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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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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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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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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흑색신전

DUMMY

그는 아타네 아타락시아의 왼편에 나 있는 길을 따라가 상점이 모여있는 거리로 들어가 옷가게에서 그가 여행 중 입어왔던 잿빛 로브를 구매했다.


실은 구매했다기 보다는 가져왔다는 것에 더 가깝다. 왜냐하면, 그가 휘장을 보여주자 옷가게 주인은 흔쾌히 옷을 내주며 자신을 기억해 줄 것을 간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광경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옷가게 주인에게 회답하고는 흑색 성당으로 향했다.


흑색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여전히 칠흑같이 어두워 그 계단의 시작과 끝이 잘 보이지 않아 신중하게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흑색 성당의 계단을 모두 오른 그는 엠레이와 올라왔던 불과 2주 전의 그날을 기억했다.


기억을 잃고 무작정 흑색성당으로 왔던 그는 레이브누스 가 아니었다.


잿가루는 흘리고 있었지만, 그것에 의해서 인간성을 상실한 어떤 존재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들어줄 안젤리신부를 기대하고 문을 열었고, 그 앞에는 니콜라이가 있었다.


문이 열리자 니콜라이는 그를 보는 것이 썩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맞이했다.


"안녕하시오 레이브누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야 니콜라이 반갑다는 말은 안 할게 그건 마음에도 없는 소리니까. 안젤리신부는 어디 계시지?"


니콜라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틀 전에 출타하셨습니다. 보름이나 지나서 오시려나요? 뭐 안젤리누스 신부님께 용건이라도 있으십니까? 편지를 보낼 수는 있습니다. 물론 안젤리누스 신부님께서 돌아오시는 것보다 늦게 답장이 돌아오겠지만요."


"아니 됐어."


그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흑색 성당에 놓여있는 기다란 의자에 그는 괜히 앉아보더니 다시 일어났다.


"안젤리 신부님은 그럼 어디를 가신 거지?"


"헤센부르크로 가셨어요. 몽상가를 만나서 말을 나눌 거라고 하시던데요."


"안젤리 신부님이 몽상가를 만나러 헤센부르크로 가셨다고요?"


그는 안젤리 신부가 혹시 람세스와 만나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들도 정당한 명분이 없이는 안젤리누스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이름을 레이브누스라고 밝히긴 했지만, 그가 흑색성당과 관계자라는 것은 호세프에게만 알려주었으니 호세프가 밀고하지 않는 이상 안젤리신부에게 해가 가진 않을 것이다.


"두 번 말하진 않겠습니다. 예."


니콜라이는 그에게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한것을 물어보는 것을 계속해서 대답하는 태도였다.


"그럼 안젤리 신부님은 왜 몽상가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시는데?"


"그야 신부님은 지혜를 갈망하시는 분이셔서 그런 거겠죠. 놀랄만한 일도 아니에요. 안젤리누스 신부님은 지성의 수준을 더 높일 수만 있다면 백색 지옥이라도 들어갈 분이니까요."


그는 니콜라이가 백색 지옥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서 심상이 거슬렸지만 그런 사소한 것은 차치 했고, 당장에 헤센부르크로 떠날 방도를 생각했다.


헤센부르크로 걸어서 가는 방법도 있다.


그는 별을 잘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센트리 별자리가 어디에 위치한 지는 분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진 못했다.


"나도 헤센부르크로 가야겠는데 길을 가는데 도와줄 것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니콜라이는 그의 뻔뻔한 요구가 언짢다는 것을 표정을 통해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레이브누스, 당신이 안젤리누스 신부님의 총애 때문에 그 이름을 쓰고 있다는 것 나는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이상으로 뭔가 해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뭘 그리 모른척하나 니콜라이. 분명 자네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알고 있지 않겠나? 나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도를 말이야."


그는 니콜라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니콜라이는 그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전번에는 제가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왜 꼭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말하는 겁니까? 그것도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만을 말이죠."


"니콜라이! 우리가 모시는 신이 어떤 분인가? 이방인을 형제처럼 맞이하고, 곤란에 처한 사람은 조부모를 모시듯 그자의 안녕을 위해 힘쓸 것을 온 인류에게 가르치지 않으셨나?"


"우리라는 말 쓰지 마십쇼 불쾌합니다. 그리고 안카누스께서 인류에게 내려주신 가르침은 지성입니다. 당신이 방금 인용한 그 구절은 이방 신의 경전의 내용인 것 같군요. 저는 이교도가 아닙니다. 레이브누스! 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


그는 니콜라이의 조목조목 짚는 말에 하나씩 하나씩 그 내상을 느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지식이 짧은 것이 오늘 자네에게 드러남이 부끄럽다는 건 나도 알고 있네 니콜라이."


"안카누스의 축복이 함께하길."


니콜라이는 그를 향해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곤 성당 안에 있는 검은 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검은 성당 안에서 더욱 캄캄해지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방금 니콜라이와 대화하기 전까지는 성당에서 그를 위해 길잡이를 해줄 사람과 타고 갈 말을 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젤리누스 신부가 그에게 고행에 들을 것을 제안한 시점에도 이렇다 할 재정적 지원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는 더 원활한 고행을 위하여 길잡이나 말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해 보이지 않았다.


"잠깐, 굳이?"


그는 자신이 입고 있는 잿빛의 로브를 바라보자 생각이 그의 머리 위를 운행해 지나갔고,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흑색성당을 나온 그는 아까 들렀던 상점가가 죽 늘어서 있는 길가로 나와 좌우에 나 있는 건물들을 유심히 보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사제복을 입고 있는 그가 어딘가를 바삐 가고 있는 모습을 본 주민은 그의 발걸음에 방해되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꼭 붙어서 걷는 꼴로 통행하기 시작했다.


그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그는 굳이 주민을 제지하지 않았고, 더 빠르게 길을 횡단하며 건물을 확인하며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필립 상단 이라고 쓰여 있는 가판을 내건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그 건물에는 가죽과 밧줄로 묶여있는 화물이 쌓여있었고, 마구간도 갖춰져 있어 그곳에는 짐마차를 끄는 말들과,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힘이 센 노새들이 맡겨져 있었다.


"거 좀 비켜주세요!"


그의 등 뒤에서 들린 소리였다.


"앗, 미안합니다."


그는 바로 옆으로 이동해 피해주었고, 그러자 화물을 두 팔로 들어 옮기는 장정 둘이 땀을 흘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좌우를 한번 살피고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짐을 옮기는 잡부들이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지르고 수신호를 보내가면서 물건을 이곳저곳으로 내리고 다시 올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부는 부지런하게 움직였으며 그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통행의 방해를 줄 정도로 바삐 돌아가는 곳이었다.


그는 그렇게 활기가 가득한 건물 안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은 땀을 흘리며 물건을 옮기는 잡부들이었지만, 몇몇은 옮기는 이들에게 명령만을 하는, 하지만 옮기는 이들과 비슷한 옷차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가 찾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유심히 계속해서 명령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그는 그들도 명령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을 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다시 받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정말로 다른 이들에게 지시만 내리는 사람을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그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고는 작업현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을 보였다가 다시 다른 현장을 바라보고 다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보이는 것을 반복했다.


"예.. 예?"


시선을 주고 있는 현장을 두어 번 바꾸자 그제야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그가 인사함을 깨닫고는 물음이 섞인 대답을 뱉어냈다.


"뭐죠?"


한번 그에게 눈길을 줬지만, 다시 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흑색성당에서 온 레이브누스 라고 합니다. 근데 제가 안네아폴리스의 필립 상단에서 채권을 발행한 적이 있어서요."


"채권을 발행한 적이 있으시다면 그 채권의 추가비용은 채권을 제시한 날까지 계속해서 이자가 붙습니다. 만약 분실하셨거나, 파손하셨을 때 안내원 역할을 한 필립 상단 측 직원의 구두내용에 따라 채권이 다시 작성되고요."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그 말을 전부 다 외운 것처럼 막힘없이 물 흐르듯이 쏟아냈다.


"아 오늘은 채권 때문에 온 건 아니고요. 그 안내원 역할을 한 직원이랑 특정사건에 의해서 떨어지게 됐거든요. 채권도 그 직원이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그 안내원에게 하루빨리 돌아가 봐야 하거든요."


그가 말하는 동안 작업지시가 필요한 사람이 왔고, 그의 말을 듣던 사람은 작업지시가 필요하던 일꾼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 지금 필요하신 게 안내원에게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수단인 말을 대여하거나 구매하게 해드리는 거겠네요? 그러면 그 말을 대여하는 것에 대한 채권을 작성해 드릴게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전 흑색성당에서 온 신부입니다. 채권이 필요할까요?"


"방금 채권을 발행했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이 흑색성당의 신부라면 왜 채권을 발행했나요? 무역하시는 분처럼 보이진 않는데."


"설명하기 좀 복잡하네요. 만약 제 신분을 증명할 것이 필요하다면 여기 제 휘장입니다. 흑색성당의 신부라는 것을 증명하죠."


그는 까마귀의 형상을 한 잿빛의 휘장을 꺼내 작업을 지시하는 사람에게 건넸다.


"음.. 확실히 당신은 흑색성당에서 온 사람이 맞군요? 그러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신부님? 신부님 개인으로 말을 대여하실 건가요? 아니면 흑색성당의 이름으로 말을 대여하시는 겁니까?"


작업을 지시하는 사람은 현장 일에 몰두한 탓인지 별다른 반응 없이 그가 흑색성당의 관계자라는 것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성당이름으로 대여해 주십시오."


"신부님 성함이?"


작업을 지시하는 사람은 작업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레이브누스 신부입니다. 제 말은 레이브누스 요."


그에게 이름을 듣더니 지시하는 사람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둥그런 마패를 꺼내더니 바닥에 놓인 자신의 붓으로 보이는 것으로 무어라 적더니 그에게 건넸다.


"자 신부님 이걸 들고 이 층으로 올라가 계산대에 전해주십시오. 그럼 더 자세하게 처리해 줄 겁니다."


그는 바쁜 작업이 한창인 곳을 가로질러 조금 한적한 구간으로 오자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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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6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5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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