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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275_kdhen0820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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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연재 주기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343
추천수 :
371
글자수 :
144,802

작성
22.06.23 17:00
조회
428
추천
16
글자
12쪽

은퇴 못하는 재상님

DUMMY

전생에 한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었다.


죽을 때까지 부려 먹으려는 노예주 세종 대왕과, 죽기 전엔 은퇴하고 싶은 노예 황희 정승에 대한 이야기였지.


이건 황희가 툭하면 사직서를 내고, 세종 대왕이 반려하며 생긴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건 황희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도 계속되었고.

이에 그 두 위인이 진짜 노예주와 노예가 아니었냐며 농담 삼아 말했었다.


사실은 세종 대왕이 황희를 정치적으로 보호해주기 위한 쇼에 가까웠지만. 후대가 보기엔 도망치려는 노예의 발버둥과 안 놓아주려는 악독한 노예주 같았다.


그런데 그런 노예주 왕과 노예 신하가 진짜로 존재했다니!


기각이란 소리에 쓰러졌던 키드미어 공작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아니! 40년 넘게 일했는데 은퇴 좀 시켜주시는 게 그렇게 싫으십니까!”

“하하. 이제 겨우 칠순이 되었는데 10년은 더 일해야지 않겠나?”

“10년 전 보위에 오르실 때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은퇴하기로 한 나이란 말입니다!”

“응 싫어~죽기 직전까지 부려 먹을 거야~”

“으으윽!”


개구쟁이 같은 펠리온 왕의 말에 키드미어 공작은 뒷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키드미어 공작을 보고도 펠리온 왕은 걱정하긴커녕 웃을 뿐이었다.


“고혈압인 척하지 말게. 얼마 전에 내가 준 영약도 챙겨 먹었으면서.”

“식사에 초대해서 제 음식에 몰래 섞어놓았던 것 아닙니까!”

“어쨌든 먹었잖아? 왕이 준 영약을 먹고도 은퇴하려고?”

“으으으윽!!!”


...뭐지 저 둘은. 저게 모두가 감탄하는 명군과 충신?


저 둘은 외국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콤비였다.

과감한 개혁 정책을 펼치는 젊은 왕과, 그런 왕의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재상으로.


저 둘이 아니었으면 서머스 왕국도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데 최고의 콤비가 나누는 대화가 무슨 개그 프로 만담 같네.

내가 보고 듣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런 대화가 익숙한 듯. 다들 웃음만 꾹 참을 뿐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왜 그러는 것인지 깨달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네가 연례행사라 했는지 알겠다.”


어떻게든 은퇴하려는 재상과, 어떻게든 그런 재상을 붙잡는 왕.


아마 다른 사람들은 매년 저 광경을 본 것이겠지.


고개를 끄덕인 아벨이 키득거렸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이래.”

“네 아버지가 왜 그렇게 느긋하신지도 알겠고.”

“공작이나 가주가 되면 국왕 폐하께 죽기 직전까지 부려 먹힐 테니까. 능력 있는 것도 참 안 좋아.”


키드미어 공작은 젊었을 때부터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이른 나이에 관직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노신들보다도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빠르게 승진했다.


그 후 40대가 되었을 때 최연소 재상이 되었을 정도로 키드미어 공작의 능력은 뛰어났다.


문제는 그게 악덕 노예주인 펠리온 왕의 눈에 띄어 버렸단 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서 손주들 재롱이나 볼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펠리온 왕은 계속해서 키드미어 공작을 부려 먹었다.


덕분에 서머스 왕국은 태평성대에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키드미어 공작은 은퇴하고 쉬고 싶을 뿐이었다.


펠리온 왕이 놀리듯이 키득거렸다.


“내 이전부터 말하지 않았소? 은퇴하고 싶으면 괜찮은 후임을 데리고 오라고.”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이러고 있지 않습니까!”

“흐흐. 그럼 어쩔 수 없지. 공작을 계속 부려 먹는 수밖에.”

“으가가각!!!”


키드미어 공작이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이제 칠순이나 되셨는데. 혹사 앞에서는 공작으로서의 체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제발 누가 나 좀 은퇴시켜줘~~~!!!”


늙은 충신의 구슬픈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은퇴에 실패했다는 충격에 키드미어 공작이 드러누운 직후. 그런 상황에서도 파티는 이어졌다.


“허허. 이번에는 금방 끝났군요. 작년에는 은퇴시켜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재작년에는 1년에 걸쳐서 치매에 걸린 척 연기를 하려고 했다가 폐하께 바로 발각돼서 실패했었죠.”

“치매요? 하하. 폐하께서 공작 각하께 먹이는 영약들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네요.”


다들 하하호호 웃으며 다음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은퇴를 시도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게 정녕 사람이 할 말인가 싶었던 나는 혼란스러울 뿐이었지만.


아벨 할아버지도 진짜 불쌍하네. 펠리온 왕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부려 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


“다 업보야 저게.”


내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아벨이 어깨를 으쓱했다.


“신하들을 갈아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시스템 자체를 우리 할아버지가 만들었거든. 저 사람들은 다 그 시스템의 피해자들이고.”

“아...”

“그러니 혹사당하는 다른 신하들도 할아버지 편이 아닌 거지.”


백성들이 편안하려면 왕과 관리들이 혹사해야 한다던가? 서머스 왕국은 실제로 그러고 있었다.

아예 나라가 돌아가는 시스템 자체가 신하들을 말 그대로 갈아서 나라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관직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과로와 야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키드미어 공작이었고.


‘관리들이 힘들어야 나라가 편안하다!’


그런 말을 했던 키드미어 공작은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할 거다.


자신은 거기에 포함될 줄 모르고 했을 말일 텐데. 누구보다 제일 앞장서서 혹사당하고 있으니.


“그럼 왕궁에서 괴상한 비명을 지르는 귀신이 있다는 도시 전설도...”

“우리 할아버지임.”

“아.”


의도치 않게 도시 전설 하나가 밝혀졌네.


아카데미에서 왕궁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 꽤 많은데. 이 중에서는 우습게도 왕궁에 있다는 귀신이 무서워 주저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이제 귀신이 아닌 게 밝혀졌으니 마음 편히 지원하겠네.


아니, 더 안 가려고 하려나?


잠시 키드미어 공작을 위해 묵념(?)하던 내 머릿속에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야. 그럼 만약 네가 나중에 공작이 되면 네 할아버지처럼-”

“그 말 취소해라. 취소하지 않으면 할아버지한테 널 후임으로 추천해 버리겠다.”

“...미안하다. 내가 말실수했다.”


격하게 정색하는 아벨에 나도 모르게 미안함이 느껴졌다.


하긴. 아무리 괴로워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킬킬거려도 자신이 그렇게 되는 건 싫겠지.

아벨의 위로 형들이 있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니까.


“하하하! 이거 공작에게 좋은 영약 하나 더 줘야겠구먼!”


키드미어 공작의 괴로움을 백 프로 알고 있을 펠리온 왕은 껄껄 웃을 뿐이었다.


파티는 주인공 없이도 즐겁게 이어졌다.


전형적인 인싸 스타일인 펠리온 왕 덕분일까. 주인공이 없는데도 파티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키드미어 공작도 진짜 쓰러진 건 아니었는지 잠시 후 슬며시 돌아와 옆에서 병나발을 불고 있었고.


“음?”


그렇게 펠리온 왕이 한껏 인상을 찌푸린 키드미어 공작과 담소를 나누던 중.


정말 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쳤다.


* * *


“키드미어 공작. 저건 누구지? 자네 손자 옆에 있는 청년 말일세.”


펠리온 왕이 옆에 있던 키드미어 공작을 팔꿈치로 툭 건드리며 물었다.


반쯤 취한 키드미어 공작이 잘 안 보이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아, 루카스 카심입니다. 제 손주의 벗이죠.”

“루카스 카심?”


루카스 카심이란 말에 펠리온 왕이 고개를 갸웃했다.


“루카스 카심... 루카스 카심... 루카스 카심!”


어딘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에 곰곰이 생각하던 펠리온 왕의 눈이 커졌다.


“주몽의 작가가 와있다고?”

“주몽이요? 그게 무엇입니까?”

“아니, 일국의 재상이라는 사람이 베스트셀러도 모르는 것이요?”

“퇴근도 잘 안 시켜주는 악덕 상사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었습니다만?”

“...크흠.”


분노로 일렁이는 키드미어 공작의 눈빛에 펠리온 왕은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평소에는 은퇴하고 싶어 죽으려 하는 공작을 툭하면 놀렸댔다. 하지만 눈이 뒤집혔을 때는 아니었다.

그때도 놀렸다간 귀찮아진다는 걸 알았거든.


그리고 지금이 눈이 뒤집히기 딱 직전의 상태였다


펠리온 왕은 놀리지 않고 그냥 말했다.


“음.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라네. 그 작가가 루카스 카심이고.”

“저 아이가요? 허어. 똘똘한 아이인 건 알지만, 뛰어난 작가인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주몽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들은 키드미어 공작은 감탄했다.


그 정도로 인기가 있는 책을 저 아이가 썼다니.


예전부터 손자의 친구라 대충 어떤 아이인 줄은 알았다. 하지만 뛰어난 작가인 줄은 처음 알았다.

펠리온 왕이 루카스의 팬인 것도 그랬고.


“주몽이라... 어떤 내용의 책입니까?”

“영웅담에 마법, 신, 마나가 없는 설정을 넣은 소설이라네. 그렇다 보니 뻔해 보일 수 있는 장르가 무척이나 재미있어지더군.”

“호오... 그런 설정의 책은 처음이군요.”


키드미어 공작도 책 읽는 걸 좋아했다. 정확히는 소설 읽는 걸 좋아했는데, 철학책만 읽을 것 같은 분위기와는 다른 취향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했다.

매일 같이 업무에 쌓여있으며 생긴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어려운 책을 읽으며 더 쌓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래서 키드미어 공작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좋아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읽어봐야겠군요.”

“하하! 미리 구매해 놓는 게 좋을 걸세. 벌써 다 매진이 돼서-”

“시간이 나면 말이죠.”

“......”

“시·간·이·나·면·말·이·죠.”


뚝뚝 끊어서 말하는 키드미어 공작의 목소리엔 서늘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


애써 또 시선을 피한 펠리온 왕이 어색하게 술잔을 들던 순간이었다.


“폐하! 폐하!”


파티장 안으로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왕궁에서부터 달려온 것인지 기사는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펠리온 왕이 자신의 앞에 도착한 기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것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기사는 펠리온 왕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기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은 펠리온 왕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


“음...”

“무슨 일입니까 폐하?”


기사의 이야기가 끝나고 작게 신음을 내는 왕에게 공작이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펠리온 왕이 입을 열었다.


“찬 제국의 공격이 있었다는군.”

“!!!”

“마리오 왕국에 찬 제국의 군대가 침공했소. 우리 서머스 왕국의 바로 위에서 전쟁이 발발했단 소리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펠리온 왕이 말했다.


“전쟁일세. 키드미어 공작.”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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