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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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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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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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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잿빛 연옥

DUMMY

“으윽..”



레이븐은 온몸이 죄악을 거부하는 신체였기 때문에 잿가루에 의해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얼마 안 가 레이븐은 다시 눈을 떴고, 온몸에 그 지겨운 잿가루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는 절망마저 느꼈다. 하지만 그의 찢어진 손등에서부터 나온 붉은 혈액을 보자, 레이븐의 몸 안을 순환하고 있는 혈액은 여타 다른 인간들의 피와 똑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붉고 맑은 혈액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이븐은 자신의 육체가 모든 경우에서 죄악을 거부하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조금 안심했다.


레이븐의 정신이 깨어있고, 말 또한 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걸을 수는 없었다.


슐츠는 그런 레이븐을 자신의 등에 업고 광장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레이븐은 노곤한 목소리로 슐츠에게 말했고, 슐츠는 대답한 것처럼 등에 업힌 그의 육체를 고쳐 업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광장에 다시 들어왔을 때 자신의 얼굴을 로브로 애매하게 가리고 있는 한 청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 누구요?”


청년은 슐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슐츠 일행을 쭉 둘러보고는 땅바닥에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하수인의 백골과 혈액으로 이루어진 웅덩이를 살펴보았다.


죄악을 떨어뜨리 고 있던 육신의 혈액인지, 하수인의 혈액인지 뭐라 말하기 힘든 그 웅덩이를 응시하고 있던 청년은 슐츠의 등에 업혀있는 레이븐 으로 눈을 돌리더니 그곳으로 시선을 멈추었다.


“당신들은..”


청년이 그렇게 묻자 슐츠 일행과 슐츠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청년이 지 하루의 하수인이라면 분명 슐츠가 지 하루를 제압하러 왔다는 것을 눈치챘을 텐데 이 앞에 서 있는 청년은 기묘하다는 표정만 보일 뿐이지 아무런 적대적인 의미로 해석될 분위기나 기류를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청년이 지 하루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 또한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우리는 지 하루의 오랜 친구입니다.”


이 이상으로 대답 않고 가만있으면 어색함이 그 흐름이 깨질 것 같은 시점까지 오자, 슐츠는 청년에게 어떻게든 대답했다.


“선생님의 친구분 이시라고요? 저.. 제가 잘 알 수 없어서 그런데. 성함이?”


청년이 되묻자 슐츠는 머릿속에서 오랜 친구의 이름을 떠올렸다.


“파비안 입니다. 여기 이 여성분은 카산드리아 님이시고요. 그 옆에 남자 꼬맹이는 세르쥬 입니다. 제 사촌인데 오늘 지 하루를 보는 김에 데리고 왔죠.”


청년은 처음은 그 어린 카산드리아의 아름다운 미모와 슐츠가 그녀를 존칭하는 데에 있어서 세르쥬와 확실히 대비되는 것에 있어서 놀랐지만 이내 카산드리아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리고는 그녀가 누군지 확실히 알고선 이해했다.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슐츠 등에 업혀 있는 레이븐에게 여전히 시선을 주고 있는 청년은 뼈 무더기와 붉게 고여있는 피 웅덩이가 수상쩍다는 듯이 다시 한번 눈길을 주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사제복 입으신분? 신부님처럼 보이긴 하는데 누구시죠? 교회 측이랑은 이제 연이 끊긴 것 같은데, 주교님이 변심이라도 하신 건가요?”


‘교회측이랑 연관관계가 있다고?’


슐츠는 지 하루가 어째서 아직 그 모든 멸망의 주연이면서, 이전부터 지금까지 악마학에 관심을 뒀는데도 불구하고 마녀로 몰리지 않았는지 어느 정도 퍼즐이 맞추어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니콜라이 신부라고 합니다. 흑색 성당에서 왔죠.”



레이븐은 슐츠가 몸을 들썩이며 그에게 말하라는 표시를 주자 슐츠의 등 뒤에서 피로에 찌든 목소리로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말했다.


청년은 레이븐의 대답을 듣더니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두 눈에 노여움을 비추더니 고개를 커다랗게 가로저었다.


“흑색성당에서 왜 신부가 또 왔을까요? 이미 말 다 끝나고 가신 거 아닙니까?”


그는 청년의 말 중 신부가 또 왔다는 것에서 최근 안젤라누스 신부가 몽상가를 만나려 헤센부르크로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안젤라누스가 왔으리라 생각했다.


청년은 레이븐이 흑색성당에서 왔다는 사실을 전하자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안젤라누스 신부님이 전번에 오지 않았나요? 그 신부님은 지금 세상이 위험하니 대신 저를 보내셨어요, 지 하루 선생과 할 말이 있다고 하셔서요.”



레이븐은 안젤라누스를 언급하고 나서 딱히 이렇다 할 반향이 청년에게서 느껴지지 않자, 넘겨 짚은 것이 맞았다는 실감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 더 하고 싶다는 거죠? 그렇게 말을 하고서 더 할 말이 남았다고요?”



“그건 지 하루 선생과 직접 전해야 해서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당신이 지 하루는 아니잖아요 그쵸?”


“아니지. 그놈이랑 닮긴 했는데 지 하루가 좀 더 못생겼어.”


카산드리아는 레이븐과 청년 사이의 말에 끼어들어 맞장구쳤다.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슐츠 일행 전부를 둘러보고는 두 걸음 정도 뒷걸음질쳤다.


“그래그래.. 이렇게 무더기로 우르르 여길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 이거죠? 그럼 백 보 양보해서, 접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당신들이 이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용건이 겹쳐서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다고 치죠.”


“안젤라누스 신부께서 이리로 들어오는 길을 제게 모두 일러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별 탈 없이 이곳 광장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레이븐은 청년의 말에 약간의 공백이 생기자 바로 치고 들어와 덧붙여 말했다.


“예 그래요, 뭐 여기까지 안젤라 신부의 지시로 들어왔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카산드리아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죠?”



“나 말하는 건가? 애송이?”


청년은 카산드리아를 보려면 아래로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그런 카산드리아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부른다는 것에서 어딘가 기괴했다.


“여기에 안개의 마녀가 당신 말고 또 있습니까?”



“거 새끼가 처음 보는 사람한 테 말이 심하네, 내가 지 하루 보러 왔지 널 보러 온 줄 알아?”

화난 카산드리아 편집한 화질 높은 버젼.png

카산드리아는 슐츠의 손을 뿌리치며 주변에 흐르는 에테르를 모으기 시작했다.


“잠시만! 카산드리아..”


슐츠는 카산드리아를 부르며 레이븐을 그대로 놓아 바닥에 떨구었다.


“으읔..”


레이븐은 차가운 회백색 돌 바닥에 복사뼈가 부딪히며 신음했다.


“저 핏덩어리 한 테 네 분노는 너무나 아까워.”


슐츠는 카산드리아가 모은 에테르의 흐름 안에서 그의 정신 속에서 나머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맞서야 할 더욱 큰 죄악이 있지 않은가? 카산드리아! 우리는 함께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해 잠시 참아주게! 우린 이 죄악에서 승리할 수 있네!’


“왜? 저 마녀는 분노조절에 장애라도 있는 건가? 꼴사납군.”


“누구나 역린은 있기 마련이네 젊은이! 그만 그녀를 자극하는 게 좋을 거야. 너는 외부의 침입자를 경계하는 것이 맡겨진 의무이지, 손님을 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맡은 게 아니지 않은가?


슐츠가 그렇게 말하자 청년은 잠시 슐츠의 그 말을 머릿속에서 다시 생각하고는 간지러워진 머리를 긁으며 카산드리아 에게 여전히 퉁명스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 미안하게 됐소이다.”


카산드리아는 청년의 그 성의 없는 말에 본체만체 하며 회색 벽돌 어딘가를 뚫어지라 응시하고만 있었다.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이번에는 슐츠가 먼저 말했다.


“그래서, 지 하루를 볼 수는 있는 건가? 언제까지 이 광장에 우리를 세워둘 셈인가?”


“아직 안됩니다. 수상쩍은 게 아직 남아 있거든요. 카산드리아.. 당신은 제가 예전에 들어서 압니다. 지 하루 선생이 짝사랑하던 분이었죠? 그건 그렇다 치고, 니콜라이 신부는 뭐.. 지 하루 님이랑 알아서 하십쇼.”


지하루가 안젤라 신부와 만났을 때 논쟁이 있었던 후로 마음이 상해 청년이 직접 그 심상을 달래느라 며칠 간 밤을 지새웠다. 지 하루는 청년에게 자기 합리화를 만족할 때 까지 몇 번이고, 동어반복으로 가득한 신세 한탄 아닌 한탄을 털어놓았고, 청년은 며칠 밤을 세운 것을 떠올리며 다시 그것이 반복될 것 같아 골치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청년은 크게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파비안, 당신은 지 하루의 오랜 친구라고 하셨죠?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슐츠는 청년을 기만하는 것은 딱히 큰 수고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오랜 친구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에 매우 거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있나? 그렇다면, 음.. 지 하루와 관계된 지식을 알려 주겠네.”


슐츠는 메어지는 목소리를 참으려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심호흡을 했다.


청년은 별 감흥이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는 처음 지 하루 에게 가르쳐 주었지 그 붉은 에테르에 관해서 말이야.”


“붉은 에테르요? 그건 뭡니까? 처음 들어보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네. 에테르만 하더라도 몽상가가 아닌 이상 알기 힘든 정보니까 말이야. 붉은 에테르는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네. 그것은 그저 흔한 에테르와 달리 실제로 그것에 깃든 대상에게 심한 시간 왜곡을 불러오게 하네, 그러니까 마치 우리 천구 저 위에 떠 있던 센트리 별자리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그것이 폭발하지 않았는가?”


“..예?”


청년은 도대체가 알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세상에.. 자네, 최근에 밖에 나간 적이 없는 건가?”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슐츠는 미간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아니야.. 어쨌든 그 센트리 별자리가 폭발하면서 새로운 별이 생겨났지 카를르수가 말이야. 그리고 그런 일들은 대게 우리 필멸 자들의 인생을 100배 이어 붙인다 하더라도 한번 볼까 말까 한 광경이네, 알겠는가? 그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을 이 붉은 에테르는 행한다는 말이네.”


슐츠는 그렇게 설명을 끝냈지만, 청년은 오묘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지 하루 선생께 전해줬다고요?”



“그렇지, 내가 처음 그에게 말해줬네.”



“제가 몽상가가 아니어서 모르는 거 같긴 한데. 그 붉은 에테르 라는 게 그리 중요한 건가요?”


“자네가 몽상가가 아니어서 모르는 게 맞으니까 그만 묻게 어차피 설명해 줘도 자네는 이해하지도 실감하지 못하네, 최근 밖에도 안 나갔으면서 천구에 대해 설명한다 한들 뭔 의미가 있겠나?”


청년은 슐츠의 대답이 고까웠는지 조금은 퉁명스럽게 슐츠에게 다시 물었다.


“어차피 절 납득 시키지 못하면 못 만납니다. 붉은 에테르.. 뭐 잘 들었습니다. 근데 지 하루 선생께서 그것에 대해서 말해 줬다고 친하게 지냈다면 분명 그게 어떤 유용성이 있어서 그럴 것인데 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 별이 폭발하고 새로운 별을 만들어 낸다.. 그게 이 종말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 같긴 한데, 지 하루 선생은 완전한 멸망을 원하시는 거에요. 그런데 새로운 별을 만든다면 그건 재창조 아닙니까?”


청년에 물음에 슐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런 건 돈 받고 알려주는 건데.. 그래, 알려주겠네. 별들이 폭발하고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나서 여전히 계속해서 붉은 에테르가 그 별과 함께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젊은이?”


“질문하지 마시고 그냥 말하세요.”


“재미없기는.. 이미 한번 폭발한 별은 그 붉은 에테르와 함께 있으면서 급속도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노쇠하며 그 자체로 소멸한다네. 마치 저 천구에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지!”


청년은 슐츠의 말을 듣자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거라면 이 세계도 멸망시킬 수 있겠군요. 근데 그러면 이 붉은 에테르는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


“아이고, 청년! 지금 이 지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네는 모르지? 지 하루가 자네한 테 이런 지식이 흘러가게 놔뒀으면 한다고 자네는 생각하나?”


청년은 슐츠의 그 말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과 동반하는 콧방귀를 뀌었다.


“어차피 멸망이지 않습니까? 내가 그걸 안다고 해서 몽상가도 아닌 제가 뭘 어쩌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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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잿빛 연옥 22.10.26 23 0 12쪽
51 51. 흑색 지옥 22.10.24 26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4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1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3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6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4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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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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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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