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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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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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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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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흑색 지옥

DUMMY

데미우르고스의 몸 안에 잠식하고 있던 잿가루가 검게 불타면서 소멸했고, 데미우르고스는 처음에는 불타는 신체에 고통을 느끼며 몸을 비틀면서 아스클레피오스의 안면에 머리를 부딪쳐 대면서 저항하다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붉은 잿가루를 신체의 구멍에서 흘려보내고 있는 데미우르고스를 두 팔로 다시 붙잡더니 자신의 무릎 위에 창조자의 신체를 얹혀 놓고는 목덜미에 손을 댔다.


그러자 그들 위에 거대한 연기가 솟구쳐 오르며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났다.


데미우르고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이 아스클레피오스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는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눈뜬 데미우르고스가 아직 악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주먹을 쥐었지만 데미우르고스는 저항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둘은 잠깐의 침묵 안에서 안정을 취했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대부분이 루시퍼에 대한 험담이었고, 한참을 그 죄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그것이 얼마나 역겨운지 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웃음을 주고받고는 아스클레피오스가 데미우르고스를 일으켜 세웠다.


“근데 죄악 안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고요?”


아스클레피오스는 뻘쭘하게 서 있는 데미우르고스를 향해 말했다.


“아.. 그건 제정신이 아닐 때 한 말이란 거 자네도 알지 않나..”


데미우르고스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는 아스클레피오스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뭐.. 됐어요 어르신. 아, 잠시만요.”


아스클레피오스는 일어선 데미우르고스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두 눈으로 살펴보며 그 창조의 신의 신체에 미처 다 소멸시키지 못한 죄악이 있는지 확인했다.


“음! 제가 보기에도 루시퍼의 영향이 더는 없는 거 같네요. 이제 이 난장판을 다시 수복하러 가야죠.”


“새로 만들어야 할 게 많겠어.”


“그 정돈 아니고요 어르신, 인간들도 이 정도의 선례가 있다면 앞으로 죄악을 멀리하겠죠.”


데미우르고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낙천적인 말에 반박할 말은 수없이도 많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하나도 없었다.


태초에서 부터 지금까지 빈번히 인간들은 죄악에 패배해 왔다. 영웅이 속출했던 시절에도 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고, 데미우르고스가 없었다면 우주는 이미 수많은 이유로 소멸하거나 찌그러지거나 얼어붙거나 폭발하거나 최악에는 망각의 늪 저 밑으로 들어가 잊혔을 것이다.


창조의 역사가 있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직조자 이자, 수호자였던 데미우르고스가 그 사실을 오늘 갑자기 까먹었을 리는 없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오늘 데미우르고스를 바른길로 인도했지만, 어느 날 아스클레피오스조차 우주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을 때에 데미우르고스는 우주를 또다시 오늘날 같이 저버릴지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생각을 데미우르고스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불타올랐던 열정의 불꽃을 젊은 치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눈동자에서 데미우르고스는 볼 수 있었고, 그 불꽃을 애써 꺼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중앙제국의 미케니움은 서부제국과 북부제국보다 고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헤센부르크의 바로 옆에 우뚝 솟아있는 아리아 산에서 분출된 용암으로부터 비교적 적게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흑색성당 화질 높은 버젼.png

게다가 미케니움에 위치한 흑색 성당은 더욱 높은 절벽에 있었기 때문에 이 재난에서 홀로 무너짐이나 부서짐 없이 견고히 서 있었다.


안젤리누스 신부는 성당 안에서 자신을 찾아온 성도들을 맞이하며 이야기하기를 바빴고, 현재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말에 대해서 그럴듯한 해석을 내려놓기에 바빴다.


안젤리 신부를 찾아온 사람 중에는 흑색성당을 직접 후원하고 있는 필립 형제들도 있었는데 어딘가 평온해 보였다.


“좋은.. 아니, 만나봐서 좋군 안젤리.”


“아! 오셨군요! 필립 형제님들! 이쪽으로 오세요..”


신부가 필립 형제라고 말하자 성당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그대로 얼음장같이 굳어지며 안젤리 신부와 안젤리신부가 이끄는 대로 방 안에 들어가고 있는 똑 닮은 두 형제를 바라보았다.


강인해 보이는 두 남자는 그 덩치에 의해서 저 멀리서부터 잘 보였지만, 입고 있는 옷은 튀지 않는 어두운색으로 된 외투를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다.


검은 색으로 된 돌벽을 옆으로 열어젖히고, 필립 형제와 안젤리누스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온통 검은색을 띄고 있는 나무의자와 옻칠을 해놓은 나무책상이 놓여 있었다.


“만나보게 되어 반갑다고 다시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어떠신가요?”


안젤리 신부는 필립형제 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필립형제는 안젤리가 권하는 검은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놀랍더군, 신부여 이곳이 살아남고 안전하리라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가?”


안젤리는 왼편에 앉은 필립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건 지식을 통해서 알 수 있었어요. 지리와 천문학에 소견이 조금 있다면 알 수 있죠. 천문학은 그 분야의 전문가인 몽상가들에게 배웠고요.”


“몽상가들이 당신에게 그 앎을 제공했단 말이지? 참으로 알면 알수록 대단하고 놀라운 사람이란 것을 매번 깨닫고 느끼게 하는 사람이리라 나는 자네를 그렇게 생각하네.”


이번에는 오른편에 앉은 필립이 말했다.


“다 안카누스의 포살핌 덕분입니다.”


안젤리누스는 여전히 온화한 웃음을 내비치며 말했다.


방안에는 안젤리 신부의 미소와 온화함에 분위기와 기류가 부드럽고 따라서 평화로운듯했지만 필립 형제의 마음 안에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젤리 신부. 자네는 이곳이 멸망 중에서도 안전하다 했었지? 방금 그건 증명되었어. 실제로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면 잃을 뻔한 재산도 지켜낼 수 있었지, 그동안 북부왕국과 서부제국에 부동산에 관해서 투자하지 않은 결실을 봐온 듯 한 기분까지 드는 게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그걸 말해줄 차례라고 생각하는데? 이 종말은 언제까지 이어지는 건가? 정말 이 우주는 이 종말을 버텨낼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그 종말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그 끝까지 생존할 수 있단 말인가?”


안젤리 신부는 필립 형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워 마세요. 모두 제 계획 안에서 제 통제 안에서 모든 일은 벌어지고 있어요. 정말 작아 무시할 만한 것들은 제가 틀리거나, 모를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의 생사가 달린 문제나, 혹은 거대한 해악에 관해서는 분명 제가 그 어떠한 놓침도 있지 않을 것이라 저는 단언 할 수 있어요.”


“그렇다는 건 이 재앙이 곧 멈춘다는 말인가?”


왼편에 앉은 필립이 안젤리 신부에게 물었다.


“그럼요. 여러분은 이 기회에 목숨줄만 어떻게 잘 잡고 계시다가 평화로운 때에 다시 세상에 나가 한몫 잡기만 하면 될 겁니다. 그때면 전 대륙에 모든 분야에서의 상업이 초토화되어있을 테니 여러분의 자본과 힘으로 독점하시면 이점을 선점하는 건 아주 간단 순서일 테지요. 그러면 우리의 이름이 후세에 기록되는 것은 물론 계속해서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겁니다. 신께서 우리에게 고난을 주시고, 파멸을 보여주셨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가 지켜나가고 있는 이 미비한 근본이 나중에는 창대해질 것입니다.”


필립형제들은 안젤리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지막 말이 언짢았다.


***


슐츠와 세르쥬 그가 함께하는 여정은 현재 상황으로써는 매우 위험했지만, 슐츠의 지혜로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침내 지 하루의 하수인인 몽상가 중 하나를 붙잡을 수 있었으며 그가 도서관에 있는 미궁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지 하루의 하수인은 그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가 싶더니 무너진 도서관 앞에 왔을 때 자신은 더는 그들을 이끌 수 없다고 그들에게 당부하며 무너진 잔해로 가득한 바닥 위에 앉았다.


“지금 네 위치를 모르나 본데? 당장에 내 손에 네 목숨이 달려있다는걸 잊은 건 아니겠지?”


“이보시오, 이 종말의 날에 당신은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게 퍽 잘 되겠소?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이 종말을 불러왔으리라 생각하는가? 어째서 자네들은 현명하지 못하는가? 어째서 너희는 제대로 된 생각을 못하는가?”


“죽음이 두렵지 않다 이거지?”


그는 지 하루 하수인의 멱살을 잡고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로브 안에 꽂혀 있는 단검을 베내어 들었다.


“아이고, 따분해라.”


지 하루의 하수인은 하품하며 그의 손에 들린 단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차라리 따분해지길 바랄 거야. 걱정 마,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단검을 역수로 들고 지 하루의 하수인 앞으로 다가가며 더욱 가까워졌다.


세르쥬는 고개를 돌려 잠시 누가 오나 망을 봤고, 슐츠는 그가 지 하루의 하수인에게 행하는 모든 일 중 혹시라도 있을 돌발 행동을 저지하고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는 먼저 하수인에게 손끝 부분을 천천히 찌르며 온순한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하수인은 딴청을 피우며 대답하지 않았고, 그는 하수인의 손톱을 엄지손가락, 중지, 검지, 약지, 소지 순서대로 단검의 날을 살과 손톱에 고정하고는 비틀어 그 손톱을 손가락에서 뜯어냈다.


하수인의 손톱 없는 왼손에서 소량의 붉은 혈액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고통에 벌벌 떨고 있는 하수인의 왼손을 그는 꼭 쥐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발, 계속해서 그렇게 버텨줬으면 좋겠어. 나도 이번에 화풀이 좀 하자. 아직 15개는 남았잖아?”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하수인의 반대편 손가락을 꼭쥐고는 이번에는 중지, 약지, 소지, 검지, 엄지 순서로 손톱을 뜯어냈다.


뜯어내는 과정에서 하수인은 고통에 온몸을 떨어대다 그의 손을 뿌리치게 되었고,엄지 손톱이 그로 인해 깔끔하게 뽑히지 않았다.


“그쪽이 더 좋다면야 뭐.. 대머리보다야 탈모가 더 나을 테니까.. 사실 두 사이에는 차이점이 없나?”


그는 하늘을 눈동자로 좇으며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 이제 잘 내놔야지?”


지 하루의 하수인에게 이루어지는 고문 행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의 일관되지 않은 순서로 점점 하수인의 신체 부위를 제거 해 나가는 과정은 충분히 하수인을 고통스럽고 두렵게 만들었으며, 하수인은 작게 피를 흘리며 슐츠 일행을 지 하루 에게 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 맹세했다.


“처음부터 지조 없는 자들의 모임 일 것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기대보다 실망이다 너네.”


“나는 이 세계의 고통을 부정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기 때문에 종말을 선택한 것이다 죄인이여! 네놈은 내가 오롯이 자신의 안녕을 위해 굴복했다. 생각하겠지만, 고통을 방지 하기 위해서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모순이기에 일차적으로 네게 투항한 것이다!”


“그래그래 그렇게 자랑거리인 것처럼 떠벌리고 다녀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하수인을 밧줄로 포박하고 화산에서 분출된 돌덩어리로 부서진 도서관의 잔해 속에서 비밀의 통로를 향해 자신들을 이끌도록 했다.


“자네는 내가 아는 레이븐이라는 사람과는 다른 느낌이구먼.”


“예? 아.. 슐츠 선생님. 전 여전히 레이븐 입니다. 걱정 마세요. 그저 이전에 기억나지 않았던 기억들이 무엇 때문인지 요즘 떠오를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상상인지 오랜 기억인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네요.”


슐츠는 그의 말을 듣자 그의 어깨에 팔을 얹고는 두어 번 두드리고는 지 하루의 하수인이 가는 곳을 따라갔다.


그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자신의 죄악을 모두 없애 줬으리라 생각했고, 오히려 지 하루의 하수인을 고문할 때는 더욱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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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흑색 지옥 22.10.24 26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4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1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3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5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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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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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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