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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혁 님의 서재입니다.

그까짓 마법장 내가 되겠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박지혁
작품등록일 :
2018.10.27 23:40
최근연재일 :
2019.01.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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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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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9,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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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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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DUMMY

‘흑염룡단. 그것도 간부.’



아르반 대륙에서 손꼽히는 어둠의 조직. 그곳의 간부가 지금 자신의 방안에 있었다.


살얼음 같은 분위기에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안을 울려 퍼지고, 잔뜩 긴장한 자르딘을 비웃기라도 하듯 로브렌이 손 사례를 치며 천천히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



“에이, 너무 얼어있다. 프리시아의 귀족이 겁이 많네.”


‘방심하면 안 된다.’


언제 공격할지 몰라. 상대는 잔인무도한 흑염룡단이다.



자르딘이 그러거나 말거나, 로브렌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그대로 지나쳐가더니 방금 전까지 자르딘이 앉아있었던 쇼파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오 쇼파 좋아. 어후, 나도 좋은 걸로 하나... 오? 이거 비싼 와인이잖아?”



마치 자신의 방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와인을 따르는 로브렌. 잔을 돌리며 향을 맡더니 단숨에 마셔버렸다.



“흐음. 좋아. 응?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있어. 앉아.”


“아. 네! 앉겠습니다.”


‘이게 무슨.’


평상시 자존심을 세우며 자신과 대립하던 때의 고딘이 아닌 한 마리의 순한 양 같은 모습.


아이처럼 신나하며 연거푸 와인을 마시는 로브렌을 보며 어이가 없을 때, 고딘이 자신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지금 기분이 좋아 보이니 얼른 말대로 해. 상당히 기분파니까.”



그리고 정말 로브렌의 말대로 쇼파에 앉아 와인을 받는 고딘, 로브렌이 다시 자르딘을 재촉했다.



“아이 참. 오늘은 그래. 친구하러 온 거니까. 얼른 앉아. 자르딘.”


‘고딘. 흑염룡단과 붙었군.’


그래도 일단은 그의 말대로 할까?


자르딘은 로브렌의 말대로 쇼파로 이동했다. 설사 싸움이 난다 하더라도 이곳은 프리시아의 수도 이오르. 자신이 버티는 사이 왕궁 기사나 가문소속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달려와 도와줄 테니까.



“자자, 한잔 해. 아까도 말했듯이 친구하자고 온 거니까. 프리시아에는 고딘이 있긴 한데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왜 흑염룡단과 친구를 해야 하지?”



당황하는 고딘과 함께 찬물을 쏟아 버린 듯 싸늘하게 식어버린 분위기. 로브렌의 얼굴에서 웃음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아, 뭐. 잘난 귀족께서 싫을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로브렌이 자르딘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 속삭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도 보는 심정인 고딘은 애꿎은 와인만 들이켰다.



“조만간 친구하자고 날 찾게 될 걸? 우리 흑염룡단과 너희 가문은 실패작 자르칸 드 프론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로브렌은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 비어버린 와인 병을 흔들더니 문을 향해 던져버렸다. 굉음을 내며 산산조각 나버리는 와인 병.



“야! 와인 좀 더 가져와!”


“네, 네!”


밖에서 들려오는 하녀의 목소리. 그녀가 서둘러 달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갔다.



‘자르칸. 도대체 무슨 일을... ’



다시 커져가는 불안한 감정. 이 느낌과 감정이 틀렸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자르딘이었다.




***




자신에게 임무를 내리자마자 집무실로 들어가 버린 에이드. 일라이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까. 일단 린을 만나러...



빨라지는 걸음. 일라이트는 서둘러 중앙성을 빠져나가 린이 시험 때부터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여관 앞에 섰다.



“여기가 확실하군.”


여관의 이름 ‘너도 붙을 수 있다 미르 기사단!’ 바로 밑에 붙어있는 플랜카드. ‘경 미르기사단 입단 린 드 샤른이 묶었던 여관 축’ 누가 봐도 이곳에 린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일라이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싸늘한 바람이 일라이트의 앞머리를 스치며 지나가고, 그의 시야에 비치는 주인 없는 식탁과 의자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그곳에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존재.



“깜짝이야!”



막 떠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수프를 한 수저 뜨려는 찰나, 일라이트와 눈이 마주친 린. 당황한 나머지 수저에 담겨있던 수프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니, 쟤가 왜 여기서 나와?’


저번 공주님도 그렇고. 단체로 뭔데?



“하아. 지금 수프나 먹고 있을 때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기는 한 거야?



물론 자신은 모르겠지만, 마나 커스(Mana Curse)를 사용했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저렇게 태평한 모습이라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나도 밥은 먹어야지! 여기 수프가 얼마나 맛있는데, 무려 공주님이 인정한 맛이거든?”



왜인지 모르겠지만 린에게서 수프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이야? 샤데르스에 저택이 있다며. 숙박하러 온 건 아닐 테고.”


“아참. 그렇지. 그러니까.”



일단은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찾아오기는 했는데 막상 린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 혹시 마나 커스(Mana Curse)를 사용해?’ 또는 ‘혹시 물 계열 말고 다른 속성 사용 할 수 있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아...”


“응? 아 뭔데. 할 말 있어?”


“아, 아니! 아. 그러니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상황.


그때 아까 전 기사단 사무실을 방문했던 병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부단장님의 명령을 받아 린의 뒷조사를 하고 있던 그. 일라이트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뭐야. 뭔데. 너 뭐 잘 못 먹었어?”



린이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급한 일이 떠올라서, 나중에 이야기 하자.”



당최 이해가 안 되고 있는 린. 그러거나 말거나 일라이트는 서둘러 여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다시 뒤돌아보는 그.



“조심해.”



그의 마지막 말과 함께 여관 문이 닫혔다. 다시 혼자 남게 된 린. 여관 안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고요함에 휩싸였다.



“쟤가 왜 저럴까?”


여길 온 걸 보면 날 만나러 온 거 같은데, 다시 가버리고. 그리고 뭘 조심 하라는 거야?



“아니 여긴 왜 온 건데?”



의아함만 남기고 떠나간 일라이트. 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수프를 한 수저 뜨려는 순간.



“린씨!”



다시 여관 문이 열렸다.




***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가득하고 침대에는 레이스까지 달려있는 방안. 그 방의 주인인 공주 크아니스 폰 샤른이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 항상 가지고 다니는 토끼인형과 함께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진짜일까? 응?”



대답할 리가 없는 토끼 인형. 크아는 작게 한숨을 쉬고 접시에 있는 쿠키를 집어먹었다.



방금 전. 프리시아의 귀족 자르칸의 대한 처벌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제 1 미르기사단의 부단장 에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폭탄발언을 하듯 쏟아낸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린 드 샤른이 마나 커스(Mana Curse)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응? 린 드 샤른이 누군데? 처음 듣는데?”


“그 증거는?”



누군지 전혀 모르는 크프렌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보는 마로리엔의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 그의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낮게 깔렸다.



“그녀의 고유마나를 보고 제가 따로 조사를 하던 중...”


“같은 기사의 뒷조사를 한 거네?”



크프렌이 끼어들자 무릎을 꿇고 사과를 올리는 에이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아함을 풀기 위함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일단 계속 말해봐.”


“네.”



마로리엔의 목소리에 에이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던 와중 그녀가...”


“포도 말고 딸기...”


“크흠!”



마로리엔의 헛기침 소리에 주변을 살피는 크프렌.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눈빛으로 ‘말 좀 끊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조, 조용히 할게...”



크프렌이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고 마로리엔의 고갯짓에 에이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마나 커스(Mana Curse)의 생존자처럼 두 가지 속성을 사용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두 가지?!”



크프렌은 너무 놀란 나머지 사레에 걸려 기침을 시작했고 물을 마셔 진정되기 무섭게 눈을 번뜩였다.



“역시 우리 샤데르스. 엄청난 인재....”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다시 눈치를 살피는 크프렌.



“... 아니지. 큰일이구만. 음음. 미르기사단이 마나 커스(Mana Curse) 사용이라니 에헴! 당장 감옥에...”


“제보자가 누구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잠자코 듣고 있던 크아니스가 크프렌의 헛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잠시 생각에 빠진 에이드.



‘어떻게 해야 하지.’


사실대로 흑염룡단이라고 말을 하면 신빙성을 잃게 된다.


그러나 생각은 짧게 끝났다. 지금은 자신의 말에 신뢰도를 올려야 하니까.



“평범한 제보자입니다. 원하시면 다시 불러오겠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그 사이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으니까.



안 좋게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 크아니스는 자신도 모르게 토끼인형을 꽉 쥐고 린에 대한 변호를 시작했다.



“제보자가 악의적으로 했을 수도 있어요. 린씨는 입단식부터 사람들의 미움을 샀으니까요. 무엇보다 저희가 직접 확인 안 한 정보만 믿고...”


“일단은.”



드디어 입을 연 마법장. 그의 목소리가 더 묵직하게 들려왔다.



“국왕폐하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으니 모두들 나가주겠나? 물론 공주님도 같이.”



그렇게 자신의 방으로 쫓겨난 크아니스.



“어린아이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



크아니스가 조그만 손으로 책상을 쾅 내리쳤다.



‘제보자의 말만 믿고 린씨를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누구 있죠? 잠시 외출을 하고 싶은데!”




***




‘아니 오늘 다들 왜 여기에 모이는 거야.’


여기가 그렇게 핫플레이스 인가?



다시 수저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수프. 분명 김이 모락모락 나던 수프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다행이다. 누가 찾아오지 않았죠?”



평상시와 다를 것 없는 린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크아니스. 얼마나 다급하게 왔는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토끼인형도 방에 놓고 올 정도였다.



“일라이트가 다녀가긴 했는데, 별일 아니었어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공주님께서 여긴 왜...”


“그, 그러니까...”



일라이트와 마찬가지로 말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는 크아니스. 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단체로 무슨 날인가?’


일라이트도 그렇고 공주님도 그렇고. 무슨 일이길래 다급하게 와서는 말을 못하는 거야?



“와! 수프.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 할까요?”



크아니스가 애꿎은 수프를 가리키며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또 여관 문이 열렸다.



‘또 누구야!’


아주 여관 개업 이래에 가장 많이 열리고 있네!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들. 등장한 세 명 모두 허리에 은색 회중시계가 걸려있었다.



“린 드 샤른. 크프렌 국왕폐하의 명을 받아 널 긴급체포한다.”


“에? 지금 뭐요? 체포?”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린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에는 마나수갑이 채워졌다. 마찬가지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크아니스.


‘어째서?’


평상시라면 확실한 일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


왜? 다른 증거라도 있었나? 아니면 마로리엔이 조사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나 아직 아무것도 안했어!”


“그건 차차 알게 되겠지.”



다른 미르기사들에게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나는 린. 크아니스가 팔을 벌리며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작가의말

가랏! 크아니스!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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