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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5,047
추천수 :
372
글자수 :
144,802

작성
22.06.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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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류수 전투(2)

DUMMY

콰직! 콰지지직!


히이이이이힝!


끄아아아악!


무언가가 부러지고, 찢기며 소리가 비명과 함께 전장에 울려 퍼진다.


기병들이 장창에 찔리며 말은 넘어지고, 그 위에 탄 기병들은 몸에 구멍이 난 채 떨어진다.


첫 충돌에 수백이 넘은 기병들이 창에 찔려 죽고, 또 말에서 떨어지며 수십 명이 목이 부러져 죽는다.


그리고 죽은 말과 기병들은 뒤따라오는 기병들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너, 넘어진다!”

“멈춰! 모두 멈춰!”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기병들이 다급히 고삐를 잡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쓰러진 시체들에 걸린 말들이 발이 걸려 넘어지고, 앞의 상황을 모르고 달리던 말들도 거기에 걸려 넘어진다.


넘어지며 말에서 떨어진 기병들의 몸에 창이 꽂히고, 운 좋게 창을 피해도 땅에 부딪치며 목이 부러진다.


정말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말에서 떨어지며 팔다리가 부러진 병사들을 찬 제국군들은 차례차례 죽였으니까.


“이, 이 더러운 짐승 새끼들이!”


그 모습에 분노한 딜런 왕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소드 익스퍼트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기사왕이라 불리는 그다.

그의 검 앞에 찬 제국군은 가을바람 앞의 낙엽처럼 쓰러졌다.


남대륙의 인간보다 훨씬 강한 야만인도, 고통을 모르는 오크도, 모두가 그의 검 앞에서는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이히히힝!


하지만 아무리 그가 강하더라도. 그가 탄 말도 강한 건 아니었다.


여러 개의 장창들이 마갑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녹이 슨 붉은 창날들이 가죽을 베고 근육을 헤집었다.


히히히히힝!!!


고통에 깜짝 놀란 말이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들었다.


“앗!”


중심을 잃은 딜런 왕이 그대로 말에서 떨어졌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찬 제국군이 달려들었다.


“이, 이 빌어먹을 새끼들-으아아아악!!!”


그리고 놈들은 딜런 왕이 다시 일어서기 전에, 그의 몸을 찍어누르고 검을 든 그의 팔을 잘랐다.


“끄아아아아악!!!”

“폐하!”

“폐하를 지켜라!!!”


주변에 있던 그의 기사들이 달려와 딜런 왕을 구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팔은 어디 갔는지 사라진 후였다.


그 모습에 이를 악문 기사들이 소리쳤다.


“후퇴다! 후퇴한다!!!”

“폐하! 정신 차리십시오 폐하!”

“아, 아아-”


하지만 딜런 왕은 그 고통을 느끼지도 못했다.


자신이 직접 키운 기병대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쌓이고 있는 모습에.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저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어찌 알았겠나?

자신이 멍청하게 기병들을 돌격시킬 것이라 찬 제국군이 예상했다고. 그리고 찬 제국군은 장창을 들어 대응할 것이라고.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이미 전황은 완전히 찬 제국 쪽으로 기울어졌으니.


마리오 왕국군은 그렇게 전멸했다.


* * *


“......”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 파티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리오 왕국군 패배. 5천의 중갑기병 중 5백 명만이 생존. 마리오 왕국 국왕은 팔이 절단된 채 후방으로 이송.


찬 제국군은 이후 그대로 진군. 뒤따라 오던 마리오 왕국 보병들과 전투를 벌여 마리오 왕국 보병대 전멸. 사망자 1만 5천 명.


전체 마리오 왕국군 중 4할이 사망.


찬 제국군은 그대로 진군 중.


나를 제외하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처참한 패배라, 생존자를 통해 전해 들은 정보를 듣고도 믿기가 힘이 들었다.


“...후우.”


수정구를 통해 상황을 보고 받은 펠리온 왕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스윽.


그리고 고개를 돌려. 파티장 구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

“...꿀꺽.”


정확히는 나를 향해.


‘...X됐...나?’


왕과 눈이 마주친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폭포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펠리온 왕만이 날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까 전에 내가 했던 말을 다 들었는지. 모두가 날 보고 있었다.


놀라움과 경악이 가득한 눈을 한 채.


‘안 되겠어. 난 여기서 어서 빠져나가야겠어.’

“루카스 작가. 이리 오도록.”


슬며시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펠리온 왕이 날 불렀다.


그렇게 도망을 치기도 전에 잡혀버린 난 펠리온 왕 앞으로 불려갔다.


“루카스 카심?”

“예, 옛!”

“어떻게 마리오 왕국군이 질 거란 걸 알았지?”

“그, 그게...”


제가 전생의 기억이 있는데 그곳의 역사에 기록된 전투랑 비슷해서요?


-라고 하면 미친놈 취급 받겠지.


“그,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냥. 그냥이라...”


내 대답을 들은 펠리온 왕이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툭툭 건드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파티장에는 팔걸이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손가락을 멈춘 펠리온 왕이 입을 열었다.


“자네 생각엔 찬 제국군이 어디로 움직일 것 같지?”

“예, 예?”

“적군이 어디로 향할지 알아야 그곳으로 지원군을 보내서 막을 텐데. 어디로 향할지 예상하기 힘들군. 자네 생각은 어떻지?”

“으음...”


펠리온 왕의 말에 난 고민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가 군사 전문가도 아닌데 왜 그걸 나한테 묻는단 말인가?


내가 남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걸 예상한 것도 아닌데-아, 예상했구나?

나 혼자 마리오 왕국이 패배할 거라고 예상했었지? 그러니까 당연히 나한테 묻는 거겠지.


그러나 내게 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왕이 질문하는데 모르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뭐라도 말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류수 전투 때 관구검의 군대가 어디로 향했는지 떠올렸다.


“음... 수도로 향할 것 같습니다.”

“수도?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서 수도까지는 꽤 거리가 먼데?”


내 대답을 들은 펠리온 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찬 제국군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찬 제국은 강하긴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남대륙의 나라들보다 못하다.

농사도 제대로 못 지어 식량도 부족하고, 야금술도 부족해 질 좋은 무기도 거의 없었다.


때문에 찬 제국에게 약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약탈만이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하지만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수도까지는 대략 닷새 정도 걸린다. 그 사이에는 약탈을 할만한 도시들이 많았고.


그런데 그런 도시들을 약탈하지 않고 수도로 간다는 건 찬 제국답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내게 물은 펠리온 왕도 그 도시들 중 어디로 향할 것 같냐고 물은 것이겠지. 그런데 수도로 향할 것이라 말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비류수 전투 때는 그랬는걸.’


비류수 전투 때도 승리를 거둔 관구검은 그대로 고구려의 수도로 향했다. 그리고 비상시에 수도 역할을 하는 환도성을 그대로 빼앗겨 버렸지.


“왜 그렇게 생각하나?”


하지만 이를 모르는 펠리온 왕이 물었다.


이번에도 그냥이라 대답하긴 뭐해서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일단 적들이 전장을 빠르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게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지?”

“평소의 찬 제국이라면 죽은 병사들의 무기와 갑옷들을 챙기려 들었을 겁니다. 야금술이 떨어지는 놈들이 유일한 질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놈들은 그러지 않고 바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


내 설명을 들은 펠리온 왕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뿐만 아니라, 파티장에 있던 귀족 모두의 눈이 커졌다.


“그런 놈들이 과연 다른 도시들을 약탈하기 위해 공격하겠습니까?”

“아니겠지. 약탈을 할 생각이었으면 전장에 조금 더 남아있었을 테니까.”

“예. 아마 다른 목표가 있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그럴듯한 목표는 바로 수도라 생각합니다.


주변 모든 도시들과 길이 이어진 수도를 점령하면 그곳을 거점으로 다른 곳들도 점령할 수 있게 되니까요.”

“수도... 수도라...”


잠시 고민하던 펠리온 왕이 고개를 돌렸다.


“마리오 왕국에게 연락을 보내라. 적이 수도로 향할 가능성이 높으니 수성을 준비하라고.”

“예!”

“그리고 지원군은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기사와 기병들을 먼저 보낸다. 마리오 왕국의 수도에 빨리 도착해, 수성을 돕도록.”

“예! 폐하!”

“파르티안 후작. 제국의 지원군도 수도로 이동해주실 수 있겠소?”

[으음. 수도라...]


파르티안 후작은 아나이스 제국 쪽 사람이라 펠리온 후작도 명령을 내리지 않고 부탁했다.


수정구를 통해 이곳 상황을 모두 듣고 있던 파르티안 후작이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기사와 기병들을 먼저 보내겠습니다.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것입니다.]

“우리도 비슷하거나 좀 더 일찍 도착하겠지. 그럼 무운을 비네.”

[무운을.]


그걸 끝으로 파르티안 후작과의 연결이 끊기며 수정구가 꺼졌다.


“후우...”


다시 자리에 앉은 펠리온 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옆으로 다가온 키드미어 공작이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뭐가.”

“정말 적들이 수도로 향할 것 같으십니까?”


키드미어 공작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내 말대로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듯이.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난 억울해하진 않았다.


‘당연한 반응이니까.’


일개 아카데미 학생에 작가일 뿐인 내 의견을 따른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오히려 이 결정으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키드미어 공작도 저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겠지.


“모르지.”


하지만 키드미어 공작의 질문에 펠리온 왕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럴 것 같네.”


* * *


다행히 마리오 왕국의 수도가 함락되는 일이 없었다.


서머스 왕국의 지원군이 적군이 도착하기 직전에 수도에 도착한 덕분이었다. 그 후 파르티안 후작이 이끄는 제국군이 공성 중인 적의 후방을 급습, 적군을 전멸시켰다.


“다행이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지만.”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펠리온 왕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지원군들이 조금만 늦었어도 수도는 함락될 뻔했다. 그리고 놈들이 왕성을 차지하며 지원군이 간 것도 소용없어질 뻔했다.


실제로 아나이스 제국의 지원군이 도착했을 땐 성문이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놈들이 성문에 집중한 사이 후방을 급습하여 놈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정말 간발의 차로 마리오 왕국의 수도가 함락되는 걸 막은 것이다.


조금만 늦었다면 놈들이 왕성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져 피해가 커졌을 텐데.

미리 준비해둔 지원군들이 서두른 덕분이었다.


“후우. 이걸로 한숨 돌릴 수 있겠군.”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기다린 결과에 모두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몇몇 노귀족들은 지쳤는지 서 있던 자리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


이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경악한 표정을 지은 채.


‘...X됐네.’


그리고 그런 시선에, 내 인생이 귀찮아질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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