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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에로게임 엔딩을 보지못해 이세계에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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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21 22:41
최근연재일 :
2022.06.19 03:4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37
추천수 :
89
글자수 :
126,476

작성
22.06.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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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 용감했던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DUMMY

"화도·용검술."


주위의 기온이 뜨겁게 가열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붉은 빛을 머금기 시작한 화도-아마테라스.


여전히 불에 휩쌓인 채 땅을 뒹굴고 있는 타카노부의 목숨을 끊기 위해서 소이치 경은 검을 꽉 움켜쥐었다.


"용괴!!"


일순간 붉은 빛이 번뜩 빛나더니 그가 휘두른 검격에 땅이 갈라지고 강이 기화되어 말라버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일격으로 숨이 끊어졌어야 할 위력의 공격.


하지만 어째서인지 타카노부는 소이치 경의 용괴를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듯 땅을 뒹굴고 있었다.


"..무슨 속임수를 쓴 거지? 분명 공격을 피한 느낌은 없었는데."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타카노부의 모습에 그는 어떤 속임수가 숨겨져 있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내 전신을 뒤덮은 불꽃이 사라지면서 겨우 몸을 일으킨 타카노부는 흙먼지가 묻은 자신의 옷을 털어내며 말했다.


"속임수라니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오히려 소이치 경의 솜씨가 조금 녹슨 것은 아닌지요?"


눈에 보이는 도발. 실력을 들먹거리며 공격을 해오도록 유도하는 타카노부의 태도에 소이치 경은 잠시 검을 내리고서 물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자네정도의 가능성 있는 자가 어째서 이교도의 편에 서는 것이냐."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소이치 님. 어째서 소이치 님은 이교도가 잘못이라는 것처럼 말씀하는 것이죠?"


"세상에 재앙을 불러오는 마녀라는 존재를 숭배하는 세력이 그럼 옳다고 말하는 거냐!"


이교도를 전멸시키려는 알 포드 왕국의 변함없는 이유에 그는 혀를 차는 모습을 보였다.


"쯧쯧. 그러니까 안 된다는 겁니다. 세상에 재앙을 불러온다구요? 틀렸습니다. 세상에 재앙을 불러오는 건 마녀 님이 아니라 욕심에 눈이 먼 인간들이잖습니까!"


서로의 의견이 절대 만나지 않는 경계선상에 놓여져 있다는 것즈음 소이치 경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바란 것일까.

조금이라도 타카노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미 이교도의 가치관에 완전히 전염되어버린 냉혹한 현실에 고개를 떨구었다.


"소이치 님!! 당신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저희 이교도와 뜻을 함께하시죠!! 마녀 님을 모시는 영광을 당신에게도 반드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런가. 자네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이교도에 빠져버린 모양이군."


순간 그의 육체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면서 타카노부는 마치 그의 모습이 한 마리의 맹수처럼 느껴졌다.


"소이치 님.. 소이치 님도 이교도에 들어오신다면 분명 마녀 님의 총애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저조차 질투가 날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 당신이 왜 그런 썩어빠진 인간들의 편에 서는 겁니까!!"


절망한 얼굴로 애타게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도 소이치 경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부정은 하지 않는다. 분명 세상에는 그조차 경멸할 정도로 선하지 않은 인간이 존재했다.


자신이 모시는 미카 여왕조차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 선하지 않은 인간을 연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상냥했다.


악역을 연기했던 미카 여왕이 무거운 죄책감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스스로를 상처입히며 눈물을 보였던 그 모습을 소이치 경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모시는 인간이자 자신이 지키고 싶은 인간.

그 하나만을 위해서 소이치 경은 어느 순간이나 검을 잡아왔다.


"타카노부.. 자네가 말하는 썩어빠진 인간이 모든 인간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오만이다."


"그렇습니까.. 소이치 님.. 결국 당신도 썩어빠진 인간이었군요.."


"화도·용검술·불기둥!"


오로지 단 일격.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육신으로 그가 힘껏 검을 베어올리자 한 줄기의 붉은 검기가 하늘 위로 뻗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면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불기둥이 빠르게 회전하며 하늘을 꿰뚫었고, 불기둥에 삼켜진 모든 것은 한줌의 재도 남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하아.. 하아.."


몸을 뜨겁게 불태워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소이치 경의 검술은 위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육체의 부담 역시 상당했다.


한동안은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육체에 막대한 반동이 와버린 그는 오로지 이교도의 일원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며 안심했다.


하지만-


"역시.. 소이치 님은 어마어마하게 강하네요. 방금 그 공격이 제대로만 들어간다면 사도에게도 큰 데미지를 입혔을 겁니다."


모든 것이 불타고 사라져버린 이 자리에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서있는 타카노부.


그런 그의 모습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굳어버린 소이치 경은 그의 드러난 상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 녀석.. 설마.."


"하하하하!! 이게 마녀 님의 총애를 받은 증표입니다! 소이치 님의 공격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이 육체! 아아~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런 저라면 분명 최고로 강한 사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심장의 위치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마녀의 각인.

조금 있으면 사도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을만큼 거대해진 각인의 크기에 소이치 경은 절망했다.


"소이치 님.. 당신은 큰 실수를 저질렀어요.. 마녀 님의 총애를 받을 수 있는 제 자비를 어리석게 거절하다니.."


더 이상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타카노부는 손가락 끝에서 자신의 마력을 뽑아냈다.


"그 목숨을 끊어드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여드리죠."


그렇게 말한 타카노부는 머지않아 뽑아낸 마력을 강제로 변화시켜 자신의 입안으로 삼켰다.


오로지 소이치 경밖에 본 적이 없는 단 하나의 마력.

그 마력을 삼킨 타카노부의 몸에 나타난 변화.


"그럴..수가.. 미카 여왕님.."


어느덧 소이치 경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타카노부의 모습이 아닌 미카 여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하하!! 어떻습니까? 타인의 마력을 흡수해 그와 똑같은 외모, 똑같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제 힘이!!"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소이치 경의 굳어버린 모습에 재미가 식어버린듯 미카 여왕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타카노부는 머지않아 주문을 영창했다.


"그러니까 분명.. 이거였죠? 던·리어리스."


그러자 지면에서 강철로 된 가시가 솟아나와 소이치 경의 육체를 꿰뚫었다.


"커-헉.."


"굉장해!! 역시 미카 여왕의 힘은 굉장하네요!! 아하하!!..어라..?"


주문을 딱 한 번 사용했을 뿐인데도 엄청난 마력이 소모되버린 탓에 타카노부는 더 이상 미카 여왕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아.. 역시 미카 여왕의 마력은 흡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가 않네요. 마법의 위력은 좋지만 소모되는 마력이 너무 많아서 몰래 흡수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할까.."


치사량의 맹독이 묻어있는 가시에 몸을 꿰뚫린 소이치 경은 혼자 중얼거리는 타카노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의식이 멀어지고 고통마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편안함에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죄..송합니다..여왕님..'


꽉 움켜쥐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서 완전히 숨을 거둔 소이치 경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어떤 신기한 공간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보았던 기억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기는.."


"당신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렀다 가는 장소야."


당황한 소이치 경의 눈앞에 나타난 벨은 그가 스스로의 기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렇군.. 나는 죽은 건가.."


"그래, 맞아. 당신은 죽었어.. 그리고 저게 당신이 살아오면서 보아온 기억들이지."


처음 미카 여왕의 친위 기사로 명받았던 오랜 옛날부터 어마마마를 보고 싶다며 떼를 쓰는 미카 여왕의 모습.

강철이라는 특수한 마력의 성질을 지니고 태어나 때로는 또래 아이들에게 두려움까지 샀던 기억들까지.


하나하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었지만 소이치 경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게 있어 미카 여왕님은.. 한 번도 곁에 없던 순간이 없었을 정도로 소중했던 존재였던건가.."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추억들은 모두 미카 여왕과 관련되어 있는 기억이라는 것을.


"..슬슬 시간이야. 이제 푹 쉬도록 해.. 알베르토 소이치.."


벨이 펼치고 있던 책을 덮자 소중한 기억을 바라보던 소이치 경의 육체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누구 한 명 기다리지 않는 허무한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그의 기억만이 흘러가는 장소.


소이치 경의 육체마저 사라져 버린 그 장소에는 더 이상 어떤 기억마저 흘러가지 않고 캄캄한 어둠만이 남아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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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뢰와 업적의 차이 22.06.19 45 0 10쪽
29 움직이기 시작한 이교도 22.06.18 16 0 9쪽
28 그 주인공의 일상은 아픔뿐이었다 22.06.17 21 0 9쪽
27 마침내 두 사람은 그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게되었다 22.06.16 20 0 10쪽
26 그 주인공도 히로인도 결국은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22.06.15 29 0 9쪽
25 그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22.06.14 18 0 10쪽
2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22.06.13 20 0 9쪽
23 작전 개시 22.06.12 20 0 9쪽
22 그 주인공은 처음으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22.06.12 18 0 9쪽
21 결성! 아인 구출 동맹! 22.06.11 21 1 9쪽
20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두 장로와 마주치다 22.06.11 20 1 9쪽
» 그 용감했던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22.06.10 36 0 9쪽
18 예상치 못했던 이교도의 접촉 22.06.09 22 0 9쪽
17 마녀의 싸움은 이세계에 재앙을 부른다 22.06.08 20 0 9쪽
16 그 주인공은 변해버린 히로인의 모습에 굳어버렸다 22.06.07 24 0 9쪽
15 그 여왕은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멸망시켰다 22.06.06 24 0 9쪽
1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서 타락했다 22.06.05 28 2 9쪽
13 히로인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위해서 다짐한다 22.06.04 38 2 10쪽
12 가끔은 주인공도 엑스트라에게 격려를 받는다 22.06.03 33 0 9쪽
11 마녀의 각인을 가진 마물을 쓰러뜨리다! +2 22.06.02 52 2 9쪽
10 마녀의 각인이 새겨진 마물 22.06.01 55 1 9쪽
9 죽음을 되돌리기 위한 댓가 22.05.31 28 1 10쪽
8 틀어진 계획과 복잡한 관계 22.05.30 30 1 9쪽
7 이 주인공은 히로인의 눈물을 보고 말았다 22.05.29 48 0 10쪽
6 이 여왕은 개미를 죽일 때도 대포를 쏩니다 22.05.28 46 1 9쪽
5 거부할 수 없는 협박 22.05.27 51 3 10쪽
4 여왕을 알현하다 22.05.26 106 10 10쪽
3 그 에로게임 속 현실은 게임보다 훨씬 잔인했다 22.05.25 71 13 10쪽
2 그 에로게임의 여주인공은 너무도 상냥했다 22.05.22 98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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