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2019 아시안컵(3)
선제골 먹히기 전,
[카타르 선수들 참 기동력이 좋아요.]
[요즘 카타르 축구가 많이 발전했지요?]
[네. 그렇죠. 최근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데요···]
2022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대비해, 카타르 측은 외국 유망한 감독을 선임한 것은 물론, 각 나라 유망한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켰다.
그렇게 일찍이 준비해 왔기에 부족한 인력풀에도 전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었고,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좋은 경기력으로 모두 전승을 하며 올라왔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진우, 골!]
[아 VAR이 골을 취소시키네요.]
[황해찬! 황해찬!]
[아, 골포스트를 살짝 스쳐 가네요.]
[한국, 오늘 경기는 참 골 운이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카타르로 귀화한 선수들의 실력은 과연 카타르가 엄청난 돈을 들여 귀화시킨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한국 대표팀에게 영 운이 따르고 있지 않았다.
[아, 점점 초조해지는데요.]
[지금쯤 골이 나왔으면 하는데요.]
[카타르의 저항이 강합니다.]
[이러다 깜짝 실점이라도 하게 되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되면서까지 골이 나오지 않았다.
“카타르 정도는 가볍게 이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보다 팽팽한데?”
“귀화를 얼마나 시킨 거야. 아니 무슨 백인이···”
경기를 직관하고 있는 팬들과
“아, 오늘 한국 끗발이 안 좋네.”
“난 지금쯤 강진우가 한 두 골을 넣을 줄 알았는데···”
TV로 경기를 보고 있는 팬들은 일본, 이란 같은 팀에 비하면 카타르를 쉽게 봤었다.
한국과 카타르의 역대 전적은 5승 2무 2패.
거기다 한국의 피파랭킹은 53위, 카타르는 93위로 어느 지표든 한국이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카타르는 옛날의 카타르가 아니었다.
펑!
아메드가 깜짝 중거리슛을 날렸다.
그리고 그 슛은 골키퍼의 손을 지나 그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아!!! 이럴 수가···]
[한국이 먼저 실점하고 말았습니다.]
원샷원킬.
한국이 공격을 이끌다 찬스를 한 번 내줬는데, 그게 골까지 된 것이다.
“아···”
순식간의 실점에 선수들과 팬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지금은 후반 33분으로 경기 막바지였다.
[기회를 잘 포착했네요···]
[선제골을 넣은 선수는 아메드. 원래 이집트 국적이었는데 최근 카타르로 귀화한 선수입니다.]
[최근 카타르는 많은 해외 유망주들을 귀화시키면서 전력을 끌어올렸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조직력이 와해될 거라고 문제 삼았는데, 이번 아시안컵 내내 전혀 그런 문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맞아요. 비록 본인이 태어난 나라가 아니라 할지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침착해! 다들 아직 시간 남았어.”
벤투는 멘탈이 나갈 거 같았다.
하지만 겨우겨우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동요되면 선수들도 같이 동요되게 되버린다.
[벤투가 선수교체를 하네요.]
[주세정을 빼고 지동현을 넣네요.]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거죠.]
벤투는 더욱더 공격적으로 전술을 바꿨다.
‘답답하군. 한 골이면 되는데.’
전반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변칙 전술을 사용했는데 그게 잘 먹히고 있지 않았다.
‘이대로 떨어질 순 없어. 이때까지 잘해왔는데, 너무 허망하잖아.’
시간이 흐를수록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기적을 바랬다.
이때만큼은 누가 기적처럼 해주길 바랬다.
[한 골이면 됩니다. 딱 한 골이면 어떻게든 연장 갈 수 있어요.]
어느덧 시간은 후반 43분 30초.
카타르는 전원 수비 태세였고 한국은 계속 뚫으려고 하였다.
‘아··· 계속 이렇게 시간이 끌리면 안 되는데.’
단 한판으로 승부가 나는 토너먼트.
그렇기에 많은 변수가 있었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종종 나오곤 했었다.
[아, 후반도 거의 끝나가는데요···]
[과연 심판이 추가시간 몇 분을 줄까요.]
툭!
툭!
‘이 공은 목숨줄이다. 절대로 뺏기면 안 돼.’
후방에 있던 수비수 재민이 볼을 몰고 올라왔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이었다.
[아, 추가시간이 겨우 2분이네요.]
[2분요?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아까 VAR 시간하고 이외 경기 지연된 요소 고려하면 최소한 4분은 줘야지요.]
‘후···’
움츠러든 카타르 수비와 대한민국 선수들이 시야에 보였다.
‘저기에 패스하자.’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더 이상 수비인 자신이 볼을 지닐 순 없었다.
퍽!
진우와 형민 중에 누구에게 패스할지 잠깐 고민했었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 형민에게 패스했다.
[어쩌면 마지막 찬스!]
툭!
재민의 패스가 형민에게 정확히 왔다.
하지만,
‘아···’
볼 터치가 미스 나며 공이 옆으로 튀고 말았다.
‘제길.’
형민은 튀어나온 볼을 다시 잡으려 미친 듯이 뛰려고 했다.
순간,
“비켜! 비켜!”
어디선가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였다.
펑!
형민의 발 맞고 튀어나온 공을 진우가 가로챘다. 그리고 재빨리 슈팅했다.
출렁~
진우가 찬 공이 예술적으로 골망을 가르며 골이 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버저비터! 엄청난 골이에요!]
[모두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을 겁니다.]
“진우야!!! 네가 최고다!!!”
진우는 한국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세레머니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형민이 끌어안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
참 속도가 빠른 사람이었다.
[일대일! 일대일이에요! 승부는 이제 연장전으로 갑니다!]
[아, 기적이 일어났어요. 이거 골 안 들어갔으면 그대로 한국이 떨어졌을 거에요.]
“강진우!”
“강진우!”
“강진우!”
한국팬들이 진우의 이름을 연호했다.
‘해냈다.’
모든 경기가 순탄하게 잘 풀릴 순 없다.
가끔씩 제 기량과 운이 안 따르는 경기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이 경기였다.
[강진우가 한국을 구조해 줬습니다.]
힘들었다.
그리고 초조함과 불안감이 자신을 괴롭혔었다.
하지만 이 한 골로 드디어 경기 내내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풀 수 있었다.
[경기는 이제 연장전으로 넘어갑니다.]
“캉, 잘했어. 네가 해줬구나. 난 너를 믿고 있었어.”
선수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라커룸으로 들어왔고, 벤투는 진우를 향해 엄지를 들었다.
잠시 쉬는 시간.
“야, 진우야. 너 정강이 괜찮니?”
“네. 창용이 형. 정강이 전혀 문제없습니다.”
자신의 부상은 이미 뉴스에 [부활한 천재], [꺾이지 않는 사나이] 등등의 타이틀과 함께 널리 공개되었기에 말 안 해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많이 뛰어다녔는데 막 아프거나 시리거나 그런 거 없어?”
창용은 진우의 정강이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부상을 당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이런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단했다.
부상을 딛고 일어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었다.
“네.”
‘아버지가 남긴 축구화가 아니었더라면···’
창용이 진우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만큼 진우도 창용을 대단하게 생각했다.
“다행이다. 넌 잘됐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계속.”
“창용이 형···”
이창용.
한땐 볼턴의 에이스였지만, 정강이 부상 이후 그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지금도 최고의 인재지만, 더더욱 축구사에 이름을 떨쳤을 것이다.
“진우야, 마저 기적을 보여주러 가자. 우리가 지금도 기적적으로 축구하고 있는 거처럼.”
“네. 그래야죠.”
****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이창용! 이창용!]
첫 기점은 형민이었다.
툭!
정영우로부터 패스를 받은 형민은 사이드를 질주하다 진우를 보았고, 그에게 패스했다.
결코 진우랑 사이가 좋다거나 진우가 잘해서 맹목적으로 패스해준 것이 아니었다.
그냥 필요한 위치에 진우가 있었다.
‘창용이 형!’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여 지금까지 뛰고 있는 이창용.
그가 페널티 박스로 침투했고, 진우는 그에게 패스했다.
[슈우우웃!]
진우의 패스를 받은 창용은 그대로 슛했다.
[고오오오오올!]
[약했지만 예리했습니다.]
[골도 골이지만 강진우의 어시스트와 손형민의 빠른 스피드가 있었기에···]
한국 선수들은 물론, 감독, 팬들도 골이 터진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순간,
[아, VAR···]
VAR 사인이 나오고 세레머니를 하며 좋아하던 한국 선수들은 설마 하는 마음에 긴장했다.
[전혀 문제없는 골이었거든요.]
[네. 맞습니다.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인데요.]
전반전 때 진우의 골이 VAR로 취소당했었다.
그래서 혹시나 이번 골도 취소당하나 모두가 불안해했다.
하지만,
삐익!
“와아아아!!”
[아, 다행입니다. 골로 인정되었습니다.]
심판의 골이라는 사인에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크, 우리가 오늘 기적을 쓰는 거냐. 진우야, 고맙다.”
“형이 워낙 침투를 잘해줘서 하하.”
“무슨 소리. 네가 수비를 끌어주지 않았다면···”
“이제 저희 차례네요.”
“열심히 막아보자.”
이창용의 골 이후, 입장이 바뀌어 한국이 수비를 하고 카타르가 공격을 하는 태세였다.
[한국, 끝까지 버텨야 합니다!]
카타르의 공격은 정말 매서웠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집념으로 버텼고,
[경기 끝났습니다!]
[한국이 카타르를 꺾고 4강으로 올라갑니다.]
결국 힘겹게 4강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아, 정말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네. 맞아요. 위기의 순간도 왔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었기에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여러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로 꺾이지 마세요.]
[맞아요. 꺾이지만 않는다면 기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강진우!”
“강진우!”
“강진우!”
경기가 끝이 났다.
하지만 경기장에는 여전히 진우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
다음 4강 아랍에미리트.
아랍에미리트는 원래도 아시아에서 축구 잘하는 팀이었지만, 개최국이었기에 반은 더 먹고 들어갔다.
[홈팬들의 응원이 뜨겁습니다.]
[한국 선수들 절대 위축되면 안되요.]
“우우우우우!”
“캉, 공 잡고 넘어져 버려.”
“이봐, 손. 넌 캉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아랍에미리트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홈 텃세가 장난 아니었다.
‘이런 거쯤이야.’
하지만 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덴마크에서도 종종 당하곤 했었는데, 처음 당했을 때나 지금이나 심리적으로 어떠한 요동도 일어나 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불필요한 감정 소모.
골만 넣으면 될 일이었다.
[강진우, 오늘도 활발히 움직입니다.]
[지치지 않나 봐요. 조별리그 1차전부터 지금까지 풀타임 선발인데 한 번도 지친 모습을 못 봤어요. 저렇게 많이 뛰는데.]
[강진우가 정강이 부상을 당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부상으로 한동안 축구 선수로서 뛰지 못한 아픈 시절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 너무 잘 뛰어 주고 있습니다. 분명 모든 사람들은 궁금할 거에요. 저 선수가 어떻게 부상을 이겨냈는지···]
카타르와 연장 혈투까지 치르고 왔기에 조금은 체력적으로 지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맹활약했다.
[강진우, 헤딩!!!]
[골이에요.]
[멋진 스파이크 헤딩이었어요.]
[저렇게 바운스 되면 키퍼 막기 힘들죠.]
그렇게 개최국 아랍에미리트도 꺾을 수 있었다.
[한국, 저번 아시안컵에 이어 이번 아시안컵에도 결승에 진출합니다!]
[정말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어디 하나 쉬운 팀이 없었어요.]
그렇게 결승에 올라왔다.
그리고 결승 상대로 한국 최고의 라이벌인 일본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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