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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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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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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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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별세

DUMMY

2층에는 여자접수원 둘이 있는 계산대가 있었고, 그가 마패를 건네자 그것을 확인한 접수원은 그에게 말 한 마리를 대여해 주었다.


"말은 반나절마다 7은 화 씩 지급 하셔야 하고요. 반납하실 때는 서부제국은 안네아폴리스, 북부왕국은 모든 도시, 중앙제국은 마찬가지로 모든 도시에 있는 필립 상단 지부 어디에든 반납하시면 되고요. 말이 다치면 추가로 요금이 발생할 수 있고, 말이 죽었을 경우 150 금화 를 변제 하셔야 합니다. 그 경우 말은 대여자에게로 소유권이 양도 됩니다."


"항상 궁금한 거였는데, 혹시 어디 쓰여 있나요? 청산유수처럼 내뱉는 게 참 신기해서요."


"네 쓰여 있긴 한데 이젠 안보고도 말할 수 있어서 그냥 말하는 것 뿐이에요. 다른 지부를 가도 똑같이 말할걸요?"


접수원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는 그 웃음이 어딘가 깨름찍 했다.


비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모두 흑색성당에서 부담할 것이기 때문에 그는 말을 빌려 필립 상단 지부에서 나왔다.


그는 대여한 말에 올라타 고삐를 쥐고는 헤센부르크로 향하려 했지만 이미 여명은 한참 전이었고, 기울었지만 똑같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센트리 별자리를 따라서 헤센부르크로 향할 수 없었다.


그는 아타네 아타락시아로 가 말을 맡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방은 이전에 묵었던 여관방 중에 가장 넓고 깨끗했다.


***


간밤에 안정을 찾은 세르쥬와 스벤 일행은 새벽녘의 태양이 지평선에 걸려 간당간당할 즈음 파우스트의 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추워.."


파우스트는 뜨거운 체온에 의해서 온몸이 추위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벤은 파우스트가 자고 있던 소파가 있는 곳 바로 옆 바닥에 베게를 두고 자고 있었는데 파우스트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로 파우스트의 머리에 손을 대 보았다.


그러자 스벤은 달구어진 주전자같이 뜨거워진 파우스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촌장님? 촌장님 제 목소리 들려요?"


스벤은 다급한 목소리로 파우스트를 불러보았다.


"으응.. 스벤 너니? 앞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새벽이어서 그래요 잠시만요 제가 몽상가 선생님을 불러 드릴게요."


스벤은 바로 옆에 있는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는 슐츠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슐츠의 눈이 푸른빛을 방출하면서 고개를 부르르 떨었다.


"카산드리아!"


슐츠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마녀의 이름을 불렀다.


슐츠의 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은 푸른 홍채에 들어가 작아진 것처럼 보였다.


"슐츠! 촌장님의 몸 상태가 안 좋아요. 선생님도 안 좋긴 한데, 촌장님 좀 봐 주실 수 있나요?"


"카산드리아를 데리고 와주렴 스벤."


슐츠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스벤에게 말했다.


슐츠는 에테르의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에 과 부하가 된 상태여서 마녀의 힘이 필요했다.


스벤에게 그것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마녀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알았어요. 잠시만요."


스벤은 마녀가 그들이 잠들기 전 들어간 방의 문앞에 서서 이름을 불렀다.


"카산드리아? 깨어있나요?"


스벤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불길했지만, 파우스트를 위해서 라면 찝찝한 것쯤은 아무것도 아녔다.


문안에서 부터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문을 두 번 노크하고는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카산드리아는 방안의 갈색으로 만들어진 이불이 놓인 침대에서 꿈을 꾸고 있었다.


"카산드리아! 카산드리아!"


스벤은 마녀가 자신을 해코지 할 것이 두려웠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깨웠다.


그러자 카산드리아는 슐츠가 그랬던 것처럼 눈에서 푸른빛의 광원을 뿜어내더니 곧바로 일어섰다.


"그 양반 참, 남의 꿈에 들어와서 방해하고 난리야.."


카산드리아는 슐츠를 꿈에서 만났다.


파우스트의 상태가 위급하다는 사실은 슐츠에게 이미 들었기 때문에 스벤이 무어라 설명하려 하자,


"길 막지 말고 비켜!"


라고 말하며 곧장 파우스트에게로 갔다.


마녀는 푸른 기운으로 가득한 눈으로 파우스트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습니까 카산드리아?"


슐츠는 소파에 다소곳하게 앉은 채로 마녀에게 물었다.


"이미 늦었어. 우리가 해줄 일은 없겠는걸?"


카산드리아는 작은 체구에 어울리는 흑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말했다.


"뭐요? 카산드리아! 다시 한번 봐주세요. 당신이라면 할수 있잖아요! 안개의 마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어디 있나요?"


스벤은 카산드리아 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스벤, 그러지 마."


슐츠는 카산드리아에게 소리치는 스벤을 저지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스벤은 카산드리아의 역린을 건드렸고, 참을성 없는 마녀는 붉은 감정을 그대로 표출해 냈다.


"내가 언제부터 안개의 마녀였나? 응? 태어날 때부터? 에테르의 힘을 처음 사용한 내 첫 월경때? 아니면 우리 부모님을 불 속에 집어넣은 야만인들의 모가지를 비틀어 죽였을 때? 내가 왜 너희 입맛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 망할 놈의 안개의 마녀라는 이름으로 날 부르면서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할 때는 이용하다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게 있으면 날 묶어두고 불을 지를 텐가?"


그녀는 진절머리난다는 듯이 스벤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카산드리아.."


슐츠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카산드리아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슐츠가 신경질 나게 느껴졌고, 푸른 기운이 카산드리아의 집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진정해 카산드리아 집을 통째로 날려버릴 셈이야? 저 젊은 놈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그 때문에 이 근사한 집을 잃을 셈이야?"


슐츠는 카산드리아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카산드리아는 슐츠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스벤이 말한 길지 않은, 그녀를 안개의 마녀라고 부른 대목을 떠올리고 있었다.


"말조심 하렴 스벤, 아무리 그 이름이 무뎌진 나라도 그렇게 밀어붙이면서 말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단다. 두 번의 기회는 없어. 알겠지?"


카산드리아는 스벤에게 말했고, 스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는 식탁 위에 놓인 사과를 집어들더니 천장을 향해 던졌고, 이내 푸른빛을 내며 수백 개의 조각을 내며 공중에서 폭발했다.


사과 조각들은 땅으로 닿기도 전에 푸른 화염에 휩싸이며 소멸했다.


"잘 봤지? 네 머리가 저런 운명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아까 같은 짓을 다시 하면 돼."


"두 번다시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


스벤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진작에 그러지 그랬어."


카산드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슐츠는 스벤을 보고는 고개를 작게 가로저었다.


스벤은 그것이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반응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숨을 가파르게 쉬고 있었던 파우스트의 소리가 없이 조용해 침묵이 감돌았다.


스벤은 식은땀이 척추가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커다란 흐름 둘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목이 바싹 타들어 갔고, 이 침묵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등장했으면 좋겠다 스벤은 생각했다.


"슐츠.. 촌장님은.."


스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세르쥬는 이 모든 상황을 소파 뒤에서 숨죽이며 살펴보고 있었다.


스벤이 카산드리아에게 소리치는 탓에 세르쥬는 깨어났지만, 분위기로 보거나, 상황을 보아서나 예삿일이 아닐 것이라 세르쥬는 직감할 수 있었다.


세르쥬는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스벤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잠들 수 없는 밤이었지만 세르쥬는 그대로 잠든 척하며 베개에 뒤통수를 맡겼다.


***


「파우스트

고향 잃은 영혼. 이곳, 타지에서 잠들다.」


슐츠와 스벤은 한숨 더 자지 않고, 아침의 태양이 돌아왔을 즈음 파우스트의 넋을 기리고는 육체를 땅에 묻어 주었다.


시간이 없어 관을 만들어 주진 못했지만, 슐츠는 파우스트를 땅속에서라도 쉬게 해주고 싶었고, 묘비명도 세워 놓았다.


스벤은 훌쩍이며 눈가를 훔쳤다.


슐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하늘 저 너머에 있을 누군가를 원망했다.


물론 람세스를 가장 크게 원망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신을 모욕하지 않을 이유가 되진 못했다.


세르쥬는 슬퍼하고 있는 그들을 벽 저 너머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에테르의 흐름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슐츠는 그런 세르쥬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가까이 오게 해 함께 파우스트를 잃은 것에 대한 감정을 털어내고 싶지 않았다.


세르쥬는 만난 지 하루째 되지 않은 이방의 어린아이 일 뿐이었다.


슐츠와 스벤은 마지막으로 파우스트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산드리아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카산드리아는 거실에 놓인 흔들의자 위에 앉아서는 갈색 염료로 염색해 놓은 털실 뭉치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스벤은 그런 카산드리아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고, 카산드리아는 그런 스벤의 불편한 심정을 모르지 않았다.


"이제 가보는겨?"


카산드리아는 서서는 애매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셋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들은 당장에라도 떠날 것 같이 짐을 들고 서 있었기 때문에 카산드리아는 떠날 거냐고 물은 것이었다.


"네 신세 많이 졌습니다. 나중에라도 꼭 다시 들려서 은혜를 갚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슐츠가 그렇게 말하자 세르쥬와 스벤이 따라서 카산드리아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응. 그래그래 멀리 안 나갈 거니까 안개가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들 가."


카산드리아는 뜨개질을 뜨고 있는 손을 계속 놀리며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


스벤과 슐츠 세르쥬는 여정을 함께 할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육체는 근사한 마녀의 집에서 잤기 때문에 상쾌했지만 두 눈은 생기를 띄고 있지 않았다.


슐츠 일행은 카산드리아의 집에서 나왔다.


슐츠는 에테르의 흐름으로 별의 마음을 읽어 나갔고, 센트리 별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슐츠는 먼저 발을 뗐고, 먼저 나아가는 슐츠의 뒤를 스벤과 세르쥬가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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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 38. 별세 22.09.26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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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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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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