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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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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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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젊은 람세스

DUMMY

"세르쥬가 목격자겠구먼 그래."


"네 제가 직접 봤어요."


"그럼 세르쥬 네가 말해볼래? 저 레이븐의 몸이 어땠는지 말이야."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몸에서 까마귀가 튀어나왔고, 그리고 그 까마귀들이."


그는 세르쥬가 신전에 있었던 일 그대로 말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세르쥬에게 눈치를 줬다.


"음 그 까마귀들은 잿가루를 날리고 있었고요. 그리고 칼이 심장을 관통했는데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어요."


세르쥬는 그를 향해 양손을 펼치며 자랑하듯 말했다.


"설명만 들어보면 몸이 확실히 이 세상의 것들과는 다른 것 같긴 해,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에테르에 의한 것으로 생각했나?"


"왜냐하면 제가 백색지옥에서 에테르로 보이는 무언가를 접했기 때문이죠."


"그때가 언제인가?"


"한... 2주 정도 됐네요."


"그러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어봐."


슐츠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수정구슬과 옥주전자를 가져온 방으로 들어가더니 초록색 허브를 가져왔다.


슐츠는 옥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허브를 집어넣었다.


"이제 달구기만 하면 돼."


슐츠는 난롯가에 작게 남아 있는 잔불 덩어리를 철재로 되어있는 그릇에 담더니 철제 그릇 바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주둥이에서 연기가 서로 밀어내며 삐져나오기 시작하자 슐츠는 주전자의 뚜껑을 열었고 연기들이 점점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왜 연기를 내는 겁니까? 그 풀들의 어떤 성분 때문에 나의 정신을 어지럽혀 환각을 보이게 하려는 건가요? 그런 의식행위는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데요."


그의 말을 들은 슐츠는 눈썹이 위로 펴지며 이마에 큰 주름 세 갈래를 만들어 냈다.


"아니 그냥 연기가 필요해서."


"그런 건 그냥 다른 나무를 태워도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나무를 태워도 되긴 하지, 그런데 나무를 태운 연기 안에 인체에 유해한 것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 아는가? 실제로 누군가가 실내에서 숯을 태워서 몽상가들이 하는 행위를 따라하다 사망한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네.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었지. 그래서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몽상가들은 통상적으로 연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허브를 사용하는 게 특별하다는 것만 말해주는 거라네."


그와 슐츠가 서로 겨우 보일 정도로 연기가 찼을 때 슐츠의 말이 끝났다.


"자 이제 충분히 연기가 가득 찬 것 같은데, 기억을 떠올려 보시게."


"주변은 온통 뼈로 가득했어요."


"아니, 그냥 생각만."


"음..."


슐츠의 말을 들은 그는 자세를 고쳐 앉고는 그날의 기억을 최대한 생생히 기억하려 애썼다.


그러자 얼마 안 가 연기 속에 광원이 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형상이 연기 속에서 떠올랐고 그 형상은 움직이며 그날 백색 지옥에서의 사건을 재현하고 있었다.


***


"잿가루투성이군."


안네아 폴리스의 사법 집행관 중 한 명인 람세스가 말했다.


람세스는 안네아폴리스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 사막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잿가루를 보더니 신전 사재 급습 사건과 연관시켰다.


"병사를 시켜 저 잿가루가 어디서부터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끝나는지 확인해 보게 리워야딘."


"그래 한번 수색해봐야지."


람세스의 보좌관 리워야딘은 그의 명령에 편하게 대답했다.


안네아폴리스에 사는 사람 중 호세프 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 모두가 람세스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람세스와 유년기 때부터 함께 있었던 리워야딘 은 람세스가 가장 편했다.


람세스는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집행관 중에는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안네아 폴리스의 유망한 귀족의 자제였던 람세스는 여러 남자 귀족들에게 소년 때 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사랑을 준 귀족들의 힘으로 집행관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다.


람세스의 아름다운 갈색 장발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물론 남자 귀족들이 람세스를 사랑한 이유가 그의 고귀한 혈통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람세스의 외모는 아름다운 것을 넘어 훌륭했고, 모든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것이었다.


"모래 속에 파묻힌 게 아닐까?"


리워야딘은 병사와 함께 잿가루를 따라가며 살펴보다 람세스에게 다시 돌아와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거 말고는 딱히 없나?"


리워야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병사 하나가 숨 가쁘게 람세스에게 달려왔다.


"집행관님! 그들의 행방을 알고 있는 상인을 찾았습니다!"


"내게 데리고 와라."


병사는 람세스의 말을 듣자 곧장 뒤돌아가 낙타를 이끌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데리고 왔다.


람세스는 먼저 그와 꼬맹이의 행방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중년의 상인은 자신이 그와 꼬맹이를 데리고 사라진 북부왕국의 일행들과 가벼운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어떤 거래를 했는지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람세스는 상인이 이방인과 아주 사소하지만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람세스는 상인이 이끄는 낙타를 한번 둘러보고는 그 행태가 크지 않아 너그러이 생각하며 본론만 말하라고 재차 요청했다.


상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북부왕국의 이방인들은 모두가 지나치는 그와 꼬맹이를 모래밭에서 끌어올려 자신들의 말에 싣고는 상인에게 자신들이 메데스비 홀스작센으로 돌아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람세스에게 상인은 말했다.


"'돌아간다' 라고 말했다면 그곳이 그들의 거처이거나 본래 왔던 여정의 경유지 중 하나겠군."


"경유지라는 의견은 그럴듯하지 않아 메데스비 홀스작센은 산중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굳이 그곳을 거쳐 갈 리는 없겠지."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에 더욱 설득력 있는 추론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너무 늦게 도착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을 만날 수 있겠네. 상인, 너의 정보는 유용했다."


람세스는 상인에게 금화 두 닢을 손으로 건네주었다.


상인은 고개를 넢죽히 숙이며 공손히 받아 빠르게 집행관과 병사의 행렬에서 사라졌다.


***

"그렇군"


그가 여러 마리의 까마귀가 되어 지상 밖으로 나간 일, 그리고 안네아 폴리스에서 신전의 사제들을 학살 한 일까지 모두 감상한 후에 슐츠는 말했다.


원래 그는 백색지옥에서의 일만 떠올리려 했는지만 그의 사유는 자동으로 안네아 폴리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와 세르쥬는 맥없이 잡혔다는 기분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슐츠는 괘념치 않는다는 분위기로 진정으로 그것이 에테르와 관련 있는지만 검토해 보고자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네가 받아들인 그 회색의 것은 우리 몽상가들이 말해왔던 에테르랑은 다른것 같네."


그는 자신의 악행이 모두 까발려진 것에 얼떨떨했지만 슐츠의 말에 질문이 생겼다.


"어떻게 다른가요? 그 에테르라는 것과 말이죠."


"일단 에테르라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오히려 빛이 없는 곳에서 더욱 잘 보이는데 밤중이나 혹은 어두운 곳에서나 은은하게 푸른빛을 띄우거든, 아주 미세하게 빛나기도 하고 반투명 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있다는 것 조차 눈치채기 힘들지."


슐츠는 고개를 내리고 눈동자를 위로 치켜뜨더니 말했다.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방금 그 연기 속에서 나온 영상은 서부제국 어딘가에 있는 신전 같았는데..."


"예... 그래서 저와 세르쥬를 서부제국에 넘기기라도 할 건가요?"


"그냥 조용히 자신을 숨기다가 이곳을 떠나게. 만약 레이브누스라는 이름을 그곳에서 발언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도 그 이름을 굳이 알리면서 다녀도 되긴 한데, 만약 그 일이 있었던 곳..."


"안네아 폴리스요."


슐츠가 한참 말을 망설이자 그는 슐츠에게 지역을 알려주었다.


"궁금하지 않아. 암튼 그 안네아 폴리스에서 네 이름을 밝혔다면 적어도 그이름을 이곳에서 사용하지 말게, 그 이름은 이 마을에 파멸과 고통을 불러올 거야."


"말한 적 있어요. 안네아 폴리스에서도 그리고 이 마을에서도 말이에요."


"벌써? 입단속이 느슨한데도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궁금하구먼. 아 생각해보니 안 죽을 만 하구나."


슐츠는 연기 속에서 보인 영상을 떠올리며 그가 심장이 뚫려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납득했다.


"그래서 누구한테 말했는가?"


"레이브누스는 아니고 레이븐이라고 알려주긴 했는데 촌장이랑 스벤에게 알려줬어요."


"그렇다면 파우스트와 스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면 입단속 하라고 알려야겠구먼. 세르쥬"


"네... 네?"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여러 생각에 빠져있었던 세르쥬는 갑작스러운 호명에 놀랐다.


"파우스트 와 스벤에게 가서 알려라 레이븐이든 레이브누스든 그 이름을 숨기라고."


"파우스트가 누구예요?"


"촌장을 말하는 거야."


그는 세르쥬에게 말했다.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근데 어디로 가요? 아까 우리가 왔었던 마을회관 같은 곳이요?"


"파우스트는 마을회관에 있을 거야. 스벤은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붉은 지붕의 집이 있는데 그 집에서 두 집 더 아래에 있는 팥죽색 지붕 집이 있을 거야. 잘 못 찾겠으면 수소문해서라도 찾아가."


"네엡. 고용인 외 사람의 부탁은 개별요금 첨부되는 거 알죠? 이대로라면 추가 요금에 대한 기록용으로 양피지가 하나 더 필요하겠어요."


세르쥬의 말은 그를 향한 것이었다.


"채권 아직도 가지고 있었니?"


"그럼요."


세르쥬는 자신이 메고 있는 가방을 두어 번 쳐 보이며 밖으로 나갔다.


세르쥬가 서 있던 곳에는 가방을 치면서 나온 먼지들이 느리게 하강하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비판, 비평, 피드백, 감상 모두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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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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