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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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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
추천수 :
372
글자수 :
144,802

작성
22.07.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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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두가 날 원해

DUMMY

“쩝. 아쉽군.”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 루카스에 파르티안 후작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재를 찾았다. 기사들 중에서는 찾기 힘든 인재였지.


자신도 기사라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기사들 중에는 무식한 놈들이 많았다.


그들의 임무는 적을 죽이는 것이지, 머리를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검만 휘두르다 보니 잘 알 리가 있나.


그렇다고 전략, 전술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다는 건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행정 업무 같은 일들에는 너무 약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문관들을 동원하면 되겠지. 행정 업무는 그들이 뛰어나니까.


하지만 문제는 군대란 독특한 집단의 특수성이었다.


문관들은 군인이 아니고 군인인 적도 없었다. 그러니 일을 맡겨도 군사적 지식이 부족해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나타난 루카스는 보석 그 자체였다.


군사적 지식도 많고, 아카데미 출신이라 그런지 행정 업무도 할 줄 알았다.

게다가 어디서 배운 것인지 문관들이 만든 보고서보다 더 보기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보고서까지 만들었다.


사실 그것도 전생의 기억과 경험들을 쥐어짜 낸 결과물들이었지만.


군사적 지식은 인터넷에서 보고, 또 아는 군필자들에게서 들은 것들 뿐이었고,

보고서는 조별 과제를 혼자 도맡아 하며 얻은 경험들 덕분이었다.


같은 조에 있던 조원들이 툭하면 런(Run)해서 루카스가 모두 떠맡았거든.


어쨌든 파르티안 후작으로서는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인재였다.


그래서 앞으로도 일을 맡기며 천천히 부관으로 만들려고 했더니. 자신의 일이 많아 힘들 것 같다며 방에 처박힌 게 아닌가?


“괘씸한 녀석. 일하기 싫어서 도망친 게 분명합니다.”

“허허. 어쩔 수 없지 않소? 듣자 하니 서머스 왕국에서는 유명한 작가라던데.”


입술을 삐죽 내민 파르티안 후작이 툴툴거리자 침대에 앉아있던 딜런 왕이 허허 웃었다.


그가 안 좋은 몸을 이끌고 계속해서 업무를 보자 보다 못한 대신들이 강제로 휴식하게 만든 상태였다.

마침 시간이 난 파르티안 후작은 병문안을 온 참이었고.


둘은 예전부터도 꽤 친한 사이라 지금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문으로는 지금 집필 중인 소설의 2권이 안 나와서 서머스 왕국에서도 난리라던데.”

“그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까?”

“허허. 나도 이번에 책들을 구해서 읽어 봤는데 확실히 재밌더이다. 특히 바람의 왕국은 빨리 다음 편이 보고 싶을 정도더군.”


딜런 왕은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책의 표지를 보여 주었다.


딜런 왕이 읽고 있던 책은 다름 아닌 바람의 왕국 1권이었다.


작가의 이름에 루카스의 이름이 적힌 걸 본 파르티안 후작이 놀라워했다.


“허어. 작가라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이야.”

“원래는 이 소설의 2권을 쓰고 있던 와중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더이다. 그래서 집필이 중단된 상태라고.

많은 사람들이 2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구려.”

“쩝... 그런 이유면 저도 할 말이 없군요. 바쁜 사람에게 일을 더 주려고 한 셈이니까요.”


루카스가 그 정도로 인기 있는 작가인 줄 몰랐던 파르티안 후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이유면 일하기 싫어서 숨은 거라 하기도 뭐 했다.


실은 그게 맞지만.


딜런 왕이 손에 든 주몽을 슬쩍 본 파르티안 후작이 물었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십니까? 전 읽어보지 않아서.”

“음? 아. 주몽이 죽기 전 아들인 유리왕에게 한 말이 마음에 드오. 가장 이상적인 왕이 가져야 할 덕목에 관한 것이었지.”

“이상적인 왕이라...”

“과인과는 다르게 말이오.”

“......”


씁쓸하게 미소 짓는 딜런 왕에 파르티안 후작은 입을 다물었다.


바람의 왕국 1권에서, 주몽은 죽기 전 유리왕에게 왕이 가지는 힘에 대해 가르쳤다.


잘못된 판단으로 수만 명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는 힘을. 그러니 그 힘을 잘못 써서 백성들이 죽지 않도록 감정을 버리고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딜런 왕에게 깊이 다가왔다.


딜런 왕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2만에 달하는 병사들을 잃었다.


그들의 죽음은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 때문에 2만이 넘는 백성들이 죽었다.


자신이 자만해서, 자만이란 감정에 취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 대가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래서 난 이 주몽이란 캐릭터가 좋소. 나와 달리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지켰으니까.”

“...폐하. 그건-”


왕을 위로하려고 했던 파르티안 후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고 위로해야 할까?

그건 딜런 왕의 탓이 아니었다고? 적이 교활했을 뿐이라고?


어떤 위로도 그를 위로해주진 못하겠지.


딜런 왕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건 사실이니까.


분위기가 어색해져서일까. 딜런 왕이 애써 웃으며 주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서머스 왕국의 키드미어 공작도 루카스 작가를 노린다던데. 괜찮으시겠소?”

“큭!”


꼬장꼬장한 노인을 떠올린 파르티안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파르티안 후작에게 키드미어 공작은 천적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었다.


‘10년 전이었지.’


찬 제국의 3백만 대군이 남대륙을 공격한 대전쟁 때였다.


자신이 연합군의 총사령관을, 펠리온 왕이 왕위에 오르며 재상이 된 키드미어 공작은 후방에서 보급을 총지휘했었다.


그때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지만. 그 능력은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가 후방에서 보급을 책임지자 연합의 백만 대군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을 정도였으니.


그래서 전쟁이 끝난 직후. 고마워서 술이라도 한잔 사려고 찾아갔었다.


‘술? 수우우울? 시간이 남아도시나? 지금 내 일 쌓인 거 안 보여?!’


그리고 그동안 잠도 못 잤는지 눈이 시뻘게진 키드미어 공작이 서류의 산에서 튀어나왔지.


‘마침 잘 왔다 이 새끼야! 도대체 뭔 짓을 했기에 군수물자를 그렇게나 많이 잃어버려! 썼으면 내가 말도 안 하지!’


그 기세가 얼마나 살벌하던지.

펜을 안 들고 검을 들었어도 대성할 것 같을 정도였다.


당황한 파르티안 후작이 변명하듯 대답했다.


‘그, 그게 상황이 안 좋아서-’

‘아무리 전황이 안 좋더라고 총사령관이란 새끼가 보낸 군수물자는 아껴야지! 후방에서 뿅! 하면 군수물자가 튀어나오는 줄 아냐!!!’

‘시, 시정하겠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후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드마스터에게 주먹질을 하다니.

최강의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자신도 무서워질 정도였지.


그 후 전쟁이 끝났는데도 며칠 동안 키드미어 공작이 주는 서류들을 다 처리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고.


그런 사람과 인재를 두고 다툰다? 흠...


‘거기다 펠리온 왕도 루카스 작가를 노릴 게 분명한데...’


남들은 잘 모르지만. 키드미어 공작보다도 더 무서운 게 바로 펠리온 왕이다.


스무살이란 젊은 나이에 그가 왕위에 오른 직후, 대전쟁이 발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왕이라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왕국의 멸망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흔들리기는커녕 전쟁의 승리에 일조하는 등 알게 모르게 수많은 공을 세웠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피해를 복구하고, 나라를 발전시켜 서머스 왕국을 전성기로 이끌었다.


그런 괴물 같은 왕과 재상이 동시에 노리는 인재를 채간다?


“....자발적으로 제 밑으로 오도록 설득해야겠군요. 강제로 데려가려 했다간 제가 절단나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루카스는 자신을 노리는 손길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범의 아가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 * *


“살았다...”


글 써야 한다며 내 방에 숨은 후.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진짜 키드미어 공작 꼴이 될 뻔했어.


내 꿈은 돈 많은 백수지, 퇴근도 은퇴도 못 하는 노예는 아니었다.


“내가 진짜 돌아가면 아카데미에서 절대 안 나간다!”


작위 승급하고 영지 준다고 해서 왔다가 자칫 잘못하면 노예가 될 뻔했잖아!

괜히 어른들이 사탕 준다고 따라가지 말라고 한 게 아니었어!


“내 일이 밀렸다는 핑계가 통한 게 다행이지...”


뭐, 핑계가 아니라 사실이긴 했다.

마리오 왕국에 갑자기 출장을 오게 되며 바람의 왕국 2권 집필이 늦어졌으니까.


“음... 그러고 보니 어제 출판사의 닐런한테서 편지가 왔었지.”


내 사정을 아니 너무 급하게 집필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걸 누가 믿을까? 딱 봐도 ‘빨리 2권 써주세요!’-라는 속마음이 바로 느껴지는데.


“마침 잘 됐지 뭐. 돌아갈 때까지 2권이나 쓰자.”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다.


“보자. 내가 2권을 어디까지 썼더라...”


바람의 왕국 1권은 주몽의 죽음부터 부여와의 갈등 심화까지 다루고 있었다.


점점 강해지기 시작한 고구려를, 부여를 다스리는 대소왕이 건드리기 시작한 거지.


전작 주몽에서 대소왕은 주몽을 심할 정도로 질투하는 캐릭터였다.


그에게 주몽은 아버지인 금와왕의 관심을 독차지한, 1왕자인 자신에겐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 주몽을 싫어했고 질투했다. 부여를 떠나는 주몽을 제거할 군대를 보내고, 주몽의 아들인 유리왕자를 어릴 적부터 핍박할 정도로.


때문에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 주몽이 죽고 난 후에도 고구려를 증오했다.


그리고 그 증오가 표출되기 시작하며 1권은 끝이 났다.


“그리고 2권은 부여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갈 대무신왕의 등장을 위한 포석을 까는 거지.”


자신을 귀엽게 여겨준 도절 태자도, 언제나 든든했던 해명태자도.


모두 부여를 원인으로 설정해 대무신왕의 분노에 정당성을 더해줄 생각이었다.


뭐, 사실 둘 다 부여 때문에 죽은 게 맞기도 했다.


도절태자는 부여에 인질로 가기 싫어서 거부했다가 부여가 침공하는 바람에 그 책임을 지고 자살했고.


해명태자는 부여 때문에 불안한 와중에 중요한 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망친 바람에 유리왕에게 자살을 명 받았으니까.


잘 쓰기만 한다면 멋진 스토리가 나오겠네.


질투에 눈이 멀어 주몽의 자식들까지 증오하는 늙은 대소왕과,


그런 대소왕에게 가족들을 잃고 사랑보다 분노를 먼저 배운 대무신왕의 싸움이라.


“그럼 2권은 어린 대무신왕, 그러니까 무휼 왕자의 등장부터 성인이 된 무휼이 부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부분까지 쓰면 되겠네.”


그리고 3권부터는 무휼이 왕위에 오르고. 두 나라의 존망을 건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면 되겠지.


“흐흐. 이제 나도 꽤 소설가 같은데?”


생각만 해도 스토리가 쫙쫙 써지네. 혹시 설마 내가 천재?


“...는 개뿔.”


한 달 후. 서머스 왕국으로 돌아가기 일주일 전에 바람의 왕국 2권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에 난 뒷목을 잡아야 했다.


<이번엔 두 명이나 죽였다! 죽어가는 캐릭터들에 독자들은 충격!>


<아들들을 죽인 유리왕! 비정한 아버지인가, 아니면 나라만을 생각하는 군주인가?>


<책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서 충돌 발생! 과연 어느 쪽이 옳은가?>


내 팬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단다.


진짜 천재였으면 이런 일도 예상했겠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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