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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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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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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종말의 서막

DUMMY

헤센부르크 에 있는 몽상가 들은 이미 지 하루의 명령을 받고 그를 감시하는 임무를 시작한 후였다.


하지만 슐츠의 오랜 친구 퓌리플레게톤은 슐츠를 저버릴 수 없었고, 더 나아가 인류에게 한 번 더 믿음을 내보이기로 한 것이다.


그와 세르쥬 그리고 슐츠는 퓌리플레게톤이 이끄는 대로 갔다.


슐츠의 절친한 몽상가는 지 하루가 머물던 주택으로 그들을 이끌었고 그곳에서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뒤졌다.


하지만 어떤 실마리도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에 일행은 지 하루와 종말의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동작 그만. 손 떼고 거기서 천천히 밖으로 나와."


지 하루의 서재를 뒤지던 일행은 서재 밖에서부터 목소리를 들었다.


"밖에 아무도 없다면서요?"


세르쥬는 슐츠에게 작게 속삭였다.


슐츠는 문밖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부터 에테르의 흐름과 함께 저 너머에 누가 있을지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에테르로 가득한 슐츠의 시선에도 방문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없지.”



슐츠는 그렇게 말하며 서재 문을 열어젖혔다.


역시 아무도 없는 것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때때로 몽상가들은 집을 비울 때 환청을 들리게끔 하는 신비를 걸어놓곤 해. 주로 도둑을 쫓을 때 사용하지. 함정을 설치하기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대부분 환청을 들리게끔 하는데 대부분 주인이 집에 돌아온 줄 알고 도망치거든.”


“방금 건 정말 실감 나는 소리였어요 정말 문밖에 누군가 있는 것만 같던데요?”


세르쥬는 슐츠의 태연한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슐츠! 내가 찾은 것 같네 이건 어떤가?”


퓌리플레게톤은 슐츠에게 서재 구석에 세로로 세워져 있는 비석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단순 주술진 아닌가? 저런 건 아이들을 잠재울 때 쓰는 표식인데... 가끔 이단 심문관들이 문제 삼곤 하지만, 우린 이게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양산해 내는 장난감 같은 거라는걸 자넨 알지 않은가?”


“그럼 우린 다 본 것 같아. 슐츠, 우리가 단서를 찾지 못한다면, 직접적으로 그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만약 우리가 멸망을 막지 못한다면 자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사람들과 더해서 모든 인류가 하데스로... 흠... 그 후라면 하데스조차 없어져 갈 곳 잃은 망자들이 될 것이네.”


슐츠는 퓌리플레게톤 에게 기력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지 하루가 만들어 놓은 신비에 걸린 이상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들키는 건 시간 문제네. 시간을 더 끌을 수록 더욱 확실한 멸망이 우리의 영혼 앞에 드리워질 것이야. 당장 지금부터 지 하루를 찾던 그 하수인을 붙잡던 해야 해.”



“자네의 앞에 있을 여정에 이성이 함께하고, 부족한 부분은 운이 채워주길 바라겠네.”


“그게 뭔 소린가? 퓌리플레게톤?”


“이제 나는 멀리서 자네들을 도울 수밖에 없어. 지 하루의 경보가 울린 이상 한번은 주택으로 와서 무슨 일인지 확인 할 것이야.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네. 그리고 이 이후로 나 또한 표면적으로는 지 하루의 하수인의 역할 을 할 거야. 이는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네. 겉으로 그럴지도 몰라도 자네를 지 하루에게서 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란 것,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알겠네.”


퓌리플레게톤은 의문을 표하고 있는 슐츠를 옆으로 지나치며 말했다.


“아 그리고, 지금 지 하루는 중앙 도서관에 있는 비밀 방에 있을 거네. 정확한 위치는 나도 모르네. 오직 그의 동생만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는데 그 동생이란 작자 또한 항상 비밀방 속에 있는 바람에 말 그대로 단서를 찾을 수조차 없네.”


“잘 가게 나의 오랜 친구여, 다음에 볼 땐 평화의 시대 아래에서 인사하길 바라겠네.”


슐츠는 대답 없이 서둘러 방을 떠나는 퓌리플레게톤의 등을 향해 그렇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슐츠와 슐츠의 일행은 퓌리플레게톤이 떠난 것처럼 지 하루의 저택을 나와 동이 트고 있는 하늘과 함께 길을 거닐었다.


“꼬마야. 이제 갈 때도 된 것 같은데 어떠니?”



슐츠는 별말 없이 자신들을 따라오는 세르쥬에게 말했다.


“뭔가요?”


“레이븐이나 나나 굳이 네가 따라오지 않아도 우리는 잘 나아 갈 거란다. 그러니까 굳이 같이 오지 않아도 돼.”


“뭔가 오해하는 거 같은데요. 저는 당신들을 도우려고 따라오는 게 아니에요. 전 레이븐과 계약을 한 게 있어요. 단지 그 계약을 계속하려고 당신들 옆에 있는 것뿐이에요.”


그는 세르쥬의 말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 계약만 제대로 끝난다면 노후 자금의 절반은 충당된다고요. 물론 레이븐은 빚더미에 앉겠지만요.”


“고맙다 세르쥬.”


그는 볼멘 목소리로 말하며 살기가 넘쳐흐르는 눈빛으로 세르쥬를 바라보았다.


애써 무시하는 세르쥬의 태도까지 전부 본 슐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네 물욕은 잘 알겠다 세르쥬. 하지만 이 앞에 있을 일들은 언제 우리의 생명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란 것 분명히 짚었으면 해. 그래도 따라갈 거니 세르쥬?”


“그럼 뭐 여기서 관두고 다시 상단으로 돌아가서 잡일 이나 하라고요? 지금까지 고생한 게 있으면 보상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리고 세상이 망해버리면 잠깐 살아서 뭐 하나요.”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그는 끼어들어 세르쥬에게 말했다.


슐츠는 이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와 세르쥬는 슐츠의 눈가에서 흘러 떨어지는 에테르의 흐름을 발로 즈려밟아 가며 슐츠를 따라갔다.


***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가장 순수한 에테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부터 더욱더 빠르게 우주 전체를 휘 감고 있었다.


에테르의 흐름에 민감한 몽상가들은 그 광경을 두 눈 과 육체로 받아들이며 에테르를 느끼기도 했고, 멸망을 받아들이며 절망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중에는 안개 속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카산드리아 라는 마녀 또한 있었는데,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이 레이븐에 의해서 그런 것이라 눈치를 채고는 헤센부르크로 향했다.


자신이 잃은 아들의 대체가 되어줄 소녀 램버트를 깊은 꿈속에 잠재운 그녀는 안개가 더욱 깊고 무겁게 드리워지게끔 신비를 걸어 놓았다.


***


죄악의 군주는 저 천구 너머에서부터 지구 전체에 흩날려 퍼져 있는 잿가루(죄악)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악한 손은 크고 자연스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지휘자의 손놀림같이 선율을 만들고 있었고, 그 흐름에 맞추어서 지구상에 퍼져 있던 잿가루는 이리저리 퍼져나갔다.


처음 잿가루는 헤센부르크 에서 시작하더니 북부 왕국을 뒤덮고 이후에는 서부 제국과 중앙제국을 북부 왕국 전역을 뒤덮었다.


지구 전체를 잿가루로 덮는 데는 반나절 체 걸리지 않았다.


잿가루들은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잿빛의 구름들을 만들었다.


먹구름들이 깊고 넓게 퍼져 사람들은 구름 저 너머에 있는 천구에 떠 있는 별들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에테르와 반응한 별들은 생명의 끝으로 몰려 나가 초신성이 되다가 얼마 안 가 다시 한 번의 폭발과 함께 소멸했다. 또는 폭발할 만한 것도 없는 별들은 바스러져 사라졌다.


지구 안의 인간들은 알 수 없었지만, 몽상가들은 별들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라져 가는 별들 사이에서 몽상가 외에도 기이함을 느끼는 영혼이 하나 있었으니 그는 오래전부터 부패를 막는 자. 죽음을 없애는 자로도 불렸으며 안카누스와 마찬가지로 필멸의 영혼으로 신들의 영역에 도달한 존재이기도 했다.


아직 그 존재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대격변을 종말과 연관시키고 있진 않았지만, 주의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


"데미우르고스! 시간이 됐습니다. 우리는 코스모스를 저 버리고 카오스의 늪에서 저 깊은 곳에 있는 부조리와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세계를 파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리될 것이다. 필멸자여 루시퍼가 알아서 일을 진행하겠지."


데미우르고스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멸망을 바란 몽상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데미우르고스의 영혼이 지구로 내려와 지상을 한번 훑어 보고는 곧장 그 형상이 사라졌다.


지 하루는 자신의 옆에서 이야기하던 데미우르고스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를 놓아주어라."


"예."


어둠 속에서 숨어서 지 하루의 옆을 지키던 청년이 대답하더니 방으로 나가 신부를 찾았다.


"이제야 날 놔주는군요. 몽상가들은 예의란걸 우주를 떠돌다가 흘리기라도 했나 봐요?"


청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놔주는 걸 보아하니 멸망이 시작됐나요?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을 만큼 진행됐나 보군요.”


청년은 여전히 신부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출구를 향해 이끌 뿐이었다.


신부는 청년을 따라 걸으며 여러 방을 지나쳤다.


“지 하루! 이게 어떻게 된 건가! 멸망 이후에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자네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저 멍청한 먹구름 때문에 하늘은 보이지도 않고, 괴상한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설명하게!”


“오... 주교님.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당신들은 평소에도 계속해서 우리를 견제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먼저 화합을 주장해 놓으시고는 우리의 뜻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저버리십니까?”


신부는 지나친 방에서 지 하루의 목소리와 헤센부르크의 성직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죽자고 이교도 들을 받아들인 줄 알아? 당신네가 실재하는 신비를 보여 줬으니까 후원 한 거 아니야! 당장 그만둬! 더 이상의 계획을 위한 자금은 없을 거야! 이교도로 몰려서 죽기 싫으면 이 사태도 진정시키고!”


“시끄럽습니다. 주교님. 이곳은 소탈하게 꾸며진 방이라 당신의 목소리가 많이 울려요. 조용히 말해도 다 들립니다.”


신부는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엿듣기 위해 청년을 부르더니 의복이 풀어졌다며 다시 여미면서 방 앞에 서 있었다.


“됐네! 난 가 볼 거야. 오늘 자정 내로 먹구름이 사라지지 않으면 병사들이 와서 네놈들의 머리를 달아나게 할 테니까!”


“흠흠.”


안젤리 신부는 저지하는 청년을 옆으로 밀치며 엿듣고 있던 방안의 문을 부술 기세로 힘차게 밀어 열어 들어갔다.


“그건 예상 밖인데”


지 하루는 눈썹을 치켜세우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야? 넌?”


나가던 길에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주교는 안젤리누스 신부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중앙제국의 이교도인 거 같은데 지 하루의 후원을 받나 보지? 뭐, 엿들었으면 알겠지? 저놈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어. 살 방도를 하려면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와서 이 난장판을 다시 되돌려 놓으라고!”


주교는 그렇게 말하며 신부 옆을 지나가려고 했지만, 신부는 주교를 제지했다.


“뭔가?”


주교는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신부에게 말을 뱉었다.


“저는 당신 돈을 먹고 사는 지 하루의 후원을 받은 게 아니여서요. 필립 형제의 ‘도움’ 으로 흑색 성당을 운영하는 안젤리누스라고 해요.”


신부는 주교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주교는 그 오른손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어디를 가도 이교도들이야... 재수 없게 퉷!"


주교는 신부가 서있는 땅 바로 옆을 향해 침을 뱉고는 청년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빠져나갔다.


방문이 열린 곳에서부터 냉기가 불어오는 방안에는 몽상가와 신부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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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종말의 서막 22.10.17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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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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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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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불멸 +1 22.09.14 24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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