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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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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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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몽상가들

DUMMY

“하지만 그가 흑색 성당으로 가 나를 찾을 때는 이미 헤센부르크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다시 이동해야 했을 거예요. 흑색 성당에 있는 신부들에게 제가 헤센부르크로 갈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려주고 왔기 때문에 레이브누스는 큰 어려움 없이 제가 어디로 향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을 거고요.”


“그럼 신부여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그가 이곳 헤센부르크로 왔을 거란 말인가?”


“그럼요. 벌써 그가 도착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는 헤센부르크로 도착할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그가 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는지 확인 가능한가요?”


몽상가는 신부의 말에 고개를 떨구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 다시 말하는 거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네, 라모스 신전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그 순간에는 그것이 레이브누스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하지만 그 후에는 그의 영혼을 읽을 수가 없었지. 마치 그것이 전혀 없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야.”


몽상가는 신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검게 되어있어 거울같이 보이는 신부의 눈동자 안에서 답이 떠오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몽상가는 신부의 눈동자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가만히 레이브누스가 날뛰도록 가만히 둘 수는 없겠지요? 당신의 그 두 눈이 에테르와 함께했을 때, 영혼과 별의 마음만 읽을 수 있고, 그 외에는 장님과도 같은 것이 되어버리는 건가요?”


“아니네! 신부여 에테르는 명도와 영혼, 그리고 에테르 가 시각정보로 나타나게끔 해준다네. 그러니까 색이 없을 뿐 흑과 백의 세계가 펼쳐진 광경을 나에게 전달해 주는 거야.”


“그럼 아주 못 본다는 말은 아니군요. 당신을 포함해서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몽상가에게 그를 찾으라고 말해 두세요.”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명령하는 신부의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지 하루는 깨달았고, 섬뜩함 마저도 느꼈다.


“내 수중에 둘 수 있는 모든 몽상가에게 그리하라고 전하겠네. 단지 큰 기대는 하지 말게 신부여.”


“왜 자신이 없으신가요? 그의 영혼이 보이지 않지만, 그를 못 보는 거 아니라고 아까 말하지 않았나요? 그럼 그대로 영혼을 쫓지 말고, 그가 흘리는 잿가루(죄악)를 따라가면 간단하지 않겠어요?”


“물론 잿가루야 에테르의 시선에서 충분히 볼 수야 있겠지. 하지만 그건 자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에테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시선은 온 세상이 그야말로 잿빛으로 가득한 것으로 보여준다는 거야. 그냥 눈으로 보는 자네의 입장에서 잿빛은 많은 경우에 눈에 띄는 색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더욱 그를 찾기가 힘든 것이 그는 잿가루를 말 그대로 흩날리며 다니는데, 그럼 어떻겠나? 잿빛 세상 가운데 어딘가에 있는 잿가루를 자네는 찾을 수 있나?”



“우리 위대하신 지 하루 선생께서도 두손 두발 드셨군요. 이 레이브누스라는 작자, 제가 처음 만났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인물인가 봐요? 몽상가 양반들을 전부 시켜도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염려하시는 걸 보고 하는 말이에요.”


“자네 말이 모두 맞네! 신부여. 나는 오만하지 않으니 자네의 옳은 말을 모두 인정하는 바네.”


몽상가는 안젤리누스의 말에 어느 감정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것처럼 차분히 대답 하고는 눈을 감아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을 휘저어 가며 소통 할 수 있는 몽상가들에게 레이브누스를 감시할 수 있도록 연락하려 함이었다.


신부는 화강암 의자에 앉아 꼼짝하지 않는 몽상가에게 그리고 몽상가가 자신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들어왔던 문으로 다가갔다.


“또 봐요. 지 하루 몽상가님.”


몽상가는 무어라 대답하지 않았지만 작게 숨소리가 났고, 안젤리누스는 그것이 대답이리라 짐작하고는 문을 열어 방으로 나갔다.


그러자 문 앞에서 신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던 청년이 그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왼쪽에서 두 번째 책장 그 책장 위에서 두 번째 줄 주황색 가죽 커버가 씌워진 책 뒤에 숨겨진 버튼을 누르면 책장 뒤의 기둥에서 공간이 나오고, 곧바로 들어가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서 두 바퀴 반을 내려왔을 때 나오는 층에 들어가 곧장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서 왼편에 놓인 횃불이 12개가 지나갔을 때, 오른편에 나 있는 통로로 들어가고 바닥에 깔린 벽돌의 패턴이 역방향으로 되어있는 곳에서 왼편에 나 있는 길로 들어가면 나오는 미로로 들어가 쭉 앞으로 가다 두 번째로 나오는 세 갈림길에서 좌측 대각선으로 가고, 네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 그리고 계속 직진 하다 나오는 세 문 중 가운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문의 문틀 위에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신부는 외워둔 길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몽상가 지 하루가 숨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길을 외워둔 것으로 그것을 역순으로 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과하게 복잡하다.


간신히 전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거꾸로 적용하는 동안 안젤리누스의 머릿속에 담겨 있던 길이 모두 날아가 버릴 것이라 신부는 생각했다.


신부는 광장에 도착한 후로는 젊은 청년의 도움을 받아 몽상가의 방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혹시 나가는 길 안내 좀 부탁드려도 되나요?”


안젤리누스는 청년에게 한참 자신보다 어려 보였지만 공손히 물었다.


청년은 신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이고 감사해요. 제가 여러 번 왔는데도 항상 깜빡깜빡해서요.”


안젤리누스는 청년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미소를 지으며 괜히 자초지종을 둘러댔다.


“신부님.”


“응?”


청년은 신부를 불러세우며 가던 길을 멈추었고, 따라오던 신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지 하루 선생께서는 당신이 이곳에 머물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적어도 계획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나서 나가기를 선생님은 바라고 계십니다. 신부님을 위해서 방도 마련하셨습니다. 심심하지 않도록 희곡과 마실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원하신다면 다른 몽상가들과 담소를 나눠도 되고요.”


“이곳에서 향연이라도 열길 바라시는 건가요? 오늘은 얌전히 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밖의 시장이나 여관에서 고요함이라고 하면 고요, 소음이라고 한다면 그 소음을 듣고 싶어요.”


“방은 이쪽입니다.”


청년은 안젤리누스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완전히 무시하고는 지 하루가 신부를 위해 준비 한 방으로 인도했다.


“도대체가 이 몽상가란 작자들은...”신부는 독단적인 행위에 불만이 있었지만, 청년 없이는 이 미궁을 빠져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조그맣게 불만을 토로하고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그와 슐츠 일행은 짙은 갈색의 모포를 뒤집어쓰고는 여관 저 구석에서 찌부러져 있는 감자포대처럼 존재감을 감추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슐츠 선생님 저 레이븐 이 하는 말을 믿을 수야 있는 겁니까? 그가 우리 마을에 재앙을 불러왔다는 거 잊지는 않았겠죠? 함께 있는 것만 해도 불만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지만 전 당장이라도 저놈의 입에서 신음이 흐를 때까지 쥐어패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스벤은 그를 바로 앞에 두고 슐츠에게 말했다.


그는 스벤의 말을 듣고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반응조차 없이 여관 안을 둘러볼 뿐이었다.


슐츠는 스벤의 점차 올라가는 언성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손바닥을 펴 보이며 아래를 향해 작게 부채질하듯 움직였고, 그 몸짓을 본 스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탓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어. 그 마음 난 이해해 스벤, 하지만 알고 있지 않은가? 그가 람세스의 군대를 메데스비홀스작센으로 이끈 것은 맞지만 그 사실을 본인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히 그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비약이 심하다는 것을.”




슐츠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는 밤이 다가오고 별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 자신들을 드러낼 때 슐츠부터 먼저 일어나 마지막으로 세르쥬가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몽상가들이 모여있는 학원으로 들어온 세르쥬와 스벤 그는 슐츠가 이곳에서 어찌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다들 밖으로 나갔거나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군.”


슐츠는 혼잣말하며 학원 내부를 둘러보았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슐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푸른빛으로 밝히면서 고개를 들었다.


“음!”


슐츠의 눈에는 학원 내부가 그 의지와 시선에 따라 훤히 보였다.


“지하에 길이 있구나. 밑으로 내려가 몽상가를 찾으면 우리가 보았던 것들을 그들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어. 아마 이 재난을 미리 막을 수도 있을 거야.”


슐츠는 그에게 말했다.


“당장 가죠. 뭘 기다리고 있나요?”



그는 손바닥을 펼치고 위로 들어 보이며 호응했다.


슐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뒤쫓아올 일행들이 잘 오고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푸른 염료로 염색한 양탄자가 깔려있던 현관 앞의 복도와는 다르게 지하는 그곳의 외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다듬어진 회색의 돌들로 만들어진 벽과 바닥이 그대로 보였다.


그야말로 통로인 그곳은 어떤 조형물이나 가구도 없는 것이 발걸음 소리가 통로의 평평하고 단단한 지형에 부딪혀 돌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기구나."


슐츠는 어느 정도 지하실의 통로를 걷다가 세 번째로 방이 지나쳤을 때 다시 방금 지나친 방으로 돌아오더니 방문 앞에 섰다.


그 갑작스러운 슐츠의 움직임에 세르쥬는 자신의 발을 밟았고, 그로 인해 넘어질 뻔했다.


"아이참."


세르쥬는 짧게 탄식했지만, 슐츠는 신경 쓰지 않고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일행들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슐츠에게는 익숙한 어떤 것을 기다리는 듯했다.


"누구세요?"


세르쥬가 신발을 다시 고쳐 신었을 즈음 문 너머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시험하려는가? 친구들이여 오직 마귀들만이 시험을 한다네 우리는 악의 길을 걷는 자들이 아니지 않은가?"


슐츠는 문 너머로 들려왔던 목소리를 향해 크게 외치듯이 대답했다.


슐츠의 말이 끝나자 안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들어오게 아인 슐츠! 내가 자네를 본지가 100년은 더 된 것 같아서 말이야. 하늘 위를 바라보며 자네의 영혼이 어디쯤 박혀 있을까 친구들과 함께 찾아보았네. 하지만 자네는 저 하늘에는 없고 지상에 있는 것 아닌가?"



문이 열린 곳에는 20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중후한 중년 내지 노인의 목소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왜? 하데스를 찾아보지 안그런가? 난 항상 그곳을 주시하며 너희들이 언제쯤 그곳에 내려앉아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네."


슐츠는 익숙하다는 듯이 웃으며 크게 외치듯이 회답했고, 방 저 안에서부터 커다란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몽상가들인가?"


그는 스벤에게 물었다.


스벤은 그의 말이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안부 인사를 하는 거 보면 그런 거 같아요."


세르쥬는 슐츠가 듣는 것이 상관없다는 투로 그에게 말했다.


"자 들어오게 그리고 그 외에 손님들도 모두··· 흠. 그래 자네의 손님이니까 다들 괜찮은 사람들이겠지?"


문 앞에 서 있던 몽상가는 슐츠와 함께 온 일행들을 살펴보다 그에게로 고개를 멈추었고, 어색하게 목소리를 흐리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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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몽상가들 22.10.14 26 0 12쪽
»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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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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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불멸 +1 22.09.14 24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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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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