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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겐어겐 님의 서재입니다.

한국사로 천재 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어겐어겐
작품등록일 :
2022.06.20 15:09
최근연재일 :
2022.07.22 17: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5,054
추천수 :
372
글자수 :
144,802

작성
22.07.04 17:00
조회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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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황희가 될 순 없다

DUMMY

‘...아씨. 그냥 입 다물걸.’


부끄러워 죽겠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르티안 후작이라니.


무력은 물론이고, 지략 또한 뛰어나기로 유명한 파르티안 후작이다.


그런 그의 앞에서 새로운 방어 전략을 운운했다니.

이순신 장군 앞에서 수전(水戰)이 어떻고 운운한 꼴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폐하. 일전에 제가 물으신, 마리오 왕국의 새로운 방어 전략을 찾았습니다.”

“정말이오!”


그러자 죽어가던 딜런 왕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때 딜런 왕은 새로운 방어 전략을 찾고 있었다.


기존의 중갑기병대를 이용한 전략이 적에게 간파당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놈들은 준비했다는 듯이 장창으로 기병대를 막았으니까.


그렇기에 적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새로운 방어 전략을 찾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르티안 후작이 계책을 들고 왔다.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그게 무엇이오!”

“산에 성을 쌓는 방어 전략입니다. 이 청년이 낸 계책이죠.”


파르티안 후작이 내 등을 떠밀며 말했다.


나를 본 딜런 왕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 청년은 누구요?”

“예. 그러니까...”


그리곤 파르티안 후작도 고개를 갸웃했다.


“자네가 누구였지?”

“...루카스 카심이라고 합니다. 서머스 왕국에서 왔습니다.”


일찍도 물어본다.


하지만 내 이름을 듣는 순간. 파르티안 후작을 포함해 회의장에 있던 몇 명의 눈이 커졌다.


“...루카스 카심?”


파르티안 후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생각보다 어리군.”

“...감사합니다?”


어리다는 게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영혼의 나이를 따지면 마흔에 가까우니 어려 보인다는 말이 칭찬이 맞긴 했다.


우리가 서로를 보며 눈을 꿈뻑거리는 사이. 내 이름을 들은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루카스 카심? 그게 누구더라? 들어봤는데.”

“저번에 들어봤잖아. 서머스 왕국에서 혼자 전황을 다 예측하고 다 맞춰버린 그 천재.”

“설마 그 작가?”


...뭐지. 왜 다들 날 알고 있지?


이내 난 그날 연합 회의 때 있었던 일들을 다른 연합국들도 다 들었음을 기억했다.


전화기나 다름없는 수정구가 계속 켜져 있는 상태였으니. 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겠지.


그리고 그렇게 날 알게 된 사람들이 날 보고 난 반응은 하나였다.


“생각보다 어린데?”


무시가 아닌 정말 놀라서 나온 말이었다.


뭘 예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이 예상한 나와 실제 내가 많이 달랐나 보았다.


날 부른 장본인인 딜런 왕 또한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어... 저런 젊은 청년이...”


놀라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씁쓸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표정을 한 딜런 왕이 파르티안 후작에게 물었다.


“저 청년이 제안한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겠소.”

“예. 말했듯이 산성을 쌓는 방식으로 적의 진군을 방해하고 시간을-”


파르티안 후작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설명이 이어질수록, 한 번이라도 싸워본 적이 있는 기사들의 눈이 커졌다.


“-이상입니다.”

“...허어.”


설명을 다 들은 딜런 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성으로 적의 시선을 돌리거나 진군을 방해하고, 아군은 전력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번다라...

그리고 산맥 자체를 거대한 성벽으로 만든다...”

“확실히 괜찮은 방법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겠지만. 차후 저희 왕국에 큰 도움이 될 전략 같습니다.”


전쟁과는 거리가 먼 대신들은 물론이고. 전투 경험이 있는 기사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감탄했다.


그들도 이 방어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바로 알아챈 것이다.


“좋소!”


이전과 달리 생기가 돌기 시작한 눈을 한 채 딜런 왕이 소리쳤다.


“경들은 루카스 작가의 제안에 따라 새로운 방어 전략을 만드시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도록 하시오!”

“예! 폐하!”


회의장에 있던 모두가 힘차게 외쳤다.


“...저기요? 왜 아무도 의심 안 하고 찬성하는 건데요?”


갑작스런 결정에 당황한 나만 빼고.


이 양반들이 미쳤나. 군대도 가본 적 없는 내가 낸 의견을 그냥 받아들인다고? 님들 도르신?


이들 중 몇 명은 내 인신공격(?)도 하면서 반대하고, 몇 명은 중립 박고 일단 생각해보자 하고, 극소수만이 찬성하는 게 클리셰, 아니 정상 아냐?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찬성했으니까.”


내가 당황하자 파르티안 후작이 웃으며 말했다.


“10년 전 대전쟁 때 선두에 서서 싸우며 연합의 승리를 이끈 나라네! 그런 내가 찬성했으니 다들 당연히 찬성한 것이지!”

“그, 그런가요...”

“그런 내가 자네를 인정한 것이니 다른 사람들도 빨리 받아들인 것이지! 그건 그렇고. 내 부관 될 생각 없나! 똑똑하니 부려 먹기 딱 좋겠군!”

“......”


정정한다.


파르티안 후작은 절대 이순신 장군이 아니다.


그것보단 미국산 중세 광전사, 패튼 장군에 더 가까운 것 같다.


* * *


“허 참. 진행 속도 한번 빠르네.”


며칠 후. 마리오 왕국 국경에 있는 산맥 전반에 걸쳐 대공사가 시작됐다.


내 아이디어를 며칠 밤낮을 걸쳐 보완하고,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을 고치고 난 직후 바로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적들이 침입 경로로 자주 사용하는 길목 주변의 위치가 좋은 산들을 찾고, 나무들을 베고 땅을 고르며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지구에는 없는 마법사와 기사란 존재들 덕분이었다.


기사의 경우 자연 에너지인 마나를 체내에서 가공한 오러를 통해 초인적인 힘을 낸다.

무거운 바위를 번쩍 드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일 정도지.


그들이 나서자 거목이 한 방에 넘어가고, 무거운 자제도 순식간에 정상까지 옮겨졌다.

또한 마법사들도 함께 움직이며 산성의 단점을 보완했다.


산성은 물과 식량이 떨어지면 치명적이란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치장물자가 중요한데, 마법사들이 나서자 이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었다.


마법으로 메마른 땅에 맑은 물이 나오는 우물을 만들고, 겉으로 보기엔 원룸 크기이지만 내부는 수백 배나 큰 아공간 창고까지 설치했다.


제일 중요한 식수와 식량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그들의 마법 앞에서는 어려운 일들도 쉽게 해결됐다.


그렇다고 쉬운 건 아니지만.

우물은 그렇다 쳐도, 아공간 창고는 결코 싼 게 아니었다.


그걸 만든다고 수백이 넘는 마법사들이 다들 밤을 새워가며 고생했지.


그런 그들의 노력 덕분에 산성이 포위돼도 몇 년은 버틸 수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만들어질 거라고.


“그런 고급 인력들까지 나설 줄이야.”


사실 원래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긴 했다. 기사와 마법사가 이런 단순 노동에 가까운 일들을 하다니.


그들은 고급 인력인 만큼 그런 일에 쓰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뒷짐을 지고 있다간 나라가 망할 정도로.

그들도 그걸 알기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었다.


그것도 마리오 왕국만이 아니라 연합군 전체가 말이다.

그렇다 보니 작업 속도가 빠른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이렇게 빠를 줄 몰랐던 나는 당황스러울 뿐이었지만.


“이러다 1년 안에 다 짓겠는데?”


기초 작업만 해도 최소 몇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 속도라면 일주일 정도 지나면 기초 공사는 끝나겠다.


하지만 산성을 짓는 사람들만 바쁜 건 아니었다.


‘루카스 작가. 이건 어떤가?’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루카스 작가! 이 문제를 함께-!’


나 또한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기 바빴다.


뭐, 그냥 평범한 사람이 날 불렀다면 그리 바쁜 일은 아니었겠지.


문제는 날 부른 사람이 연합군 지휘관인 파르티안 후작이란 점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나를 불러 전략과 전술에 대해 토의해 보자며 부른다고 생각해봐라. 그것도 전생에서도 군대에 간 적이 없는 나를.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다. 내 대답을 기다릴 때마다 파르티안 후작이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라 더욱.


‘이 정도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


-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부담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보아하니 이번 일로 내가 마음에 들었나 본데. 난 그렇게 기쁘지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난 진땀을 흘러야 했거든.


‘제, 제 생각에는-’


전쟁 영웅이 물어보니 뭐라도 대답해야 할 텐데. 제대로 답하지 못하거나 틀리면 망신이다.


그래서 전생에 인터넷과 소설, 영화들에서 본 정보들을 토대로 답을 만들어야 했다.


‘호오. 그런 방법이.’


다행히 꽤 마음에 드는 답이었는지 파르티안 후작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로 인해 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 버렸다는 문제가 생겼지만.


“이젠 아예 내게 업무까지 맡기려 하고 있어...”


얼마 전. 모두가 산성 건설로 바쁠 때 파르티안 후작이 날 불렀다.


‘지금 손이 부족해서 그런데. 이것 좀 해줄 수 있겠나?’


그러면서 나한테 산성 건설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부탁했다.

분명 그건 자신의 부관들에게 시킬 법한 업무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다들 바쁜 상황이긴 했다.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나 뿐이기도 했고.


그래서 했다. 전쟁 영웅의 부탁인데, 별생각 없이 그냥 했다. 하지만 이때 큰 실수를 해버렸다.


‘음? 이건 뭔가?’

‘아. 보기 편하라고 만든 겁니다’


지구에서 쓰던 보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도표와 그래프들을 만든 것이었다.


자료들을 다 글로 빽빽하게 쓰려니 손도 아프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지구에서 자주 쓰는 도표와 그래프를 만들었는데... 그게 이 세상에는 없던 것이란 걸 깜빡했다.


‘호오... 이거 괜찮군.’


맛있는 먹잇감을 찾은 맹수처럼 눈을 반짝이는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때 난 깨달았다. 파르티안 후작인 날 자신의 부관으로 점찍었다고. 그리고 날 ‘황희’하고자 한다고.


뭐, 다른 평범한 집단이었으면 바로 주변의 질투에 불가능했겠지.


아무런 관직도, 작위도 없는, 그것도 아나이스 제국 사람도 아닌 놈이 부관이 된다? 낙하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변에서 당연히 반대를 하고 난 계속 자유로웠겠지.


문제는 파르티안 후작 밑에 있는 사람들도 정상은 아니란 점이었다.


‘신입! 신입!’

‘만세! 드디어 신입이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


연합군 지휘관이기도 한 파르티안 후작 밑에서 업무 과다로 고생하고 있던 장교들은 오히려 날 반겼다.


제국 제3군단만 관리하는 평시라면 모를까. 연합군이 모이면 업무 또한 수십 배로 늘어난다.

그런 상황이니 인재 한 명 한 명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니 굴러들어온 돌 꼴일 나도 반겼고.


이때 난 직감했다.


이거 어어 거리다간 황희 정승이나 키드미어 공작 꼴이 날 거라고.


“안돼. 난 여기서 빠져 나가야 되겠어.”


서머스 왕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건 아니다. 그랬다간 작위 승급도 물 건너 갈 테니까.


“내 일이 바쁘다고 하면 뭐 어쩌겠어!”


바람의 왕국 2권 집필 재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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