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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연재수 :
5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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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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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83,659

작성
23.12.1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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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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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86. 물밑에서 움직이는 잔잔한 폭풍

DUMMY

처음이다.

“ 자~! 큐! “

지금까지 했던 우주여행 중에서 이렇게까지 바쁜 우주여행은 처음이다.

“ 어~ 안녕하세요. 212번째 인사드.. “

“ NG!! 땡땡!! 틀렸어! 앞에 어~ 가 왜 들어가는 거야?! 꽃밭인 거 자랑하는 거야?! “

“ 아.. 미.. 미.. 미안해요..! “

우주에서 서로 말 편하게 하자고 했었는데도 저렇게 의자에 앉아 선글라스라는 이상한 검은 안경을 끼고 다리를 꼬며 소리 지르고 있는 춘향을 향해서는 자연스럽게 존댓말이 나오는 다르시였다.

“ 연속으로 열세 번을 촬영하니까 애가 지치지. 조금은 쉬었다가 해라 쫌. “

피렌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조명을 꺼버리고 춘향은 입이 삐죽 나오면서도 그 말에 따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람들 반응은 어때? “

장비를 정리하는 피렌에게서 눈을 떼고 옆에서 정보망을 관리하는 윌리가 이리저리 케트라시움을 조작해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해 통계를 낸다.

“ 음.. 확실히 대규모 전쟁 관련이라 그런지 점점 퍼지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어.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아 이거네. 다르시가 중간에 혀 깨물어서 당황하다 의자에서 넘어지는 거. “

“ 그.. 그거 안 올리기로 했었잖아...!? “

평화의 주시자라 불리는 다르시가 평소 행성에서 봤을 때처럼 엉뚱한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다른 영상들에 비해서 더 잘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물론 춘향은 그럴 거란 걸 예측하고 안 올린다고 했던 영상을 올린 것이지만 말이다.

“ 다음엔 좀 웃긴 거로 찍어볼까..? 아니면 자극적인 거..?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려나..? “

“ ..점점 최초 의도를 벗어나고 있어. “

앨리스의 말대로 의도를 벗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앨리스도 조금은 즐거워하는 느낌이었다.

하긴.. 지구에서도 개인방송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춘향과 앨리스는 이런 재밌는 구경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 큭큭.. 앨리스 너가 여기에 왔다는 건 아직 안전한가 보네? “

물론 지금은 우주를 여행 중이고 다르시의 영상들은 전부 진화의 인도자. 특히나 레이브에게 도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언제나 긴장하고, 적들이 온다면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상대는..? “

“ 여전히 반응 없어. 너무 고요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야. “

흐음.. 정말 많은 영상을 찍어서 올렸는데도 조용하다라..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영상을 바짝 찍어서 다다다 올려버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더욱 수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 어차피 상대가 반응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똑같아. 이대로 영원히 반응 없어도 결국 우리 세력만 늘어날 뿐이니까. “

진짜 그렇기만 하면 상관없기는 한데..

“ 어차피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도 모이지는 않았을걸?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 굳이 왜 나서서 싸우려고 하겠어? 이거 봐봐! 보고받은 두 곳에서도 많아봤자 34명.. 52명.. 이것밖에 안 돼! “

으음.. 그것도 그런가.

지금까지 수많은 영상을 만들면서 꼭 포함했던 말이 있었다.

함께 싸울 사람들은 특정 좌표에 해당하는 행성으로 모일 것.

단체라면 대리인을 사용해도 상관없으며, 함께 싸우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관해도 된다는 것.

안 그래도 자유로운 조건에 어차피 정보망을 통해서 좌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부 알려질 테니 굳이 위험한 곳에 직접 나서는 사람은 극히 드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 86명의 사람 중에서도 정보상이 있을 테니 네이렌과 다르시의 뜻이 퍼지는 건 순식간이라지만 이쯤에 상대가 반응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 일단 우리도 좌표 하나를 골라서 직접 가보자. 상황을 보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듯싶어. “

솔직히 이 말에는 네이렌의 불안함을 조금은 덜어내고 싶은 마음도 들어있었다.

그리고 아리나의 그런 의도를 알아챈 모두는 고개를 끄덕인다.








“ 으음.. “

우주를 주시하고 내려온 다르시가 조금 피곤한 듯이 머리를 붙잡는다.

“ 괜찮아? 미안해. 요즘 조금 무리했지? 춘향 그 녀석이 자꾸 일을 시켜서... 어휴.. 내가 한번 혼내야겠어..! “

“ 아냐아냐 괜찮아 아리나! 나 건강해! “

머리를 붙잡은 손을 떼지 않으면서 말하면 신빙성이 매우 낮은데 말이지.

“ 그보다 문제가 있어 아리나. “

“ 응? “

“ 우리가 가려는 좌표 근처에 소형 고래가 한 마리 있는데.. “

고래라..

어차피 이 근처에 있다면 성운 추적자들이 알아서 잡을 테고 딱히 행성을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싶은데..

“ 처리하고 가자는 거야? “

“ 그러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 수상하게 행성이랑 붙어있는데 주위에 성운 추적자가 하나도 없어. 물론 행성으로 향하지는 않겠지만... “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건가.

그럴 수 있다.

고래는 은하의 중심부로부터 나오고 있고

그 은하의 중심부와 레이브는 깊은 연관이 있다.

그냥 우연히 떠도는 고래라고 한다고 해도 찝찝한 것은 제거하고 가는 것이 맞겠지.

“ 알았어. 모두에게 전달할 테니까.. 너는 들어가서 조금 쉴래? “

어차피 전투에 다르시가 나서는 일도 없으니..

이러는 편이 맞을 것이다.

소형 고래라면 다들 손 풀기도 좋으니까.






“ 왼쪽! 왼쪽! “

중형 고래를 사냥하는 경험도 많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셋이서 고래 셋을 상대로 싸워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

특히나 라티안, 피렌, 아리나의 지휘가 너무나도 뛰어났으며, 그 움직임에 맞춰 알비스도 자연스럽게 함선을 인도하고 있었다.

“ 아직 한발도 안 맞기는 했는데.. 어떻게 할까? “

“” 전환하자!! ““

솔직히 이대로 성운 밖까지 끌고 나가며 전투를 펼쳐도 단 한발도 맞지 않고 전투를 끝낼 자신은 있었지만, 시간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저 전투에 몸이 근질근질한 춘향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으리라 생각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라티안까지도 저렇게 말할 줄 몰랐다.

“ 그래 갔다 와. 앨리스랑.. 미야도 데리고 가. “

근접 전투를 주로 하며, 자신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구성한 조합.

거기다 보험으로 앨리스까지 붙여두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뭔가 앞마당에 놀러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소형 고래니까 뭐... .. .. 음 뭐.. 응.

“ 갔다 올게!! 미야!! 가자!! “

“ 네!! “



라티안, 미야, 춘향, 앨리스가 우주로 뛰어오르고

고래의 등에, 옆면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각자의 무기를 꺼내 고래를 갈라내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앨리스는 함선의 위치를 바라보고 고래의 포대와 이어져 있는 케트라시움을 파괴하고 있으며

라티안은 역시나 라티안답게 검을 고래의 몸에 찔러 넣고 이리저리 달려버리고 있었다.

...그걸 미야가 따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그것도 도움이 되니까.

“ 킥..! 나도 저렇게 생각 없이 다 부숴버릴까나?! 저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

물론 서로의 슈트에서 생성한 공기층이 이어져 있지 않았기에 춘향의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춘향은 멋대로 물어보고 허락을 구했다고 생각해 거대한 낫을 만들고 고래의 몸에 냅다 찍어버렸다.

“ 응? “

뭐 거대한 낫을 내려찍는 거기도 하고?

이 고래라는 자식은 핵에 담긴 에너지를 충분히 소모하기 전까지는 재생하니까 말이지?

그래서 일부러 라티안이 갈라놓은 균열로 편하게 꽂아 넣고 달리려고 일부러 갈라진 곳을 찍었는데..

무언가..

낫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달랐다.

기계 부품들을 깨부순 느낌의 끝에 어딘가..

유리를 깨는듯한 느낌..?

안쪽이 비어있는 느낌....??

아니..

살점이.. 찍힌 느낌....??

“ 뭐지..? “

춘향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 그대로 낫을 힘차게 들어 올려보았다.

-까드득.. 까득..! 팍..!

발밑의 고철들이 뜯어지며 톱니바퀴 잔해와 철판잔해들이 우주로 날아가고

거대한 검은 낫이 하늘로 솟구치며

그 낫의 끝에는 한 사람의 팔이 매달려 있었다.

“ ..앨리스.. 앨리스! 야!! 와봐 빨리!! “

아 맞다 우주지.

춘향은 급하게 다리를 가속해 앨리스를 찾아 붙잡고 낫의 끝을

끝에 매달린 사람의 팔을 보여준다.

“ ...응? “

“ 고래 안에 사람이 있어!! 붉은 눈인지 아닌지는 몰라! 일단 빨리 확인해봐야 해! 읏..! “

고래 등에 올라타고 꽤 시간이 지났는지

아니면 라티안과 미야가 너무 신나게 베어내고 있기 때문인지

벌써 소형 고래는 근접한 적에게 반응해 체내에서 칼날을 만들어 공격을 시도했다.

아슬하게 발끝이 베이는 선으로 칼날 하나를 피한 춘향이 발로 칼날의 옆부분을 걷어차 부러뜨리고 앨리스와 함께 이동한다.

“ 여기!! 여기였어!! 기다려봐 뚫어줄게!! “

춘향이 낫을 꺼내고 이번엔 깊숙하게 찔러넣는 것이 아닌 겉부터 갈아버리며 점점 고래의 살을 파먹는다.

지금까지 계속 공격을 잘해온 탓인지 고래의 등은 쉽게 재생하지 않았고

춘향의 낫이 충분히 갉아먹고 나자 고래의 사이로 액체가 우주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 엥? 물? “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의 물..

이거..

진화의 중추에서 보았던 시험관의 물 아닌가..?

“ 앨리스. 이거 살릴 수 있어? “

앨리스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렇겠지.

우주에서 사람의 육체를 다시 만들고 호흡을 하게 만들었다간 호흡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며,

산소를 억지로 집어넣어봤자 우주로 빨려 나가면서 몸이 터져버릴 것이다.

“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지..! “

어차피 고래는 지금 신나게 부숴버리고 있는 라티안과 미야가 곧 마무리 지을 것이다.

춘향은 그대로 작은 낫 두 개를 만들어 고래의 몸속으로 들어가 조금씩

아주 세밀하게 깎아내며 거대한 시험관 자체를 꺼낸다.

“ ...몇 명이야? “

“ 몰라! 파도 파도 끝도 없이 나오네! 앨리스! 던져버려! “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춘향이 던져버려서 우주로 튀어 나가버릴 뻔한 거대한 시험관을 꽃잎으로 감싼다.

그리고 그대로 함선 방향으로 던진다.







“ 벌써 오나..? “

아니..

벌써 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가 날아온다.

“ 뭔가를 앨리스가 던지는데? 거대한 수조 같은.. .. 사람..? 음? “

피렌이 스코프로 확인해보고는 있지만

도대체 앨리스가 던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피할까 말까 고민하던 피렌과 아리나는 앨리스가 괜히 이쪽을 향해 던질 리가 없다고 판단해 그 무언가를 받아보기로 했다.

-슈우우우우우.... 콰쾅!!!!!!

“ 앗..! “

어..

그냥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 떨어지는 무언가가 깨지는 것인지는 전혀 몰랐다.

그렇게 갑판 위에 떨어진 시험관들은 역시나 그대로 깨져버리고

그 안의 수상한 액체와 함께 시체가 갑판에 나뒹굴게 되어버렸다.

“ 뭐.. 뭐야... 사람..? “

“ 이미 죽어있어. 이게 무슨..? “

피렌이 당황하며 우주를 바라보고

계속 떨어지고 있는 시험관이 깨지지 않도록 함선의 공기를 조작해 최대한 저항을 만들어 속도를 늦춘다.

“ 카린!! 아디나!! “

그렇게 카린과 아디나가 떨어지는 시험관을 안전하게 갑판 위에 올려두기를 반복하고

더이상 우주에서 날아오는 게 없을 때쯤 고래의 사냥도 끝이 난듯하다.

“ ..대체 이건 뭘까..? “

“ 누구지..? 손에 표식도 없는 걸 보면 진화의 인도자도 아니고.. “

문득 든 생각이 있기는 했지만..

굳이 입 밖에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아.. 아아... 아 렌제님..? “

“ ..이게 무슨.. 다 뭐야 이게? “

아리나와 피렌이 뒤를 돌아보자 전투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윌리와 다르시가 갑판 위로 나왔다가 깜짝 놀란다.

특히나 다르시는..

시험관 앞까지 힘없이 걸어와 손을 대본다.

다르시가 앞에 있는데도 시험관 안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마치 시체처럼

마치 모형처럼

“ ..이분들은... 이 근처 행성에서 살고 계신 분들이에요.. “

아무래도 문득 들었던 좋지 않은 생각은 현실인듯하다.

이 사람들은 네이렌이 전달한 좌표로 가던 사람들이며

우주를 날아오던 도중 고래의 습격으로 붙잡히고

이렇게 갇힌 채로 은하의 중심부로 옮겨져 붉은 눈이 된다.

“ ...레이브... 조용히 이런 짓을 꾸미고 있던 거냐....! “


작가의말

원래 이득보는 사람들은 대대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용해 뒤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사람들이지 ㅇㅇ...

무서웡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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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388. 제3자의 시선 23.12.13 240 0 12쪽
396 387. 거짓으로 덮는 진실 23.12.12 242 0 12쪽
» 386. 물밑에서 움직이는 잔잔한 폭풍 23.12.11 242 0 13쪽
394 385. 공론화 23.12.11 241 0 12쪽
393 384.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 23.12.10 243 0 15쪽
392 383. 그 누구도 죽지 않기를 23.12.09 243 0 13쪽
391 382. 과부하 23.12.09 243 0 15쪽
390 381. 절대 풀리지 않을 오해 23.12.08 242 0 12쪽
389 380. 푸른 밤 23.12.08 241 0 13쪽
388 379. 허물없는 사람 23.12.07 242 0 13쪽
387 378. 증거 있습니까 23.12.06 244 0 13쪽
386 377. 왜 살아있지 23.12.06 24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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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65. 새로운 연계 23.11.25 24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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