿐인 주몽.


그럼에도 형제들의 질투는 더욱 심해지고 이복형제들의 외척들은 그를 죽이려 들기까지 한다.


이로 인해 점점 엇나가기 시작하는 주몽.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이자 이복형제들과 외척들의 질투와 괴롭힘은 줄어들고. 주몽은 더욱 방황하기 시작한다.


그런 주몽에게 금와왕이 진실을 알려준다.


너는 나의 자식이 아니라, 누구보다 강하고 굳건했던.

멸망한 조선의 유민들을 지키다 한(漢) 제국에게 죽은 친우의 아들이라고.


진실을 알게 된 주몽.

그는 방황을 끝내고,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친부의 의지를 잇고자 하는데...


어쨌든 아벨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뛰어난 소설은 아니었다.

열심히 쓰긴 했지만, 어린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영웅담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저런 아벨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가 뛰어나다는 건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새끼는 아침부터 약을 잘못 먹었나.”


그래. 분명 나도 모르는 평소에 먹던 약이 잘못된 걸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저놈이 저렇게 미쳤을 리가 있겠어?


“예를 들면?”

“마법도, 신도, 마나도 없는 세상이라니! 설정부터가 엄청나잖아!”

“그런 내용의 소설들은 예전부터 있지 않았냐?”

“없었는데?”

“엥?”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나도 그게 사실임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런 소설은 정말 없었다.


비슷한 소설들은 있었지만. 정말 지구와 같은 설정을 가진 책은 없었다.


“이런 엄청난 설정이라니...!”

“어......”


원고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벨에 머리를 긁적였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가 되어 버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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