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901
추천수 :
24
글자수 :
252,035

작성
22.10.28 22:00
조회
16
추천
0
글자
12쪽

53. 잿빛 연옥

DUMMY

“그럼 넌 어떻게 지 하루를 만났지? 언제 한번은 그를 직접 본 날이 있었을 거 아닌가?”


슐츠는 하수인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그때는 다른 사람의 안내를 받아서 갔지. 지 하루의 동생에게 말이야.”


“지 하루 에게 동생이 있었다고? 처음 듣는 소린데...”


슐츠는 의심의 눈초리로 하수인을 바라보았다.


“지 하루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나 봐 몽상가 양반? 지 하루 한 테는 동생이 있어, 몽상가들 사이에서 다 아는 사실인 줄 알았는데, 꽤 민감한 사실인가 보구나.”


카산드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슐츠와 하수인의 사이를 지나가 광장을 둘러보았다.


“예, 제겐 처음 듣는 이야기 군요.”


슐츠는 그렇게 대답하며 여전히 하수인에게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지 하루의 동생은 어디 있는데?”


“주로 이 광장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기다리거나, 혹은 나 같은 지 하루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야 할 방을 인도해 주지.”


하수인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서 레이븐에게 고문당한 팔이 아팠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여기서 우리가 가만히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뭐 다른 방법은 없어?”


레이븐은 하수인에게 쏘아붙이며 말했다.


“아니면 무작위성에 맡겨서 하나씩 하나씩 방을 찾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그런 수고를 감당할 만한 시간이 당신들에게 있을까? 종말은 이미 실행되고 있어. 아마 지 하루를 찾았을 땐 이미 너희 영혼은 다른 차원에 가 있겠지.”


하수인은 레이븐에게 씩 웃어 보이며 찢어진 잇몸에서부터 나온 피로 점철되어있는 이를 보였다.


“이 새끼가!”


레이븐은 하수인에게로 몸을 던져 멱살을 붙잡고는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레이븐의 주먹을 맞은 하수인은 고통에 처음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을 뱉었지만 두 번 세 번 레이븐의 주먹이 하수인의 얼굴을 찢으며 회백색 바닥을 붉게 물들이자 덜덜 떨리는 하수인의 입가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히히히! 크킥!”


하수인은 정신없이 날라오는 레이븐의 주먹에 아랑곳 하지 않고 웃음을 더욱더 크게 흘려보내 방안을 뒤덮고 있었다.


붉은 혈액과 짐승의 웃음소리 같은 하수인의 괴성은 회색으로 가득한 광장을 온통 덮고 울려 퍼졌다.


“레이븐! 그만!”


슐츠는 이성을 잃고 하수인에게 달려들어 죽일듯한 기세로 주먹을 날리는 레이븐을 등 뒤에서 꽉 껴안으며 뒤로 질질 끌고 갔다.


“나와 슐츠, 그리고 저 꼬맹이랑, 더러운 마녀 또한 붉은 혈액이 흐르는데! 레이븐! 당신은 피를 흘리는가?”


하수인은 슐츠의 손에 끌려가는 레이븐을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


그 말을 들은 레이븐은 이젠 없어졌다 생각했던 잿가루가 손톱 끝에서 부터 생기더니 허공에서부터 없었던 잿가루가 온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레이븐! 정신 차려! 그건 네가 아니야!”


슐츠는 최대한 그의 몸을 하수인에게로 부터 멀리 떨어뜨렸다.


레이븐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하수인을 결박하던 밧줄을 떨어뜨렸고, 하수인은 레이븐에게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광기에 찬 목소리로 광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더러운 죄악의 자식아! 어째서 네 아비를 부정하느냐! 더 앞으로 나아오라! 그 포근한 품에서 안정을 취하고, 먹고, 마시고,수려한 쾌락과 즐거움을 누리거라! ‘그분’ 을 부정하고 모든 죄악과, 부조리, 작위성과 부작위 성을 찢고 쪼개는, 기만과 진실의 주인께 어서 속히 오너라!”


하수인의 눈은 붉게 빛나는 것이 마치 충혈된 것으로도 모자라 온통 그 눈이 혈관은 없이 혈액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카산드리아! 저놈 좀!”


슐츠는 그의 몸에 달라붙으려 하는 잿가루(죄악)를 저지하며 동시에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것 같은 레이븐을 온몸으로 끌고 가면서 카산드리아를 향해 외쳤다.


카산드리아는 천구 어딘가에 지 하루의 영혼이 표류하고 있지 않은가 살펴보고 있다가 다시 지상으로 정신을 돌아와 보니 레이븐을 향해 잿가루가 모이고 있었고, 하수인은 심상치 않은 기운으로 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카산드리아가 하수인에게 가까이 살펴보니 그 두 눈은 에테르로 가득한 것처럼 발광했지만 붉었고, 붉은 에테르라 하기에는 두 눈에서 흘러 떨어지는 기운은 그것이 실체를 가진 것처럼 땅바닥에 닿았을 때 붉은 자국을 남겼다.


“모두 저 하수인 놈한테서 멀어져!”


카산드리아는 그렇게 외치며 광장을 뿌연 안개로 뒤덮었다.


삽시간에 몰려온 안개는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수인의 시야를 전부 덮었고, 광장에 세워진 기둥 뒤에 숨고 있던 세르쥬의 시야를 가렸고, 슐츠와 레이븐 마저도 전부 무지의 베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카산드리아는 세르쥬 부터 먼저 손을 잡고 이끌어 광장을 빠져나왔다.


“카산드리아? 레이븐은요?”


“여기 가만히 있어. 다 정리되면 다시 돌아올게.”


카산드리아는 세르쥬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다시 광장 안으로 들어갔다.


세르쥬는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카산드리아의 눈에서 이상하게도 슬픔을 느꼈다.


슐츠는 여전히 미쳐 날뛰려고 하는 레이븐을 잠재우는 데 쩔쩔매고 있었다.


“얘는 원래이랬니?”


카산드리아는 안갯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슐츠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나중에··· 말해줄게!”


슐츠는 다급하게 말하며 카산드리아가 자신을 팔로 끄는 방향으로 천천히 레이븐도 함께 팔을 봉인한 체로 걸어갔다.


광장에 출구가 보이고, 안개가 빠져나가는 구간이 보이자 슐츠는 카산드리아의 도움 없이도 발을 옮길 수 있었다.


“먼저 가 있어, 나는 저놈을 상대 할 테니까.”


카산드리아는 슐츠에게 등을 보이며 오히려 더 광장 안쪽으로 발을 옮기며 말했다.


슐츠는 레이븐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 때문에 말없이 광장 밖으로 향했다..


슐츠의 발한 쪽이 광장 밖으로 나가자 안개 저 어딘가에서 하수인이 뛰쳐나와 슐츠에게로 도약해 다가왔다.


카산드리아는 숨을 죽이고 있다 공중으로 하수인이 뜬 것을 보자 하수인의 착지 지점으로 가 내려오는 하수인의 흉부를 향해 에테르로 가득한 주먹을 휘둘렀다.


하수인은 공중에서지 상으로 내려올 때 안개로 가득했기 때문에 카산드리아가 보이지 않았고, 1미터 조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카산드리아가 보이자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공중에서 운동에너지를 바꿀 신비가 딱히 떠오르지 않은 하수인은 그대로 카산드리아의 주먹에 의해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신이시여··· 나 회개합니다..”


하수인은 그렇게 말하며 가슴팍에서부터 쏟아지는 혈액을 두눈 으로 똑똑히 전부 확인하고는 회백색의 차가운 돌 바닥 위에 꼴사납게 넘어졌다.


카산드리아는 하수인에게 다가가 지 하루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하수인은 숨조차 간신히 쉬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저 정체불명의 붉은 기운에 의해서 정신과 신체가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카산드리아의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바알, 라모스, 세트, 우리엘, 안카누스, 그 외 모든 신에게··· 제 영혼을 구원하소서!”


하수인은 카산드리아의 말은 듣지 않고 계속해서 그렇게 자신의 영혼을 구원할 신들의 이름을 읊으며 회개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넌 모시는 신들이 참 많다. 서로 안 싸우느냐? 그렇게 많으면?”


카산드리아는 하수인을 역겹다는 듯이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점점 하수인의 말은 작아졌고, 부르는 신의 이름 또한 같이 적어졌다.


카산드리아는 하수인이 충분히 약해졌으며 이제 곧 있으면 죽을 것으로 판단하고는 안개를 거두었다.


그러자 안개는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것처럼 바람이 분 것도 아니지만 어디론가 흩어지며 사라졌다.


하수인의 말이 멈추고, 흘러내리는 혈액도 이제는 더는 쏟아낼 것이 없었는지 멈추었지만, 초점 없이 뜨여진 하수인의 눈은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저건 에테르가 아니야.. 저건!”


카산드리아는 하수인의 눈을 유심히 바라보다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이 두렵다는 듯이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


하수인의 두 눈이 찢어지고 갈라지더니 그 안에 있던 시신경들이 혈관을 만들어 내고, 바닥에 무참히 흘려버린 모든 피가 허공으로 뜨며 모이더니 혈관 안과 밖을 따라붙고,하수인의 머리카락과 털들이 뽑혀 나와 검고 흰 뼈로 변하며 혈관 옆에 붙고, 하수인의 모든 장기와 살들이 그 몸에 분리되더니 다시 그 합일이 새로 맞추어져 새로운 육신이 만들어졌다.


하수인의 육신은 백골만이 남았다.


새로운 육신은 등 저 뒤에서부터 후광이 함께 있었 그 육신의 움직임과 함께 있었고,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채로 죄악(잿가루)을 떨어뜨렸다.

하수인의 몸으로 만들어진 루시퍼의 육체.png

잿가루는 원래 어두운 육체의 색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육신은 주변을 둘러보다 이 광장에 카산드리아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카산드리아 를 향해 음성을 들려주었다.


“두려워 말아라, 성도여 일어나 ‘그분’ 을 찬양하라, 경배하라.”


그 육신의 음성은 부드러웠지만, 그 말로써 주변 일대의 공기를 얼어붙게 하는 것 같았고, 떨리는 두 고막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아악! 시끄러워! 뭘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냐? 네 그 죄악에 가득한 음성을? 아니면 네 발밑에 떨어지고 있는 그 죄악(잿가루)을? 루시퍼. 날 기만하려 하는 거라면 그 저주받은 육체를 어떻게든 해보려는 성의라도 보여주던가? 날 너무 멍청한 존재로 보는 것 아닌가?”


“오.. 카산드리아 의심 많은 영혼이여.. ‘그분’ 은 네 믿음을 보고자 하신다. 나의 육신이 어떻게 되었든 나는 ‘그분’ 의 영광을 표상하고자 하노라. 행함과, 보임, 그리고 마음먹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런 이단적 해석을 내놓을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겠지. 입만 번지르르하고, 행함도, 보임도 그 마음이라 이야기하는 헛소리에 전혀 따를 의지조차 없는 넌 타락한 천사 루시퍼 이외에 그 누구도 아니렷다!”


카산드리아는 그 육체가 들려주는 음성에 저항하기 위해서 온 신비를 귀에 집중해 죄악이 스며들지 않게 하도록 신경 썼다.


“믿음 약한 자여.. ‘그분’ 은 언제든 너희의 죄악을 사하고자 노력하신단다.. 하지만 그때는 빠르게 지날 것이니 속히 회개할 지어다..”


육체는 카산드리아가 자신의 음성 속에 들어있는 치명적인 죄악을 저항한다는 사실을 안 것인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살이 분해되어 작게 나뉘고는 먼지가 되어 회백색 돌 바닥위에 내려앉고, 뼈들은 회색 잿가루가 되어 공중 어딘가로 흩어져 사라지고, 혈관은 스스로 양쪽 끝을 향하여 계속해서 전진하며 늘어나다 탄력이 버티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러 찢어지며 그 안과 밖의 혈액이 넘쳐 붉은 바닥을 만들어 냈다.


후광이 비쳐 지던 광장에는 다시 어둠이 내려앉았다.


카산드리아는 후광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귀로 집중했던 신비를 풀고는 광장 밖에 있을 슐츠와 슐츠 일행을 부르러 나갔다.


***


레이븐은 광장 안에 새로이 나타난 육체가 말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며 공중위로 붕 떴다.


슐츠는 잡고 있던 그를 놓아 주었고, 공중에 3미터 정도의 높이에 떠있던 레이븐은 심장을 제외한 모든 육체에서 잿가루를 모든 구멍이 있는 곳과, 구멍이 없는 곳에도 무작위적이게 뿜어내었다.


그 잿가루는 마치 후광의 모습을 하려는 것처럼 둥근 모형으로 레이븐의 뒤를 표류하며 떠 있었다.


광장 안에 생긴 육체가 분해되어 사라졌을 때 레이븐은 그대로 추락해 정신을 잃었고, 후광처럼 그의 등 뒤를 운행하던 잿가루들은 광장 위에 나타난 후광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흩어지며 레이븐을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잿빛 까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스토리 아레나 동안은 연재가 힘들것 같습니다. 22.08.22 25 0 -
55 55. 잿빛 연옥 22.11.02 13 0 12쪽
54 54. 잿빛 연옥 22.10.31 19 0 12쪽
» 53. 잿빛 연옥 22.10.28 17 0 12쪽
52 52. 잿빛 연옥 22.10.26 24 0 12쪽
51 51. 흑색 지옥 22.10.24 26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5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2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4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6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4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3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4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