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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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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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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안개속의 마녀

DUMMY

"그는.. 신인가?"


리워야딘은 무심코 말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다.


리워야딘의 말은 병사들에게 절망을 느끼게 했고, 혼란을 불러왔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신에게 대적한 인간은 아닌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신의 격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너무나 걱정스러웠고, 혼돈이 그들의 정신을 가득 채웠다.


"아니! 그는 신이 아니다! 그는 레이브누스! 라모스를 욕보인 수많은 이방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다.


리워야딘은 그를 향해 소리치는 람세스의 눈동자에 확신에 찬 영혼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가 신성한 존재라는 생각을 떨쳐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람세스는 불안과,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람세스의 눈동자 어디에도 확신과 이해는 없었다.


단지 그를 쫓고자 하는 하나의 미친 영혼만이 그 두 눈동자 뒤에 서려 있을 뿐이었다.


"신을 모욕하지 말게 리워야딘."


람세스는 꽉 쥐고 있는 양손을 천천히 피며 말했다.


"그럴 의도는 없었어. 람세스. 하지만 방금 그 때문에 우리가 큰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잖아."


"그는 신이 아니야 우리가 제압할 수 있는 아주 인간적인 범죄자일 뿐이네. 혹은 악마의 하수인일 수도 있지! 그 사실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고 우리가 상기시켜야 할 유일한 사실이야 알겠나?"


람세스는 집게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다가 다시 땅으로 손가락을 내리며 말했다.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을 듣자 입을 꼭 다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는 람세스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람세스가 주변을 둘러보자 병사들이 자신을 향해 기이한 눈빛을 보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 너!"


람세스는 방금 그 광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 병사에게 손가락질하며 불렀다.


"예?"


"자네는 그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병사는 람세스의 다급한 말에 빠르게 답하지 못했다.


"그..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뭘 본 건지.."


"왜 모르는가! 오기 전에 너희 모두에게 알려주지 않았나? 그는 레이브누스다! 라모스도, 안카누스도 , 타타미아도 아닌 레이브누스라고!"


람세스는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는 신령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신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하찮은 살인자 일 뿐이다."


"람세스 아까 충분히 말했잖아, 그만해."


리워야딘은 횡설수설하는 람세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조금도 충분하지 않아. 이봐! 대답해! 그가 누구고 어떤 존재인지! 그의 이름은 뭐고 어떤 신분이고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네 입으로 너 스스로 그 답을 말하란 말이다!"


람세스의 더욱 커지는 언성에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지만, 람세스는 그 손을 뿌리쳤다.


람세스에게 추궁당하는 병사는 리워야딘의 안색을 살폈다.


"네 상관이 리워야딘인가? 왜 나의 말에 대답은 없이 시선을 다른 이에게 두는 것인가?"


리워야딘은 그 병사만 볼 수 있게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러자 그 병사는 재빠르게 람세스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그의 이름은 레이브누스 입니다. 그리고 안네아폴리스에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입니다. 그는.."


병사는 언뜻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부터 나온 잿가루들, 불사신이라도 된 것처럼 가루를 낸 신체가 다시 살아 움직이고 잿빛 까마귀가 되어 날아간 것.


그 모든 상황을 직관한 병사는 그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그 레이브누스를 잡아 재판대에 올려놓을 거야."


리워야딘은 람세스가 바라보고 있는 병사의 앞에 서더니 말했다.


"그는 죽을 것이고 우리는 그로 인해 의무를 다하겠지. 죽음만이 그를 기다리는 운명이고, 우리는 그 운명을 집행할 거야."


리워야딘은 천천히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몸을 돌려가며 말했다.


람세스는 리워야딘에게 다가가더니 리워야딘의 귀에 고개를 바짝 붙이고는 속삭였다.


"너무나 당연하고 합당하게도 말이네! 람세스!"


병사들은 아직 심리가 안정되진 않았지만 리워야딘의 말을 듣고는 흐트러진 전열을 다시 규칙적으로 만들었다.


"잠깐."


리워야딘은 다시 돌아가려는 람세스의 팔을 잡고는 말했다.


"뭔가? 리워야딘?"


람세스는 눈썹을 치켜뜨고는 물었다.


"이제 어찌할 거야? 그대로 안네아폴리스로 돌아갈 건가?"


"아니, 그를 쫓아가야지 그가 여전히 살아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건가 람세스? 그거라면 걱정 마 내가 레이브누스는 죽고 없다고 단단히 일러둘 테니."


"내가 염려하는 건 그게 아니네 리워야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증인들이 여기 수두룩하지 않나?"


람세스는 안네아폴리스의 귀족들과 자유민들이 자신의 명예를 실추 시킬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


람세스는 자신의 휘하에 두고 있는 병사들이 레이브누스를 생포하는 것에도, 처치하는 것에도 실패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여차하면 자신의 병사들을 모두 처형하면 되는 일이었겠지만, 일단 람세스와 리워야딘 둘이서 60명이 넘는 병사를 아무런 반항 없이 처형시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만약 그런다 하더라도 병사들은 안네아폴리스의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귀족들의 자제였기 때문에 병사들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안네아폴리스로 돌아가 알린다면, 람세스의 자리가 위험해 질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리워야딘. 사망자와 사상자가 속출했는데 레이브누스를 잡지 못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네. 물론 자네가 입단속을 하겠지.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을 때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 혹은 친구들에게 돌아가 떠벌리지 않겠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병사들을 전부 이끌고 북부왕국을 돌아다니는 건 무리야. 그건 이미 알잖아?"


"사람을 추려야지. 북부왕국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병사 둘만 남기고 전부 다 돌려보내. 그리고 알려둬 레이브누스를 잡으면 고향으로 돌아오겠다고."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이 썩 달갑진 않았지만, 곧바로 람세스의 말을 병사들에게 전했다.


***


"야! 꼬맹이!"


스벤은 저 앞에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세르쥬를 불렀다.


세르쥬는 흠칫 놀라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스벤은 의식이 반쯤 사라진 슐츠를 왼팔로 부축하고 있었고, 오른팔로는 지친 파우스트를 손으로 잡아끌며 길을 이끌고 있었다.


처음에는 세르쥬가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것이 아니었고, 분명히 육체와 무게를 가지고 있는 실체였다.


"살아있었어요?"


"그럼.. 뭘 기대한 거냐. 엇차! 촌장님 좀 도와드려"


스벤이 세르쥬에게 파우스트의 손을 건네주며 슐츠를 양팔로 부축했다.


"레이븐은요?"


"레이븐?"


스벤은 피로한 목소리로 세르쥬에게 말했다.


"저랑 같이 왔던 사람이요."


"몰라, 죽었겠지."


그 둘의 대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세르쥬는 자연스럽게 파우스트의 손을 이끌며 앞으로 나아갔고, 한참을 그렇게 침묵과의 여정을 계속했다.


밤 하늘의 천구 위에 떠 있는 센트리 자리를 바라보며 자신들이 옳게 가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한 그들은 갑작스럽게 몰려온 먹구름에 불안함이 답습했다.


얼마 안 가 저 멀리에서부터 잿가루가 날아왔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치듯이 잘 흩어지지 않고 귓가에 맴돌았다.


스벤은 그 잿가루가 자신의 고향이 불타고 남은 것으로 생각했다.


비명속에 죽어가던 자신의 친구들과 주민을 스벤은 그 잿가루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스벤은 희생당한 그들의 영혼이 날아와 함께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샌가 안개가 드리워 스벤과 세르쥬는 한치의 앞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온 곳이 어디인지 방향감각을 잃었고, 하늘에 떠 있을 센트리 별자리도 먹구름으로 가려졌기 때문에 어딘가를 향해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천천히 발을 떼며 안개 저너머에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람세스든,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야생동물이든 그들은 환영하기로 했다.


그렇게 스벤과 세르쥬는 서로 상의하지도 않았는데 같은 마음을 떠올리자 저 앞에서 그들과도 같은 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로 람세스의 확신이 가득한 발걸음 소리도 아니었고, 리워야딘의 강인한 발걸음 소리도 아녔다.


기력이 노쇠한 여인의 발걸음처럼 불규칙적이고 서두르긴 하지만 무겁지 않은 소리였다.


"거기 누구 계십니까?"


스벤은 저 앞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향해 물었다.


"렘버트? 너니?"


늙은 노모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가 스벤에게 대답했다.


동시에 발걸음 소리가 스벤과 세르쥬에게 더욱더 빨라지며 커졌다.


더욱더 빨라지고 커지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발걸음은 무거운 것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지만, 더욱더 커지고 거칠고 빨라졌다.


"저.. 잠시만요?"


세르쥬는 뿌연 연기 속에서 움직이고 있을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확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발소리는 마치 전속력을 다해 달려오다 그들에게 충돌할 것만 같더니 어느 정도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가 멈췄다.


"렘버트가 아니잖나, 왜 대답을 안해들?"


안개가 조금 걷히고 스벤과 세르쥬는 노모 같은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키는 세르쥬보다 조금 큰 여자였고, 자신의 어깨너비의 두 배는 되는 너비의 챙 크기를 지니고 있는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커다란 모자 탓에 마녀일 것으로 생각했고, 세르쥬와 스벤은 그녀를 경계했다.


"벙어리라도 된겨?"


그녀는 모자챙을 위로 넘기며 자신의 얼굴을 스벤과 세르쥬 에게 보였다.


말투로 보더라도 그녀의 성대에서 나오는 음성을 보더라도 그녀의 나이는 60대 언저리의 할머니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름 하나 없는 얼굴과 튼튼하고 빽빽한 숱을 자랑하는 흑발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혹시 헤센부르크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 주변 안개가 심해서 우리를 이끌던 별들이 보이지 않아서요."


스벤은 세르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여 말했지만, 세르쥬에게 대하는 것보다는 더욱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별들이 안보인다고? 요즘 젊은이들은 안개가 조금 꼈다고 별들이 안 보인다고 칭얼거리는구먼."


그녀는 자신의 눈을 마치 슐츠가 그랬던 것처럼 푸른빛으로 빛내더니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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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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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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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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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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