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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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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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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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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안개속 표류

DUMMY

그는 낮에 자서 밤에 일어났다.


누군가가 알려준 것도 아니지만 센트리 별자리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밤이 가까워지자 눈이 떠진 것이다.


일어났을때는 하얀 침대 시트는 그의 몸이 닿은 부분이 잿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크게 하품을 하고는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주인장은 그를 발견 하고는 가판대 에서 나와 그의 안색을 살폈다.


"나오셨군요 신부님. 말은 먹이를 먹여뒀고, 안장도 채워뒀습니다."


주인장은 그가 자신에게 건네줄 금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수중에는 동전이 없었다.


"의로운 종이로다. 자네의 봉사는 반드시 보상받을 것이다."


그는 여타 다른 사제들의 말투를 따라 해 주인장에게 말했다.


주인장은 그의 말에서 당장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을 것이란 걸 짐작했다.


"예.. 신부님. 꼭 저에 대해서 흑색신전에 알려주십시오."


"안카누스의 축복이 함께하길."


그는 주인장에게 손바닥을 펴며 쭉 내밀어 보이며 말하고는 아태네 아타락시아의 입구로가 밖으로 나왔다.


깊은 천구의 길은 헤센부르크의 위치에 센트리 별자리가 떠있었다.


그는 마구간에서 말을 찾아 올라타 센트리 별자리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걸어서 안 네 홀씰 리스로 갔을 때와는 다르게 얼마 안 가 싸늘한 청록색으로 빛내고 있는 사막지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이 부드럽고 섬뜩한 모래가 희미하게 진동함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모래를 만져 보았지만 특이한 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진동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군대의 행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데스비홀스작센에서 느낀 발자국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때는 단단한 지반 위에서 울려 퍼지는 죽음의 행진이었다면, 그가 지금 느끼는 것은 방향 없이 울려 퍼지는 싸늘한 위화감의 습격이었다.


그는 지평선 팔방을 유심하게 주시했고, 이내 우측 대각선 즈음에 펼쳐져 있는 지평선에 수십 명의 병사들이 말을 타기도 하고, 말없이 걸어가고 있는 병사들이 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모래언덕 뒤에 몸을 숨겨 람세스의 군대가 지나가길 지나갔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자 더욱 커지는 진동소리는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진 군대의 행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람세스의 추격이 이대로 끝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


그시각 람세스는 안개가 잔뜩 낀 평야에서 길을 잃고 허우적대고 있었다.


해가 뜨고 날이 밝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은 안개가 전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길을 알고 있는 게 맞는가?"


람세스는 자신과 리워야딘을 따라 슐츠 일행을 뒤쫓을 자원병 하나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람세스의 음성은 그 병사에게 전달되기에 충분한 소리보다 더욱 크게 내질러졌다.


안개에 둘러싸였던 탓에 바로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거리감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예! 어릴 때부터 북부왕국을 자주 오갔기 때문에 지리는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 안개가 어디에서부터 오고 가는지는 전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병사는 람세스에게 예기치 못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북부왕국의 지리를 모른다는 말이 아니면 뭐냐?"


리워야딘은 병사에게 반문했다.


병사는 아무 대답 없이 잘 보이지도 않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대로 쭉 가면 헤센부르크가 나올 겁니다. 물론 몇 날 걸어서 가야겠지만요."


그 병사는 리워야딘에게 고개를 조금 돌리더니 대답했다.


"그 말도 이미 들은 지 오래다. 저 나무, 아까 지나쳐 온 곳 아니야? 왜 이곳 지리는 비슷한 지형 땅 위 물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도 된다는 거냐?"


리워야딘은 영 미덥지 않은 병사의 대답에 비꼬며 물었다.


방금까지 말하던 병사는 아무 말 없었다.


"제가 이놈과 어릴 적부터 친군데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길을 잃을 때 마다. 꼭 저놈이 절 안심시켜주고, 꼭 가야 할 곳을 잘 알려줬습니다. 물론 북부왕국의 영토에 들어왔을 때도 말입니다."


자원해서 온 병사와 함께 따라가겠다던 병사가 대답했다.


두 병사는 어릴 때부터 친구로서 곧잘 같이 지내기도 하고, 전투에도 참여한 우애가 깊은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이었다.


람세스는 일이 수틀렸을 때 처리하기 더욱 힘들어 졌기 때문에 그들이 친구 관계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 부터 오는 것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지원자도 없었기 때문에 그 둘이 람세스의 원정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뭘 너무 그러지 말게 리워야딘. 자네들은 이름이 뭔가? 여태 같이 걸어왔는데 자네들의 이름도 모른 체 왔다는 게 참 부끄럽군."


람세스는 이미 싸늘해진 분위기를 환기 시키고자 그들의 이름을 물었다.


"저는 게티어 입니다. 저 친구는."


"요나스입니다."


람세스를 따라올 것을 처음 자원한 병사가 먼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그다음으로 게티어의 친구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게티어? 요나스? 모두 안네아폴리스 출신은 아닌 거 같은데. 서부제국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야. 자네 아버지가 누군가?"


리워야딘은 그들의 이름이 서부제국의 이름과는 동떨어진 이름인 것을 듣자 그들이 누구의 자식인지 궁금해 졌다.


"예 저는 제 북 교포로 현재 아버지 그러니까 아도니아이에스 깨서 거두어 주셨습니다."


게티어는 리워야딘에게 말했다.


"아도니아이에스? 음. 그분을 향연에서 만나뵌 적이 있긴 하지 아마 그분이 뤼라를 기막히게 연주하셨지?


리워야딘은 손뼉을 치며 기억났다는 듯이 게티어에게 말했다.


"키타라 를 들고 오셨을 겁니다. 예 아버지깨서 연주를 잘하시지요. 집에서도 자주 들려주십니다."


게티어의 대답에 리워야딘은 즐겁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안부 전해주게, 그리고 그 집에 아이네이아스 라는 아들이 하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맞습니다. 제 아버지깨서는 피가 흐르는 아들, 아이네이아스가 있습니다."


"음.. 그래 그 청년에게도 안부 전해주게."


리워야딘은 게티어에게 오른편 눈을 지그시 감으며 윙크를 날렸다.


아이네이아스는 안 네 홀씰 리스의 람세스 다음가는 잘생기기로 소문난 미소년 중 하나였기 때문에 괜히 게티어에게 안부를 부탁한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 인지 게티어는 알아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람세스는 그런 리워야딘의 호색한 같은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주의를 시켰다.


"뭐? 왜? 그 뭐냐 아도니.. 음.."


"아이에스요."


게티어는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그 세 까먹은 리워야딘의 말을 도왔다.


"그래 아도니아이에스 분의 자재니까 내 사랑을 준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지 않은가? 그분의 키타라 솜씨를 못 봐서 자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람세스."


"자네 맘대로 하게 리워야딘, 단지 이 안 네 홀씰 리스의 청년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지 자네의 행실에 따라 그 평가가 갈릴 것이 내겐 큰 염려가 될 것 같네."


"걱정 마 람세스 안 네 홀씰 리스에서 나고 자라.. 진 않았지만, 귀화한 청년들이라면 그들의 영혼도 안 네 홀씰 리스를 선택한 만큼 현명하고 훌륭하지 않겠나?"


"그럼 그 훌륭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에게나 구애하게 이곳에 있지도 않은 소년을 마음에 두고 헛소리하지 말고."


"하하, 농담이 심하구먼. 나도 눈이란 게 있어. 이들은 그 영혼과 정신이 훌륭하고 현명할 수는 있으나 그 외형이 나의 눈을 감동하게 하기에는 한참에 미달하거든. 악의는 없네 그냥 내 취향을 말한 것 뿐이야."


리워야딘은 청년들을 향해 사과 아닌 사과를 건넸다.


"저흰 신경 쓰지 않으니 염려치 마십시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게티어의 친구 요나스가 말했다.


"요나스, 자네도 게티어와 같이 서부제국 출신은 아닌 것 같은데 아버지가 누구 신가?"


람세스는 곧바로 요나스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었다. 그것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대화 같은 흐름이었다.


"아, 저는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아도니아이에스 님께 많이 신세를 지며 살고 있습니다. 게티어가 어느 날 안 네 홀씰 리스로 함께 이주하자고 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죠. 지금은 혼자 독립해 살고 있습니다."


"자수성가한 유형이구먼! 마음에 들어. 너도 기회가 된다면 아이네이아스한테 안부 좀 전해줄래?"


"요즘은 가끔가다 들리지만, 만약 만날 기회가 있다면 전하겠습니다."


요나스 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자 그를 거불 들떠 보지도 않는 다는 것을 본인과 게티어는 분명 알 수 있었다.


분명 게티어도 의부 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달라진 그의 태도를 몰랐을 리 없었다.


람세스는 그들이 불쾌한 심상을 지니고 있음을 냄새로 알 수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불쾌한 냄새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는 것을 람세스도 알 수 있었지만, 안개가 자욱한 이 대지 속에서 무얼 말하든 그것은 그 속을 표류하는 영혼들의 단기적인 외침일 뿐이라는 것을 람세스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할머니! 저 돌아왔어요~."


흑발의 단발머리에 붉은 머리핀 하나를 꼽고서는 마치 땅을 매번 박차면서 튀어 오르는 것처럼 달려오는 자그마한 소녀가 자신보다 조금 큰 소녀의 외형을 하는 카산드리아 에게 안갯속에서 말했다.


"램버트? 너니?"


카산드리아는 이미 램버트 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소녀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소녀는 키득거리며 문 바로 옆에 기대어 대답했다.


카산드리아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미소가 귀에 걸린것처럼 히죽거리며 현관문을 열고는 좌우를 살피는 커다랗고 과장된 몸짓을 했다.


좌우를 살펴도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이 정도에서 소녀는 카산드리아의 품에 돌진해오거나 해서 안겨왔지만 하얀 안개만 보일 뿐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산드리아가 에테르의 흐름으로 소녀가 어디에 있는지 곧바로 찾을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어디 있지? 분명 근처에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카산드리아가 주변을 여전히 둘러보며 말을 하자 저위에서부터 소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려와 거긴 위험하다고 몇 번을 말하니."


카산드리아는 바로 고개를 들어 지붕 위에 올라간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앳된 얼굴에는 아직도 장난기가 서려져 있어 활발한 신체적 활동을 통해 기력을 모두 소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카산드리아의 영혼은 너무 많은 세월을 살아왔고, 젊은 육체는 그 활기가 있었지만, 감흥이 없었다.


그렇기에 소녀의 부름에 장단을 맞춰주는 것만 하더라도 커다란 노력이 들어갔지만, 그것은 카산드리아가 원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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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안개속 표류 22.09.28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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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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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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