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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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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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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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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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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둔도

DUMMY

오형의 도법은 근본이 없었다. 아마도 이것저것 잡 무예에서 도에 적용할 만한 것들을 가져와 짜맞춘 것이 역력해 보였다. 이몽서가 기억하는 무예를 근거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전 대련을 마친 건호가 뒤로 한발 물러서며 환하게 웃었다.


“힘으로는 그대를 감당할 수 없겠군.”


“하하하. 그렇습니까? 근데 저는 대련 내내 나리의 검에 놀아나느라 진땀을 뺏지 뭡니까.”


“임경번, 그대도 나와 대련을 해보겠나?”


“소장에게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큰 영광이겠습니다요.”


임경번의 말투는 구수했지만 그 검은 매우 날카로웠다. 이몽서의 기준에서는 임경번의 검도 근본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실전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만한 살벌한 검술이었다. 수십 합을 겨룬 끝에 임경번이 한 수 물러서면서 대련이 끝났다.


“역시 대과에 급제하신 분은 뭐가 달라도 다른 모양입니다요. 하하”


“자네 검에 목이 몇 번이나 달아날 뻔 한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


“봐주셨다는 것 정도는 소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요. 하하”


건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사람에게 병사들의 훈련을 맡기곤 다시금 관사로 돌아왔다.


“흐음... 저 두 사람이라면 어쩌면...”


건호가 다시금 한지를 펼쳐놓고 붓을 들었다.


**


건호가 이몽서로 분하여 조산보에서 생활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 사이 조산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번을 서는 시간 외에는 모든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건호 역시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천마와 관련된 무공을 따로 빼놓은 이유에 대해 머리를 굴리던 건호가 삼재검법과 천마심법을 수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하나! 대장간과 아낙들이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훈련은 끝나셨습니까요?”


“그대가 이곳은 어쩐 일인가? 훈련은 어찌하고?”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오형과 임경번이 나타났다.


“수장께서 내려주신 무예가 슬슬 손에 익어 점검을 받기 위해 왔습니다.”


오형이 가슴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수호공을 수련하고 있던 병사들의 시선이 건호와 두 하급 장수들에게로 쏠렸다.


“벌써? 열흘 남짓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하, 완성되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작은 성취가 있어 보고도 드릴 겸, 전에 말씀하신 갑옷이 완성되어 그것도 가져 올 겸 하여 찾아 뵈었습니다.”


“그래? 벌써 만들어졌나?”


건호가 임경번의 손에 들린 갑옷을 받아들곤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씨익 웃었다.


“활과 화살을 가져와라.”


건호의 명령에 따라 허수아비가 세워졌고 활과 화살이 준비되었다.


“30보(1보:1.2m) 밖에서 조준! 발사!”


화살 10여발이 일제히 허수아비에게 날아들었다. 건호가 황급히 달려가 갑옷을 살펴보았다.


“하하하 됐어! 완벽해. 궁수 10보 전진.”


갑옷에 화살이 뽑혀나가고 다시 조준이 되었다.


“조준, 발사!”


다시 화살 10여발이 발사되었다. 허수아비가 다시금 화살 꼬치가 되었다. 건호가 다시 달려가 화살을 하나씩 뽑아내었다. 건호가 활짝 웃었다.


“궁수! 다시 10보 앞으로.”


똑같은 실험이 계속되었다. 최종 5보 앞에서 화살이 쏘아진 후에야 실험이 끝났다. 건호가 실험을 마친 갑옷을 들고 만호의 관사로 향했다.


“이보게 형이, 수장께서 무얼 하신겐가?”


“새로운 갑옷을 실험하신 듯 한데...”


“천으로 갑옷을 만든다고?”


“글세, 나도 그것에 의문이 드는군. 천을 겹겹이 덧댔으니 겨울에는 따뜻하겠지만 여진놈들의 칼이나 활을 막아낼 수 있을지..”


오형과 임경번이 건호의 뒷모습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만호의 관사.


“그것이 갑옷이라는 말인가?”


“갑옷은 아닙니다. 이 물건은 적의 소총과 화살로부터 병사들의 중요 부위를 보호해주는 장비입니다.”


“그런가? 이 장비의 이름이 무엇인가?”


“면제배갑이라고 합니다. 갑옷 위에 덧대어 입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풀어내어 몸을 가볍게 하면 됩니다.”


“갑옷 위에 입는다라...”


“장수들이야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으니 적들의 화살과 총알을 피할 여지가 있을 것이나 병사들이나 하급 장수들은 가죽이나 아주 얇은 갑옷을 입고 적들과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흐음..효과는?”


“소총이 없어 총알을 막는 실험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화살은 5보 밖에서도 이 갑옷을 뚫지 못했습니다.”


“5보 밖에서? 그렇게 지척에서 쏜 화살이 이 갑옷을 뚫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마도 왜구들이 가지고 있는 소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순신이 면제배갑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감탄을 했다.


“천을 덧대어 움직임이 둔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늘 이렇게 동옷(조끼) 모양으로 생겼으니 팔의 움직임이 자유롭겠군. 아주 잘했네.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장군.. 제가 이 갑옷의 제조법을 상세히 전해 두었습니다. 꼭 기억하셨다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개량을 하라 명을 해 주십시오.”


“자네가 그 일을 해주면 되지 않나?”


“제가 없더라도 꼭 그리 해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장군.”


“이 사람아!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처럼 그리 말을 하는가? 하하하, 내 반드시 기억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게.”


“예, 장군.”


건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순신의 관사를 빠져나왔다.


**


1587년 9월.


드디어 녹둔도의 추수 시기가 도래하였다. 그간 이순신은 북병사 이일에게 병력을 증원해달라는 청을 수 차례하였지만 이일은 이제 대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찌 자네가 직접 입도하겠다고 하는가?”


“지난 1년간 여진족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습니다. 알아본바, 여진은 지난 겨울 식량이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흐음.. 나도 그리 생각한다네. 하여 이번 추수에는 좀 더 많은 병력을 보낼까 고민하고 있었네.”


“만약에 우리 보에서 대량의 병력이 빠져나간 사실을 여진이 알게 된다면 녹둔도가 아닌 조산보를 직접 공격해올 것입니다. 허니 혹여 있을 적들의 침공을 대비하여 비상태세를 유지해 주십시오.”


“그리 하겠네. 그리할 테니 몸 조심히 다녀오도록 하게.”


“이레면 충분할 것입니다. 허니 그간 보중하십시오. 장군.”


1587년 9월 7일. 건호가 오형, 임경번외 병사 30명을 이끌고 장정 200명과 함께 녹둔도에 입도하였다.


**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여진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병사들이 먼저 낙동강을 건너 녹둔도에 입도하였다. 백성들이 일궈놓은 밭에 잡곡들이 자라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나룻배와 땟목을 이용하여 인부들을 실어 날랐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들이 섬에 들어오니 황량했던 섬에도 활기가 돌았다.


인부들중 일부가 잘 곳을 만들었고 일부는 음식을 준비했다. 병사들은 인부들이 일을 하는 밭을 중심으로 빙 둘러 경계를 서고 있었다.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었다. 장정들의 능숙한 일 솜씨 덕분에 추수 속도는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군. 슬슬 작업을 정리하고 인부들을 쉬게 하게.”


건호가 호위장들에게 지시를 한 후,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크지 않은 섬이었기에 한 시간이면 넉넉하게 일주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오형이 건호를 호위하겠다며 따라나섰다.


“장군, 곧 해가 지려 하는데 내일 아침에 둘러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일 아침에는 백성들을 지켜야 하니 오늘 돌아보려 하는 것일세. 그보다...”


건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손가락으로 능선을 가리켰다.


“저것은 무엇이지?”


“아, 저것은 저희들이 방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참루입니다.”


언덕 중턱에 불쑥 튀어나온 참호가 있었다. 아미도 그 안에 몸을 숨긴 채 활을 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인 듯 했다.


“참루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토성이 있습니다. 워낙에 관리를 하지 않아 수풀로 뒤엉켜있습니다만, 꽤 공을 들여지은 탓에 아직도 성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저 언덕 능선에 토성을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


건호의 물음에 오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여진 오랑캐들은 점령을 하기 위해 침략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수탈이 끝나고 나면 자신의 마을로 돌아갈 것이니 그때까지 토성을 지키며 숨어 있는 것이지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군. 그 사이에 백성들은 온갖 고초를 다 당할 것이 아닌가?”


“백성들은 여진 오랑캐에게 노예로 붙들려가겠지만 높으신 양반들은 적을 무찌르고 성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장계를 올릴 것입니다.”


건호가 혀를 찼다. 오형이 웃었다. 젊은 무장이었기에 때가 묻지 않아 자신의 말에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몽서도 언젠가는 노회한 무장들처럼 공적을 탐하는 이가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껏 오형이 보아온 이 북방에 사는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오형으로부터 조산보와 그 일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 보니 벌써 섬을 한 바퀴 다 돌았는지 인부들의 야영지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참으로 작고 쓸모 없는 섬이군.”


“강 하류인지라 물때마다 짠물이 올라와 땅에 스며 작물도 잘 자라지 않습니다. 그나마 고기잡이가 쏠쏠한데 일 년의 반이 얼어있어 그것으로도 먹고 살 수도 없는 처지지요. 이래저래 백성들의 고초가 심합니다. 장군.”


건호가 말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야영지에서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임경번이 건호에게 달려왔다.


“장군, 잘 다녀오셨습니까요?”


“볼 것도 없더군.”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요. 어서 가셔서 끼니를 때우시지요.”


“인부들을 배불리 먹이고 편히 쉬게 하게. 나는 그들의 식사가 끝나면 먹도록 하지.”


건호가 식사를 마쳐야 오형과 임경번 이하 병사들도 식사를 할 것인데 건호가 인부들의 식사를 먼저 챙기라고 하니 자신들의 식사도 늦춰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군기가 아주 잘 들어있군.’


인부들이 풀죽 같은 것을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운 후에야 건호가 식사를 시작했다. 아무리 야영지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지만 허연 김치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물이 잔뜩 들어간 죽은 소 여물로나 쓰면 딱 맞는 음식이었다. 그나마 그것도 부족하였는지 인부들은 양껏 먹지 못하고 있었다.


“따로 식사를 준비해드렸어야 했는데 가져온 재료들이 변변치 않아...”


건호가 식사를 하는 내내 인상을 쓰고 있자 오형이 송구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네. 그 때문에 인상을 쓴 것이 아니니 괘념치 말게.”


“감사합니다. 장군.”


“성취는 어떤가?”


“저번 대련 이후, 장군께서 지적해주신 바를 보완하며 수련을 하였습니다. 돌아가시면 다시 한번 지도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실전을 한번 치르고 나면 그 성취가 높아질 것이니 지나치게 조바심 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수련을 하게.”


“감사합니다. 장군.”


오형이 풀죽을 다 먹었는지 그릇을 병사들에게 건네주곤 건호 곁에 섰다.


“장군, 병사들이 장군님의 식사거리를 위해 야간에 고기 잡이를 하고 싶어하는데 허락을 해도 되겠습니까?”


임경번이 조심스럽게 건호의 의향을 물었다. 건호가 대답 대신 낙동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엇을 해도 좋으나 야간에 번을 서는 자는 늘 경계를 늦추지 마라.”


“명심하겠사옵니다. 장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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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7 20.01.25 289 9 12쪽
129 심장 +1 20.01.24 221 9 11쪽
128 +1 20.01.23 215 10 11쪽
127 주동일 +3 20.01.22 272 10 12쪽
126 기억 +3 20.01.21 219 9 10쪽
125 토성 +2 20.01.20 236 10 11쪽
124 기습 +2 20.01.19 238 7 11쪽
» 녹둔도 +1 20.01.18 244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6 7 11쪽
121 이몽서 +1 20.01.16 283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1 9 12쪽
119 불량검사 +2 20.01.14 286 13 12쪽
118 사촌언니? +2 20.01.13 295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3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7 12 11쪽
115 실패 +1 20.01.10 308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8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8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7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8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9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4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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