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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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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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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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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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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순신

DUMMY

M컴퍼니 사옥.


“M컴퍼니의 조민철 이사다.”


처음부터 반말이었다. 이제 겨우 40이 될까 말까한 나이었건만 사람을 내려보는게 습관이 된 듯 싶었다.


“강건호입니다.”


“실물도 꽤 괜찮군. 고개 좀 돌려봐.”


건호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주니 손가락을 왼쪽으로 까딱거렸다. 건호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손가락이 위로 올라갔다. 건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건호가 그의 말에 따라 한 바퀴를 돌아주자 비로소 고개를 주억였다.


“키가 몇이지?”


“181cm입니다.”


“딱 좋군. 얼굴도 몸매도 그럴 듯 해. 춤 좀 추나?”


“네?”


“춤 말이야. 춤! 이렇게 이렇게 추는거.”


건호가 못 알아듣는 듯 하자 조민철이 아이돌 춤을 추며 시범을 보여주었다.


“저는 배우 지망생인데요.”


“그냥 하라면 해볼 것이지.. 쯧”


건호의 말대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노골적으로 혀를 차더니 그래도 이유는 설명해주었다.


“배우를 하려면 말이야. 일단 이름을 알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돌 만한게 없지. 일단 아이돌로 데뷔해서 개인 활동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면 돼. 아주 쉽지?”


건호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좋아. 그럼 계약하지.”


조민철이 준비해온 계약서를 내밀었다. 건호가 계약서를 살피지도 않고 계약서를 챙겼다.


“살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뭐?”


조민철이 건호의 태도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계약을 하는 것이니 꼼꼼히 살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허어..”


조민철이 헛숨을 내쉬더니 차가운 눈으로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인을 안하면 이 계약은 없는 거다.”


몸을 일으키려던 건호가 말없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계약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글씨로 꼼꼼하게 써 있는 계약조항을 하나하나 읽으며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매우 불공정한 계약이네요.”


건호가 독소조항을 체크하여 계약서를 조민철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조민철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잔뜩 머금었다.


“그래서? 계약 못 하겠다고?”


조민철의 반응을 살핀 건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약이라는 거.. 그 뜻은 아십니까?”


“뭐?”


“계약은 서로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약속을 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일방이 유리한 내용을 제가 약속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네가 불리하다?”


“네.”


조민철이 건호가 체크를 해둔 계약서를 집어 들더니 천천히 읽어보곤 냉소를 머금었다.


“확실히 너에겐 불리한 계약이지. 하지만 말이야. 이 계약으로 너는 이 계약서에 담기지 않는 매우 큰 것을 얻어간다. 그건 알고 있나?”


“그게 뭐죠?”


“바로.. 기회라는 것이지. 너 같은 무명배우에게는 쉽게 쥐어지지 않는 기!회!”


건호가 고개를 주억였다. 조민철의 말은 일면 타당한 것이었다. 무명배우가 대형기획사에게 픽업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대형 기획사는 계약 기간 내내 배우의 피를 빨아 부를 축적한다. 즉, 이 계약에 담기지 않은 무형의 이익은 서로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것이었다.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말했지? 네가 이 자리를 나가는 순간, 너는 계약할 기회를 잃는다고.”


“그럼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건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건호가 조민철 이사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조민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이 계약을 거절하면 넌 평생 기회를 얻지 못할 거다. 설령 기회를 얻어도 우리가, 아니 내가 그 기회를 빼앗을 거다. 그 문이 열리면 말이지.”


건호의 손이 멈칫거렸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조민철의 입꼬리가 올랐다. 그러나 이내 눈매가 무척 사나워졌다.


“안녕히 계십시오.”


건호가 문을 활짝 열어놓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


M컴퍼니 사옥을 나선 건호가 뒤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계약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협박을 했다. 다른 무명배우 같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그의 협박에 굴복했을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대형 기획사 두 곳에 다녀왔는데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 갑자기 자신을 동등한 거래의 상대로 인정해 준 이상규 실장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건호가 이상규로부터 받은 명함을 꺼내 보며 전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씨익 웃었다.


“한 군데만 더 가보지 뭐.”


**


JS엔터 사옥.


이상규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계약금을 더 지를 걸 그랬나?”


그 어린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 나이에, 그 내공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소화를 해내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틀림없이 크게 될 놈인데..”


그의 연기를 보고 그와 함께 할 작품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었다. 얼마만인가? 아마 국민배우라고 칭해지고 있는 우찬혁의 매니저를 그만둔 후로는 이런 설렘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찬혁이는 잘 지내려나?”


문득 우찬혁이 보고 싶어졌다. 단축번호 1번을 길게 눌렀다. 신호가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어.. 찬혁이냐? 상규 형이야. 그래, 잘 지냈고? 너한테 소개시켜주고 싶은 놈이 하나 있는데.. 뭐? 바쁘다고? 뭐 하는데? 선민이랑, 상욱이랑 술 마시느라고 바쁘다고? 나만 빼고? 허어.. 니들이 아주 미쳐 가는구나? 그래, 알았다.”


전화를 끊은 이상규가 입을 비쭉이며 궁시렁거리기 시작했다.


“뭐가 좋다고 맨날 그렇게 붙어있데? 나만 쏙 빼놓고!”


**


이틀간 엔터 회사 네 곳을 돌아본 건호가 이상규가 건네준 [불량검사]라는 드라마 대본을 읽고 있었다.


“대본이 재밌네. 작가의 감각이 아주 탁월해. 잘 썼어. 크게 될 작가야.”


방바닥을 뒹굴며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대본을 읽을수록 대본 속 인물들의 개성에 푸욱 빠져버렸다.


“문 상무라는 역할도 꽤 괜찮네. 오히려 한기환보다 문 상무라는 역할이 더 마음에 들어. 김경수도 괜찮고, 박기혁은 설정된 나이가 30대 초반이라 소화하긴 무리일 것 같고.. 흐음..”


계약서는 아직 떠들러 보지도 않았다. 애초에 매니지먼트 계약은 할 생각이 없었다.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는 것이 안정적인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지만 틀에 갇히게 되는 것은 틀림없었다.


“M컴퍼니 때문이라도 기획사가 있긴 있어야 할 건데... 어쩐다? 이럴 땐 똑순이 예진이 찬스를 써야 되겠지?”


건호가 휴대폰을 들어 [0]번 버튼을 길게 눌렀다.


“예진아? 일 끝났어? 그럼 저녁 먹을까?”


“그건 아니될 것 같군.”


예진의 대답보다 먼저 살룬의 말이 들려왔다.


**


“에이.. 안한다니까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듯 하네.”


“어쩌라구요. 지구 차원신더러 알아서 하라고 하세요.”


건호가 불퉁거리며 살룬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보게, 건호군! 자네는 란드브룸님과 한 약속이 있었네. 그 덕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어. 그걸 잊어서는 아니되네.”


“그 약속은 첫 의뢰를 수행함으로써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우리의 첫 약속이지 않았습니까?”


“란드브룸님은 자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셨네. 그런 은혜를 잊은 것인가?”


“네, 잊었죠. 제 의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기억이 왕창 지워진 탓에 말이죠.”


“그것은 나의 뜻이 아니었다고 몇 번을 얘기하지 않았나? 게다가 자네는 기억을 하지 못하겠지만 란드브룸님께서는 자네가 자네의 소망을 성취할 수 있도록 성공한 배우의 몸으로 부활시키셨네.”


“인생사가 배배 꼬인 하선우 몸으로 부활시켜 주신 걸로 생색을 내려고 하는 건가요?”


하선우의 이름이 나오자 살룬의 눈이 동그래졌다.


“...자네.. 설마 기억이?”


“아뇨. [차진훈]이라는 세글자와 제가 하선우의 몸으로 부활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죠. 그래서 인터넷을 두드려 보니 대충 나오더군요. 음성적인 정보를 모으는 방법을 제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진훈과 하선우가 아주 복잡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더라구요? 분명 제가 과거로 오게 된 것도 이들과 관계가 있는 것이겠죠.”


“허어.. 천재군. 배우를 할 게 아니고 탐정을 해야 할 것 같아.”


“후후.. 제 머릿속에 법률 지식도 상당하던데요? 혹시 몰라 사법고시 기출문제를 풀어봤는데 몇 점 나온지 아세요?”


건호가 씨익 웃었다. 살룬이 헛기침을 했다. 지구차원신은 건호의 기억을 통으로 지우자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건호가 차원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학습에 의한 기억은 그대로 남겨두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결과 건호는 학습된 기억을 이용해 자신의 과거를 추리해 가고 있었다.


“자네의 기억을 그렇게 활용하면 안되네. 알고 있겠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차라리 기억을 모두 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조절을 할 것인데 기억을 이렇게 잘라 놔 버리니 뭘 해도 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거 있죠? 이러다가 남용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요.”


“커음...”


건호가 능청을 떨며 기억을 돌려달라는 우회적인 협박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헛기침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번 의뢰는 거절입니다. 그러니까! 알아서 하시라고 전해주십시오.”


“허어.. 거참! 내일 당장이라도 자네가 알고 있는 세상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네.”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의뢰비도 비싸지겠죠?”


건호가 입꼬리를 올리자 살룬이 졌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


다음 날 아침, 늦게까지 대본을 읽던 건호가 크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수면시간이 부족하여 몸이 찌뿌둥했지만 늦잠을 자는 버릇이 없었던 건호는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이불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아.. 피곤하네.”


아침을 챙겨 먹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건호가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대본을 주워들었다.


“뭐지?”


제목부터 대사까지 온통 일본어로 되어있는 대본이었다. 어제 밤, 건호가 밤새 읽었던 대본은 어디가고 일본드라마에서나 쓰일법한 대본이 건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문득 살룬이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내일 당장이라도 자네가 알고 있는 세상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네.]


건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젠장!”


온통 일본어라 뭐라고 되어있는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독립을 못한 건가? 이거야 원, 밀레니엄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게 생겼네.”


입맛을 다신 건호가 구우굴 앱에 접속하였다. 일본어는 젬병이었지만 영어라면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기에 영어 사이트를 선택한 것이다. 한참을 뒤적이던 건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일본 강점기를 지나 독립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전부터, 그 훨씬 이전인 1592년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이후로 한반도는 계속 일본의 영토가 되어있었다.


“뭐지? 왜? 어? 이순신 장군이 없다?”


일본군의 침략을 바다에서 막아낸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 등장하지 않았다. 권율 장군도, 신립 장군도 모두 등장하였지만 해전을 이끌었던 성웅 이순신이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아씨! 이순신 장군 얘기였으면 진즉 얘기를 하지!”


건호가 입을 쭈욱 내밀며 급한대로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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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기억 +3 20.01.21 219 9 10쪽
125 토성 +2 20.01.20 236 10 11쪽
124 기습 +2 20.01.19 239 7 11쪽
123 녹둔도 +1 20.01.18 244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6 7 11쪽
121 이몽서 +1 20.01.16 284 9 11쪽
» 이순신 +2 20.01.15 272 9 12쪽
119 불량검사 +2 20.01.14 287 13 12쪽
118 사촌언니? +2 20.01.13 295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4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7 12 11쪽
115 실패 +1 20.01.10 309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9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9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7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8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9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4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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