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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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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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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DUMMY

[자결하거라.]


유리왕이 던진 칼이 무릎을 꿇은 해명의 앞에 떨어졌다.


바닥에 박힌 칼을 멍하게 내려다보던 해명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왕의 눈은 붉어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그는 슬퍼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이 상황에. 이런 상황에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는 자신에.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해명은 이미 고구려의 동맹이 될 수 있었던 황룡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황룡국이 부여와 손을 잡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해명은 더 이상 살아선 안 됐다.


아비를 보는 해명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려서부터 무예가 뛰어나고 강하고 용맹하기까지 했던 자신이다. 모두가 자신을 칭찬했으며 뛰어난 왕이 될 거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과한 칭찬이 독이 된 것일까. 해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만해지고 자만해졌다.

자신의 힘과 용맹함을 과신했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유리왕이 이를 고치려 타일러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에 취한 해명은 점점 더 오만해졌고, 결국 동맹을 맺기 직전이었던 황룡국에 큰 결례를 저질러 버렸다.


분노한 황룡국의 왕이 해명을 죽이려 들기까지 했지.

다행히 직접 대면한 후에 참고 용서해주었다지만. 해명이 살아있는 이상 황룡국은 고구려를 적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기에 해명은 죽어야 했다. 고구려를 위해. 고구려의 백성들을 위해.


그리고 이런 부자 간의 마지막 대화를,


어린 무휼은 숨죽인 채로 훔쳐보고 있었다.


-바람의 왕국 2권 중


* * *


바람의 왕국 2권을 쓸 때, 난 도절태자와 해명태자를 그냥 엑스트라급으로 쓰지 않았다. 조연임에도 주인공 같은 조연으로 만들었지.


그들이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등장시켰고, 각 캐릭터만의 개성을 부여했다.


도절태자는 봄의 햇빛과도 같은 선량하고 착한 캐릭터로.


해명태자는 거대한 바위도 부숴버리는 거친 파도 같은 캐릭터로.


때문에 선(善)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도절태자를 좋아했고, 강력한 패왕(霸王)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해명태자를 좋아했다.


그리고 난 그런 두 캐릭터를 차례차례 죽였다.


쓸 때만 해도 별생각은 없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죽었고, 어차피 내가 쓰는 책은 전작 주인공도 바로 죽일 정도로 거침없다고 알려졌으니까.


그 둘이 더 죽어도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외였던 건 내가 두 캐릭터를 너무 잘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건데...”


그 두 캐릭터의 인기가 너무 많았다. 그들이 죽자 독자들이 유리왕을 비난할 만큼.

이는 두 캐릭터를 설정하며 생긴 문제 아닌 문제였다.


도절태자는 동생들에게 따스한 햇살같이 착한 형으로, 해명태자는 동생들을 지켜주는 방패 같은 형으로.


독자들은 이 두 캐릭터를 보며 가족들을 떠올렸고, 두 캐릭터에 대한 애정 또한 깊어졌다.


그리고 그런 두 캐릭터 모두 유리왕에게 자결을 명 받고 죽었다. 당연히 유리왕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밖에.


하지만 여기서 여론은 둘로 나뉘었다.


유리왕은 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폭군이란 쪽과, 유리왕이 옳았다는 쪽으로.


전자는 두 캐릭터들을 좋아한 평민들이었고, 후자는 놀랍게도 귀족들이었다.


영지와 나라를 다스릴 때는 감정보다 이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걸 아는 귀족들이다.

때문에 나라를 위해서 왕이 내려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결정들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나라를 위해 자식을 죽이는 일 같은.


그렇기에 유리왕의 선택을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긍정했다.


‘이때 고구려는 위태로운 상황이었어. 내부는 불안정했고 고구려를 노리는 세력들도 많았으니.’


‘이런 상황에서 무섭다고 숨어버려 전쟁을 초래한 도절태자의 잘못은 크다. 죽음으로서도 갚기 힘들만큼.’


‘또한 중요한 나라와의 외교를 망친 해명태자도 마찬가지다.’


‘황룡국에서 먼저 친하게 지내자고 사치품도 아닌 무기를 선물했는데. 그걸 부러뜨리고 황룡국의 활이 약해서라며 시비를 건다? 죽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다.’


유리왕의 치세가 중반을 넘겼을 무렵. 이웃한 나라인 황룡국에서 해명태자에게 활을 선물했었다.


그런데 해명태자는 활을 부러트리곤 ‘내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활이 약해서 부러졌다’라고 말했다.


이는 큰 실례였다. 타국에 무기를 선물로 준다는 건 먼저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동맹, 아니면 적어도 부여와 전쟁이 일어나도 중립을 지킬 수 있을 황룡국을 적으로 돌린 셈이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당연히 유리왕은 분노했고 해명태자를 황룡국에 보내 사과시켰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해명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듯한 발언을 했고. 결국 유리왕에게 자살을 명 받고 죽었다.


‘그러니 죽을만 했다.’


-가 귀족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정치를 모르는 평민들은 유리왕이 폭군이라 주장했고, 아니라고 말하는 귀족들과 갈등 아닌 갈등이 발생해 버렸다.


“어쩌다 보니 내가 계급 갈등을 일으켜 버렸네.”


사실 계급 갈등이라고 하기에도 뭐 했지만.

평민들이 귀족의 특권 철폐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귀족들은 그것들을 지키려고 싸운 것도 아니다.


그저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다른 두 계급 사이에서 일어난 해프닝에 가까웠다.


때문에 시간이 지니자 갈등도 자연스레 약해졌다.

평민들도 왕이라는 자리가 그저 좋은 것만이 아닌, 무거운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렇기에 유리왕의 결정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왕의 결정도 왜 그런지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돌아갈 때쯤이면 완전히 끝날 것 같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돌아가자마자 계급 갈등의 원흉이 될 뻔했네.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도착했는데 레볼루숑! -하면서 사람들이 단두대를 끌고 다닐 생각을 하니 오싹했다.

그랬다간 나도 귀족이라서 단두대로 총알배송 되려나? 아니면 혁명의 선구자라며 시민들의 환호를 받을까?


뭐, 다른 곳이면 몰라도 서머스 왕국에서 그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진짜 이상적인 나라인데 혁명이 일어난 이유가 없지.”


서머스 왕국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완벽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나라다.


왕은 방패가 되어 백성들을 지키며 귀족들은 왕에게 충성하며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일한다.


백성들은 그런 왕과 귀족들을 믿고 따르며 생업에 종사하는. 정말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멋진 나라다.


그러니 백성들이 도저히 못 참고 혁명을 일으킬 일도, 이유도 없는 나라가 바로 서머스 왕국이었다.


전생의 대한민국도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싶을 정도였지.


어쨌든 이번 책도 잘 팔린다며 기뻐하는 닐런의 편지를 읽던 도중. 누군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루카스 작가님!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아. 잠시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서머스 왕국에서 온 편지와 신문들을 보다 보니 벌써 나갈 시간이네.


서머스 왕국으로 돌아간다는 건 아니다. 이전에 말했듯이 아직 일주일 남았으니까.


완성된 산성들을 시찰하러 나갈 시간이었다.


일단은 목책을 세운 것에 불과했지만. 높고 험한 산 정상에 세워진 걸 보면 꽤 위협적이라고.


목책을 만들 때 쓴 나무가 보통 나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산성을 지을 땅 주변의 나무들을 베어서 만들었는데, 강철 산맥의 나무라서 그런지 나무들이 바위처럼 단단하고 굵기까지 했다.


오러를 쓰는 기사들의 칼질에는 베였지만. 몬스터들에게는 단단한 성벽과도 같을 거라 예상되었다.


그런 나무들로 만든 목책들이 산맥을 따라 열 개나 세워졌다. 공사에 동원되었던 사람들 말로는 장관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초 공사도 마쳤겠다, 연합군의 수뇌부들이 모여 함께 둘러보며 시찰을 하기로 했다. 나도 이 계획을 제안한 사람이기에 시찰단에 포함되었고.


“이것만 끝나면 나도 집에 간다.”


시찰은 대략 일주일 동안 이어질 예정이었다.

마리오 왕국 내 강철 산맥을 거의 다 둘러보는 셈이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린다고.

그러고 난 후 서머스 왕국으로 돌아가는 1차 귀환대에 합류해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일하러 가는 건데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밖으로 나가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발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루카스 작가! 여기네!”


기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파르티안 후작이 날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반겨주는 것 같지만. 난 그게 아님을 알았다.


저건 날 반기는 게 아니다. 반기는 것도 맞긴 하지만, 산성들을 둘러보는 동안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겠단 거다.

그리고 어떻게든 날 설득해서, 자신의 부관으로 만드려는 속셈이었다.


‘절대 그럴 순 없지.’


하지만 전쟁 영웅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의 바로 옆에 딱 붙은 채로 출발해야 했다.

그리고 출발하자마자 파르티안 후작은 내게 멈추지 않고 말을 걸었다.


“그거 아나? 부관 연봉이-”

“거기에 작위는 물론이고-”

“특히 연금이 아주 그냥-”


...이거 스카우트 제의지? 이 아저씨 은근히도 아니고 대놓고 날 스카우트하려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웃으며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제안이 계속해서 반복되며, 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끌리는데?’


저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저 정도로 대우해 준다는 데 끌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하지만 안 된다. 내 꿈은 그냥 부자가 아니라 돈 많은 백수란 말이다!


“...어?”


그런데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던 파르티안 후작이 순간 말을 멈추었다. 그리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연합국들의 기사들도, 나도.


모두가 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 연기를 바라보던 파르티안 후작이 입을 열었다.


“...봉화군.”


봉화에 불이 피워지는 경우는 오직 적이 목격되었을 때 뿐이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모두가 경악했다.


말고삐를 고쳐잡으며 파르티안 후작이 소리쳤다.


“빨리! 산성으로 올라간다!”

“옛!”


우리는 빠르게 근처에 있는 목책이 세워진 산을 올라갔다.


왕성과 가까웠으면 되돌아갔겠지만, 왕성에서도 멀리 나와버린 상황이라 차라리 산성이 더 안전했다.


미친. 산성 만들자고 하길 잘했네.

하마터면 도망치다가 찬 제국군에게 잡혀 죽을 뻔했다.


다행히 목책을 세워둔 산성은 바로 근처였다. 빠르게 말을 타고 산을 올라간 우리는 재빨리 목책 안으로 들어갔다.


목책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재빨리 산 아래가 보이는 망루 위로 올라갔다.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적들을 본 파르티안 후작이 중얼거렸다.


“전쟁이군.”


10만이 넘는 대군이. 강철 산맥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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