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898
추천수 :
24
글자수 :
252,035

작성
22.10.26 22:00
조회
23
추천
0
글자
12쪽

52. 잿빛 연옥

DUMMY

지 하루의 하수인은 도서관의 잔해 안에서 숨겨져 있는 통로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내어 들어갔다.


최근 누군가가 들어간 것인지, 지하로 향하는 통로에는 잔해물이 딱히 크게 막고 있지 않았고, 겉으로 봤을 때 애매하게 보이지 않을 만큼만 건물의 잔해가 주변에 세워져 있었다.


통로는 횃불들이 세워져 있어 어둡지 않았고, 회백색의 돌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는 장소였다.


“잠깐!”


슐츠는 지 하루의 하수인이 에테르의 흐름을 눈으로 읽어내려 하자 그 하수인의 어깨를 붙잡고는 크게 소리쳤다.


“뭔가? 슐츠?”


하수인은 피곤하다는 목소리로 슐츠에게 말했다.


“에테르를 그대로 둬.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넌 죽을 것이다.”


“거참··· 몽상가한테 에테르가 없으면 길은 어떻게 찾으라는 거지?”


“에테르는 나와 함께 할 테니 너는 길을 안내하기나 해.”


슐츠는 하수인의 어깨를 붙잡은 손을 그대로 꽉 쥐며 끌어오더니 반대편 손으로는 멱살을 잡고 말했다.


“알았어, 좀 쉽게 쉽게 가자고.”


하수인은 슐츠가 손에 힘을 풀자 몸을 비틀며 슐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고, 걸음을 멈추었다.


“앞으로 가, 뭘 기다리나?”


슐츠는 앞으로 가려고 생각하지 않는 하수인에게 말했다.


“지금 시각장애인이 된 거 같은데 어떻게 앞으로 가나? 나도 이 앞에 뭐가 있는지 다 기억하는 건 아니야.”


“아..”



슐츠는 에테르로 두 눈을 푸르게 비추더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하수인에게 말로써 전해주었고, 슐츠의 말에 따라서 하수인은 슐츠 일행 세르쥬, 레이븐 을 비밀 통로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가다 미궁에 당도 한 슐츠 일행은 미궁 저 앞에서 다른 발걸음을 듣고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슐츠는 저 앞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슐츠의 눈에는 조금 더 앞에 갈림길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 하나가 보였고, 온통 로브로 둘러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탓에 에테르의 기운으로 가득한 눈으로 살펴본 슐츠였지만 누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슐츠의 눈에 보인 로브를 입은 사람은 키가 세르쥬와 비슷한 것이 어린아이의 것처럼 보였다. 체구 또한 작고 굼뜬 기운이 없는 것이 여자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슐츠는 들었다.


“여기에 어린아이가 올 수도 있는 건가? 설마?”


슐츠는 하수인을 역겹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봐, 나도 만약 너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는데 우린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야. 게다가 어린아이라니? 저 앞에 들리는 발걸음의 주인이 어린아이란 말인가? 흠..”


하수인은 이제 막 피딱지가 붙기 시작하고 있는, 손톱이 있던 자리가 간지럽다는 듯이 한번 털더니 말을 이었다.


“길을 잘못 들었다던가 해서 왔을 수도 있겠네. 그런데 여기 미궁까지 온 거 보면 우연이라고 보기엔 힘든걸? 아무튼, 우리 지 하루의 수하에 있는 사람은 아닐 거야. 왜 그래? 무서우면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봐?”


하수인은 자신의 손목에 묶여있는 밧줄을 앞으로 당기며 나아가려 했지만 레이븐은 그 밧줄을 뒤로 강하게 잡아끌었다.


그 바람에 하수인은 갑작스러운 힘으로 회백색 돌 바닥 위에 골반부터 부딪히며 넘어졌다.


“갑작스러운 행동은 하지 말라고 굳이 경고를 해야 하나?”


레이븐은 하수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미궁의 벽을 이루고 있는 회색의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한다고 세금 붙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좀 말로 하지.”


하수인은 투덜대며 밧줄로 묶여 불편하게 손을 움직여가며 꿈틀 때는 것으로 몸을 바로 세우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슐츠는 레이븐이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치유된 후로 분명 그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날카로워 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쌓인 감정에 의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슐츠에게는 다른 이유이리라 생각되었다.


슐츠는 하수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하수인은 묶인 채로 있는 팔로 슐츠의 손을 옆으로 휘두르며 치워냈다.


결국 혼자 전부 일어난 하수인은 다시 앞으로 향하며, 슐츠의 말하는 것에 따라 옆으로 돌아가기도 계속 직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하수인의 길 안내를 받던 슐츠는 옆을 바라보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을 본 레이븐은 슐츠와 함께 멈추었고, 밧줄이 조금 당겨진 것을 느낀 하수인은 다시 뒤로 돌아와 슐츠 앞에 섰다.


“우리가 이 앞으로 가야 하는 게 맞는가?”


슐츠는 하수인에게 물었다.


“그러네 슐츠. 왜? 신뢰할 수 없는 건가?


하수인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우리 바로 옆에 아까 봤던 미상의 어린아이가 걸어가고 있어. 저 옆에는 뭐가 있지?”


“음..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저 앞에는 막다른 길이 있고, 그 옆으로 가면 화살이 날아오는 함정이 설치되어있지, 그 오른편에는 바로 낭떠러지가 있고.”


“위험하겠군.. 레이븐! 이자를 잘 감시하고 있게,”


슐츠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며 옷깃을 다시 염매고는 옆길로 향했다.


“조심하세요 선생님.”


그는 더욱 단단히 밧줄을 잡아 쥐며 점점 멀어져 가는 슐츠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슐츠는 천천히 어린 아이에게로 걸어가더니, 그 어린아이가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오른편으로 향하려는 낌새를 보자 소리치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시만! 거긴 낭떠러지야!”


그 말을 들은 건지 로브로 온몸을 감싸고 있던 어린아이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 보였다.


슐츠는 여전히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주의를 끌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거 뉘슈?”


“응?”


저 멀리 어린아이의 실루엣에서부터 나오는 뜻밖의 목소리에 슐츠는 자신도 모르게 의성어가 튀어나왔다.


“이거 뭔가 익숙한데..”


슐츠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아이에게 다가갔고, 로브를 입은 어린아이는 슐츠에게로 다가가 결국 그 둘은 서로 확인하게 되었다.

후드를 쓰고 있는 카산드리아 화질 높은 버젼 편집한것.png

로브에서는 카산드리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나왔고, 슐츠는 놀라서 뒷걸음질쳤다.


카산드리아 또한 슐츠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누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에테르의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카산드리아는 슐츠의 얼굴을 확인하자 공중으로 모아두던 에테르를 흩어 보냈고, 검은 로브가 푸른빛으로 작게 발광하고 있었다.


카산드리아는 마지막에 봤을 때 쓰고 있었던 넓은 챙의 모자 대신 로브를 쓰고 있었지만 영락없는 10대의 아름다운 소녀의 외형을 하고 있었고, 슐츠는 반가움도 잠시 놀라움에 눈이 번쩍 띄었다.


“그.. 저.. 여긴 어쩐..일로?”


슐츠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붙잡으며 카산드리아에게 물었다.


“아 어딘가 들어본 목소리였는데 몽상가 양반이었구먼 그래. 내가 잿가루를(죄악) 따라서 헤센부르크 까지 왔는데, 잿가루(죄악)가 어떤 여관방에서 끝나더라고. 뭔 말하는지 알지? 우리 우주 전체에 흩뿌려져 있는 그 잿가루 있잖냐..”


“아, 예 예.. 잘 알죠.”


슐츠는 작은 키의 카산드리아와 이야기하면서 몸을 굽히는데 대답은 존대했기 때문에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다냐.. 하늘에 별들이 별 지랄발광을 하고 화산이 폭발하고, 그래서 난 딱! 알았지. 이거 지 하루가 한 짓이로구나.”


“지 하루를 아세요?”


“그럼, 알고 말고, 아주 옛날에 나한테 고백했다 까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한테 아주 쌀쌀하게 대했지. 그 이후로는 악마학에 관한 논문이나 연구를 주로 했는데, 마녀사냥으로 죽지 않은 게 참 용해. 어쨌든 그래서 난 바로 지 하루를 의심했고, 지금은 이렇게 이곳에서 자네를 만나네?”


슐츠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궁금했던 경위를 알려주어 진심으로 고마웠다.


게다가 카산드리아는 슐츠에게 직접 말은 하지 않지만, 슐츠가 무엇을 하러 이곳까지 왔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기에 슐츠는 입을 열었다.


“아.. 예 저는 방금 지 하루의 하수인을 사로잡아서 길을 안내받고 있었습니다. 여기 미궁 안에 지 하루가 있다는데 길을 안내하라고.. 강하게 협박했거든요.”


“고문했구먼, 그리고?”


카산드리아는 슐츠의 말을 정정하고는 계속 이어나가길 요구했다.


“그리고.. 그 꼬맹이 세르쥬 와 잿가루를 계속 흘리고 다니던 레이븐 이 미궁에 하수인과 함께 있습니다. 저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슐츠가 그렇게 말을 끝내자 저 뒤에서부터 세르쥬의 목소리가 들렸다.


“슐츠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방금 들으셨죠? 저기로 가야 길이 나와요 여긴 막다른 길이강, 함정, 낭떨어지 밖에 없어요.”


“오호라. 그럼 자네의 도움을 좀 받겠네 슐츠.”


카산드리아는 슐츠가 구부리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려온 어깨를 한번치고는 슐츠가 왔던 길로 같이 돌아왔다.


“카산드리아? 당신이었군요?”


세르쥬는 카산드리아를 보며 말했다.


카산드리아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세르쥬에게 대답했다.


“근데.. 자넨 누군가?”


카산드리아는 그대로 고개만 옆으로 돌려 그에게 얼굴을 향하며 말했다.


“레이븐 이라고 합니다.”


“거짓말 하지 마 젊은이 내가 거짓말쟁이를 하루 이틀 보는 줄 아나? 나는 너보다 더 고약한 사람도 겪어 봤어, 네가 몰라서 그래. 얼마나 세상이 각박한지 말이야. 그리고 잿가루(죄악)는 또 어떻고? 지금쯤 푸르고 맑게 개여 있어야 할 하늘을 넌 봤니? 화산재, 잿가루들로 가득해서.. 이거야 원 마음 놓고 숨도 못쉬겠더라야.”


레이븐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카산드리아의 말에 정신이 어지러웠지만,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소녀의 외형이었다.


“도대체.. 몇 살이세요?”


레이븐은 혼란 속에서 간신히 카산드리아의 말이 끝나는 순간에 맞추어 의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회처럼 보인 실수였다.


“너는 기본적으로 예의도 안 배웠나 봐? 여성의 나이에 대해서 굳이 그 수를 물어보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 지적하는 것 또한 철 지난 짓이긴 한데, 더욱 철 지난 행동은 그런 결례를 저지르는 것 아니겠니? 이름 뭐냐고 물어봤는데 거짓말이나 해대고 말이야. 네 이름이 뭐냐고. 이 칙칙하게 생긴 사람아.”


그는 카산드리아의 말에 따라 자신이 몸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잿빛으로 가득한 것이 칙칙해 보이긴 했다.


“카산드리아.. 레이븐은 기억을 잃은 상태여서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서 당분간은 레이븐 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아.. 뭐 그런 거구나? 알았어 레이븐. 뭐 백색 지옥이라도 들어갔다 나왔나 보네?”


슐츠는 카산드리아의 적중한 지레짐작에 대해서 덧붙여 말할 까 했지만, 별 반응이 없는 레이븐을 한 번 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


“거참 말 많네..”


하수인은 레이븐의 손에 들린 밧줄에 묶여있어 오지도 가지도 못한 체로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작게 말한 하수인의 음성은 레이븐만 들을 수 있었고, 다시 지 하루가 있는 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궁을 하수인의 도움을 받아 별 어려움 없이 전부 통과한 그들은 넓은 광장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수인은 광장까지 오게 되자 더욱 나아갈 기미가 없었다.


“뭐야? 여기가 지 하루가 있는 방이야?”


레이븐은 광장을 죽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며 하수인에게 말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 지 하루는 방안에 있죠. 그 방이 어디 있는지는 지 하루의 동생만 알아요.”


하수인은 천천히 여유를 부려가며 대답했다.


“넌 분명 지 하루가 어디있는 지 안내해 줄 거라고 했잖아! 근데 지금 와서 모른다고?”


“내가 언제 당신들한테 그런 약속을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방에 가봤자 지 하루는 없을 거야. 주기적으로 방을 바꾸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잿빛 까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스토리 아레나 동안은 연재가 힘들것 같습니다. 22.08.22 25 0 -
55 55. 잿빛 연옥 22.11.02 12 0 12쪽
54 54. 잿빛 연옥 22.10.31 19 0 12쪽
53 53. 잿빛 연옥 22.10.28 16 0 12쪽
» 52. 잿빛 연옥 22.10.26 24 0 12쪽
51 51. 흑색 지옥 22.10.24 26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5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2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4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6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3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4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