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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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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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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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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정의의 유보

DUMMY

리워야딘은 석판을 향해 망치를 마구 두드리다 통증을 느끼곤, 바로 바닥에 망치를 떨구었다.


리워야딘의 왼팔이 아까 전 충격에 의해 삐인것이다.


겨우겨우 돌판을 부순 병사들과 리워야딘은 지하실에서 람세스를 꺼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조금 늦게 부서졌군 리워야딘."


"미안해 람세스.."


리워야딘은 람세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고개를 숙이나, 안에 우리 병사 사체가 있으니까 수습하라고 해두게."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에 따라 병사를 시켜 사체를 들어 옮길 것을 명령했다.


람세스는 슐츠의 불타다 만 주택을 나와 돌아보았다.


검게 그을음이 이곳저곳에 일어났지만 여전히 그 외관은 담박한 맛이 살아있는 멋진 건축물이었다.


"이곳과는 안 어울리는 집이네. 마저 불태워야겠어."


람세스는 그렇게 혼잣말했다.


리워야딘은 그가 정식으로 요청하기도 전에 병사들을 시켜 슐츠의 주택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늙은이 촌장이 안 보이는데 맞는가? 이미 리워야딘 자네가 어딘가에 파묻었나?"


람세스는 자신의 말이 서있는 곳으로 돌아오곤 원래는 바로 옆에 있어야 할 파우스트가 보이지 않자 병사의 행렬을 주욱 훑어보더니 말했다.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소심하게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럼 그 몽상가 양반은?"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에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럼 리워야딘 자네가 한 일이 도대체 뭔가? 몽상가도 못 잡고, 다 잡아놓은 촌장도 놓치고."


리워야딘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오 나의 충복한 보좌관 이자 친우 리워야딘, 자네가 웬일로 나를 실망시키는 건가? 혹시 내가 꿈이라도 꾸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구먼."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네 리워야딘. 나를 고심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자네는 나의 고민을 해소하고 없애는 직책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은 말해줄 게 있어 람세스."


"그래 뭔가? 자네의 뜻을 나에게 전하라 리워야딘."


리워야딘은 아직 머릿속에서 문장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헛기침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내가 생각해 보니까 그 촌장이든, 활 들고 있는 애송이든, 몽상가 양반이든 이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놈들이라면 람세스 네가 신경 쓸 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람세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지그시 뜨고는 입을 열었다.


"활 들고 있는 애송이? 그건 누군가?"


'아, 젠장."


스벤은 리워야딘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데스 비 홀스 작센의 청년 중 하나였다.


리워야딘이 스벤 같은 생존자를 허용한다면 오늘 밤 스벤과 유사하게 생존한 사람이 더 많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아무도 아니야 람세스 그냥 그 몽상가랑 같이 파우스트를 데리고 나간 아무개일 뿐이야."


"그 아무개란 놈은 메데스 비 홀스 작센의 주민인가?"


리워야딘은 바싹 타오르는 입가를 혀로 훔쳤다.


람세스는 대답하지 못하는 리워야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안다고 말해주게, 이곳 주민이라는 것을 알지만 놓쳤다고, 이곳 주민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로 놓쳤다고만 말하지 말아 주게 리워야딘."


"난 알지 못해 람세스. 그놈을 붙잡아서 심문을 하지 못했거든."


"그럼 뭘 신경 쓰지 말라는 건가 리워야딘? 자네는 그 애송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촌장이 장애물이 될지 아닐지 그리고 그 몽상가라는 괴상한 마법을 부리는 놈이 우리에게 어떤 해악을 끼칠지 아닌지 안다는 말인가?"


"내 말은 그들은 이런 산골짜기에 위치한, 주변 도시나 마을과도 고립되어 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렇다면 분명 우리에게 물질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란 거지."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말을 듣자 두통이 밀려왔고 미간을 짚으며, 얼굴을 할 수 있는 만큼 찌푸렸다.


"그러니까 자네는 그들이 요주의 인물이 아닌 이유가 이 산골짜기에 살기 때문에, 그리고 오직 그렇기 때문에 판단했다는 건가? 다른 이유는 없고?"


"내 말이 그 말이야 람세스."


"그럼 자네의 무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모르겠네 리워야딘."


"내가 그들을 놓쳐서 그런 거야?"


"당연하지! 그 산골짜기에나 사는 촌뜨기 3명을 100명 언저리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도 못 잡았다는 말이 되지 않나! 응? 내가 북부 왕국과의 전쟁 중에 요주 인물을 납치해 오거나 황제 암살에 실패한 거면 내 이해하겠네, 그런데 자네는 이름도 모르는 애송이한테 농락을 당했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이 우리에게 해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네가 그곳에 없어서 할 수 있는 말이지."


리워야딘은 작게 말했다.


"크게 말하게 리워야딘! 나의 귀는 나약한 영혼의 말이 잘 들리지 않네!"


"그 몽상가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였어."


"고작 몽상가의 기만적인 신비에 겁을 내는 건가?"


"람세스 너도 저 아래에서 보지 않았나? 그 몽상가의 신비를?"


"봤지. 그 푸른빛과 함께 사라졌네. 그래서 내가 지하에서 병사의 하반신과 함께 돌판이 부서지기를 기다린 것 아닌가?"


"그거는 약과야 람세스. 나는 그 몽상가가 병사들을 하늘 저위로 던져 버리고, 바로 눈앞에 있다가도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것을 봤어."


람세스는 리워야딘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래 분명 그 몽상가는 우리에게 속임수를 사용한 것이겠지. 병사들을 날려 보낸 것은 함정을 통해 그리 보이게 한 것이고 있다가도 없어진 것은 이곳의 지리를 이용해 숨기 좋은 곳에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한 것일 거야."


"있다가도 없는 건 람세스 너도 잘 봐서 알지 않나? 그럼 왜 너는 그 지하에서 나오지 못한 거지? 그리고 그 병사의 사체는 어떤 기만의 방식으로 지하실을 나오고 동시에 병사의 상반신을 뜯어갔냔 말이야?"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아마도, 아마도 그 몽상가는 마법을 행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 하지만 말이야 고작 그런 마법을 좀 부린다고 해서 전부 놓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리워야딘의 정신은 노곤함으로 가득했고, 뻐근한 왼팔을 오른팔로 주물렀다.


"그게 있지 람세스. 네가 직접 봐야 이해가 될 거야. 그건.. 신神 적인 것이었어.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단 말이야."


"자네가 신앙이 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걸 그건 참 놀랍군."


"나도 나 자신이 놀랍지.. 아니, 그건 아니고."


리워야딘은 슐츠가 행한 신비에 대해서 기술하려고 했지만 말이 헛나왔다.


"신神 의 권능을 봤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내가 밀쳐지고는 그 셋을 빛으로 사라지게 한 거야."


"리워야딘 진정하고 천천히 알아듣게 설명하게."


리워야딘은 그가 본 광경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말하려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냥 본 대로만 말하기로 하지. 내가 꾸며서 말한다거나 미친 게 아니란 거 람세스 너도 잘 알지?"


"그럼 말이나 해보게."


리워야딘은 람세스에게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설명했다.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말을 믿는 것인지 혹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취급한 것인지 혹은 리워야딘을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지 그 내면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 없이 리워야딘의 설명을 듣고만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다 했어."


람세스는 리워야딘이 그렇게 말한 후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람세스?"


"음.. 그래 자네가 굳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알겠네. 뭐 그만큼 힘들었다는 건 알겠네. 물론 안네아 폴리스로 가서 자네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는 고민해 보겠네."


"더할 말이 없네 람세스."


리워야딘은 병사들에게 안네아 폴리스로 돌아갈 것 을 명령했다.


"아니, 잠깐 기다리게 우리의 의무는 아직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네."


"무슨 소리야 람세스? 우린 이미 레이브누스를 잡았잖아?"


"아니 분명 우리가 쫓고 있는 범죄자들은 두 명이지 하지만 오늘 밤에 넷으로 늘었네. 뭐 물론 자네가 말해준 것처럼 하나는 우리의 수중에 들어와 있지."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말 뒤편에 얹혀져 있는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람세스 이대로 만족해도 되지 않아?"


람세스는 리워야딘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나는 오늘 범죄자들을 도운 두 명의 북부 야만인들을 우리의 조국에 돌아가 안네아 폴리스의 재판에 넘겨 처벌을 받게 할 거네. 완벽한 정의가 나 람세스에게서 실현되리로다!"


람세스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외쳤지만,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람세스 정의를 구현하는 것 또한 좋지만 오늘 밤에 너무 많은 안네아폴리스의 자유민들의 피를 흘렸어. 적어도 그들의 넋을 기리는 게 맞지 않을까?"


"망자의 영혼을 달래고 장례를 치르는 것은 정의가 바로 선 뒤에야 하는 것이 순리에 맞고 그래야만 하는 것이지.."


람세스는 병사들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다들 오늘 밤에 있었던 민간인을 학살한 것과 슐츠의 신비에 시달린 그들은 피로했다.


게다가 람세스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형제나 친구사이로 얽혀 있는 관계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람세스의 앞에서는 당장에 들어내진 않았지만 비탄과 슬픔에 젖어 있었다.


리워야딘이 그들의 장례를 언급한 부분에서 병사들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은 시점이기에 람세스가 이를 거절한다면 분명 병사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래 죽은 자 들의 형제나 동반 입대한 자들만 행렬에 빠져 안네아 폴리스로 돌아가 장례를 치르고 그곳에서 휴식하라."


람세스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들 또한 언제든 그를 투표를 통해 추방하고 재판을 열 수 있는 유권자였기 때문에 그들의 저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푸른빛으로 비추고 있는 달이 떠있는 밤하늘에 잿가루가 휘날려 람세스와 리워야딘의 머리 위를 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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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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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3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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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정의의 유보 22.09.07 24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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