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887
추천수 :
24
글자수 :
252,035

작성
22.08.15 22:00
조회
26
추천
1
글자
10쪽

20. 백발의 몽상가

DUMMY

"이방인 정신이 드나?"


그의 앞에 다가온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그에게 말했다.


"여기가... 어디요?"


세르쥬는 그에게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될때로 돼라.."세르쥬는 그만 들을 수 있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여긴 메데스비 홀스작센이요. 안심하세요."


30대 남성과 함께 들어온 노인이 대답했다.


"메데스비 홀스작센 이라면, 북부 왕국에 속한 곳인가요?"


"예 아직은 북부왕국의 영토에 해당하죠. 언제 누가 점령할지 모르지만요."


노인은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30대 남성은 "허!"라며 기가 찬다는 듯이 짧게 내뱉었다.


"이봐 당신 우리가 당신을 저 사막에서 건져내서 살려준 거야 알아?"


언짢아하던 남성은 노인의 앞에서더니 그에게 말했다.


"이제 알았으면 통성명하고 고맙다고 해야 할 것 아니야."


"그만그만 괜찮네, 이방인 당신은 우리가 구해주긴 했기만 바라는 것은 없었으니 가고 싶은 대로 가도 되네."


내색하고 있지 않았지만 노인 또한 그가 언짢았다.


노인의 눈에는 제국주의적인 관념을 지니고 있는, 후견 주의적 입장에서 북부왕국의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흔한 중앙제국의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제 이름은 레이븐입니다."


그는 그런 노인의 마음을 알진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보이고자 했다.


"북부왕국의.. 그 수도로 가려고 하던 도중에 샌트리 별자리에 눈이 팔려 모래폭풍이 온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그다음은 여러분이 더 잘 알겠군요. 죄송합니다 힘드셨을 텐데."


"괜찮네 자네 몸은 생각보다 가벼워서 말이지. 그리고 수고비로 꼬마 배낭에 들어있는 양피지랑 비단 몇 장을 가져갔네, 말 안 하고 가져가서 미안하네."


"역시 가방이 가볍더니 당신들이었군요?"


세르쥬는 아까부터 가방을 뒤지고 있었던 것이 그가 분명 가지고 다니던 귀중품 몇몇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괜찮다는 듯이 손짓했다.


"그게다 얼만지 알기나 해요?"


"너랑 내 목숨값보다는 싸겠지."


"당신이나 나 같은 노예 둘을 사고도 남을 만큼 비싼 거라고요."


"우린 자유민이야."


"그렇다면 더욱 싸겠네요. 몸값 말이에요,"


세르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세르쥬를 째려보았다.


"누리압어를 하는 외국인이 두 명이라니 이것 참 운 좋은 날이구먼, 그런데 귀한 두 분이 어쩐 일로 누추한 북부왕국으로 행차하셨는가?"



"몽상가들을 만나려고 왔습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노인의 눈이 위로 치켜떠지더니 환하게 얼굴빛이 변했다.


"마침 우리 마을에도 몽상가 한 분이 있는데 만나보겠는가?"


"오 정말 그렇다면 나야 좋죠."


그와 노인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30대 남성은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촌장님? 왜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살갑게 대하는 거죠? 그리고 누리압 어를 하는 역겨운 놈들이잖아요."


30대 남자가 노인을 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촌장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곤 말했다.


"누리압어를 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중앙제국 놈들을 혐오하는 이유가 우리는 적어도 그들 족속과는 다르기 때문이지, 그들과 마찬가지의 족속이기 때문이 아니야."


"참으로 꼬인 대답이군요 촌장님."


"스벤, 오랜 여행으로 지쳐 힘들어서 그런데 여기 이 레이븐과 함께 온 남자아이를 나 대신 몽상가 선생에게 데려다주렴. 두 번 요청하지 않겠네."


그 남성의 이름은 스벤 이었고 그정도 말을 들은 스벤은 그와 세르쥬에게 따라오라는 몸짓을 했다.


"이번만입니다. 촌장님."


그렇게 말하고 다음 순간에도 무어라 투덜대는 스벤 이었다..


그와 세르쥬는 따라 나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들은 지금 그들이 첩첩산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온통 푸른 나무들과 식물들이 마을 안과 밖의 허전한 곳을 모두 뒤덮고 있었다.


사막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풀벌레와 매미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친한 척하려고 하지 말고, 따라와."


"알겠네 스벤."


그는 스벤에게 촌장의 말투를 따라 해 대답했다.


그는 스벤을 따라가던 도중 그들이 있었던 곳을 뒤돌아봤다. 뒤돌아본 곳에는 석재로 지어진 작지 않은 마을회관이 있었다. 투박하지만 튼튼하고 담박한 느낌을 주는 건물에 정감이 가는 외관이 돋보였다.


스벤이 어떤 주택에 다다르자 그와 세르쥬의 발길을 멈추었다.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 주택은 마법사나 돈 많은 귀족들이 만들 법한 별장 같은 것이었다.


그와 세르쥬의 짐작이 맞았는지 스벤은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잡는 시늉을 하더니 헛기침했다.


주택에서 열발자국 떨어져 있었지만, 스벤의 기침 소리를 들은 것인지, 그들의 인기척을 읽은 것인지 주택 안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려있으니 들어오시오."


그 목소리는 방금 꿈에서 깬 것같이 침울하게 잠겨있는 목소리였다.


스벤이 현관 문고리를 잡자 그대로 밀려져서 열렸다. 집안에서부터 들린 목소리가 말한 것처럼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스벤은 익숙하다는 듯이 주택 안으로 들어가 주택 주인에게 인사했다.


그와 세르쥬는 스벤을 따라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요즘 노모께서 잠을 잘 못 잔다고 들었네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없으나 만약 밤중 자는 동시에 거동한다면 그때는 나에게 데려오게"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파우스트에게 안부 전해주게 스벤."


"예 아인슐츠씨"


스벤은 안에서부터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에게 인사를 하곤 주택 밖으로 나왔다. 그와 세르쥬에게 안으로 들어가 보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벤은 그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집안은 온통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 천지였다. 마룻바닥도 마호가니 나무였고, 나무 문도 마호가니였고, 식탁과 책상 벽 곳곳에 놓여있는 책장도 마호가니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또한 마호가니로 만들어졌다.


그와 세르쥬가 저택에 들어갔을 때 현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인슐츠를 발견했다.


푹신해 보이는 의자의 나무 부분 역시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일부로 염색하기라도 한 것처럼 완벽한 흰색 머리카락이 길게 나 있었고 은색으로 된 머리 끈으로 묶여 말총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스벤과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맞는지 그는 잠깐 헷갈려 했다. 가끔 눈이 떠졌을 때는 푸른빛의 눈동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인슐츠.. 씨? 제 이름은."


"레이브누스 겠지 흠... 진정으로 그 이름을 쓰고 싶지 않은 것 나도 알아. 옆에는 세르쥬겠지. 어리지만 총명한 영혼."


슐츠의 목소리는 인자했지만, 자신만의 세계에서 말하는 듯한 흐름이었다.


"스벤이 알려준 건가요? 저랑 세르쥬의 이름은 어떻게?"


"알았냐고? 난 자네들이 북부왕국의 대지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나를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방금 올 것이 온 거야. 실제로 자네들이 내 집에 들어온 거지."


"그럼 제가 왜 당신을 찾았는지도 아시겠네요 아인슐츠씨?"


"왜 그리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구먼. 내가 자네 머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리고 내 이름은 아인슐레즈비히 네, 아인슐레즈비히 위트 겐 슈타인 이지. 다들 줄여서 아인 슐츠 라고 부르긴 하는데 기왕 줄여서 부르고 싶으면 그냥 슐츠라고 부르게. 아인슐츠는 줄이다 만 것 같아."


슐츠는 은색 머리 끈을 풀고 찬찬히 훑어가며 순백의 머리카락을 다시 묶었다. 그 모습이 마치 털을 고르는 백조의 모습과 유사했다.


"알겠습니다. 슐츠 씨."


슐츠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앉아 있던 의자 바로 뒤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수정 구슬과 옥으로 된 주전자를 양손으로 들고 가져왔다.


슐츠는 그와의 사이에 놓여있는 마호가니로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책상 위에 수정구슬과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양 손가락을 절반 정도 깍지를 끼고는 앉아 숨을 골랐다.


"이상하군 다들 이쯤이면 입을 열고 궁금한 것들을 솔직하게 고하는 데 말이야. 미래를 알고 싶어서 나에게 온 것 아닌가? 여행자들은 가려는 지역의 기후를 항해사들은 바람과 파도의 기세를 때때로 영주나 왕들이 와서 흉작이나 풍작일지를 물어보기도 하네만... 말이 길었군. 왜 나에게 왔는지 말이나 해보게."


그는 슐츠와의 대화를 위해서라면 그냥 자기 할 말만 해야겠다 생각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에테르 때문에 왔습니다."


슐츠는 그의 말을 듣자 전혀 놀랍다거나 다시 생각해 보는 기미 없이 입을 열었다.


"진정으로 두서없는 그야말로 꼬리도 대가리도 몸통도 내장도 없는 말이로다. 에테르, 그래서 뭐 어쩌라고."


너무 많은 설명이 생략된 그의 말은 슐츠에게는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모종의 사건으로 그 에테르라는 것에 영향을 받아..."


"받아?"


"몸이 좀 이상해졌어요."


세르쥬가 끼어들어서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잿빛 까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스토리 아레나 동안은 연재가 힘들것 같습니다. 22.08.22 25 0 -
55 55. 잿빛 연옥 22.11.02 12 0 12쪽
54 54. 잿빛 연옥 22.10.31 18 0 12쪽
53 53. 잿빛 연옥 22.10.28 16 0 12쪽
52 52. 잿빛 연옥 22.10.26 23 0 12쪽
51 51. 흑색 지옥 22.10.24 25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4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1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3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5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