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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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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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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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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몽상가들

DUMMY

여 시종들은 몽상가들이 먹고 마실 음식들과 포도주를 나르고 또한 따르고 있었고, 몽상가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이 동하면 뤼라나 키타라를 연주하고는 했다.


슐츠가 들어오자 모두 각자가 하고 있던 논쟁들과 연주를 멈추고 슐츠와 이야기를 나누는 몽상가 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슐츠는 곧장 몽상가에게 자신이 헤센부르크로 도착하기 직전 보았던 균열에 대해서 말했다.


“그건 흔한 일 아닌가? 슐츠?”


슐츠의 말이 끝나자 그것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듣고 있던 몽상가는 가벼운 목소리로 회답했다.


“그게 아니야 더욱 나를 두렵게 하는 건 그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인간들의 반응이네.”


슐츠는 가벼운 반응을 보이는 몽상가에게 심히 염려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우리가 많이 읽어 왔던 희곡 들은, 그 운율에 맞추어서 이야기할 때도 항상 세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인간들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빠짐없이 묘사하지 않는가?”


이번엔 슐츠의 바로 오른편에 앉아 있는 몽상가가 말했다.


“완전히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 지 인간은 모른다는 것을 나도 동의 하는 바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한 것일 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저의는 따로 있다네 나의 친구여 들어보게, 희곡들에서도, 그리고 수많은 비극에서 분명 묘사되지 않는가? 어떤 사건이 발단하기 전에 분명 그것을 비유하는 사건들을 인간들은 마주한다는 것 말이네. 마치, 파도가 지구를 덮고 땅 위를 걷는 모든 동물을 멸할 때 우리의 건물 아래 숨었던 쥐와 미물들이 튀어 나가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갈구하는 장면들 같은 것들 말이네.”


“나도 본 것 같네! 슐츠! 2주 전, 무작위성에 이끌려 두 손에 들려진 파퓌로스에 분명 그 구절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게 했네. 실은 그 구절을 통째로 외우고 있어 당장에라도 자네가 원한다면 말해 줄 수도 있네!”


슐츠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저 뒤에 서 있던 몽상가가 슐츠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첨언했다.


“아니, 자네의 그 구절은 질리도록 들어서 이번에는 슐츠의 말을 좀 듣자고.”


슐츠의 말에 곧바로 대답한 몽상가의 말이 지겹다는 듯이 바로 옆에 서 있던 몽상가가 저지하며 슐츠의 발언을 요청했다.


“고맙네. 어쨌든 내가 헤센부르크로 들어왔을 때 두 문지기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아닌가? 자네들은 보았지? 저 하늘 위에 그 섬뜩한 균열을 말이야! 그리고 그 신선하고, 강렬하고, 정력으로 넘치는 에테르의 흐름이 균열을 타고 흘러나오는 것을 난 봤다네! 그곳에 시인들이 있었다면 분명 하데스를 타고 흐르는 어떤 흐름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운행하고 있으리라고 묘사할 만한 흐름이었지! 게다가 균열 저 너머에 있는 데미우르고스의 눈동자마저 보이더군.”



슐츠의 말이 잠시 멈추자 이곳저곳에서


“나도 보았네.”


라는 말로 온통 슐츠의 말에 대답하는 음성으로 방안이 가득 찼다.


“그것이 데미우르고스의 눈동자였단 말입니까?”


그 방 안에 있던 젊은 몽상가는 말했다.


“그렇네! 젊은 친구여.”


슐츠는 방안에서 자기 말을 듣고자 하는 영혼들이 전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슐츠, 내가 제대로 이해 한 것이라면 자네는 분명 그 문지기들이 어떤 징조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하는 것 같네. 하지만 이 도시에 사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며 우리에게 묻곤 했네.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이야. 그것은 여행 전 채비를 꾸리는 여행자가 지구의 운행에 따른 날씨를 묻는 것도 아니었고, 뱃사람들이 출항 하기 전 묻는 것도 아니었네. 오직 저 하늘 위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나타난 별에 관한 물음이었네. 분명 그들은 초신성을 바라보고 그것을 기이한 현상이라 여긴 것 또한 사실이네. 그런데 어찌 자네는 이 모든 것과 함께, 위험을 감지 못하는 인간의 비극이 이 땅 위에 역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초신성을 바라본 인간을 본 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내 말하고 싶은 것은 그 균열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우리 친구들에게 아까 물어본 것이네. 저 하늘 위에 균열이 보였는지 말이야.”


“확실히 그렇긴 해.”


“균열을 봤다고 온 사람은 없었어.”


“데미우르고스의 눈동자도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네.”



슐츠의 말이 끝나자 이곳저곳에서 증언의 말이 쏟아졌다.


어느 정도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머리에 떠오른 뜻을 전부 전하고 나서 침묵이 흐를 것 같을 때 슐츠는 다시 발언을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몽상가들이 이 균열은 범상치 않은 것이라 인간들에게 알려야만 하는 것이네. 게다가···"


"부끄러워하지 말해보게 슐츠! 뭔가?"


슐츠는 몽상가의 시선을 한데 주목받고 있었기 때문에 우물쭈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향해 눈을 돌렸다.


"자네들이 눈치챘다면 나의 일행 중 하나가 죄악에 가득한 체 살아있다는 것을 자네들도 잘 알 것이네. 만일 한 번이라도 눈여겨봤더라면 말이야."


그는 슐츠가 자신을 부른 것이란걸 눈치채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슐츠의 가까이에 섰다.


그가 일어나는 것과 함께 슐츠와 가까이 서 있거나 앉아 있던 몽상가들은 그를 보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가 앉았던 곳에서부터 잿가루가 흩날리다가 방안의 기류와 함께 가라앉았다.


"마치 죄악이 그에게만 있는 것 같군."


그를 보다 떠오른 감상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 몽상가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말한 몽상가를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치부를 들켜 부끄러운 것이 그것을 들춘 몽상가를 향한 미움보다 더욱 컸기 때문이다.


"자네들도 보다시피 이자는 잿가루로 가득하네. 안네아폴리스 에서 살인을 저질렀고, 아마 이 천상의 천공과도 연관이 깊을 거라 생각되네."


"제 이름은 레이브누스 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을 때 몽상가들의 분위기가 더욱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중요한 일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까지 기만이 우리를 눈가림 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은데.”


그의 이름을 듣고 가장 크게 반응을 보인 몽상가 가 그에게 말했다.


“레이브누스가 그의 이름이 맞네, 하지만 그 자신은 단지 그 이름이 자신의 것이 아니겠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네. 친구들이여. 우리 너무 그에게 야박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지는 말자. 그리고 들어보게 그가 무슨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지 분명 자네들이 보면 그것이 이 재앙을 타파할 만한 수가 떠오르겠다고 생각하네.”


그는 몽상가들의 시선을 한 가운데서 받으며 가끔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답하고, 그 질문에 맞는 답을 했다.


또는 슐츠가 그를 향해 날아오는 질문에 대신 답을 해 나가며 그동안 그가 헤센부르크로 도착할 때까지 겪었던 경험을 모두 이야기했다.


***


한참이 지나고 몽상가들이 슬슬 자리를 일어날 채비를 마치었을 즈음...그가 모든 질문이 답하고도 남은 이야기를 전부 했는데도 몽상가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다들 어찌 생각하는가? 이상하게도 내게는 자네들이 나와는 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안 그런가?"


슐츠는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보고 당장이라도 자리를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것 같은 몽상가들에게 말했다.


"슐츠. 오랜만에 봐서 즐거웠네, 그리고 좀 전에 이 도시에서 자네 덕분에 월식을 볼 수 있었다네. 하지만 저 레이브누스라는 작자가 이 멸망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이전부터 있었던 거짓 선지자들이 떠오르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내가 여전히 자네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 죄악의 군주가 우리의 세계를 멸망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네... 음 아무래도 이건 이상하군. 아무튼 다음 우리가 만날 때까지 평안함이 함께 하길 바라겠네."



슐츠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몽상가가 먼저 인사를 하더니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이후로 여러 몽상가들이 먼저 나간 몽상가와 마찬가지로 슐츠에게 짧게 안부 인사를 마치고는 슐츠 일행과 슐츠를 방에 남기고는 모두 떠나갔다.


그 방 안에는 그와 세르쥬, 스벤, 슐츠 그리고 곧 있으면 마저 떠나갈 여 시종들만 남은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게 굴러가는데.”


그는 자신의 몸에서부터 흩날려 나오는 잿가루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이제 어떡하죠?”


세르쥬는 슐츠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는 돌아가야겠어요. 아니, 저는 여기서 헤어지는 거로 할게요. 선생님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가끔 와서 안부라도 물어볼게요.”


스벤은 머리를 붙잡으며 생각에 빠져있는 슐츠를 뒤로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문 앞에는 슐츠의 바로 옆에 앉았던 몽상가가 소리 없이 기다리고 있음을 스벤은 볼 수 있었다.


“역시 선생님에게는 어디서나 친구가 있으신가 보네요. 참 부러워요.”


스벤은 뒤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서 있던 몽상가에게 눈길을 주더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몽상가는 방안에 혹시 다른 몽상가가 있는지 한 번 더 둘러보더니 여 시종들에게 금화 하나씩을 쥐여주고는 그만 나가라고 일렀다.


여 시종들은 금화를 불빛 아래 비추어 보더니 몽상가에게 크게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방에서 나갔다.


“미안하네! 슐츠 이곳은 예전에 자네가 알던 곳이 아니게 되어 버렸네.”


“내게도 그렇게 보이네 친구여 실은 나 또한 자네가 아는 슐츠가 아니게 되어버린 건 아닌가 자책이 드는 참이네, 왜냐하면 자네의 이름을 잊어버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형제라고 부르던 타인과 다른 점이 전혀 없던 몽상가들과 다르지 않게 부르지 않았나?”


“괘념치 말게 친구여 나의 이름은 퓌리플레게톤 이네.”


슐츠는 오랜 친구의 이름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잊어버릴 만하구먼!”


“다들 그렇게 말한다네 나의 친구여.”



몽상가와 슐츠는 서로 말을 나누더니 뜨겁게 포옹하더니 이내 따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말 그대로 따가운 것이 푸른 기운이 그 뜨거운 포옹 가운데 운행하는 것이 오직 그 포옹에 의해서 에테르가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몽상가들이 서로 뭐 때문에 웃고 즐거워하는지 모르겠어요.”


세르쥬는 당장에 푸른 정열을 뿜어대고 있는 두 몽상가를 할 수 있는 대로 눈살 찌푸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 또한 빨리 두 사이를 오가고 있는 이 푸른 기운이 빨리 사라지고 무어라고 설명을 해줄 것을 바랐다.


“음···”


“유감을 표하는 바네···”


두 몽상가는 푸른 기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포옹하던 두 팔을 천천히 떼어가며 반쯤 힘이 풀린 목소리로 수분이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구시대적인 사람이어서 두 분간의 사이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건너뛰겠는 데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좀 설명해 주실래요?”


그는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두 몽상가 앞에 서더니 말했다.


슐츠는 그런 그의 모습을 살짝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그러지 마시고 설명해주세요.”


그는 어깨를 움츠리더니 번개처럼 말을 뱉었다.


“레이븐. 모두 알았네. 이 모든 일의 흑막은 지 하루였어! 그가 이 모든 일의 원흉 되는 자라 할 수 있겠네.”

슐츠는 움츠리고 있던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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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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