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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혁 님의 서재입니다.

그까짓 마법장 내가 되겠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박지혁
작품등록일 :
2018.10.27 23:40
최근연재일 :
2019.01.31 19:22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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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0
추천수 :
15
글자수 :
209,403

작성
18.12.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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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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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7

DUMMY

“괜찮습니다. 자주 그러거든요.”


“아...”


요새 아이들은 가출이 취미인가 크아 공주님도 그렇고 로나도 그렇고 다들 가출을 많이 하네.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린.


이 모습을 스승인 노멜이 봤다면 “넌 더했어! 이년아!”라고 했을 게 분명했다.



“집 사람이 사고로 죽은 게 충격이 크긴 크겠죠. 아직 어린아이니까...”


‘아까 로나도 그렇고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나 보네.



린이 괜스레 엄숙한 마음이 들 때, 에드는 덤덤한 모습이었다.



“곧 저녁 먹을 때니, 돌아오겠죠. 그보다 내일 수도 카리렌으로 이동해 텔레포트를 타고 샤데르스로 이동한다고 했죠?”


“네. 미리 승인을 받아놓기로 했으니까요.”


물론 단장이 일처리를 했을 때 이야기지만요.


“그럼 더욱 서둘러야겠군요.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으니 말이죠.”



‘괜찮으려나...’


자주 그랬다고 했으니까, 믿어도 되겠지?


걱정되는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는 린.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그의 말대로 저녁준비가 완성될 쯤 로나가 집에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왔구나. 와서 밥 먹으렴.”


“안 먹어요!”


로나는 아직 삐진 게 안 풀렸는지 들어오자마자 이 층으로 뛰어올라가 자신의 방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이런, 오늘도 그러네. 이따가 밥을 따로 넣어줘야겠네요. 저희끼리 먹죠.”


“아. 네.”



에드는 이번에도 로나의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덤덤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건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아닌 스승님의 손에 자랐지만, 이렇게까지 대화가 없거나 스승님이 무신경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물론 난폭하셨지만.


어쩌면 이게 마을사람들이 에드씨를 싫어하는 이유이려나.


린은 마을에서 ‘에드’라는 이름이 나오면 자신을 매몰차게 문전박대 했던 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색한 분위기속 식사가 시작되고 서로의 수저와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음식을 먹는 소리만이 조그만 거실을 채우고 있을 때,



‘그러고 보니.’


밖에 있는 붉은 마나 꽃. 마나 커스(Mana Curse)를 만드는 원재료인데 너무 보호 없이 키우고 있는 거 아닌가?


린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질문을 시작했고,



“그런데 붉은 마나 꽃을 이렇게 키워도 되나요?



그녀의 질문에 에드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원래는 샤데르스에서 나온 병사 분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네요.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꽃으로 보일 테니 누가 훔쳐가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


“그럼 판매한 적은 있는 거군요. 시중에 유통된 마나 커스(Mana Curse).”



잠시 흐르는 정적. 이번에는 접시와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대신 어디선가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어차피 샤데르스에 가서 이야기 할 테니 그때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린씨는 오늘 어디서 보내실 건가요? 도망가거나 그러진 않을 테니 마을에 방을 잡으셨다면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에드는 말을 끝마치고도 “제가 도망가거나 반항해도 미르기사단인 린씨에게 어차피 금방 잡힐 테니까요.”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린.



‘앗. 그러고 보니...’


오늘 잘 곳도 마련 안 해놨잖아? 오늘도 노숙이야?!



로나의 페이스에 휘말려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표정을 보아하니, 잘 곳이 없으신 거 같은데, 손님방에 묵으시죠. 조그만 마을에 여행객은 많아 지금 가면 방이 없으니 말이죠. 그럼 전 로나에게 음식 좀 가져다주겠습니다.”



에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먹다 남은 음식을 접시에 담기 시작하자 린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 살았다!’


이런 분을 마을사람들은 왜 그런 담!


...


방금 전까지 마을사람들을 이해했던 자신을 까먹은 모양이다.




***




늦은 밤.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달빛과 은은하게 켜져 있는 촛불이 채우고 있는 방안에서 린이 침대에 앉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있다.



“아이 개운해. 몇 일만에 샤워야.”


그러고 보니 자르칸의 저택에서도 바로 사건이 터져서 못했었고 바로 임무를 받아서 왔으니까...


로나가 거지로 볼 수도 있었겠네.


새삼 티펠의 주민들이 ‘에드’라는 이름을 꺼내기 전까지 자신의 말을 들어준 게 신기한 린이었다.



“생각보다 착하신 분이었어.”


이렇게 방도 내어주고, 별 반항 없이 순순히 따라가겠다고 하고.



“아. 맞다 보고!”


단장이 에드를 찾으면 보고 하라고 했었는데...



에드를 찾으면 바로 보고 하라던 플로렌드의 말이 떠오르자 린은 창밖을 바라보았고 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에 눈이 마주쳤다.



‘아, 밤에는 하지 말라고 했었지?’


흐음, 이를 어쩐다..



잠시 고민에 빠진 린. 그녀의 입 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냥 하지 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통신구슬을 연결하는 린. 이윽고 통신구슬에 잔뜩 화가 난 플로렌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이 야밤에 연락하는 게!”


“린 드 샤른. 보고하려고 연결했습니다!”



린이 형식에 맞춰 이야기하자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야이씨. 내가 밤에는 마스한테...”



플로렌드의 욕설이 통신구슬에서 흘러나왔다.



“헤헤. 찾으면 보고하라고 하셨잖아요. 이렇게 말 잘 듣는 부하가 어디 있어요!”


“그럼 마스한테 하라고!”



화목해 보이는 린과 플로렌드의 사이.


린은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




그 시각 1층 에드의 방.


어두운 방 홀로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희미한 불빛과 함께 잔뜩 겁먹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지, 진짜로 엄마 만날 수 있어?”


“그럼, 걱정하지 안 해도 돼. 로나야.”



에드의 무덤덤한 목소리. 그러나 로나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고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었다.



“어, 엄마도 괴로워 하다가 죽었잖아. 우리 집 앞에서 꽃을 지키던 아저씨들도...”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살짝 놀란 듯한 에드. 그러나 덤덤한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아저씨한테 나한테는 안하겠다고 약속도 했었잖아.”



불빛도 없는 어두운 밤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비명.



“무슨 소리지?”



저도 모르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을 따라 다가간 로나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의자에 묶여 고통을 호소하는 아저씨의 모습과 난생 처음 보는 아빠의 광기어린 눈빛이었다.



“그, 그걸 다 봤었구나. 그랬어. 분명 너에게도 수면제를 먹였었는데...”



에드의 손에 쥐어있던 갈색봉투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지며 하얀색 가루가 방안 허공에 뿌려졌다.



“그게 왜 그런 줄 알아? 전부 중앙정부 샤데르스 때문이야. 그놈들이 임상실험을 막아서 더 이상 이론을 세울 수가 없었어. 실험을 해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보고를 올려야 돈을 받는데, 보고할 수가 없었으니까!”



바닥에 떨어진 하얀색 가루를 주워 담아 물에 타기 시작하는 에드. 로나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떨어지지도,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았다.



“망할 티펠의 주민 놈들도 마찬가지야. 애초에 그들을 먼저 임상실험으로 썼어야 했어. 괜히 아내랑 병사 놈들에게 먼저 실험해서 이상한 소문만 돌고 날 미친 싸이코로 과학자로 몰아가고!”



물병을 잡은 에드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뭐? 내가 아내를 죽여? 죽인 게 아니라 연구를 위해 희생한 거야! 숭고하고 거룩한 희생! 인류가 희생 없이 발전이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평범한 평민이 귀족과 왕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마나 커스(Mana Curse)의 완성밖에는 없다고!”



서서히 로나에게 다가가는 에드. 그는 손으로 거칠게 로나의 입을 벌렸고



“우리 딸. 딸은 아빠 믿지?”


“시, 싫어!”


우악스럽게 마나 커스(Mana Curse)를 탄 컵을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댔다.



***




에드의 집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방.


달빛이라고는 비추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을 통해 비춰지는 검은색 로브. 그 한 쪽에는 흑염룡단을 상징하는 용의 문양이 보인다.



“결국. 그분의 말처럼 됐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어.”



작게 중얼 거리는 목소리. 그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 다시 어둠속으로 자신의 몸을 숨겼다.


작가의말

그, 그럴때가 아니야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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