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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에로게임 엔딩을 보지못해 이세계에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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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21 22:41
최근연재일 :
2022.06.19 03:4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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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글자수 :
12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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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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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가끔은 주인공도 엑스트라에게 격려를 받는다

DUMMY

타케루가 마나와 함께 라토리아 마을로 돌아온 시각은 해가 저물기 시작한 이른 저녁이었다.


라토리아 마을의 새로운 영주가 마츠이 가문의 노리에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는 벌써 마을 여기저기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이에 빈민가의 여성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고 고개를 떨군 마나의 모습에 타케루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서 급하게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타케루..! 어디 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빈민가에 가서 사람들에게 사정을 알리고 도망치라고 하면..!!"


"그럴 필요 없어요."


빈민가의 여성들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 직접 발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의 앞으로 영주의 자리가 확정이 된 노리에가 나타나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어머? 말 그대로에요~ 듣자하니 여왕님께서 빈민가 사람들의 목숨을 이용해 마나를 영주의 자리에 앉히려고 했다는 모양이던데.. 바보 아니에요? 그 협박을 설마 진짜라고 믿었어요?"


"그 말은.. 그러니까.. 빈민가의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불안함에 흔들리는 눈동자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마나를 향해 노리에는 기가 찬다는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너 말이야. 일단은 너도 귀족 가문의 사람이었다면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는 것 정도는 알 것 아니야. 힘들게 영주의 자리에 앉았는데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기 영지의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라니. 그런 독재적인 정치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디있어?"


빈민가의 여성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여왕님께선 네가 시험을 치르도록 거짓말을 했을 뿐이야. 처음부터 빈민가의 여성들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고."


미카 여왕의 계략에 제대로 놀아난 마나와 타케루는 아찔했던 거짓말에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마나가 영주의 자리에 앉지 않고 빈민가의 여성들까지 모두 지켜낸 완벽한 해피엔딩.


하지만 노리에는 기뻐하는 두 사람에게 여왕의 문장이 찍힌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렇게 됐으니 미카 여왕님께서 타케루 씨. 당신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셨어요~ 뭐, 정확히는 오기노 마나에게 맡긴 임무이긴 하지만 어차피 당신도 따라갈 생각이죠?"


"뭐, 그렇긴 한데.."


"그 편지를 물의 도시 베로티아의 영주에게 전달해달라고 하셨답니다."


물의 도시 베로티아의 이름을 듣자 마나는 발그레 홍조를 띈 얼굴로 희미하게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나카타 카즈마가 바로 물의 도시 베로티아의 영주이기 때문이었다.


여왕이 주는 임무라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그와 만날 수 있게 된 타케루는 흔쾌히 그 임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기노 마나. 확실하게 말해두지만 난 아직 널 완전히 용서한 게 아니야. 설령 마나의 저주때문이라고 해도 내 오빠가 자살한 건.."


"..네. 알고 있어요. 이 저주를 풀고 나면 그 때는 죄값을 받을게요."


무서운 눈빛으로 마나에게 그렇게 경고하는 오기노의 이야기에 갑자기 죄값을 받겠다는 마나의 대답을 듣고서 타케루는 당황한 기색으로 끼어들었다.


"잠깐만.. 죄값을 받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타케루 씨는 몰라도 되는 이야기에요."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녀의 저주? 노리에 씨의 오빠가 자살? 네 입으로 그랬잖아!! 너희 오빠가 자살한 건 마녀의 저주 때문이라고!!"


타케루는 그녀의 오빠가 자살한 죄값을 마나가 받겠다고 하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듯 타케루의 손목을 꽉 붙잡은 마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 타케루.."


"왜 말리는 거야?! 마나 네 잘못이 아니라면서..! 그럼 당연히 네가 죄값을 받을 필요는..!!"


"소중한 가족이 죽어버린 거야. 마녀의 저주를 가진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노리에 님의 오빠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테니 내가 죄값을 받는 게 맞아.."


마나의 지나친 상냥함에 가슴이 조여오는 답답함을 느낀 타케루는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손을 뿌리친 채 그 자리를 떠났다.


광장에 있는 작은 분수대 앞에 도착한 타케루는 처음으로 그녀가 상냥한 사람이라는 것을 원망했다.


억울한 것은 억울하다고 분명하게 말해주기를 바랬지만 자신을 구원해준 오기노 마나는 그런 여성이 아니었다.


"하아.. 본인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해버리면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그렇게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마을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작은 등불들을 바라보며 타케루는 우연히 빈민가에서 보았던 세 소녀들이 미카 여왕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뭐야..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잖아.."


더 이상 누더기 옷이 아닌 예쁘고 귀여운 옷을 입은 소녀들에게 끌려 다니며 분명 어색하지만 행복하게 웃고 있는 미카 여왕의 모습에 타케루는 절로 미소가 새어나왔다.


그러던 그 때-


"믿기지가 않죠?"


타케루의 옆으로 한 여성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설마 저희가 당당히 라토리아 마을을 돌아다니게 될 날이 올 줄은.."


"당신은.. 그 때 빈민가에서 붉은 지붕의 집에 살고 있던..?"


"네, 맞아요. 시노하라 마야코라고 해요. 그때는 죄송했어요. 틀림없이 라토리아 영주의 수하인 줄 알았거든요."


빈민가에서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의 마야코라는 여성은 곱슬거리는 연갈색 웨이브 머리에 그보다 짙은 눈동자를 가진 20대 중후반의 귀여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타케루에게 받았던 금화 세 닢을 다시 돌려주며 말을 이었다.


"이 금화는 돌려드릴게요. 미카 여왕님께 들었어요. 타케루 씨랑 오기노 마나라는 분께서 빈민가에 있는 저희를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고.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 지.."


"..그렇지 않아요. 저희가 나서지 않았어도 미카 여왕은 분명 마야코 씨가 살고 있는 빈민가의 사람들을 도와줬을 거예요. 결국 저는 아무것도.."


마나를 유인하기 위해서 빈민가의 여성들의 상황을 모른 척 하고 있던 미카 여왕의 행동은 분명 잘못이었지만 어린 소녀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던 그녀의 표정을 본 타케루는 알게 되었다.


사실 미카 여왕은 악역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빈민가의 사람들이 라토리아 마을에서 지내게 되는 지금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하지만-


"아니요. 마음이 힘든 사람은 누군가 내 편이 되어준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을 얻는 법이에요. 타케루 씨가 제게 그 금화를 주었을 때처럼요. 살아가는 게 힘들고 괴롭기만 하던 제게 타케루 씨가 베풀어 준 그 따듯한 마음 덕분에 저도 저 아이들도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거예요."


마야코가 웃으며 들려준 그 이야기에 타케루는 문득 자신과 마나의 상황을 떠올렸다.


누구에게도 필요로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괴롭기만 하던 자신 역시 별 것 아닌 마나의 한 마디로 구원을 받아 이세계로 오게 되었고 기적처럼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으니.


하지만 타케루는 반대로 자신이 과연 마나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마력도 갖고 있지 않고 검을 다루는 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자신은 마나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너무나도 제한적이었다.


"저 같은 사람이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자신감을 잃어버린 타케루가 쓸쓸해 보이는 미소로 그렇게 묻자 마야코는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주며 당당하게 말했다.


"이미 도움이 되어주셨잖아요. 저희를 구해주셨던 것처럼 타케루 씨라면 분명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구해주실 수 있어요. 타케루 씨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


용기를 북돋아주는 그녀의 확신이 담긴 대답에 타케루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그 때-


"타케루! 어디에 있어, 타케루..!!"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열심히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는 마나를 발견한 타케루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마야코 씨! 비록 큰 도움이 될 수 없을 지는 몰라도 마야코 씨의 말을 듣고 알게 됐어요! 이런 저라도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요!"


목숨을 걸고서라도 오기노 마나의 소망을 들어주는 것.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은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타케루는 손을 흔들어주는 마야코를 뒤로 한 채 서둘러 마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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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 주인공의 일상은 아픔뿐이었다 22.06.17 21 0 9쪽
27 마침내 두 사람은 그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게되었다 22.06.16 20 0 10쪽
26 그 주인공도 히로인도 결국은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22.06.15 29 0 9쪽
25 그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22.06.14 18 0 10쪽
2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22.06.13 20 0 9쪽
23 작전 개시 22.06.12 20 0 9쪽
22 그 주인공은 처음으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22.06.12 18 0 9쪽
21 결성! 아인 구출 동맹! 22.06.11 21 1 9쪽
20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두 장로와 마주치다 22.06.11 20 1 9쪽
19 그 용감했던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22.06.10 35 0 9쪽
18 예상치 못했던 이교도의 접촉 22.06.09 21 0 9쪽
17 마녀의 싸움은 이세계에 재앙을 부른다 22.06.08 20 0 9쪽
16 그 주인공은 변해버린 히로인의 모습에 굳어버렸다 22.06.07 24 0 9쪽
15 그 여왕은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멸망시켰다 22.06.06 23 0 9쪽
1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서 타락했다 22.06.05 28 2 9쪽
13 히로인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위해서 다짐한다 22.06.04 37 2 10쪽
» 가끔은 주인공도 엑스트라에게 격려를 받는다 22.06.03 33 0 9쪽
11 마녀의 각인을 가진 마물을 쓰러뜨리다! +2 22.06.02 52 2 9쪽
10 마녀의 각인이 새겨진 마물 22.06.01 54 1 9쪽
9 죽음을 되돌리기 위한 댓가 22.05.31 28 1 10쪽
8 틀어진 계획과 복잡한 관계 22.05.30 29 1 9쪽
7 이 주인공은 히로인의 눈물을 보고 말았다 22.05.29 48 0 10쪽
6 이 여왕은 개미를 죽일 때도 대포를 쏩니다 22.05.28 46 1 9쪽
5 거부할 수 없는 협박 22.05.27 51 3 10쪽
4 여왕을 알현하다 22.05.26 106 10 10쪽
3 그 에로게임 속 현실은 게임보다 훨씬 잔인했다 22.05.25 70 13 10쪽
2 그 에로게임의 여주인공은 너무도 상냥했다 22.05.22 98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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