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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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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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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불멸

DUMMY

리워야딘의 명령을 들은 병사들은 그것이 진심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취소하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자, 그들은 사지가 모두 잘린 상체에 붙어 있어 아직도 병사들을 향해 덮쳐올 것만 같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그의 머리를 잘라내 삼십 등분을 냈다.


그의 몸은 머리에서 분리되자 이내 회색빛을 내며 수많은 잿가루로 분해되어 그들의 머리 위를 날아가 저 멀리 사라졌다.


삼십명의 병사들은 각각 그의 머리를 자신의 방법대로 가루로 만들기를 시작했다.


머리 조각을 누군가는 검으로 난도질하기도 했고, 도끼로 썰기도 하고, 망치로 다지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작아지자 가루가 될 정도로 작게 잘리지 않았다.


그러자 약초에 박식한 병사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절구와 공이를 이용해 삼십개의 머리 조각을 모두 가루로 만들기로 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이상하게도 잿가루가 계속해서 나와 람세스와 리워야딘, 그 외의 모든 병사가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잿가루 들이 머리 조각에서 흘러나와도 아무런 일이 없자 괘념치 않고 작업을 재개했다.


절구와 공이는 모두 다섯 쌍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의 머리를 잿빛 가루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여전히 그 가루에서 원래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절대로 없었던 잿가루가 그 가루에서부터 나와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


병사들은 나온 가루 전부를 가죽 물통에 들어있는 물을 전부 빼고는 비어있는 가죽 물통에 담아 여섯 가죽 물통에 담았다.


여섯개의 가죽 물통은 여섯 병사가 나누어서 들었고, 채비가 끝난 람세스와 리워야딘, 그리고 병사들은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앞에는 말편자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는데, 아까 안네아폴리스로 돌아가는 몇몇 병사들이 남기고 간 자국들이었다.


리워야딘은 람세스에게 할 말이 있었는지 그에게 가까이 말을 이끌었다.


"람세스.."


"무엇인가 리워야딘?"


"우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가?"


아직 그들은 산을 전부 내려오지 않았다. 푸른 나무와 풀로 가득 찬 이 산중이 불에 전부 삼켜지기 전에 빠져나오기 위해서 서두르는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아직 산에서 내려오기까지는 한참 남았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리워야딘? 우리는 지금 잡아야 했지만 놓친 범죄자 셋을 잡으러 가는걸세."


"람세스 네 말도 충분히 일리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이 레이브누스를 처리하는데도 정신을 다하고 있잖아?"


"그게 범죄자를 추격하는데 어떤 지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리워야딘?"


"당연하지! 우린 아직 이 레이브누스가 어떤 존재인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 않잖아. 지금 당장에라도 아까처럼 부활하거나 그 몽상가처럼 신비를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그건 꽤 큰 요소라고 할 수 있지 않아?"


"어떤 요소를 말하는 건가?"


"우리가 안네아폴리스로 돌아가게끔 해 주는 요소라는걸 말하고 싶은 거야. 북부왕국의 영토를 돌아다니던 중 갑작스럽게 그가 되살아나 우리를 습격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리워야딘은 람세스를 추궁했다.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그런 지적이 합당하다 생각했다.


이방인들의 땅에서 칼부림이라도 있다면 외교적인 문제로 이어질 것이고 만약 그들이 람세스를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그의 지위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그런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람세스는 메데스비홀스작센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들을 중앙제국의 성 기사들 중 하나인 것 처럼 위장하고 이름도 숨긴 것이다.


물론 다시 위장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임무가 명예와는 멀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계속해 자신을 숨기는 일을 강행한다면 그들은 '안네아폴리스의 자유민으로서 훌륭하지 못하다.' 라고 선언하며 람세스의 군대에서 이탈할 것이 분명했다.


"여전히 자네는 유능한 나의 보좌관이네, 고맙네 리워야딘."


람세스는 말고삐를 쥔 채로 양손을 가지런히 놓고는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리워야딘에게 말했다.


"당연하지 람세스."


리워야딘은 씩 웃어보시곤 가볍게 대답했다.


"그럼 우리 군은 전부 안네아폴리스로 향한다! 모두에게 알려라!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정의는 구현되었고, 우리는 그 명예를 들고 우리의 거처로 돌아간다!"


리워야딘이 명령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람세스가 외쳤다.


병사들은 람세스의 말에 환호성을 질렀고, 그들의 정신은 명예와 정의의 발현을 떠올리고 있었다.


람세스와 그 병사들은 안네아폴리스로 향하기 위해 그들 바로 위에 떠 있는 센트리 별자리를 뒤로하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보다 먼저 떠난 병사들의 발자국과 편자 자국들을 따라가도 됐지만, 그들은 별자리와 푸른 달이 인도하는 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어느덧 그들은 산을 모두 내려와 갈림길이 생겼을 때 달이 구름에 가려져 그들에게 어둠이 드리워 졌다.


오른편으로 가면 사막지대가 나오고 그대로 계속 간다면 안네아폴리스가 나올 것이다.


왼편으로 간다면 북부왕국의 시칠부르크 도시가 나올 것이다.


오른편으로 람세스가 말머리를 돌리자 그때 그들의 행렬 바로 오른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냐!"


람세스는 주변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횃불에 불을 붙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바닥에 사람의 발바닥 모양으로 잿가루가 묻어있는 걸 발견 할 수 있었다.


"물통에 들은 가루 확인해!"


람세스도 잿가루를 볼 수 있었고, 람세스는 그의 머리를 가루로 낸 것들을 나눠서 보관하고 이었던 것이 제대로 있는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잠깐! 한 번에 하나만 열어!"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명령에 한꺼번에 열려 그가 단숨에 살아날 것을 염려했다.


병사들은 리워야딘의 지시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래, 너부터."


리워야딘은 손가락으로 바로 옆에 있는 병사를 가리켰다.


병사가 아까와는 달리 부풀어져서 터질 듯이 커져 있는 물통을 볼 수 있었다.


"아까보다 커졌습니다. 열어야 할까요?"


리워야딘은 람세스를 바라보았다.


물통을 들고 있던 병사도 람세스를 바라보았다.


람세스는 물통의 상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물통은 열지 말고 더욱 신경 써서 지킬 것이다."


람세스는 말 위에 탄 채로 발자국이 어디로 갔는지 따라가 보았다.


그 발자국은 열 걸음 풀숲을 향해 나 있었는데 열 걸음 이상으로는 어떠한 흔적도 없었다.나무위로 올라갔거나 했다면 올라탄 흔적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주변에는 불길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집행관님!"


행렬에 있어야 할 병사가 람세스와 리워야딘을 향해 뛰어오며 람세스를 불렀다.


람세스는 병사의 보고를 듣기 전에도 알 수 있었다. 그 물통에 담긴 가루가 어떤 반응을 했다는 것을.


람세스가 행렬로 돌아오자 그의 머리 가루가 담긴 물통 여섯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중 셋은 허공에 병사와 함께 부유하고 있었다.


"으악!"


자신의 체중에 이기지 못하고 손을 뗀 병사는 자신의 키 세배는 되는 높이에서 떨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두 병사가 떨어졌고, 한 병사만이 계속해서 그 물통을 잡고는 떨어지지 않았다.


실은 그 병사는 그 물통을 내려놓고 땅으로 돌아갈 순간을 놓친 것이었다.


물통은 계속해서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갔고, 이제는 병사의 키의 다섯 배는 되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병사는 자신의 키의 네 배는 되는 높이에 왔을 때 이미 공포로 가득했지만 그렇기에 놓을 수 없었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가죽 물통은 여전히 상승하고 이내 매달려있는 병사 키의 여덟 배는 되는 높이에 이르렀을 때 멈추더니 물통부터 잿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물통이 전부 잿빛으로 변하자 그 주변의 공기들도 전부 잿빛으로 변하는 것을 병사는 볼 수 있었다.


람세스와 그 병사들에게 어둠이 드리웠지만, 그 병사는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살구색 손이 잿빛으로 변하며 이미 생명의 불꽃을 모두 다 불살라버리고 이제는 찌꺼들로 손이 변하고 있다는걸.


병사의 손끝에서부터 손목이 모두 잿빛으로 변하고 이내 팔뚝을 점점 더 잠식해가고 있을때


"푸석."


잿더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병사는 잿가루를 날리며 땅바닥으로 낙하했다.


힘없이 부서지는 손을 보고는 정신이 나간 병사는 낙법을 잊었고, 그대로 머리부터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현재 무엇을 보고 있는지, 현실인지 허구의 것인지 판단하느라 주변을 둘러보거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풀숲에는 잿빛의 까마귀들이 그의 잿가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까마귀는 둘셋 모여들더니 이내 주변 일대를 전부 잿더미로 보이게 할 정도로 많은 잿빛을 띠는 까마귀들이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기도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했다.


수백마리의 까마귀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오직 귀청을 찢고 울려 퍼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리워야딘?"


람세스는 이 상황을 리워야딘이 설명해 줄 것을 미약하게나마 기대했다.


하지만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


다른병사도 마찬가지 였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스스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그것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의 머리 가루가 모여있던 물통들은 잿가루에 완전히 잠식되더니 터지며 그 물통의 크기보다도 더 많은 잿가루를 토해냈다.


잿빛의 까마귀들은 그 순간 잿가루에 달려들더니 공중에 흩어져 있는 잿가루를 먹어치우면서 몸집을 불려 나갔고, 어느 정도 커지자 스스로 증식해 나갔다.


수천마리의 까마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람세스 일행의 머리 위를 시계 방향과 그 반대방향으로 돌아다녔고, 이내 그의 잿가루를 전부 흡수하자 하나의 거대한 잿빛 까마귀로 변하더니 중앙제국 방향으로 날아갔다.


거대한 잿빛까마귀가 날아간 하늘에는 한참 동안 잿가루의 기류가 흘렀고, 잿빛까마귀가 날아가는 곳 바로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것이 그들 머리 위를 비행하는 까마귀의 날갯소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해 소리의 진원지가 하늘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이 무언가를 밟았거나 혹은 주변 어딘가에서 거대한 나무가 쓰러진 소리 일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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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몽상가들 22.10.12 22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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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6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6 0 11쪽
»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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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5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5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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