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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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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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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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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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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재회

DUMMY

"어떻게 살아 돌아왔네요?"


세르쥬는 그를 마치 귀신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기이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세르쥬. 허허... 안녕하세요 슐츠.”


그는 솔직한 세르쥬의 말에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저으며 슐츠에게 인사했다.


슐츠는 그에게 말없이 고개를 까딱이며 대답했고, 먼저 말을 건 병사를 바라보았다.


“통행증 있으십니까?”


병사는 슐츠와 함께 온 세르쥬와 스벤 또한 둘러보며 말했다.


“예전에 도시에 나오기 전 받았는데 어디 있는지 잃어버렸소. 귀찮겠지만 당신의 상관을 보았으면 하오. 아마 당신에게는 행정 절차를 적당히 무시할 만한 권한이 없을 거라 보이니 말이오.”


슐츠는 병사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발을 까딱거리며 땅을 발가락 부분으로 자꾸만 건드렸다.


“통행증이 없으시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자 길 막지 말고 비켜주세요.”


“헤센부르크의 몽상가 신분으로 들어가려는 데 안될까요?”


병사는 몽상가라는 단어를 듣자 눈빛이 바뀌었다.


“몽상가요? 누가요? 당신이 몽상가라는 말인가요? 몽상가 누구신데요? 성함이?”


“예 아인슐레즈비히 위트겐슈타인 이 나의 이름이요.”


병사는 슐츠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몽상가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병사는 슐츠와 그를 번갈아서 보며 기이 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말이죠...”슐츠는 곤란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집이 불타 경황이 없어 챙겨오지 못했소. 메데스비홀스작센 에서 왔는데 그 마을이 통째로 불타는 바람에 몸만 간신히 피난 할 수 있었지.”


“메데스비홀스작센에서 왔다고요? 귀하신 몽상가 양반이 왜 그런 깡촌에서 사시는지 참 수상합니다. 게다가 불이 났다면 분명 거긴 나무가 빽뺵해서 불이 크게 번졌을 텐데 어떤 연기도 보이지 않고, 그런 비슷한 소문도 들은적 없습니다. 정말 메데스비홀스작센에 화제가 난게 맞습니까? 아니 애초에 당신이 몽상가라는것 부터가 신뢰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관문을 지키는 근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불러주시오. 분명 그 사람이라면 내가 누군지 알아 알아볼 수 있을겁니다."


병사는 만약 슐츠가 진짜 몽상가라면 미움받는 것이 두려웠고, 그렇다고 통과시키기에는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올 처벌이 짜증났다그렇다고 상관을 만나려 사령부로 가기에는 너무 멀기에 참으로 귀찮은 것이었다.


“왜그래?"



고민한 채로 슐츠 일행을 그대로 놔두고 있는 병사 바로 옆에 같이 서 있던 병사가 물었다.


“몽상가라고 말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서.”


“이름이 뭐라는데?”


“아인슐레즈비히 위트겐슈타인 이오.”


슐츠는 둘이 말을 나누고 있는 병사에게 말했다.


“아인슐레즈비히? 아인슐레즈비히.. 아인슐츠? 혹시 슐츠 선생 아니십니까?


옆에 있던 병사는 떠올랐다는 듯이 슐츠를 향해 말했다.


“아... 뭐 슐츠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지.”


“아는 분이야? 누군데?”



병사는 슐츠가 도대체 모르겠다는 듯이 옆의 병사에게 물었다.


“기상예견으로 유명하신 분이야. 왜··· 그 전에 월식 기억나? 다들 나와서 구경하고 그랬잖아. 그게 다 슐츠 선생이 50년 전에 예고해서 정확한 시간에 사람들이 미리 나와 구경할 수 있었던 거거든.”


“50년 전에 예상했다면 한 살에 예견한 게 아니라면 못해도 70살이나 그 이상 될 텐데... 너무 젊어 보여.”


“원래 몽상가들은 다 젊잖아. 지 하루 라는 몽상가도 겉으로는 40대로 보이지만 200년 이상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럼 알았어. 이분이 슐츠라는 몽상가일 수도 있다는 거, 그런데 만에 하나 아니라면 어떡하지?”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값어치의 것을 받아내거나, 혹은 보증을 서야겠지.”


“전자는 없는 게 아까 확인됐어.”


병사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쉽게 됐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좀 이해 해주십시오 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을 감당하기에는 가냘픈 인생들이거든요.”


옆에 있는 병사는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저으며 슐츠를 향해 말했다.


그 모든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그는 옆의 병사에게 휘장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미케니움에 있는 흑색 성당의 사제 레이브누스 라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 며칠 전 이곳으로 흑색 성당의 안젤리누스 신부가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안젤리누스? 아.. 예예. 이틀 전 이곳을 지나간 거 같아요. 기억납니다. 아마 지 하루 님의 보증을 받아 들어가셨죠. 통행증도 지니고 계셨고요.”


옆에 서 있던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났다는 듯이 슐츠를 향해 말했다.


“안젤리누스의 심부름으로 헤센부르크로 가는 길인데 어떻게 안 되나요?”


그는 병사에게 물었다.


“갑작스럽게 덧붙인다고요? 정말 의심스러운데요. 무슨 심부름 말인가요?”


병사는 안젤리누스의 부탁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는 것이 바로 옆에 서 있던 병사의 입에서 안젤리누스의 이름이 나온 후에 말했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부탁한 거라 자세히 말하기에는 좀... 그럽니다. 그러니까... 음...”


“너무 자세할 필요는 없으니까 대략 어떤 부탁이었는지만 말해보십쇼.”


병사는 그가 대답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변명이나 해보라는 심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대략적으로만 말해보죠. 아까 하늘에서 소리 들었습니까? 거대한 폭발 소리 같은 게 하늘에서 들려왔죠?”



병사와 그 옆에 서 있던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과 관련되어서 안젤리누스 신부는 제게 일주일 전 즈음에 하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수상하여 무엇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 해 왔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을 만나기 전에 이미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헤센부르크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으로 곧장 온 겁니다.”


“그럼 그 폭발은 뭐였습니까?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건가요?”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일단 그렇게 이해하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워낙 심각한 사안이어서...”


병사들은 그가 대충 넘어가려는 것에서 여전히 신뢰하지 못했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설명을 해줘야겠구먼. 자네들이 점성술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는 가정하에 일상 단어를 섞어서 설명해 줄 테니 잘 듣게.”


슐츠는 이대로라면 헤센부르크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날 것만 같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대화에 난입했다.


“당신이요? 어떻게 아는데요?”


병사는 슐츠에게 반문했다.


“그야 내가 몽상가여서 그런 것 아닌가. 믿든 말든 상관없지만. 내 말을 계속해보겠네.”


병사는 슐츠의 말을 듣고는 옆에선 병사와 애매하게 슐츠 일행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예 해보십시오. 하지만 저희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오늘 이 관문을 통과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들어오려고 하시면 체포할 수도 있습니다.”


“있지도 않을 미래를 염려하지 말게 젊은이··· 음 일단 우리의 세계에 관해서 설명해 줘야 겠구만. 우리 위에 있는 저 천구는 그 이름에 걸맞게 둥근 형태로 되어 있다네. 마치 물방울이 그 자체로 구의 형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처럼 우리의 우주는 구의 형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운행하려 한다네.”


“그건 금시초문인데요. 우리의 땅이 둥글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우리의 우주가 둥글다는 건 낯서네요.”


옆에 서 있는 병사가 비어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왼팔 안쪽에 갖다 대고는 집게손가락을 튕기며 슐츠에게 말했다.


“그야 우리 몽상가들은 일반인들을 위해서 세계에 대한 지식을 흘리는 것을 아주 조심하기 때문이라네 그중에는 너무나 위험한 사실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사실만을 전해주는 거라네... 뭐 우주로 돌아와서 그 우주는 둥그런데 그것이 찢어지거나 혹은 그 둥근 것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들이 혼탁해지는 경우가 있다네.”



“방금 같은 경우가 그렇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다행히도 내용물이 혼탁해져서 생긴 경우는 아니니까 자신의 영혼을 뒤돌아보며 두려움에 떨지는 말게.”


“그렇다는 건 천구가 찢어졌다는 겁니까?”


“뭐 간단히 말한다면 그렇지? 그래서 그 천구가 찢어지면 저 우주 밖에 있는 우리가 그동안 신이라고 말해왔던 것들을 만나보거나 혹은 우주 저밖에 거주하고 있는 존재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거야. 방금 건 그 존재 중 하나의 눈동자라고 할 수 있겠지.”


“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병사는 슐츠의 말이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뭐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니지 않는가?”



원래라면 슐츠는 그 병사에게 비아냥거리는 말을 섞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이성이 슐츠에게 속삭이고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대답했다.


“아니, 뭔 눈동자가 있었다는 거요? 그러니까 그 커다란 폭발음이 우주가 찢어지는 소리고, 그 푸른 별이 우주 저 밖에 있는 존재의 눈동자라는 말이오? 아무리 봐도 센트리 별자리로밖에는 안 보이던데.”


“아.”


슐츠는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은 균열 저 너머에 있는 데미우르고스의 눈동자를 바라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천구가 금이 갔는지 찢어졌는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못할 것이다.


병사는 그 거대한 탄식을 할 말이 없어져 헛소리를 이어 할 수 없는 늙은이의 말로라고 생각했다.


“초신성 말하는 거구먼, 그 별위치가 센트리 별이 있었던 것뿐이지 그곳과 정확한 곳에 새로운 별이 생겨난 것이네.”


“풋, 그러면 뭐 그 우주가 찢어졌다 한 그건 뭔데요?”


병사는 슐츠의 말이 상상력으로 가득한 치매 노인의 혼돈일 것으로 생각했고, 곧바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들은 보지 못했는가? 저 하늘 위에서 우리의 영혼을 훑어보는 그 고대의 존재를?


슐츠는 일말의 희망을 그들에게서 바랐다.


“예예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하지만 슐츠는 옆에 있는 병사가 던지는 무심한 말에 한 차례 더 절망했다.


“자 이제 왔던 곳으로 돌아가시죠. 거기 서 있는 신부님이랑 꼬맹이, 청년 오늘은 운이 없구먼.”


슐츠의 말을 들어주던 두 병사는 슐츠 일행들을 밀어내며 저지했다.


하지만 슐츠만은 밀어내는 것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으며 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푸른 에테르의 흐름이 슐츠의 발과 땅이 하나가 된 것처럼 굳건하게 버텨주게끔 그에게 활기와 강도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늙은이가 힘은 센데?”


슐츠는 자신을 밀어붙이던 병사들의 옷자락을 잡더니 푸른빛과 함께 사라지게 했다.


“으아악!”


사라진 병사들은 바로 다음 순간 자신들이 서 있었던 자리에서 10미터쯤 위에 다시 생겨나더니 하나는 무릎이 먼저 닿은 후 배를 깔고 바닥에 쓰러졌고, 하나는 팔꿈치가 먼저 닿은 후 엉덩이로 그 충격을 받아냈다.


“마녀다!”


땅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던 병사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슐츠를 향해 외쳤고, 왼편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검을 뽑아냈다.


그 광경을 병사의 뒤편에서 바라보던 그는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는 발로 걷어차 그 병사를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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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몽상가들 22.10.12 24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 43. 재회 22.10.07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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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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