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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667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20.01.16 06:00
조회
283
추천
9
글자
11쪽

이몽서

DUMMY

미소장국(일본식 된장국)과 낫또(일본식 청국장), 진기가 없이 풀풀 날리는 고두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건호가 살룬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한숨만 푸욱 쉬고 있었다.


“날 기다리고 있었나?”


“네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었고?”


살룬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얄미웠지만 평생 낫또를 주식으로 먹고 살 수는 없었다. 평소 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지고 보니 자존심도 상하고, 국가의 소중함도 느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국민 전체가 일본어를 쓰며 살고 있는데 혼자서 이미 사장되어버린 한국어를 쓰며 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칠 자신이 없어서요.”


건호가 꼬리를 내리자 살룬이 피식 웃으며 허공에 손을 휘저으려 하였다.


“잠깐만요. 제게 주시겠다는 선물부터!”


“아참, 그렇군. 그게 있어야 의뢰를 잘 수행 할테니.. 지금부터 날 잘 따라하게.”


살룬이 한 손을 허리에 집고 엉덩이를 오른쪽으로 슬쩍 튼 후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허공에 원을 그렸다. 건호도 그 요상한 포즈를 따라 하며 하공에 원을 만들었다.


“이러면 뭐가 되는 겁니까?”


“아.. 그 말을 해주지 않았군. 자네만 가질 수 있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공간을 상상해보게.”


건호가 머릿속을 정리하며 커다란 금고를 연상한 후, 요상한 포즈를 취하며 허공에 원을 그렸다.


**


건호의 눈 앞에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반투명창이 나타났다.


“아공간이라.. 목록도 있고..”


건호가 허공을 터치하며 이것저것을 살펴보다 말고 눈에 이채를 띄었다. 건호가 슬쩍 살룬을 바라보자 살룬이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반나절만 시간을 주시죠.”


“허허허. 그러겠나? 그럼 나는 그 사이에 초밥이나 먹으러 다녀와야겠네. 자네 집 근처에 아주 맛이 좋은 초밥집이 있다더군.”


살룬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건호가 아공간에서 두툼한 노트 한 권을 꺼내 놓았다.


“일기란 말이지?”


**


노트 한 권을 다 읽은 건호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진이가 죽다니...”


갑자기 예진이가 보고 싶었다. 건호가 읽은 노트는 예진을 잃은 후의 감정을 적어놓은 글들이었다. 때론 장문의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 두 줄, 세줄 밖에 되지 않는 글이었다. 예진을 죽인 범인에 대한 증오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러다가 우지만이라는 녀석을 만난 후 그 감정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었다. 그 녀석과 함께 많은 일을 겪으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운을 되찾고 있는 것이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기의 마지막은 유부녀의 돈을 빨아먹고 도망간 제비를 빨리 잡아 성공보수를 두둑하게 받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우지만이라는 녀석을 찾아야 한단 말이지. 나보다 네 살이 어리다고 하니 지금쯤 고등학생이려나?”


노트를 덮어 아공간에 밀어 넣은 후, 다른 노트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천마라...”


무협지도 아니고 조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노트 맨 앞장에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해 놓았으니 익혀볼 생각이었다. 일단 신마의 무공이 담긴 노트를 아공간에 다시 밀어 넣고 세번째 노트를 꺼내 보았다.


“만마신군의 무공이라고?”


이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썩 좋지 않았다. 천마 역시 악의 축과 같은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는데, 만마신군이라는 이름은 거기에 더해 크레이지 필이 추가된 느낌이었다.


“이것도 내가 익힌 무공인가?”


왠지 익히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같은 무공인데 신마의 무공과 만마신군의 무공을 따로 적어놓았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러니 일단 보류!”


만마신군의 무공이 담긴 노트를 아공간 깊숙한 곳에 날려놓은 건호가 마지막 노트를 꺼냈다. 마지막 노트는 다른 노트들과 다르게 아주 얇았다. 노트를 펼쳐보니 필기가 되어 있는 것은 첫 장과 그 다음 장 뿐이었다.


“오호라.. 이래서 내가 과거로 온 거군.”


과거의, 아니 회귀를 하기 전 자신은 이미 회귀를 하면서 기억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적어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이 글이 작성되었음은 틀림없었다. 길지 않은 글을 다 읽은 건호가 피식 웃어버렸다. 여러 당부가 있었고 그 끝에는..


[기억을 잃은 채 이 아공간을 열게 되었다면 살룬님께 초밥을 10회 제공하도록!]


아무래도 살룬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임이 틀림없었다.


사실 건호는 차진훈에 대해서는 이름 석자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하선우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기억이 있었지만 하선우의 몸을 가지고 의뢰를 수행한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하선우의 집과 배우로서의 삶이 단편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긴 하였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안개에 가려진 느낌이었다.


미래의 강건호가 회귀한 강건호에게 남긴 이 두 장의 메모만으로 모든 상황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등대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살룬님께 초밥을 대접하려면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군. 그나저나 이 돌멩이는 어디에다 쓰는 거야?”


오색찬란하던 마정석이 그 색을 잃고 거무튀튀한 그저 그런 돌이 되어 아공간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


1577년, 이순신은 32살의 나이에 무과에 급제하여 관직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강직한 성품은 관직 생활에 걸림돌이 되었다. 계속 모함을 받고 파직이 되기를 반복하던 이순신은 북방에서 일어난 여진족 니탕개의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당시 북병사 김우서의 질투로 상을 받지 못하게 되고, 마침 아버지의 임종까지 겹치게 되면서 3년상을 치러야 했다.


그렇게 관직 생활이 끝나는 듯 보였으나 절친이었던 서해 유성룡의 천거로 1586년, 조산보 만호로 제수되었다.


조산보는 두만강을 경계로 동쪽 끝에 있는 지역으로 여진족의 마을과 가까워 늘 약탈의 목표가 되는 지역이었다. 조선에서도 그 지역을 민간인들의 거주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여진의 침략을 수성하는 최북방으로 여기고 있어 준 군사지역으로 취급되었다.


그런 조산보를 다스리며 여진의 침략을 막아내는 임무를 담당하는 이가 바로 조산보 만호였다. 조산보 만호는 종 4품이라는 꽤 높은 관직이었지만 실제는 목숨을 내놓고 전방을 지켜야 하는 최전방 사령관과 같은 위치였다.


이순신이 조산보 만호를 제수받고 조산보를 돌보기 시작한지 1년! 난을 일으켰던 니탕개의 사망으로 전열이 흩어졌던 여진이 잠잠하여 평화로운 1년이 지났다.


“나라, 조정에서 명이 내려왔다는 소식 들으셨습니까?”


하루종일 초밥집 투어를 하고 온 살룬과 몇마디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던 건호가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었다.


“응? 뭐라고?”


“조정에서 만호 나리께 어명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수장(수비군 장수) 나리.”


“아.. 그랬나? 뭐라고 내려왔다고 하나?”


순식간에 엄청난 기억이 머릿속에 박혀 들었다.


‘나는 조산보 수장 이몽서! 그렇군.’


건호에게 말을 걸고 있는 자는 수장 이몽서의 부하 장수인 오형이다. 몸이 날래고 기세가 험하여 여진족들도 오형이 나타났다고 하면 벌벌 떠는 그런 맹장이다. 그러나 군영에서는 수더분한 성격 탓에 수하 장수들을 잘 토닥이는 맏형과 같은 존재!


“만호 나리께 녹둔도의 둔전관을 겸하라는 명이었다고 합니다.”


“둔전관?”


둔전이란 식량을 생산하여 군대의 식량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정된 토지를 말하는 것으로, 오형이 지목한 녹둔도는 조산보에서 가까운 작은 섬으로 둔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조산보가 준 군사지역이니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조산보의 만호가 둔전관을 겸하는 것은 그리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녹둔도라는 섬에 있었다.


조산보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여진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그 두만강 하류 끝에 작은 섬하나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이 섬을 녹둔도라 불렀다. 녹둔도는 대부분의 토양이 사토, 그러니까 모래흙으로 되어있어 식량을 생산하는데 그리 좋은 형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여진족 마을과 인접하고 있어 언제 침략을 받을지 알 수 없어 농사를 지을 때 외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조정이 이순신에게 녹둔도의 둔전관을 맡긴 것은 녹둔도에서 식량을 생산하여 조산보에 주둔 중인 군대의 군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건호 앞에서 오형이 인상을 쓰고 있는 이유였다.


“분명히 북병사 나리의 간계일 것입니다.”


“이보게, 오형! 입을 조심하게.”


건호가 오형에게 주의를 주며 주위를 살폈다. 북병사 이일은 조산보는 물론 북서쪽에 위치한 건원보를 아우르는 조선 북서방의 군사를 담당하는 최고 권력자였다.


“어찌 그리 우리 만호 나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형이 분통이 터지는지 가슴을 쳤다. 건호도 쓴웃음을 머금었다. 건호가 들어와 있는 이몽서도 같은 생각을 하였는지 가슴에 열꽃이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호께서는 어디에 계시나?”


“부사 나리와 함께 계십니다.”


부사 이경록은 만호 이순신의 직속 상관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평소 이순신의 지와 덕을 높게 평가해 이순신과 자주 어울리면서 북병사 이일의 눈 밖에 난 인물로 전장에서는 목숨을 아낄 줄 모르는 매우 용맹한 장수였지만 평소에는 전형적인 선비로서 시를 쓰고 난을 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문인이었다.


건호가 고개만 주억일뿐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형이 건호를 재촉하였다.


“나리! 조만간 추수를 나가야 합니다. 식량을 약탈하기 위해 여진놈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조산보에는 녹둔도를 지킬 병력이 없지 않습니까? 나리께서 어서 만호 관사에 가보십시오. 절대로 둔전관 자리를 받으시면 안된다고 말씀을 하셔야 합니다.”


“어허, 이 사람! 어명이거늘! 백성된 도리로 어찌 어명을 거역한단 말인가! 삿된 소릴랑 하지 말고 병사들 훈련이나 지켜보게.”


“아이구, 그건 염려마시구요. 어서.. 어서 가보십시오.”


오형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건호를 일으켜 세웠다. 아주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건호가 못 이기는 척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만호의 관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성웅 이순신을 다 만나 보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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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기습 +2 20.01.19 238 7 11쪽
123 녹둔도 +1 20.01.18 244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6 7 11쪽
» 이몽서 +1 20.01.16 284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1 9 12쪽
119 불량검사 +2 20.01.14 286 13 12쪽
118 사촌언니? +2 20.01.13 295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3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7 12 11쪽
115 실패 +1 20.01.10 308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8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8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7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8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9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4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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