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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최강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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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
작품등록일 :
2019.10.21 19:05
최근연재일 :
2020.01.25 09: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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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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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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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실패

DUMMY

화산처럼 끓어올랐던 머리가 남극의 빙하처럼 식어있었다. 살기는 여전하였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굴러갔다. 자신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는 차진훈의 얼굴을 본 순간 차진훈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는 주인을 보면 꼬리를 흔들어야 해. 10년 동안 열심히 꼬리를 흔들던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주인에게 이를 드러내면 주인은 어찌해야 할까?”


차진훈이 천천히 건호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질문이었지만 대답할 가치가 없는 독백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지. 몽둥이! 죽을 때까지 매질을 하며 그 잘못을 일깨워주는 거야. 그것만이 주인이 할 올바른 태도지.”


차진훈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쇠파이프 하나를 집어 들더니 건호에게 달려들었다. 건호가 그런 차진훈을 가볍게 피해냈다.


탕!


그런데 차진훈의 쇠파이프가 건호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하였다. 건호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허물어져 버렸다.


“훗.. 개는 주인의 몽둥이를 피하지 못하지.”


건호가 심히 당황한 얼굴이 되어 몸을 일으켰다. 차진훈이 다시금 쇠파이프를 들고 건호를 내리치려 했다. 차진훈의 저 스윙은 일반인보다 못한 조잡한 것이었다. 그런 스윙을 건호가 피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런데...


파악...!


차진훈이 내지른 몽둥이가 건호의 등을 후려쳤다.


“금방 죽이면 안되겠지. 그렇지 않아?”


건호가 앞으로 쓰러지며 눈빛이 일렁였다. 분명히 피했거늘 차진훈의 몽둥이는 마치 건호에게 달라붙는 자석마냥 원하는 곳에 닿아 있었다. 아니, 분명 피했지만 차진훈은 마치 시간을 뛰어넘는 듯 건호가 피하는 곳에 정확히 몽둥이를 날렸다.


건호가 통증을 참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차진훈이 다시금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건호가 그런 차진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몸을 피해 내었다.


타악..


다시 맞았지만 이번에는 좀 전과는 조금 달랐다. 건호의 오른팔을 후려치려 했던 차진훈의 쇠파이프가 스쳐 지나갔다. 차진훈을 바라보던 건호의 눈에 이채가 띄어졌다.


“너... 뭐냐?”


“훗.. 눈치를 챈 것인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쇠파이프를 후려치기 전의 위치와 후려친 후의 위치가 달랐다.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는데 한걸음 이상 우측으로 이동해 있었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사람처럼..


**


별다른 기술이 없었다. 그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 뿐이었는데 건호는 맞고 또 맞아야 했다. 머리가 찢어졌는지 얼굴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바닥을 뒹구니 옷들도 성할 수 없었다. 더 빠르게 움직여 중심에 맞지는 않았지만 파이프 끝에 옷과 살이 찢기며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건호의 죽음은 필연적이었다.


휘익...


처음으로 차진훈의 쇠파이프가 성과 없이 돌아갔다. 건호의 눈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이미 많은 피해를 입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그 정신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 맑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군. 내가 느려진 거야. 왜? 왜 그럴까?”


건호의 입꼬리가 올랐다. 이 난국을 헤쳐나갈 실마리라도 찾은 걸까? 그러나 차진훈은 표정 없는 얼굴로 다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건호가 천마 신법을 끌어올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신법을 펼쳐냈다.


휘익..


다시금 차진훈의 쇠파이프가 허공을 갈랐다.


“네놈에게도 한계라는 게 있나 보지?”


건호가 이죽거렸지만 차진훈은 비릿한 미소만 지으며 손목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차진훈의 미소가 불길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금 차진훈의 쇠파이프가 건호를 향해 다시 날아왔다. 건호가 신법의 수준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쇠파이프를 피했다. 그러나 건호의 뜻은 반만 이루어졌다. 차진훈의 쇠파이프가 더욱 빨라진 것이다.


건호가 허공을 휘졌자 한 손에 작은 돌멩이가 쥐어졌다. 차진훈의 눈에 이채가 띄어졌지만 아무런 말 없이 다시금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휘익..


이번에는 건호가 쇠파이프를 피해냈다. 차진훈이 다시금 자신의 오른 손목을 쓰다듬더니 재차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퍼억..


건호가 차진훈의 쇠파이프에 의해 가슴을 두드려 맞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그러나 건호는 좀 전과 다르게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거였냐?”


건호의 손에 차진훈의 오른손에 채워져 있던 황금빛 팔찌가 들려있었다. 그러나 차진훈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는 여전했다.


“비루한 개에게도 숨겨진 한 수는 있었던 모양이군.”


“그랬군. 이 빌어먹을 신물이 네놈에게도 있었던 것이었어.”


건호가 팔찌를 쥔 손에 힘을 주자 팔찌가 형태를 잃고 조각조각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날 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차진훈이 고함을 지르며 쇠파이프를 날렸다.


퍼억...


건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히 차진훈의 팔찌를 빼앗아 없애버렸거늘 평범하디 평범한 쇠파이프질을 피해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 빨라진 것 같았다. 속임수? 팔찌는 그저 건호의 시선을 흐리기 위한 속임수였던가?


“후후.. 이해를 못하는 눈이군.”


다시금 쇠파이프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건호도 더이상 쇠파이프를 맞아줄 생각이 없었는지 아공간에서 꺼낸 마정석의 마나를 이용해 불길을 만들었다.


“네놈이 무슨 요술을 부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봐라.”


건호가 양손에 힘을 주자 불길이 더욱 커졌다. 불길은 순식간에 폐차장 전체로 퍼져나가 모든 것을 녹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차진훈의 표정이 변했다. 차진훈이 자신의 오른 손목을 만지며 급히 폐차장 밖으로 도망치려 하였다.


그때! 세상이 멈췄다.


**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


살룬이 안타까운 눈으로 건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룬님!!”


“아니되네.”


건호가 당혹스러운 얼굴이 되어 석상처럼 굳어져 있는 차진훈과 살룬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비로소 살룬이 종전에 했던 아리송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였다.


“어째서! 왜! 하필 저 놈인 것입니까!!”


“선과 악은 빛과 그림자와 같은 것일세. 절대악은 절대선을 낳기 마련이지. 애석하게도 이 지구는 절대선이 필요한 때!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악인 저자가 필요하다네.”


“말도 안됩니다. 절대선이 이 지구에서 어떤 좋은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선을 탄생시키기 위해 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면 절대선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애초에 저란 악인이 없다면 절대선 같은 게 나타날 이유도 없는 것 아닙니까!!”


“후우.. 납득하기 어렵겠지. 사실 나도 그렇네. 하지만 그것이 그분의 뜻이 어찌하겠나.”


“당신들의 뜻이 아니구요?”


“하아.. 더 말을 해주지 못하는 나의 입장을 이해해 주게.”


“.....”


건호가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었는지 입가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미안하네.”


“후아.. 후아..”


건호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듯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저도 저놈에게 죽어야 할 팔자인 모양이군요.”


건호가 체념한 듯 말을 뱉어냈지만 그 눈빛 속에서는 포기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살룬이 방긋 웃으며 건호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자네가 저자를 살려낸다면 자네는 지구 차원의 균형을 지켜낸 것이 되네.”


“그러면 뭘 합니까! 어찌해도 저놈은 죽일 수 없는걸!”


“절대악을 죽일 수 있는 절대선을 각성시키면 되지 않겠나?”


살룬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속삭였다. 건호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건호가 살룬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자네는 영혼일 뿐일세. 의뢰를 위해 과거로 가는 것 쯤은 아무런 장애가 없다네. 그렇지 않나?”


건호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제가.. 과거로..”


살룬이 말없이 빙그레 웃자 건호의 입꼬리가 슬쩍 올랐다.


**


오늘도 이곳 청보리밭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건호!”


샤비트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보이지 않느냐?”


“꺼져. 응큼한 늙은이!”


샤비트가 격하게 반응을 하자 살룬이 멋쩍은 얼굴이 되었다.


“선물을 가져온 친우에게 너무 박하게 구는 것이 아니더냐?”


“그럴리가! 나는 너 따위와 친구가 된 적이 없으니 헛소리 작작하고 꺼지도록!”


“허허허.. 건호군! 샤비트가 저리 나를 싫어하니 나는 이만 가보겠네. 아무래도 샤비트는 내 도움이 필요 없는 듯 해. 허허허”


살룬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더니 이내 그 모습을 감추었다. 건호가 살룬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살룬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건호가 아쉬운 얼굴이 되었다.


“어찌 된 것이냐?”


“그놈이 신물을 가지고 있었어.”


“신물?”


“그래..”


건호가 사정을 설명하자 샤비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악마가 빛의 팔찌를 가지고 있다고? 말도 안되는!! 그 팔찌는 오직 그분이 허락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야.”


“그게 무슨?”


“중간계의 존재들을 위해 많은 신물들이 만들어졌지만 그 분에 의해 만들어진 신물은 오직 빛의 팔찌뿐이야. 빛과 시간의 조율자! 우리는 그를 그렇게 불렀다.”


“주인이 따로 있었다는 말인가?”


“그래, 만물의 으뜸이며 가장 먼저 존재한 자! 신들 조차도 그에게는 한수 접어줬다고 하더군.”


“신들 조차도? 그럼 그가 신이 아니라는 말인가?”


“글쎄.. 그는 윤회의 굴레에 갇힌 영혼이었지만 시간의 축복을 받으며 영원한 삶을 살았지. 그에게는 신의 권능이 부여되지 않았지만 그 어떤 신도 가지지 못한 시간을 손에 쥐었으니 그는 신이었을까? 일개 평범한 영혼이었을까?”


“특이한 영혼이었군. 그럼 그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진건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 시간은 오직 그의 손에 쥐어져 있으니 그가 살아 있다고 해도 그가 시간 속에 숨어있다면 그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거야.”


“그런데 주인이 있는 물건이 왜 차진훈 따위의 손에 쥐어진 것이지?”


“글쎄, 그것은 알 수 없지. 그가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의 권능을 버린 것일 수도 있지. 시간의 조율자는 이미 수천만년 전에 모습을 감추었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오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수천만년 전에? 그럼 그를 제대로 기억하는 이도 없겠네?”


“그는 신이 창조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니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면 신들조차 그를 아는 이가 없을 거다. 단지.. 몇몇 신들이 그를 추앙하여 스스로를 그를 떠받치는 성좌라 칭하였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라면 그를 알지도 모르지.”


“성좌?”


“그래, 12성좌라고 하더군.”


“시간의 조율자와 12성좌라... 그는 왜 사라진 거지?”


“그는 그분으로부터 시간을 조율하여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권태를 느낀 그는 자신이 조율하고 있던 차원의 시간의 틈으로 사라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아... 권태라... 참으로 태평한 영혼이었던 모양이군. 하루에 세끼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권태를 느낄 여유가 있었다니.. 그런 영혼은 헬조선에서 한 십년쯤 뒹굴어 봐야 정신을 차릴텐데 말이야.”


건호가 한숨을 내쉬며 청보리밭을 바라보았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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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주동일 +3 20.01.22 272 10 12쪽
126 기억 +3 20.01.21 219 9 10쪽
125 토성 +2 20.01.20 236 10 11쪽
124 기습 +2 20.01.19 238 7 11쪽
123 녹둔도 +1 20.01.18 244 8 12쪽
122 둔전관 +1 20.01.17 276 7 11쪽
121 이몽서 +1 20.01.16 284 9 11쪽
120 이순신 +2 20.01.15 271 9 12쪽
119 불량검사 +2 20.01.14 286 13 12쪽
118 사촌언니? +2 20.01.13 295 8 12쪽
117 위기탈출 +1 20.01.12 303 14 9쪽
116 회귀 +1 20.01.11 307 12 11쪽
» 실패 +1 20.01.10 309 10 12쪽
114 결전전야 +2 20.01.09 318 13 10쪽
113 기습 +2 20.01.08 358 13 10쪽
112 다크웹 +1 20.01.07 337 15 10쪽
111 결의 +4 20.01.06 368 14 10쪽
110 결혼상대 +1 20.01.05 356 13 11쪽
109 도미노 +1 20.01.04 339 17 12쪽
108 낮추다. +1 20.01.03 348 15 11쪽
107 탐정 김춘만 +3 20.01.02 363 19 11쪽
106 진상 +3 20.01.01 359 17 12쪽
105 변종 신물 +3 19.12.31 384 17 11쪽
104 오철운 +1 19.12.30 44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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