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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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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글자수 :
14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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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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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산성(山城)

DUMMY

국경을 넘어 마리오 왕국의 수도까지는 대략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동안 본 마리오 왕국은 정말 심각했다.


가족을 잃고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 모두가 희망을 잃은 상태였다.


전생에 TV에서 보았던 나라를 잃은 난민들 같다고 해야 할까.

눈물을 흘리며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는 그들은 다시 일어날 의지도, 싸울 의지도 잃은 상태였다.

함락당할 뻔했던 수도는 더욱 상황이 안 좋았고.


지원군이 잠시 머물고 있는 연병장을 걸어 다니며 혀를 찼다.


‘이러니 나까지 부른 것이겠지.’


나 같은 일개 아카데미생이자 작가에게까지 기대를 걸 만큼 상황이 안 좋았다.


‘다행이라면 연합이 나서준 거지.’


저번 전쟁으로 전멸한 2만 병력의 빈자리는 연합이 대신해주고 있었다.


13개 나라에서 지원군과 지원 물자들을 보내준 덕분에 치안이 악화되고 도적까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지원군들이 계속해서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자기들 나라로 돌아가야 할 텐데, 그때까지 마리오 왕국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까?


아니겠지.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왕실에서 노력한다 한들 불가능했다.


싸울 줄 아는 병사 한 명을 만드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다 이번에 모두 전멸한 마리오 왕국의 주력군인 중갑기병대는? 최소 몇 년은 걸린다.


하지만 지원군들은 그때까지 마리오 왕국을 지켜줄 여유가 없었다.


찬 제국이 언제 어디서 다시 침공할지 모르니까.

본국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바로 돌아가야했다.


그걸 알기에 마리오 왕국 사람들도 희망을 잃은 것이었고.


“후우... 답답하네.”


올 때까지만 해도 그냥 시간만 보내다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펠리온 왕도 내가 굳이 뭘 할 필요는 없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두 눈으로 직접 마리오 왕국을 보게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진짜 뭐라도 해야 했다. 안 그러면 진짜 마리오 왕국은 멸망한다.


그리고 그럼 어떻게 된다? 서머스 왕국도 전화(戰火)에 휩싸이겠지.


절대 안 된다. 내가 지금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데.

그걸 반도 못 쓰고 전쟁터에 끌려가서 죽을 순 없어!


“문제는 내가 나서도 뭘 할 게 없다는 건데...”


관직도 작위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마음 같아서는 찬 제국놈들이 강철 산맥을 넘지 못하게 만리장성이라도 짓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하지.


보통 적들이 이동할 수 있는 협곡에 짓는 관문 또한 마찬가지다. 몬스터는 인간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중엔 성벽도 손쉽게 올라오는 놈들도 있다.

그런 놈들이 좁은 성벽 위로 올라온다면? 순식간에 성벽 위의 병사들을 모두 죽이고 성벽은 빼앗기겠지.

때문에 관문과 성을 지어봤자 소용없었다. 손쉽게 성벽을 빼앗길 바에야 평지에서 회전을 벌이는 게 승산이 더 높았고.


뭐, 성벽을 아주 높게 짓는다면 몬스터도 못 올라오겠지.

아무리 성벽을 잘 올라가는 몬스터라도. 직각에 가까운 성벽을 계속 오를 수는 없으니까.


잘 타고 오르다가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떨어지겠지.


그래서 이를 노리고 엄청나게 높은 관문을 지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성벽이 무너진 적이 있었지.”


대략 60m 높이의 관문이었다던가? 당시에는 드디어 찬 제국을 막을 수 있다며 잔뜩 기대를 받던 관문이었다.


하지만 높이 쌓으면서 무게 또한 점점 더 무거워졌고, 결국 하중을 버티지 못한 성벽이 완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져 버렸다.


그래서 연합국들은 수성전은 잘 하지 않았다. 마리오 왕국도 마찬가지였고.


적이 평야에 도착하면 파괴적인 힘을 가진 기사나 중갑기병대로 격퇴한다는.

방어보다는 공격에 가까운 방어 전략을 썼지.


이런 전략은 승리했을 때는 적을 완전히 격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잘못했다간 아군이 크게 패할 수도 있었다.


마치 이번처럼.


“그렇기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을 막으려면 공격보다는 방어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관문과 성으론 몬스터를 막기 힘들어서 다시 공격으로 돌아와 버리는 문제점이 생긴단 말이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를 해결하려면 방어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데. 그게 쉬울 리가 없지.


“마음 같아서는 성벽을 타고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높은 성을 지을 수 있으면-음?”


그러다 머릿속이 번쩍했다.


그래. 그렇게 높은 성을 짓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산 위에 성을 짓는다면, 그러니까 산성을 짓는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산성... 산성이라...”


그러고 보니 대부분이 평지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마리오 왕국은 국토의 반이 산지였다.

대륙 간의 경계인 강철 산맥에서 뻗어 나온 산들이 나라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지.


때문에 찬 제국도 마리오 왕국과 싸우기 위해서는 험한 산길을 통과해야 했다.

그럼 그런 산길을 따라 산성을 짓는다면? 높고 험한 산을 거대한 성벽으로 삼아버린다면?


적이 침공하면 적들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고, 싸우는 과정에서 입는 피해도 적지 않을까?


또한 산맥 자체가, 거대한 장성(長城)이 되어 주지 않을까?


그럼 찬 제국도 내륙까지 들어오기 힘들 것이고, 아예 국경조차도 넘기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이번처럼 한 번의 전투로 수만의 정병이 죽는 일도 없을 테고.


근데 왜 그동안 산성을 안 지은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꽤 괜찮은 생각인데?


하지만 산성의 건설이 얼마나 힘든지 생각하자 이내 이해가 됐다.


안 그래도 찬 제국 때문에 힘든 백성들한테 산 위에 산성을 지으라고 하면-


‘실례지만 반란 일으켜도 되나요?’


하면서 거부하겠지.

공사를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곳이었으니까.


평지에 짓는 성을 지을 때도 사고가 나서 죽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산 위에 성을 지으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나겠지.


또한 찬 제국도 부담이 될 정도의 강력한 기사들과 기병대가 있는데. 굳이 산에 성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동안 쓰던 전술에 허점이 생기며 산성 같은 새로운 방어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다.


“문제는 산성은 짓는 것도 어렵고, 산성 하나만으로 백만이 넘는 적을 막기는 힘들다는 건데... 흠. 이 세상에는 마법사와 기사가 있으니 좀 더 쉬우려나? 그리고 산성은 버티는 역할만 하고, 적군의 격퇴는 지원군들로 하면-”


전생에 슬쩍 본 산성에 관한 정보들을 끄집어내고 오면서 본 마리오 왕국 지도를 떠올리며 땅바닥을 끄적거렸다.


“그럼 산성에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지원군들이 포위망을 만들면-”

“그건 뭔가?”

“흐익!”


한참 쪼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바닥에 산성을 그리며 머리를 굴리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러자 웬 중후한 분위기의 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허허. 미안하군.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노인이 미안한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평범한 차림의 노인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서머스 왕국에서 온 지원군들 중에서는 본 적 없는데. 마리오 왕국이나 다른 연합국의 사람 같았다.


나이는 많아 보이는데. 몸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근육으로 가득한 것이 용병 같기도 했다.


“자네가 한참 동안 집중하고 있기에 궁금해져서. 나도 대기하고 있느라 심심하던 차였거든.”

“아... 별것 아닙니다. 그냥 저 혼자의 망상일 뿐입니다.”

“허허. 그냥 망상이라기엔 꽤 재미있는 발상 같던데?”


노인이 바닥에 그려진 그림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마침 심심하던 차였는데. 이것 좀 설명해줄 수 있겠나?”

“그게...”

“하하! 부끄러워하지 말게나. 그냥 할 것 없는 노인네 말동무해준다고 생각하게나.”


내가 주저하자 노인이 껄껄 웃었다.


그런 노인에 잠시 고민하던 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도 문제가 될 건 없겠지.’


어차피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러니 말해도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게 설명이 시작되었고. 이야기를 들은 노인이 새하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산꼭대기에 성을 짓는다라... 나쁜 전술은 아니야. 하지만 산의 정상에 지어야 하는 만큼 그 크기가 작을 텐데, 작은 성으로 적의 대군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산성의 진짜 목적은 적의 진격을 지연시키는데 있으니까요.”

“지연이라?”


그 말에 노인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산성을 공격한다 한들, 산이 높은 성벽이 되어 적들이 쉽게 산성을 점령하지 못해 적의 진군이 지연된다는 건가?”

“예.”


이해가 빠른 노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몬스터라도 높은 산을 오르다 보면 체력이 빠지게 될 겁니다.”

“그렇지. 산성까지 도착했을 땐 산을 오르느라 체력을 많이 쓴 후일 테지. 잔뜩 지쳐있는 찬 제국군이라면 일반 병사로도 막을 수 있고.

산성 또한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겠지.”

“그리고 그러다 보면 연합의 지원군들도 모두 도착한 후일 테고요.”

“...!!!”


내 이야기가 끝나자 노인의 눈이 커졌다.


산성만으로 적을 막는다는 건 아니다. 작은 산성으로 적의 대군을 격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발목을 잡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난 이 발목을 잡는다는 부분에 집중했다.

발목을 잡아 시간을 끈다면. 지원군이 도착하고, 포위망을 만들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그 이후는 높은 확률로 승리를 거둘 수 있겠지.


산성을 공격하느라 정신이 팔린 적의 후방을 지원군이 공격해 승리하거나,


산성의 기습을 받으며 뒤늦게 산맥을 벗어난 적을 포위해 승리하거나.


“...따라오게.”

“예?”


잠시 가만히 날 바라보던 노인이 말했다. 그리곤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노인을 따라가게 된 나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뭐지? 혹시 높으신 분이셨나? 설마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건 아니겠지?


그렇게 어어 하며 따라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마리오 왕국의 왕궁이었다.


하지만 왕궁에 들어가는데도 그 어떤 검사도, 막아서는 사람도 없었다.


철컥!


기사들은 우리를 보기 무섭게 군례를 올렸고 귀족들도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그렇게 프리패스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왕궁의 회의실이었다.


“-그러니 병력부터-음? 후작 각하?”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열심히 회의 중이던 기사들과 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후작이란 말에 난 깜짝 놀랐다.


‘후작이라고? 이 할아버지가?’


용병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후작이라고?

마리오 왕국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어?


당황한 날 보고 씩 웃은 노인, 아니 후작이 회의장 중앙을 보았다.


그러자 머리에는 왕관을 썼으나 한쪽 어깨가 비어있는. 쓰러지기 직전처럼 보이는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와주어서... 고맙소. 파르티안 후작.”

“......!!!”


그 이름에 내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파, 파파파파파-”


연합의 맹주인 아나이스 제국 최강의 소드 마스터이자.


무패를 자랑하는 뛰어난 지휘관이며.


이 세상에서는 이순신 장군급인 사람이.


“파, 파르티안 후작 각하?”


내 눈앞에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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