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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5,044
추천수 :
372
글자수 :
144,802

작성
22.06.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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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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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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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심장이 쫄깃쫄깃

DUMMY

보름 후. 바람의 왕국 1권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로 향했다.


출판사의 이름은 루멘 출판사. 서머스 왕국에서도 꽤 유명한 출판사였다.


문인 길드와 가까운 사이라 작가와의 계약도 깨끗하게 하고, 좋은 질의 책들을 만들어 파는 평판도 좋은 회사였다. 내가 이곳과 계약을 한 것도 그런 것 때문이었고.


내가 출판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루카스 작가니이이이이임!!!”


그러자 안에서 짜리몽땅하면서 통통한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왔다.


“하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작가님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잘 지내고 있습죠! 이번에 주몽 덕분에 번 돈으로 더 큰 집으로 이사까지 했는데요!”

“하하하. 잘됐네요.”


그는 루멘 출판사의 사장인 닐런 루멘. 붙임성 좋은 성격에 햄스터를 닮은 남자였다.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정직하고 깨끗하게 사업을 하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출판사의 사장이기도 했기에, 내 손에 든 서류 봉투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작가님. 그거 혹시-”

“예. 신작입니다.”

“오오오옷!!!”


닐런은 내가 건네주는 봉투를 괴성을 지르면서 받았다.


그렇게나 좋은지. 원고를 끌어안고 방방 뛰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닐런은 아저씨다. 나보다 스무 살은 더 많은 아저씨.


하지만 주몽으로 출판사가 배는 더 커졌으니 저렇게 좋아할 만도 했다.


“아! 이럴 게 아니라 모처럼 오셨는데 차라도 한 잔 하시죠! 제가 작가님 대접해드리려고 귀한 차를 샀습니다!”

“하하. 안 그래도 목이 마른 참이었는데 잘 됐네요.”


닐런은 함박웃음을 지은 채 사장실로 날 안내했다.


그가 직접 탄 차를 마시는 동안 닐런은 내가 건넨 원고의 제목을 읽었다.


“호오. 바람의 왕국이라... 주몽의 속편이군요?”

“예. 사람들이 주몽이 끝난 이후의 일을 궁금해하더라고요.”

“좋죠. 저도 마찬가지였는걸요.”


바람의 왕국은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만화와 드라마의 제목을 살짝 바꾼 것이다.


보통 주인공의 이름으로 제목을 정했겠지만. 이번 소설은 그 주인공이 유리왕과 대무신왕 이 두 명이라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 제목을 살짝 바꿔서 적었지.


‘스토리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특히 유리왕의 이야기를 조금 바꾸었지.


고구려, 특히 건국 초기의 기록이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유리왕은 생각보다 쓸 게 많은 캐릭터였다.


먼저 국어 교과서에 자주 나오던 황조가(黃鳥歌)도 있고, 선비족을 복속시켰으며, 짧은 기간 동안 중원을 지배했던 신나라와 전쟁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외교적으로 큰 실수를 해버려 아버지의 명령으로 자결한 해명태자가 그의 둘째 아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주몽 때부터 이어진 악연인 부여의 대소왕을 죽인 대무신왕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소설 주인공으로 쓰기 좋은 캐릭터였다. 문제는 그대로 썼다가는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었지.


왕으로서 위엄을 보이기도 모자란 재위 초기 시절에 여자 문제로 엉엉 울고, 그랬는데 또 전쟁에서는 이기고, 근데 아들은 또 잘못 키워서 자살시킨다?


역사책처럼 그대로 썼다가는 소설을 뭐 이따위로 쓰냐며 욕먹겠지. 캐릭터성이 일정하지도 않고 장르도 계속 변해버리니까.


그래서 시간대를 좀 바꾸었다. 황조가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그 대신 선비족과의 전쟁을 재위 초기로 앞당겼다.


또한 사극처럼 오리지널 스토리도 중간중간 넣으며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였지.


예를 들면 해명태자의 형인 도절태자가 있다.

사인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이쪽도 동생처럼 자살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 당시 여전히 고구려보다 강했던 부여가 고구려에게 태자였던 도절을 인질로 보내라고 요구했는데, 도절이 거부해 가지 않았다고.


이에 분노한 부여가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했으나. 다행히 폭설이 내려 패배하고 돌아가야 했다.


어쨌든 이기긴 했지만 고구려는 정말 큰일날 뻔했다. 부여는 여전히 주변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으니까.


그걸 알았는지 도절도 나라를 위기에 빠트린 책임을 지고 자살했다고 추정되었다.


난 이런 도절태자를 유리왕의 부인이자, 다른 부인의 괴롭힘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치희의 아들로 설정했다.


치희는 친정으로 돌아갔지만, 그 후 태어나 그 존재를 나중에 알게 된 유리왕에 의해 왕실의 일원이 되는 걸로.


여기까지는 유리왕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

유리왕처럼 나중에 재회하게 된 아버지와 아들. 주몽 생각도 나고 좋잖아?


하지만 아버지인 유리왕과는 다른 착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설정했다.

때문에 첫째라 왕태자가 되었으나 나라를 잘 이끌 수는 있을지 걱정되는 캐릭터로.


그러나 그런 성격 덕분에 배다른 동생인 어린 무휼은 자신의 이복형을 잘 따르고.


그리고 그런 형이 부여와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살한 후, 무휼은 부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가 이어질 내용들이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유리왕에서 대무신왕으로 넘어가는 거지.


‘이번 편도 잘 팔리면 좋겠네.’


그리고 얼마 후. 바람의 왕국 1권이 판매를 시작했다.


* * *


[왕은 인간이면 안 된다.]


늦은 밤. 유리왕자를 부른 주몽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아비를 잠시 바라보던 유리왕자가 물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인간처럼 행동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을 더 우선하지.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는다.]


하지만 왕은 그러면 안 된다며 나뭇가지처럼 메마른 손을 펼쳐 보였다.


[지금 내 손에 무엇이 있느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다. 수만이 넘는 고구려 백성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곤 손을 뒤집었다가 다시 되돌렸다.


[이렇게 손을 뒤집는 것만으로 수만이 죽고, 또 되돌리는 것으로 수만이 살아날 수 있다. 오직 왕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지.]

[......]

[그런데 이성이 아닌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면, 이 힘이 어떻게 쓰일 것 같으냐?]


아마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겠지.

이성적으로 행동해도 이끌기 힘든 게 바로 나라인데, 감정적으로 행동했다간 강대한 나라도 쉽게 무너질 것이었다.


[그렇기에 왕은 인간일 수가 없다. 모든 감정을 버리고 오로지 나라만을 위한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존재가 되어야 할 뿐이다.]

[...어렵습니다.]

[어렵겠지. 나도 아직 부족하니까.]


하지만 왕이 될 예정인 이상, 어려워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게 바로 왕이 평생 짊어져야 하는 의무라는 짐이니까.


그렇게 대화가 끝이 나고. 그날 새벽.


별이 떨어졌다.


-바람의 왕국 1권 중


* * *


바람의 왕국 발매 직후. 세간의 반응은 경악에 가까웠다.


“소설 시작부터 전작의 주인공을 죽인다고?”


“그것도 병으로? 그렇게 강했던 주몽이?”


“미친! 이래도 되는 거야?”


이전 작품의 주인공이 다음 작품에 등장하고 스토리가 이어지는 소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다음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전작이 죽는 소설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만약 다른 소설들이 그런 전재를 취했다면 욕을 먹었겠지.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그러나 바람의 왕국은 아니었다.


“개연성이 없는 건 아니지. 마법사도, 기사도 없는 세상이니까.”


“오러를 쓰는 기사가 아닌 이상 병에는 취약한 게 당연해.”


“거기다 치료 마법도 없으니 간단한 병 앞에서도 위험하겠지.”


마법사도, 기사도 없는 세상이다.


마법사가 있다면 치료 마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기사라면 오러로 강화된 육체로 병에 걸릴 일이 없겠지만.

주몽과 바람의 왕국 세계관에는 그런 게 없다.


등장인물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독자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니...”


“흐흐. 이거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걸?”


“제발! 제발 유리왕은 천수를 누리기를-!”


그동안 다른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이라니. 독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바람의 왕국 1권은 발매와 동시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 * *


...뭐지? 왜 내 책이 전생의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쓰고 드라마까지 나왔는데 완결이 안 나고 있는 소설처럼 된 거지?


주몽 때보다도 더 열렬한 관심에 난 당황스러웠다.


사실 한국에서는 주몽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게 유리왕과 대무신왕이다.


드라마가 주몽만큼 흥행한 것도 아니고, 건국왕만큼 인상이 강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니 그 둘의 이야기를 담은 바람의 왕국도 인기작의 후속작으로서 어느 정도 흥행만 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전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과 인기를 얻었다. 그것도 독특한 이유로.


“캐릭터들이 언제 죽을지 몰라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고?”


그 이유를 듣자 떠오른 게 바로 지구의 인기 있었던 소설 시리즈였다.


인기 있는 캐릭터들도, 주인공이라 생각한 캐릭터들도 모두 공평하게 다 죽어버리는 시리즈였지.


라이벌에게 패배하고 죽고, 또 잘 나가다가도 갑자기 죽는. 그런 소설이었다.


스토리 자체도 뛰어났지만. 등장인물들을 정말 그렇게 잘 죽이는 소설은 또 처음이라 나도 재미있게 읽었었지.


아니, 근데 그 작가 아저씨는 왜 후속작을 안 낸 거지?


계속 집필이 늦어져서 결국 엔딩도 못 읽고 죽었잖아!

용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은? 막장 가문에서 제일 정상인 난쟁이는? 어떻게 되냐고!


안 그래도 드라마가 마지막에 개판 나서 책이 더 절실했단 말이야!!!


쩝... 지금 생각하니까 또 궁금해지네.


어쨌든 그 소설의 포지션을 이 세상에서는 내 소설이 차지하게 되었다.

책 초반부부터 전작의 주인공인 주몽을 죽이면서 말이지.


덕분에 사람들은 흡입력이 있다며 더 좋아했다.


신과 마나가 없는 세계관이란 장르 개척에 이어, 또 다른 새로운 장르라며.


“원래 병 걸려서 죽었는데...”


그런 의도 따위는 하나도 없었던 나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지만.


“뭐, 독자들이 좋아하면 좋은 거겠지?”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며 이어질 2권 집필에 들어갔다.


읽는 동안 심장이 쫄깃쫄깃해져서 좋다면. 앞으로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될거라 생각하며.


집필 속도는 빨랐다. 다 아는 내용이기에 스토리가 이미 다 만들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2권 발매는 예상보다 늦어지게 되었다.


“마리오 왕국에서... 절 찾는다고요?”


갑작스런 출장 때문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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