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19,682
추천수 :
4,510
글자수 :
656,571

작성
20.01.13 09:00
조회
295
추천
8
글자
12쪽

사촌언니?

DUMMY

최영철은 퇴원을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최영철의 차가 도착한 곳은 건호의 자취방이 아니었다.


“여긴 어딥니까?”


“헤어샵!”


최영철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대신 건호를 무작정 헤어샵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일반적인 미용실보다 조금, 사실은 조금 많이 크고 화려한 미용실이었다. TV에서 자주 보았던 중년 여배우가 머리를 만지고 있었고 젊은 남자 배우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친숙함에 다가가 인사를 할 뻔 했다.


“박 실장님?”


“최 검사님, 오셨어요?”


“준비는 되었나요?”


“누구 부탁이신데 안했겠어요?”


박 실장이라고 불린 30대 중반의 여인이 최영철을 반겨주었다. 이어 최영철 곁에 서 있는 건호와 예진을 힐끗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 중요한 날이니까 잘 부탁해요.”


최영철이 건호의 등을 슬쩍 밀자 건호가 자연스럽게 박 실장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인물 좋으시네. 배우라고 하더니.. 이쪽으로 와요.”


박 실장의 안내에 따라 건호가 안으로 들어가자 최영철이 예진과 함께 쇼파에 앉았다.


“오늘 인터뷰하는 건가요?”


“오우.. 촉이 좋으시네요? 하하하. 엊그제 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연쇄살인마를 잡은 의인에 대해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인터뷰하기 딱 좋은 때란 의미죠. 하하”


“고마워요. 신경 써 주셔서..”


최영철이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아와 그중 한잔을 예진에게 내밀었다.


“그날 말입니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카페에 있었습니다. 친구가 늦는다고 해서 그냥 청으로 들어갈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놈을 봤죠. 느낌이 쌔 했는데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건호씨의 표정을 보고 단박에 알았습니다. 일이 났구나.”


최영철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놈은 처음부터 예진씨를 노렸습니다. 예진씨보다 더 가까운 곳에 다른 여성분이 있었는데 그놈은 예진씨를 찍었어요. 그리고 예진씨 목에 칼을... 아,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아무튼 그랬을 때 그놈은 건호씨를 보고 웃었어요. 마치.. 뭐랄까? 마치... 그러니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너에게 보여주겠다는 듯? 그놈이 칼을 치켜 올렸을 때 당연히 뛰어들어야 했지만 저는 겁을 먹었습니다.


검사로서 당연히 시민을 구할 의무가 있었지만 꼼짝도 하지 못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놈의 눈빛에 기가 눌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건호씨는 달랐어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더군요.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 아니.. 예진씨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듯 다급했지만 안심하는 눈이었습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범인은 마치 건호를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마냥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거리가 있는 자리에 앉아있던 최영철은 그 말을 듣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예진이 그 이야기를 해줄까 하다가 그냥 고개를 흔들자 최영철이 웃으며 다시금 커피로 목을 축였다.


“솔직히 저도 이해가 안됩니다. 그래서 그놈을 추궁해보았지요. 그런데 그놈은 건호씨에 대해서도, 예진씨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더군요. 기분이 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두 분의 뒷조사도 해봤습니다. 그 놈하고 접점이 전혀 없더군요. 사실 범인을 잡긴 했는데 사건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최영철이 예진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잔뜩 굳은 예진의 얼굴이 있었다.


“그럼.. 또 누군가가..”


“아뇨. 누군가가 예진씨를 다시 노린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살인마와 같은 또 다른 누군가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뭐,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랬군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저에게 하셔도 되는 건가요? 수사기밀 뭐 이런 거..”


“기밀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부장님께 말을 꺼냈다가 대차게 욕만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제 망상에 불과한 거죠. 하하”


최영철이 씁쓸하게 웃었다. 예진도 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어색해하고 있을 때 머리 셋팅을 마친 건호가 나왔다.


“와우, 배우는 배우인 모양이네요. 인물이 아주 훤합니다.”


건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예진을 바라보았다. 예진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주었다.


“아무래도 메이크업까지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아서 생략했어요. 워낙 피부가 좋아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요. 호호호”


박 실장이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건호의 얼굴을 다시금 이리저리 살폈다.


“자자.. 그럼 가볼까요? 화려한 데뷔를 하러?”


최영철이 다시금 휘적휘적 앞서 걸었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에 있는 작은 회의실에서 조금은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딱히 행사랄 것도 없었다. 잘 보이는 곳에 [용감한 시민상 수상식]이라는 글이 새겨진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고 꽃다발 하나와 그럴듯한 상패 하나가 전달되는 그런 간단한 행사였다.


그러나 그 행사를 보기 위해 십여 명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플래시가 터지고 질문이 쏟아졌다.


“대한일보 김성식 기잡니다. 연쇄살인범을 잡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건호가 어색한 표정으로 귀밑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범인을 잡은 것은 최영철 검사님이십니다. 저는 그저 범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진 것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기자들이 웃었다. 뒤에서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최영철이 윙크를 해주었다. 인터뷰에 자신이 이름이 언급되었으니 오늘 저녁 실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 틀림없었다.


“일반인이 칼을 든 범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 아니겠습니까?”


“연쇄살인범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위협을 당하고 있었기에 달려든 것 뿐입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연쇄살인범을 잡는데 큰 공을 세우셨는데 칼을 들고 있는 범인에게 달려들 때 두렵지 않으셨나요?”


“그런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제 여자친구를 찌르려고 했었기 때문에 본능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TBS 이아름 기잡니다. 여자친구분 대신 칼을 맞으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워낙 위급한 순간이었기에 팔을 먼저 내뻗었을 뿐입니다.”


“범인이 도주를 하려고 할 때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생각에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인가요?”


“그 사람이 도망을 치면 또 누군가가 제 여자친구와 같은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범인에 의해 이미 칼에 찔리셨고 범인은 여전히 칼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칼에 찔린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했습니다.”


기자들이 술렁였다. 겁이 없거나 영웅 심리에 취하지 않고서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생각은 곧 질문이 되어 쏟아졌다.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건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서웠습니다. 솔직히 순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했기에 용기를 쥐어 짜낸 소시민에 불과합니다.”


“그런 일이 또 생긴다면 다시 그렇게 행동하실 건가요?”


“제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면요.”


건호가 웃자 기자들도 따라 웃었다.


“배우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으음...”


건호가 조금 난처한 얼굴을 하자 기자들이 이유를 알 것 같다는 표정이 되었다. 무명배우란 사실 일용직 노동자에 가깝다. 무명배우란 직업은 없다. 그저 일거리가 없는 배우라는 뜻일 뿐.


“사실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었는데 진행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여자친구를 구할 수 있어 지금으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좋은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열심히 오디션을 볼 계획입니다.”


기자들이 크게 웃었다. 자신의 불리한 처지를 숨김없이, 당당하게 꺼내 놓는 건호가 마음에 든 표정들이었다.


“이 인터뷰가 방송되고 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 콜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TBS 이아름 기자가 농담 삼아 툭 던져 놓은 질문에 건호가 정색을 했다.


“배우는 연기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잠시의 관심에 편승해 대중들에게 인기를 구걸하는 반칙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능방송은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요?”


조금은 짓궂은 질문이었다. 이아름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가득 드러났다. 건호가 어떻게 대답을 하든 이 질문과 답변은 편집될 것이다. 건호는 방송 경험이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용감한 시민 강건호가 아니라 배우 강건호로서 대중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후라면 언제든 출연할 용의가 있습니다.”


**


“잘했어.”


무한리필 소고기집에서 고기를 굽던 최영철이 뜬금없이 건호를 칭찬했다. 실검 9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을 확인한 후의 일이었다. 건호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말도 편히 하고 있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 건호씨는 그런 기회를 가질 충분한 자격이 되는 사람이야.”


최영철이 웃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뉴스를 보았는지 사람들이 최영철과 건호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중 용감한 이가 먼저 나섰다.


“저.. 최영철 검사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제가 최영철입니다.”


“어머 어머! 맞데.”


여자가 뒤를 돌아 친구를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사진 같이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여자가 손짓을 하니 저만치 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달려왔다. 건호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받아 들고 촬영을 해주었다. 그 후로도 몇 사람이 최영철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고 갔다. 그런 모습이 신기했는지 예진이 건호의 귀에 작게 물었다.


“인터뷰는 네가 했는데 사람들은 최 검사님만 알아본다. 신기하지?”


“검사님이 사건브리핑을 하시면서 여러 번 방송에 나와서 그래.”


“아아.. 그래도 건호 널 못 알아보니까 서운하네.”


예진이 입을 비쭉이자 건호가 예진의 볼을 잡아 늘어트렸다.


“이렇게 알려지는 거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왜?”


“지금 내 입장은 일시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일반인이야. 하지만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 대중의 머릿속에 용감한 시민 강건호라는 인식이 박히게 되면 배우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가 쉽지 않을 거야.”


“흐응.. 그렇구나.”


대답은 그리했어도 인정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예진은 지난 2년간 건호가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열정과 그의 노력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인정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런 얼굴 하지마. 어떻게 해서든 너에게 떳떳한 배우가 될게.”


“나야 믿지. 네가 무명으로 너무 고생을 하니까..”


건호가 예진의 손을 잡았다. 그의 온기가 전해지자 예진이 조용히 건호의 손에 깍지를 꼈다.


“허음.. 크음.. 노총각 앞에서 젊은이들이 이러면 못써!”


“하하.. 죄송합니다. 하지만 검사님이 보셔도 우리 예진이가 예쁘잖아요? 누가 데려갈까봐 불안해 미치겠습니다.”


“어머, 얘는..”


예진이 얼굴을 붉혔다. 최영철이 그런 젊은 연인을 바라보며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언니 있나?”


“....없어요.”


“사촌 언니라도..”


예진이 움찔거렸지만 이내 단호하게 대답했다.


“있어도 없을걸요?”


**


작가의말

며칠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마음도 비우고 머리도 비우고 싶어서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지갑만 빈 채로 돌아왔습니다.  후.후.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원최강해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감사 19.12.06 103 0 -
공지 제목변경공지 19.12.06 139 0 -
공지 1일 1연재입니다. 19.10.21 2,016 0 -
130 +7 20.01.25 290 9 12쪽
129 심장 +1 20.01.24 221 9 11쪽
128 +1 20.01.23 216 10 11쪽
127 주동일 +3 20.01.22 272 10 12쪽
126 기억 +3 20.01.21 219 9 10쪽
125 토성 +2 20.01.20 236 10 11쪽
124 기습 +2 20.01.19 239 7 11쪽
123 녹둔도 +1 20.01.18 244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7 7 11쪽
121 이몽서 +1 20.01.16 284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2 9 12쪽
119 불량검사 +2 20.01.14 287 13 12쪽
» 사촌언니? +2 20.01.13 296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4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8 12 11쪽
115 실패 +1 20.01.10 309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9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9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8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9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9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5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