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865
추천수 :
24
글자수 :
252,035

작성
22.09.19 22:00
조회
21
추천
0
글자
11쪽

35. 카산드리아

DUMMY

"으응, 저기네. 센트리 별자리 이야기 하는 거 맞지?"


그녀는 스벤과 세르쥬가 향하던 방향에서 조금 옆을 가리켰다.


"네 저희가 따라가던 별이 센트리 별자리가 맞아요. 근데, 별이 보이시는 건가요?"


세르쥬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연히 안 보이지, 너는 이 안갯속에서 별이 보이니?"


그녀의 몸에서 부터 피어나는 반딧불이처럼 푸르게 빛나는 광원들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러면 별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아시는 거에요? 그리고 바로 앞에 요즘 사람들은 별들을 못 본다고 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별들이 안 보여서 칭얼댄다고 뭐라 한 거란다."


그녀는 천천히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말했다.


그녀또한 영락없이 어린아이 같은 신체를 지녔지만, 목소리 만은 할머니의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세르쥬는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무슨 뜻인 것 같니?"


"음..."


세르쥬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세르쥬를 기다려 준다는 듯이 그녀는 세르쥬가 가만히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조금씩 앞뒤로 움직이며 있었다.


그 둘 사이를 바라보고 있는 스벤은 그녀의 외형을 둘러보았는데, 15살이나 14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의 외형을 하고 있고, 꽤 귀엽고 아름다운 얼굴형을 지니고 있었다.


스벤이 그런 쪽으로 취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그녀의 얼굴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별을 눈 말고 다른 걸로 보는 건가요?"


세르쥬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정확하게 맞진 않지만 그래도 정답이라 해줘야겠구먼. 그래. 나는 별들을 눈으로 보지 않고, 음 아니 이렇게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말하지."


그녀는 말하는 것을 멈추고는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별의 마음을 듣는 거지. 나는 별을 보지 않고 듣는다네 젊은이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샅샅이 훑어보는 스벤에게음흉한 눈빛을 주고, 다시 세르쥬에게 시선으로 돌아오고는 말했다.


"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세르쥬는 도통 그녀의 말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다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로 통행하는 건가? 이곳은 야생동물도 자주 출몰하는 곳이란 거 다들 잊는 건가?"


"보시다시피 저희가 좀 위험한 일에 연루가 되어서요."


스벤은 그녀에게 다가서더니 슐츠의 몰골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녀는 눌어붙은 피로 가득한 슐츠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보이는구먼 그래."


"그래서 헤센부르크로 가서 잠시 몸을 피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스벤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들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나저나 그 몽상가 양반은 적당히 하시지 뭘 그렇게 무리했대?"


그녀는 스벤이 부축 하는 슐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하고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뭐해? 갈 곳 없으면 따라와 안개 속에서 길 잃지 말구."


세르쥬는 파우스트의 팔을 이끌며 그녀를 따라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스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분으로 가득한 안개였지만 이상하게도 바닥은 건조했고, 스벤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벤은 세르쥬를 따라 갑작스레 나타난 마녀 같은 행색의 여자가 행하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누구세요?"


세르쥬는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는 여자에게 물어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보면 모르겠니 세르쥬?"


마녀는 눈에 가득한 푸른 기운을 발걸음과 함께 남기면서 푸른 기운을 머금은 발걸음을 밟아가며 따라오는 세르쥬를 향해 말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아, 당신도 몽상가 군요?"


세르쥬는 그녀도 슐츠와 같이 에테르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 같자 그녀 또한 몽상가 일 것으로 생각했다.


"음.."


스벤은 세르쥬가 그녀를 몽상가라고 부르는 것에 괴리감을 느꼈다.


"몽상가? 내가? 세상 좋아졌구먼 내가 몽상가라고 불리는 날이 오다니. 껄껄."


그녀는 노인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제자리에 섰다.


"스벤, 너는알고있지 않나, 내가 나 자신을 밝히는 건 좀 부끄럽기도 하고, 대신 말해줘."


그녀는 챙이 넓은 모자를 고쳐 쓰며 스벤에게 말했다.


스벤은 그런 그녀의 말이 언짢다는 듯이 눈을 찌푸리곤 고개가 뻐근한지 목을 좌우로 비틀었다.


"스벤. 원래 아는 사이에요?"


세르쥬의 물음에 스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누군데요?"


스벤은 세르쥬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마녀야."


스벤은 세르쥬에게 귓속말을 했다.


"마녀요?"


세르쥬는 스벤의 말을 듣자 작은 말로 회답했다.


"그런데 마녀인지는 어떻게 알아요? 모자 때문에 그런 건가요?"


스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스벤에게 말했다.


왜냐하면 마녀들은 북부왕국에서 모두 화형당하거나 사회적으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마녀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안개가 가득한 걸 보니까 안개의 마녀인 것 같아. 오래전부터 메데스비 홀스작센을 포함해서 북부왕국에 퍼져있는 설화가 있거든. 그중에 안개의 마녀라는 이야기가 있어.."


"뭔데요? 그게?"


스벤은 더는 이야기하지는 않고 어물쩍 지나가려고 하자 세르쥬는 물었다.


"뭘 그리 속닥거리느냐 사내놈들이 징그럽게! 크게 크게 말해."


마녀는 저 앞에서 세르쥬와 스벤에게 소리쳤다.


"안개의 마녀이신가요?"


세르쥬는 마녀에게 말했다.


"그게 내 이름은 아닌데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썩은 놈들.. 이제는 무뎌졌어, 그래서 지금은 나도 그 이름으로 날 소개 해. 스벤이 알려줬구나?"


마녀는 초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이름은 뭔데요?"


세르쥬는 그들 바로 앞에서 걷고 있는 마녀에게 물었다.


"마녀의 이름이 궁금한 거냐 세르쥬? 알아서 좋아질게 없을 텐데.. 후후 귀여운 아이구나."


마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세르쥬를 향해 오른손을 뻗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세르쥬는 마녀의 손길에서 어딘가 모르게 슐츠와 비슷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카산드리아 란다 세르쥬."


"안녕하세요 카산드리아 제 이름은.. 이미 알고 계시죠."


스벤은 카산드리아가 불편했다.


그것은 카산드리아의 생김새나 말투에 의한 것도 아니었고, 첫 만남의 형식이 특이해서가 아녔다.


스벤이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안개의 마녀에 대한 설화에 의해서 자동 반사적으로 그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 털이 곤두서고, 진땀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


안개의 마녀는 그런 스벤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에 대해서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히죽거렸다.


세르쥬와 스벤은 마녀가 이끄는 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어 다 쓰러질 것 같은 집에 도착했다.


여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는 여전했고, 그로 인해 그들은 헤센부르크로 곧장 이동하기에는 무리였다.


게다가 슐츠와 파우스트의 상태도 썩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언제 그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질지 알 수 없었다.


"내 집이지만.. 뭐 알지? 편히 지내들."


카산드리아는 집이 지어진 이래로 한 번도 보수한 적이 없었는지 부서질 것만 같은 나무 계단을 올라가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주택이라고 불러주기 힘든 건물은 나무판자들이 어느 곳 다름없이 전부 검게 변색하여 있었고, 유리로 막혀 있어야 할 창문 자리는 진작에 뜯어져 있었고, 그 뚫려 있는 공간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나무판으로 막혀있었다.


스벤과 세르쥬가 집 근처로 가자 곰팡내가 그들의 후각 세포를 찔렀다.


세르쥬는 눈을 부릅떴고, 스벤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르쥬가 먼저 나무 계단을 밟자 발목 길이만큼 밑으로 푹 꺼지면서 우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세르쥬는 놀란 나머지 곧바로 계단 위를 도약해 올라갔다.


스벤은 그런 세르쥬를 바라보곤 마녀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저 안에서


"뭘 꾸물거리니?"


라는 카산드리아의 목소리가 들렸고, 스벤은 그 목소리를 듣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젓고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계단 나무판 바로 아래에서 잠자고 있던 쥐가 깨면서 찌직 거리는 소리가 났고, 그 주변에서 함께 잠을 청하던 생쥐들도 차례대로 깨어나더니 마녀의 집을 중심으로 수십 마리의 쥐들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스벤과 세르쥬는 수십 개의 그림자 무리가 달려나가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다.


마녀가 쥐들의 친구라는 스벤이 어릴 때 들었던 설화의 구절 중 하나를 떠올렸다.


스벤은 멍하니 서 있는 세르쥬를 지나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구수한 버터 냄새와 노곤한 정신을 진정시켜주는 허브 향기가 가득한 방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마녀의 집안은 밖에서 본 광경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집을 구성하는 나무 자재들은 훌륭하게 윤기가 나며 수백 년은 거뜬히 버텨줄 것 처럼 늠름하고 강인해 보였다.


주방에는 방금 대장간에서 만들어져 나온 철제의 조리도구로 가득했고, 나무판자로 대충 막아놓은 것 처럼 보였던 자리는 붉은 비단으로 짜인 커튼으로 밖이 가려져 있었다.


카산드리아는 천으로 만들어진 벙어리장갑을 낀 체로 방금 구워진 것 처럼 하얀 김을 천장으로 내보내고 있는 갈색의 빵이 올려져 있는 철 쟁반을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다.


카산드리아가 처음부터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있어서 그녀는 장발의 흑발 머리가 포근한 집의 분위기와 온화하게 어울리는 듯했다.


현관 근처에는 포도 줄기가 얽혀 있는 모형으로 생긴 목제 모자걸이가 있었는데, 카산드리아가 쓰고 있었던 챙 넓은 모자가 걸려 있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와서 먹든, 몽상가 양반이랑 영감을 눕히던지 해라."


카산드리아는 내부의 광경을 말없이 둘러보는 세르쥬와 스벤을 향해 말했다.


"아! .. 네!"


세르쥬는 파우스트를 이끌어 부드럽고 안락해 보이는 소파에 눕혔다.


"후... 고마워 세르쥬. 그래 스벤 자네도 고생 많았네, 슐츠에게 안부 전해주게나."


파우스트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눈을 감았다.


"안부는 직접 전해주세요 촌장님."


스벤은 잠든 파우스트에게 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파우스트의 일정한 주기의 숨소리뿐이었다.


스벤도 따라서 파우스트를 눕힌 소파의 반대편에 있는 소파에 슐츠를 눕혔다.


슐츠는 생기 없는 눈으로 소파를 바라보다가 눕혀지는 것에 따라 나무 천장을 바라보았다.


평소 바라보던 커다란 천구의 광경보다는 닫혀있고, 좁았지만, 슐츠는 그 아래에서 광활한 우주의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


슐츠는 눈을 감았고 오랜 친구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잿빛 까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스토리 아레나 동안은 연재가 힘들것 같습니다. 22.08.22 24 0 -
55 55. 잿빛 연옥 22.11.02 12 0 12쪽
54 54. 잿빛 연옥 22.10.31 18 0 12쪽
53 53. 잿빛 연옥 22.10.28 16 0 12쪽
52 52. 잿빛 연옥 22.10.26 22 0 12쪽
51 51. 흑색 지옥 22.10.24 25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4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1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3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4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2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29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6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6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2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29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5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5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