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 진우를 찾는 손님들
펑!
원샷원킬.
교체 투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골을 터뜨렸다.
[드디어 스코어의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교체로 들어온 캉이 한 건 해줬네요!]
[저는 왠지 캉이 골을 넣을 거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골을 넣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미트윌란팬들 함성 소리 들어보세요. 이 골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느껴집니다.]
“아, 다행이다.”
제스가 가슴 한 켠을 쓸어내렸다.
진우의 골이 너무나도 고마웠고 달콤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31분.
[제임스, 슈우우웃!]
진우는 수비벽을 등지고 페널티 박스로 쇄도하는 제임스에게 패스했다.
그 패스를 받은 제임스는 진우한테 배운 바디 페인팅을 쳐 수비를 주춤하게 만들고는 바로 슛했다. 그리고 그의 슛은 골망을 갈랐다.
또 한 번 미트윌란의 득점포가 터졌다.
[이번엔 제임스가 골을 터뜨립니다!]
[역시 1군은 다르다는 건가요.]
[미트윌란이 2점 차로 달아납니다.]
“제임스, 잘했어. 아주 멋진 슛이었어.”
“헤헤, 캉. 아까 방금 너였어도 나처럼 했어?”
“자식.”
스코어 2대0.
이제야 미트윌란 팬들은 드디어 마음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아, 캉. 아쉽네요, 골포스트를 맞췄습니다.]
[저거 들어갔으면 더욱더 쐐기를 박는 건데요. 미트윌란 입장에서는 진짜 아쉽죠.]
.
.
.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죠. 교체로 들어온 두 선수 때문에 브리브란도 선수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후반 43분.
[미트윌란 선수들 전원 수비 태세를 취합니다. 스코어를 유지하겠다는 거죠.]
[추가시간은 5분이 주어집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주어졌네요.]
[5분 사이에 두 골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미트윌란은 조심해야 하고 브리브란도는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해요.]
이대로 떨어질 수 없다는 상대 팀의 마지막 파상공세가 밀려왔고, 미트윌란은 그걸 최대한 틀어막았다.
“다들 집중해! 집중!”
타닥!
진우는 수비에 나섰다.
그리고 공을 몰고 달려오는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거나 길목을 막아섰다.
‘하, 이 자식만 없었으면 진짜 모르는 거였는데.’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도 참 잘했다.
[공격수가 수비도 잘하네요. 이거 너무 만능 아닌가요?]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죠? 혹시 골키퍼도 잘할까요?]
스트라이커가 골만 잘 넣을 줄 아는 건 구시대의 유물이다.
현대 스트라이커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할 줄 아는 수비 능력도 중요했다.
보너스 스텟란에 수비 관련 스텟들도 많았다.
진우는 아예 배제하지 않고 한 번쯤 고민을 해봤다.
하지만 찍지 않았다.
이 부분은 보유하고 있는 스텟을 활용해 헤딩처럼 노력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캉, 태클로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냅니다.]
“이봐, 캉. 나중에 너랑 수비 연습 가능할까? 공격적인 포지션이어도 기본 수비 능력은 필요 하잖아. 헤헤.”
제임스가 진우의 수비 능력을 탐했다.
그리고 탐하는 거에서만 끝내지 않고 Ctrl+C, Ctrl+V 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후로도 추가시간까지 경기는 계속되었고,
타악!
[제임스. 태클 시도.]
제임스는 진우가 하던 거처럼 태클을 시도했다.
[아, 빗나가네요.]
하지만 선수 앞으로 허무하게 슬라이딩 해버렸다.
[그래도 시간은 끌었죠?]
그렇게 놓치는가 싶었지만,
타악!
[캉이 커트하네요.]
진우가 정확히 공만 건들이며 라인 밖으로 보냈다.
그리고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자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렸다.
[경기 끝났습니다. 미트윌란이 승리를 거두고 32강전으로 올라갑니다.]
[교체로 들어온 두 선수가 한 건 해줬네요.]
[이변이 일어날 뻔한 경기였는데 이렇게 끝나네요. 브라브란드 입장에서는 아쉽고 미트윌란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에요.]
‘역시 난 가만히 있으면 안돼.’
1골 1어시 1골대 강타.
그 외 기타 등등의 활약.
진우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족스러운 활약을 했고, 경쾌한 퀘스트 클리어 알람을 들었다.
‘가만히 경기만 보고 있는 건 참 고통스럽단 말이야.’
시즌 내내 혹사를 당해도 좋다.
가만히 벤치에만 앉아있거나 전방에서 텐트만 치고 있는 건 고역이었다.
“캉, 제임스. 잘했어. 진짜 잘했어.”
제스가 둘에게 다가가 엄지를 들었다.
“참 듬직하단 말이야. 하하.”
만약 여기서 떨어졌다면 굉장히 억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미트윌란은 살아남았다.
****
다음 8라운드, 미트윌란의 상대는 FC 코펜하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연고로 하는 팀으로, 자타공인 수페르리가 명문 강호에 저번 시즌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야, 창식아. 너 내일모레도 경기 보러 가냐?”
“네. 삼촌.”
“자식, 축구는 머리 속에 지우겠다고 한 녀석이···”
“삼촌, 아무래도 전 안되나 봐요. 축구를 안 좋아하려고 해도 안 좋아할 수가 없어요.”
“얌마, 너 어차피 선수도 못 되잖아. 그렇다고 행정 쪽으로 나갈 머리도 안 되고.”
삼촌 송주은은 창식이 축구보다는 요리에 전념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이룰 수 없는 꿈이었으니까.
“삼촌한테 요리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한 트럭이야. 그래도 안 알려주는 거 너한테만 공짜로 알려주는 건데 열심히 배워야지···”
사정을 알기에 축구에 집착하는 창식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를 냅두고 왜 저 멀리 덴마크 리그를 보러 가는 거냐?”
“미트윌란의 경기가 재밌어요. 진짜로요.”
“친구 때문이 아니고?”
“처음에는 그랬죠. 그런데···”
진심이었다.
처음에는 진우 때문에 갔지만, 점점 재미를 느꼈다.
나날이 발전하는 진우의 플레이와 미트윌란의 경기를 지켜보는 게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코펜하겐 관광할 겸 가는데 뭐 어때요~ 차 운전 연습도 하고.”
그리고 마침 코펜하겐 한번 못 가봤다.
그래서 이 기회에 가보는 것도 굉장히 좋았다.
“아, 삼촌.”
“왜?”
“삼촌도 나중에 경기 보러 갈래요? 겁나 재밌어요.”
“나중에 시간 나면 한 번 보러 가보지 뭐.”
8라운드 경기 당일.
장소는 FC 코펜하겐의 홈구장인 파르켄 스타디움.
진우를 찾는 사람은 창식만이 아니었다.
“다들 응원 도구 잘 챙겼죠? 난 안 챙겼다. 손.”
“밥은 안 먹고 왔어도 응원 도구는 챙겼죠.”
“크, 진우가 해트트릭 한 번 야무지게 박았으면 좋겠다.”
“같은 한국인끼리 해외에서 활약하는 거 보면 참 자랑스럽고 보기 좋네요.”
“그렇죠.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는 거라 진짜 좋죠.”
진우의 활약은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한인회에까지 퍼졌고, 오늘 그들은 진우를 응원하러 왔다.
“난 한국인이 덴마크 리그에서 활약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지금 한국인 무시해요? 손형민 보세요. EPL에서 활약하는 거. 또한···”
“아니, 내가 무시하는 게 아니고 신기하다는 거지. 너 이때까지 덴마크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봤냐?”
“자자, 이렇게 기분 좋은 날. 싸우지들 마시고 들어갑시다.”
그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
‘이번 경기 어떤 모습을 보여 주려나···’
아직 경기 시작 전.
한 남자가 조용히 너튜브를 보며 생각에 빠졌다.
경기 시작하기까지 열심히 너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그 너튜브 영상에는 진우가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었다.
‘공을 다루는 게 보통이 아니야. 그 외에도 재능이 넘치고.’
남자는 영상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분명 이대로 별 탈 없이 간다면 대성할 게 눈에 보였다.
‘좋은 선수야. 탐이 날 정도로. 이런 선수에게 아직 에이전트가 없다는 건 나에게 큰 행운이야.’
조르제 멘데스.
미노 라이올라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축구계에서 영향력이 큰 거물 에이전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넬송 세메두 등 세계적인 축구 선수를 고객으로 둔 것은 물론이고, 주제 무리뉴, 스콜라리 등 명감독까지 고객을 둔 것으로 명성이 높았다.
‘빨리 얘기를 나누고 싶어.’
그는 언제나 최고의 선수들을 찾아다녔고, 그의 레이더망에 진우가 들어온 것이다.
‘어? 그런데 저 사람은···’
관중석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아는 사람이 보였다.
‘역시 천재는 어디에 있어도 주변인들의 관심이 참 많단 말이야.’
한때 호날두 때문에 안면이 익은 사람.
현재 한국 대표팀 감독인 파울루 벤투가 관중석에 보였다.
‘더 탐이 나는군.’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벤투 감독은 진우를 바로 찾아갈지 모른다.
덴마크까지 먼 거리를 그냥 경기만 보러 온 것은 아닐 거기에.
[많은 팬분들이 기다린 경기가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합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수페르리가의 뜨거운 매치 중 하나죠.]
[그럼요. 두 명문 강호의 대결인데요.]
‘이제 경기 시작하는군.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봐야지.’
조르제 멘데스가 진우를 직관하는 건 이번이 처음.
조금 설레였다.
[두 팀 다 패배가 아직 없습니다. 과연 어느 팀이 그 기록이 깨질까요. 아니면 그대로 유지 될까요.]
선수들은 악수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제이콥이 일부러 세게 악수 하고 다녔다.
일종의 신경전.
‘이 자식.’
코펜하겐 선수가 손에 통증을 느끼며 제이콥을 노려봤다.
‘아, 미안. 내가 악력이 좀 세서. 크크.’
제이콥은 그저 실실 웃을 뿐이었다.
‘처죽일놈.’
제이콥 뒤에 진우가 따라왔다.
코펜하겐 선수는 제이콥에 당한 걸 앙갚음하려고 진우와 악수를 나눌 때, 힘을 꽉 주었다.
하지만,
‘뭐야.’
진우의 손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자식, 당황하기는.’
진우는 이번 라운드까지 오면서 퀘스트는 물론이거나와 시즌 업적인 이달의 선수, 이달의 베스트 11, 미트윌란 이달의 골 등등을 달성하며 무지막지하게 경험치를 받았고 레벨업을 했다.
[강진우 Lv 45
보너스 스텟:
스피드 +7
체력 +5
밸런스 +3
피지컬 +7
슛 정확도 +3
슛 파워 +3
긴 패스 +2
짧은 패스 +4
반응 속도 +2
드리블 +3
시야 +1
볼 터치 +2
유연성 +1
위치선정 +1
특성:
- 강진우 존(ZONE) C등급]
[포인트를 사용하여 보너스 스텟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잔여 포인트: 0]
45레벨까지 올랐고 받은 포인트는 스피드, 체력, 피지컬, 슛 정확도, 슛 파워에 투자했다.
‘피지컬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악력도 세졌어.’
그렇게 무사히(?) 악수를 마치고 두 팀은 자기 진영에 원으로 모였다.
“후··· 말이 필요 없다.”
제이콥은 가타부타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겨야 한다. 반드시.”
“네. 당연하죠.”
저번 시즌 미트윌란은 홈과 원정 두 번 다 코펜하겐에게 패배했다.
이번 시즌도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복수하고 싶었다.
“반드시 이긴다. 오직 그것뿐.”
“누가 수페르리가의 최강인지 보여줘야지.”
결의를 다지고 자리 잡았다.
삐이익~
이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난 오늘 너만 막는다.’
코펜하겐 수비수이자 이번 경기 강진우 전담마크를 맡은 미하엘 뤼프트너.
진우가 자신의 진영에 있자 그를 따라다녔다.
‘그게 이번 경기 내 임무거든.’
이번 경기 진우가 수비 진영에 얼쩡거리면 모기처럼 따라다닐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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