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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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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663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20.01.24 09:00
조회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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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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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심장

DUMMY

불량검사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된다고 한다. 4회부터 출연하는 건호도 촬영은 같이 시작되지만 스케줄이 무척 여유로웠다. 그 사이 이상규는 건호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건호에게 단역 알바를 돌리기 시작했다.


“강건호의 첫 배역이 걸뱅이라니..”


누더기에 거적대기를 걸친 건호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곁에는 비슷한 옷차림의 남녀와 아이들도 있었다.


“괜찮니? 얘들아?”


찬 바닥에 마땅한 깔 것도 없이 두시간째 대기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는지 건호가 아이들을 살폈다. 그러나 이 아역배우들도 프로였다.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군소리 하나 없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30분이 더 지난 후에야 건호를 비롯한 걸뱅이들의 차례가 되었다. 남녀 주인공이 저잣거리를 걷는 장면, 그 화면 가장자리에 걸뱅이 가족들이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 대사도 없이 바가지에 담긴 음식을 주워 먹는 흉내를 내면 끝난다.


스텐바이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고조되더니 이내 큐 사인이 떨어졌다. 느긋하게 걷는 남녀주인공들! 그 장면 끝자리에 바가지에서 주먹밥을 꺼내 아이의 입에 넣어주는 건호가 있었다.


**


“즐거워 보이네?”


“응? 아냐. 엄청 고생하고 있어. 매일 같이 촬영 현장을 돌면서 단역만 하고 있다니까? 어휴...”


“내일부터 불량검사 촬영 시작하는 거지?”


“어, 그래도 촬영분이 많지 않아서 당분간은 한가할 것 같아.”


“재밌어?”


“....응.”


건호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이사 간 집은 어때?”


“너무 좋아. 깨끗하고 따뜻해.”


“상규 형이 좋은 집을 구해줬나보네.”


“너도 못 본 거야?”


“매일 같이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까지 촬영을 하니까... 뭐, 대부분 대기 시간이지만.. 하하”


건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자 예진이 예쁘게 웃었다. 오른쪽 볼에 살짝 들어간 보조개가 너무 예뻤다.


“넌 웃을 때가 제일 예쁜 거 알아?”


“뭐야? 그럼 평소에는 안 예쁘다구?”


“아니, 예뻐. 근데 웃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


“훗, 아니야. 평소에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뻐! 네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늘 그래.”


“네 눈에 비친 내 모습도 제일 멋져. 그건 아마도 내가 널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호호호, 얘는! 변태 같아.”


“괜찮아. 너에게만 그럴 거니까!”


건호가 슬그머니 예진의 손을 잡았다. 예진도 건호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행복했다. 건호의 가슴이 들뛰고 있었다. 문득 건호의 머릿속에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


싸늘한 주검이 된 예진을 끌어안고 오열을 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예진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남자. 지만, 민지, 살룬, 란드브룸, 샤비트! 그리고 와장창 깨져버리는 세상.


예진의 손을 잡은 건호에 눈에 눈물이 조용하게 흐르고 있었다.


**


“즐거웠나요? 당신이 원한 걸 실컷 하게 해주었는데?”


얄밉게 웃고 있는 세인트 프라하. 흐른 눈물을 닦아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건호. 그리고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


“빌어먹을 놈!!”


“훗.. 당신도 알고 있었죠? 아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며 하고 싶은 거 다하는 얄미운 사람.”


“웃기지마. 난 아무것도 몰랐어.”


“하하하.. 당신이 연기를 잘하는 건 알지만 나에겐 안 통해요. 나는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구요. [관심법이니라~~] 하하하”


세인트 프라하가 익살스럽게 웃었다. 꼬맹이 모습을 한 세인트 프라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얄미운 웃음이었다.


“뭘 원하는 거냐?”


“당신이 기억을 찾길 바래요. 그 후에 당신이 가진 것 중 하나만 제게 주시면 되죠.”


“그럼 나에게 뭘 해줄 수 있지?”


“이 세상을 드리죠. 비록 당신의 열망을 담아 만든 가짜 세상이지만 당신은 이곳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어요. 어때요?”


“네 놈이 선물이랍시고 내게 던져주었다가 도로 가져간 그 물건들로 만든 세상인 모양이지?”


“오호~ 어떻게 아셨을까?”


세인트 프라하가 눈을 껌뻑이며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마저도 귀여웠다. 젠장!


“한 세상에 신물이 두 개일 순 없지. 네가 가져갔다면 그 차원에는 더 이상 신물이 남아 있으면 안돼.”


“으응? 그건 아니죠. 나는 A라는 시점에서 신물을 훔쳤어요. 당신은 A라는 시점보다 훨씬 과거인 B시점으로 갔어요. 그렇다면 B시점에는 당연히 신물이 존재해야죠.”


“신물이 왜 신물이지? 신이 내린 물건이야. 그런 물건이 시기마다 존재할 순 없어.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다면 그것은 그저 평범한 물건일 뿐이야. 그렇지 않아? 세인트 프라하?”


세인트 프라하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제가 강건호씨를 너무 얕잡아 봤나 봐요. 맞아요. 과거든, 미래든, 현재든 어느 시점에서든 신물이 사라지면 그 누구도 다시는 신물을 취할 수 없죠. 그게 신물이라는 요물이에요. 어떻게 안 거죠?”


“바보냐? 똑같은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데 너의 그 꼼수를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거야?”


세인트 프라하가 건호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방긋 웃었다.


“아하! 그녀였군요. 엘프 신녀가 당신에게 힌트를 준 거예요. 맞죠?”


제발 맞았다고 말해달라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세인트 프라하를 바라보던 건호가 피식 웃었다.


“맞아. 그때 알았어.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그 모든 차원들이 나의 전생이었다는 것도! 그녀가 나를 기억하더군.”


“이런 이런, 내가 그녀를 너무 얕본 거군요. 고지식한 엘프라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지식해서 나를 알아본 것이겠지. 자신의 스승이었던 나를!”


“하여간 엘프들이란.. 쯧.”


세인트 프라하가 혀를 차며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네가 날 그곳으로 안내한 덕분에 아주 중요한 사실도 하나 알게 되었다.”


“오호, 그랬나요? 저에게만 살짝 말을 해줄 수 있죠?”


“그럼, 당연하지. 그 힌트 덕분에 이 세상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됐으니.”


세인트 프라하가 인상을 썼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실수를 한 것이 없다.


“예진이 말이야. 죽은지 10년쯤 지났으니까.. 아직 새로운 윤회를 못 했을 수도 있고, 기껏해야 꼬맹이 정도 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엘프들의 세상에 다녀오면서 그 선입견이 깨지고 말았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 이런!!”


세인트 프라하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한 모양이었다.


“편견이 깨지면서 여러 의문들이 해소되었지. 특히 쌩뚱 맞게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녀석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리고...”


뒷말을 잇지 않은 건호가 웃기만 했다.


“그래서 제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건가요?”


“그 답을 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


“뭐죠?”


“살룬! 그는 누구지?”


**


대답 대신 살룬을 데려오겠다며 사라진 세인트 프라하. 그를 기다리며 석상이 되어 있는 예진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건호.


건호의 손이 움직였다. 그녀는 굳어 있었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건호가 기억하는 그 따뜻함이 손끝을 타고 심장에 전해졌다.


“예진아..”


건호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진의 입술에 입술을 맞추었다.


“허상인 것을 알지만... 네가 나의 시련이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했어. 너의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말이야. 다시 만나자. 꼭!”


건호가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가슴에 안아주었다. 건호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지마.]


건호의 가슴에서 오직 건호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지 않아. 그저... 그저...”


[바보! 늘 그랬어. 늘..]


**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청보리밭.


그 끝에 작은 연못에 앉은 남자가 연못 속에 비친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무얼 하느냐?”


“아.. 아버지.”


남자가 얼른 일어나 새로 등장한 노인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세상 구경을 하고 있었더냐?”


“네, 아버지. 세상에는 즐거운 일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 허허허.”


노인이 남자의 긴 금발을 쓸어주며 연못가에 앉았다. 남자가 얼른 쟁반에 차를 담아왔다. 남자가 내민 찻잔을 손에 쥔 노인이 연못 속에 비친 세상에 시선을 두며 물었다.


“가보고 싶은 게냐?”


“그저 구경을 하고 싶었어요.”


“저 여인을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니고?”


남자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노인의 눈과 귀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그저 호기심이 생겼을 뿐이에요.”


“호기심이라... 나의 첫째 아이야.”


“네, 아버지.”


“오늘 너에게 이름을 내려주겠다.”


“...네? 정말이세요?”


“그래. 너에게 [세인트 프라하]라는 이름을 내려주마.”


“세인트 프라하... 멋진 이름이네요. 아버지.”


남자가 좋아하자 노인이 남자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


기다림 끝에 살룬과 대면할 수 있었다.


“...살룬님”


“기억을 찾지 못한 모양이군.”


건호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나 살룬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살룬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가 기억을 찾았다면 자신을 다르게 부를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의 첫마디에서 아직 기억을 찾지 못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를 찾았다고?”


“당신을 찾은 것은 내 심장입니다. 살룬님.”


살룬의 건호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건호가 웃었다.


“그 심장이 아니라 제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진 누군가를 말하는 겁니다.”


“알고 있네. 자네의 가슴속에 깊이 숨겨진 그의 의지라는 것을... 그는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하던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프라하, 그가 기억을 찾지 못했거늘 왜 나를 부른 것이지?”


세인트 프라하가 대답 대신 건호를 힐끗거렸다.


“당신에게 질문이 있어 보자고 하였습니다.”


“나에게?”


살룬의 눈빛이 반짝였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대가 기억을 찾는다면 나에 대해서 잘 알 거라 믿네.”


살룬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건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제 가슴속에 있는 그가 아는 당신 말고, 지금 제 앞에 있는 당신 말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건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살룬을 바라보자 살룬이 슬쩍 세인트 프라하를 바라보더니 허공에 손짓을 하였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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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20.01.24 15:57
    No. 1

    걸뱅이→비렁뱅이가 표준말이더군요. 그래도 표기된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러려니하고 읽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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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이몽서 +1 20.01.16 283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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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위기탈출 +1 20.01.12 303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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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실패 +1 20.01.10 308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8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8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7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8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8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4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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