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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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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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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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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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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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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불량검사

DUMMY

건호의 자취방. 오랜만에 느껴보는 쿰쿰한 냄새.


“그 집이 참 좋았는데 말이야.”


홀애비의 강력한 향기가 품어져 나오는 이불을 끌어안은 채 바닥을 뒹굴거리던 건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드라마에 조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준비하던 연극도 그만둬야 했기에 잠정적인 백수가 되어 버린 몸. 무언가 다른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렸다. 일반 전화번호로 걸린 전화였다. 출근을 한 예진이 모닝콜 겸 모닝 잔소리를 하기 위해 건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굿 모닝~ 예쁜 아가씨!”


[기다리던 전화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굵직한 남자 목소리였다. 건호가 귀에서 전화기를 떼고 번호를 다시 확인한 후 다시 통화를 했다.


“흠흠..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 전환줄 알고.. 강건홉니다.”


[JS엔터 이상규 실장입니다. 통화 가능하십니까?]


JS엔터라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유명 기획사였다.


“아..네”


[어제 뉴스를 봤습니다. 용감한 시민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사실 뭐..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구요.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화면에 비친 마스크, 목소리가 아주 괜찮더군요. 해서 출연 제의를 드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엔터 회사에서 매니지먼트 계약이 아닌 출연 계약이라고 하였다. 건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다시금 이상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그쪽과 협의를 해서 대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상규는 건호가 매니지먼트 계약이 되어있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그냥 저랑 말씀하시면 됩니다.”


[... 소속사가 없습니까?]


“네.. 어쩌다 보니..”


[이런 이런.. 아침부터 재수가 좋더니.. 당장 만납시다.]


추진력 하나만큼은 전광석화인 이상규였다.


**


강남 모 커피숍.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상규는 4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잘생긴 남자였다.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인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커피를 주문한 후 잠시 건호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던 이상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마스크도 괜찮고, 목소리도 좋고, 비주얼도 나쁘지 않은데.. 왜 기획사가 없을까? 혹시 연기를 더럽게 못합니까?”


돌직구에 건호가 잠시 당황했다. 연기 실력이라는 것이 점수로 채점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직접 보여주는 것 외에는 자신의 연기를 납득시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오디션이 필요하다면 참가하겠습니다.”


“그게 좋겠네요. 자, 갑시다.”


건호가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있는 커피숍 직원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상규가 웃었다.


“가지고 올라오라고 하겠습니다. 갑시다. 시간은 금이니!”


**


이상규를 따라 올라간 곳은 커피숍이 있는 건물 12층이었다. 알고 보니 이 건물 전체가 JS 엔터 소유였다. 1층 커피숍도 엔터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커피숍이란다.


이상규가 안내한 방은 평소 오디션을 자주 보는 곳이었는지 오디션 응시자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뒤에는 심사자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여기 밑줄 친 부분 읽고 대사 한번 쳐보십시오.”


이상규가 건넨 대본을 살펴보니 건호도 잘 알고 있는 영화 대본이었다. 동원 관객수는 많지 않았지만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성이 빼어난 영화였다. 건호가 대사를 몇 번 읊조리더니 눈을 감은 채 천천히 몰입을 시작했다.


잠시후, 건호의 눈이 떠지며 연기가 시작되었다.


“네놈의 모가지를 비틀어 저자거리에 내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만 대의를 위해 참는 것이다.”


극중 인물의 억눌린 살기를 어떻게 표현해내느냐가 관건인 대사 한 줄이었다. 건호의 연기를 보던 이상규가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더 큰 대어를 잡은 느낌이었다. 처음 건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에는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무명배우를 섭외해 적당히 조단역 자리를 주고 드라마 마케팅에 써먹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정작 만나보니 꽤 쓸만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연기까지 보니 마음이 확 바뀌었다. 이건 몇 번 써먹고 버릴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저런 배우가 왜 아직도?’


이상규가 건호에게 물을 내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김 피디? 잠깐 나 좀 보지.”


처음엔 이상규 혼자였던 방에 한 놈, 한 놈! 수가 늘더니 이제는 6명이 심각한 얼굴로 건호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컷!컷!”


건호가 연기할 대본이 자꾸 바뀌었다. 처음에는 사극, 이후에는 로맨스 코메디, 다시 사극, 그 후에는 정통 코메디, 방금 연기를 끝낸 대본은 공포 영화 대본이었다.


“뭐야? 엄청 잘하잖아?”


6명이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이 실장님, 지금 막 대본을 받은 거죠?”


“....으음..”


이상규가 대답 대신 신음성을 흘렸다. 연극판을 떠돌던 22살짜리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다들.. 내 생각하고 같은 거지?”


이상규가 5인을 돌아보았다. 모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건호를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무려 3시간 전에 주문한 커피가 이상규의 방으로 배달되어 차갑게 식어있었다.


“매니지먼트 계약을 합시다.”


식은 커피를 마시던 이상규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저는 출연계약을...”


“우선 매니지먼트 계약부터!”


“매니지먼트 계약을 안하면 출연계약을 못하는 겁니까?”


건호가 이상규를 바라보자 이상규가 속으로 혀를 찼다. 너무 끌었다.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배우에게 자신만 전화를 하지는 않았을 터 연기를 하는 도중에도 건호의 전화 벨이 여러번 울렸다.


연기가 끝난 후 건호의 연기에 대해 직원들과 상의를 하는 사이에도 건호는 여러번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너무 끌었군.’


“따로 생각해둔 기획사가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그럼 우리랑 매니지먼트 계약을 합시다. 조건은..”


“그 전에 출연할 작품에 대해서 먼저 알고 싶습니다.”


“... 작품이라... 솔직히 이번에 촬영 들어가는 [불량 검사]라는 드라마의 조단역을 제안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강건호씨의 연기를 보고 난 후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후에 출연할 작품은 천천히 찾아봅시다. 주조연급으로!”


“그런 상황이라면 계약서를 주시면 가지고 가서 검토한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검토?’


이곳은 JS엔터다. 무명배우에게는 소속되는 것만으로 영관인 그런 초대형 기획사다. 그런데 이 놈이 지금 짓거린 말을 들어보라! 검토를 하시겠단다. 이상규가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우리는 JS엔텁니다. 강건호씨”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이지 않습니까?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혹시 다른 기획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까?”


“방금전에 M컴퍼니에서 연락을 받긴 했습니다.”


이상규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M컴퍼니라면 JS엔터와 라이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기획사였다. 본래 M컴퍼니는 아이돌 육성에 주력하는 음악 기획사였는데 수년 전부터 배우들을 수집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드라마, 영화 쪽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기획사가 되었다.


“그쪽 조건을 들었습니까?”


“아뇨. 미팅을 원해서 약속 시간만 잡았습니다.”


“흐음...”


우선권은 자신에게 있었다. 그러나 건호가 이 방을 나가는 순간 그 우선권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 강건호라는 어린 배우가 더욱 탐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담백한 건호의 대답에 이상규가 몸을 일으켰다.


**


“대표님,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그래봐야 이슈 몰이를 하는 무명이잖아. 이 조건은 너무 과해.”


JS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 주동일이 이상규가 내민 계약서 초안을 살피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M컴퍼니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우리랑 똑같은 생각이겠지.”


“네, 우리도 그럴 의도였다가 생각이 바뀌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쩌자구?”


“이 조건으로 계약하시죠.”


“이 조건이면 무조건 계약이 돼?”


주동일의 물음에 이상규가 고개를 흔들었다. 주동일의 아미가 꿈틀거렸다.


“계약금 2억에 60% 배당이면 B급 이상이야. 그런데 무명배우를 이 조건으로 못 잡는다고?”


“검토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일단 손에 쥐어서 돌려보내야죠.”


“허어.. 이거 참. 좋아, 계약은 이 실장이 책임져. 그리고 말이야. 이번에 들어가는 드라마 있지?”


“네.”


“계약되는 대로 거기에 밀어 넣어.”


“거긴 캐스팅 다 되었는데요?”


“문 상무 자리 남았잖아!”


“나이가 안 맞을 겁니다.”


“양복 입혀서 카메라 테스트 해봐. 문 상무 역할이 29살 설정이었어.”


“알겠습니다.”


이상규가 결재판을 들고 나서며 씨익 웃었다.


‘어차피 밀어 넣을 거라면 한기환이 낫지. 이미지도 딱이고 말이야.’


**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외주 드라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상규가 계약서 두 개를 내밀었다. 건호가 계약서를 떠들러 보지도 않고 이상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회사 대표님의 자전적인 드라마라고나 할까요?”


이상규가 씨익 웃으며 대본을 꺼내 놓았다. 건호가 대본에 관심을 보이자 이상규가 말을 이었다.


“캐스팅이 끝나고 딱 두 자리가 비었습니다. 하나는 문 상무, 또 하나는 김문철 역입니다. 사실 김문철 역은 단역에 가깝습니다. 출연빈도도 거의 없고.. 하지만 문 상무 역은 다릅니다. 4회 이후부터 마지막 회까지 끊임없이 출연하고 비중도 상당합니다.”


건호가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제가 제안하고 싶은 역할은 주인공 한기환 역입니다.”


“캐스팅이 되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훗.. 확실히 구두 계약이 된 김민석이 한기환 역을 하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최소 10%, 최대 15%가 될 겁니다. 하지만 강건호씨가 이 역을 맡게 되면 5% 미만의 쪽박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20%가 넘는 대박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느 배우를 선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김민석 배우를...”


“아닙니다. 김민석 배우가 이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올드하죠. 그래서 시청률의 확장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고정 팬을 가지고 있으니 쪽박은 치지 않겠지만 그게 끝이에요. 하지만 강건호씨는 다르죠. 신인이지만 신선한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자, 결정합시다. 매니지먼트 + 주연 출연계약!”


“검토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건호가 계약서와 대본을 꼼꼼히 챙겨들고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하곤 이상규의 방을 나갔다. 그동안 이상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대형 기획사 실장이 무명배우를 상대로 약장사 마냥 이 정도 설레발을 쳤으면 응당 이 자리에서 사인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검토하고 연락을 준단다. 이상규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하지만 이 어린 배우의 건방짐이 마음에 들었다.


“좋아! 지금부터 간절한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려야 되겠군. 빌어먹을!”


**


작가의말

콜라보? ㅎ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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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기습 +2 20.01.19 239 7 11쪽
123 녹둔도 +1 20.01.18 244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6 7 11쪽
121 이몽서 +1 20.01.16 284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1 9 12쪽
» 불량검사 +2 20.01.14 287 13 12쪽
118 사촌언니? +2 20.01.13 295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4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7 12 11쪽
115 실패 +1 20.01.10 309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9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9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7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8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9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4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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