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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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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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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글자수 :
14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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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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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수성

DUMMY

“보고를 왜 나한테 하는 건데?”

“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연합국의 기사들은 이상하게 이게 맞는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들에 한숨만 나왔다.


야 이놈들아. 내가 전생에 고아라서 군대는 안 나왔지만 이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는 안다.


직위도 없는 사람한테 보고를 하다 보면 명령 체계가 꼬여서 혼선이 생긴단 말이다.


“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각하께 말씀드리면 바로 임시로 직위 하나 주실 테니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각하! 루카스 작가님을 임시 군사로 임명하면 안 됩니까?”

“뭐?”

“승인.”

“예?”


바로 옆 나무 그늘 밑에 누워있던 파르티안 후작이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나는 책상 앞에 앉혀두고 자기는 쉬는 모습을 보니 대놓고 나한테 일을 맡기겠다는 거네.


그건 그렇고. 군사? 그 제갈량이 했던 군사?

아무리 임시라지만 나한테 군사를 시키겠다고?


...미쳤다 여긴 미쳤어. 낙하산이나 다름없는 인사라 불만이 나올 법도 하건만.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 더 문제다.


한숨을 쉰 나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일단 새로운 보고가 오면 바로 알려주세요. 하지만 중요한 일이면 파르티안 후작님께 먼저 알리고.”

“예! 군사님!”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난 여전히 머리가 복잡했다.

아니,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도 많은데 왜 날 군사로 쓰겠다는 거야?


내가 궁시렁거리자 파르티안 후작이 피식 웃곤 물었다.


“자네가 말해보게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음... 일단 전황은 순조로운 상황이죠. 적군은 보급을 잃어 진군 속도가 점점 느려지며 피해가 누적되고 있고, 그에 비해 우리 쪽은 여유가 있으니까요.

게다가 다른 연합국들에서는 찬 제국의 공격이 없어 다들 지원군을 보낼 수 있었고요.”


다행히 이번에도 공격은 마리오 왕국에만 집중됐다.

이를 토대로 지휘부는 이번에도 찬 제국이 아닌 워로드의 단독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찬 제국이 나섰다면 최소 백만은 몰려왔을 테니까.


최소가 백만이라니. 찬 제국이 얼마나 강한지 또 한 번 실감했다.


“지원군들이 도착하고 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럼 그때쯤 찬 제국군도 산맥을 벗어날 테니 연합국과 찬 제국군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지겠죠. 그때를 맞춰서 산성들에 있는 병력들은 적의 후방을 치면 될 것이고요.”


그럼 쉽게 이길 수 있겠지. 앞뒤로 공격을 당하면 아무리 10만 대군도 어찌할 수 없을 테니까.


“아니면 놈들도 안 싸우고 그냥 돌아갈 가능성도 있고요. 보급품을 다 잃은 찬 제국군이 이번 전쟁을 포기하는 거죠.”


내 말이 끝나자 파르티안 후작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황을 살피는 능력이 뛰어난 걸 보니 누구보다 군사에 더 어울리는군.”

“에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듯한 말에 또 한숨이 나왔다.

이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생각 아닌가?


“...하지만 문제가 없진 않죠.”

“그게 뭔가?”

“정상적인 군대라면 하지 않을 짓이지만... 그놈들은 정상적인 군대가 아니다 보니 멍청한 선택을 할 수도 있거든요.”


가령 예를 들어 전쟁이 실패한 것에 대한 화풀이로 산성을 공격하거나. 같은 멍청한 선택을 말이다.


“다른 일반적인 나라의 군대였다면 다음을 기약하며 전력을 최대한 보존해서 후퇴하려 하겠지만. 찬 제국은 그런 일반적인 나라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네요.”

“...그럼 자네가 생각하기에 어느 산성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가?”


내 말을 들은 리에나 공주의 미간이 좁혀졌다. 뭔가 감지한 것처럼.

하지만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난 계속 말을 이었다.


“글쎄요. 산성 한두 개는 보고 그냥 넘어가겠죠. 하지만 다음에 보이는 산성을 보게 되면 화가 나기 시작할테고. 그런 상태에서 산성이 또 보이면 더 화가 나겠죠.

저것들 때문에 이번 전쟁이 실패했구나, 하고. 산성들이 유기적으로 기습하며 보급품을 모두 잃어버렸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산성을 볼 때마다 화가 쌓일 테고, 마지막 산성이 보이면 결국 분노가 폭발하겠죠.

다른 건 몰라도 저건 함락시키고 가야겠다, 라고 말이죠.”


“이미 다른 산성을 공격했다가 실패하고 후퇴했지만. 눈이 돌아간 몬스터들이 그걸 신경쓸지 의문이네요.”


“뭐, 찬 제국 놈들의 생각을 모르니 그냥 생각일 뿐이지만... 왜 다들 그렇게 봐요?”


어느새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쉬고 있던 기사와 기병들도, 파르티안 후작도 일어나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날 가만히 보던 파르티안 후작이 입을 열었다.


“전원 경계 태세를 최고로 높여라. 왕성에도 이를 알리고 다른 산성들에게 적군의 움직임을 30분, 아니 15분 간격으로 보고하라고 해라.”

“옛! 각하!”

“전원 위치로!”


경계를 서는 병력 외에는 모두 쉬고 있던 병사들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왜? 내가 그냥 몇 마디 했다고 왜 다들 저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데?


“자네가 한 경고니까.”


파르티안 후작이 풀었던 검을 다시 허리춤에 차며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전 전쟁의 흐름을 혼자 예측하고 산성이라는 최고의 방어 전략을 만든 사람이지 않나? 그러니 이번 또한 타당한 예견이라 생각한 거지.”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너무 과민반응이 아니냐고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지금 이 산성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했다.


최전방에 위치했으면서, 동시에 적군이 후퇴할 때 가장 마지막에 지나게 될 산성이다.


그래서 다들 저러는 것이었다. 내 말대로라면 전투는 이곳에서 벌어질 테니까.


“...에이 설마. 정말 그렇게 되겠어요?”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네.”


그리고 이틀 후. 산맥을 벗어나지 못한 찬 제국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


“...이젠 무슨 말도 못 하겠다.”


찬 제국군이 내가 있는 산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 * *


상황은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계속된 야간 기습에 찬 제국군은 보급품을 모두 잃고 굶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보급품을 준비할 능력도 안 되고, 약탈을 더 선호하는 찬 제국이다.

얼마 안 되는 보급품이 불에 타버리자 남은 보급품은 얼마 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약탈을 했겠지만. 저번의 전쟁 직후 국경 근방 산맥에 있던 민간인들은 모두 후방으로 피한 상태였다.


약탈을 하려 해도 약탈을 할 마을도, 사람도 없다.


그러니 며칠이 지나지 않아 식량이 거의 떨어졌고, 굶주린 찬 제국군의 진군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속도가 느려지니 예정된 시간이 흘렀는데도 산맥을 벗어나지조차 못했고.


그리고 산맥의 끝을 코앞에 두고 얼마 남지 않은 식량마저 모두 떨어졌다.


‘찬 제국군이 후퇴한다!’


결국 굶주림을 버티지 못한 찬 제국군은 더 이상의 진군을 포기하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무식한 몬스터가 태반인 찬 제국군이지만 그들은 바보일 뿐, 멍청이는 아니다.

이 상태에서 계속 진군하는 건 자살 시도란 걸 그들도 알았다. 차라리 병력을 보존하고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게 찬 제국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후퇴가 계속될수록. 척후들에게서 찬 제국군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첩보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 발을 질질 끌며 이동하던 찬 제국군이, 산성들을 볼 때마다 점점 화를 내기 시작했다고.


처음에는 째려보고, 그다음 산성에는 욕설을 하고, 그다음 산성에서는 화를 내며 돌을 던졌다.


저것들 때문에 자신들이 굶고 후퇴한다고 화를 내는 것처럼.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군대였다면 그것으로 끝났을 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겠지.


하지만 찬 제국군은 그런 일반적인 군대가 아니었다.


[크오오오오오!!!]


숫자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만에 가까운 찬 제국군이 산 위에 있는 우리를 노려보며 포효한다.


굶주림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놈들은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를 노려보았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던 파르티안 후작이 적군의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워로드군.”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몬스터가 끄는 마차, 혹은 수레 위에 올라탄 비대한 몸집의 오크가 있었다.


자기 살만 나눠줘도 모두가 한 끼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뚱뚱한 놈이었다.


저런 놈이 군대를 다스리는 워로드이라니. 저게 10만 대군을 지휘하는 워로드가 저런 놈이란 말인가? 어떻게 보면 어울리는 생김새이면서 동시에 어울리지가 않았다.


[---!!!]


놈은 뚱뚱한 손가락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마 우리 때문에 자신들이 굶고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한 채 돌아간다는 내용이겠지.

그리고 저놈들만큼은 모두 죽여버리고 돌아가자는 내용도 있을 거고.


[크오오오오오!!!]


놈이 포효하자 다른 놈들도 일제히 포효하며 응답했다.


그리고 10만 대군이 일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전투 준비!”

“궁수 조준!”

“끓는 기름과 바위들을 준비해라!”


그 모습에 모든 병사들이 소리치며 훈련받은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기를 들고 싸울 준비를 하는 그들에게서 두려움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숫자가 너무 적어.’


하지만 산성에 있는 병력의 숫자는 겨우 몇백 명. 파르티안 후작을 포함한 기사들이 백 명 정도 있었지만 적군이 너무 많았다.


산성이 완전히 완성된 이후라면 모를까. 이 정도 병력이라면 위험했다.


“적을 추격한다던 지원군은?”

“오고 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답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겠군.”


목책 위에 오른 파르티안 후작이 검을 들고 소리쳤다.


“활을 쏴라!”


슈슈슉!


수십 발의 화살이 산 아래로 쏟아졌다.


[켁!]

[키엑!]


가파른 산을 올라오는 적들이 비처럼 내리는 화살에 맞아 쓰러진다.


[크라라라락!]


하지만 상대는 몬스터가 섞인 찬 제국군.

오크 같은 덩치가 큰 몬스터들은 화살을 맞고도 주춤거리지도 않았다.


[크에에엑!!!]


오히려 더욱 화를 키울 뿐이었지.


다행인 건 이곳이 산성이란 점이었다.

가파른 산꼭대기에 있는 이곳까지 올라오다 보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다들 며칠 동안 굶주린 상태. 찬 제국군은 낑낑거리며 겨우겨우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황은 우리 쪽으로 유리한 상태였다.


소수지만 사기가 높고, 적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방어에 유리한 아군과,


숫자는 많으나 다들 굶주렸고 지형이 불리한 찬 제국군.


때문에 압도적인 숫자에도 아군은 잘 싸우고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조심해!”

“엇!”


하지만 아군도 그리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다. 곳곳에서 실수가 일어나며 삐걱거렸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병사들 중 대부분이 신병들이기 때문이었다.


전투 경험이 있거나, 1년 이상 훈련을 받은 병사는 전체 병사의 2할 정도.

다들 다른 연합국에서 온 병사들이었다.


나머지는 다 마리오 왕국의 병사들로, 왕국의 정예병이 전멸한 후 병사가 된 신병들이었다.


원래는 기초 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려 했건만. 그러기도 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때문에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그들은 제 몫을 다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고 적들은 조금씩 목책에 가까워졌다.


“젠장! 끝도 없이 몰려드는군!”


이걸 예상했기에 파르티안 후작도 지난 며칠 동안 병사들을 훈련시켰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연달아 활을 쏜 파르티안 후작이 내게 소리쳤다.


“루카스 작가! 좋은 방법 없겠는가?”

“......”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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