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욤뮈소입니다~

에로게임 엔딩을 보지못해 이세계에 찾아왔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21 22:41
최근연재일 :
2022.06.19 03:4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19
추천수 :
89
글자수 :
126,476

작성
22.06.17 09:37
조회
20
추천
0
글자
9쪽

그 주인공의 일상은 아픔뿐이었다

DUMMY

마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물의 도시 베로티아는 그 이름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수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 앞 수로에 앉아 떠내려오는 전달물을 받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또한 베로티아 도시만의 특별한 생활 문화인 듯 했다.


"헤에. 제법 멋진 도시네."


"마음에 든 것 같아서 기쁜걸. 바로 두 사람이 머물 장소로 안내할게."


'라스트 퀘스트'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발전된 베로티아의 풍경에 타케루는 절로 감탄이 터져나왔다.


"푸훗! 타케루. 이 도시가 엄청 마음에 든 모양이네?"


넋을 잃고 경치를 바라보던 그의 모습에 마나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그제야 밀려오는 민망함에 타케루는 살짝 붉어진 얼굴을 감추듯 외면했다.


"뭐, 나쁘지 않네.."


이 도시의 사람들 역시 영주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다.

마차가 지나갈 때마다 영주를 반기며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굉장히 행복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차가 멈춰선 곳은 한 눈에 봐도 굉장히 비싸보이는 검정색 변면의 거대한 숙박시설.


마차에서 카즈마가 내리기도 전에 가게 안에서 모든 종업원들이 달려나와 나란히 마주보며 자리를 잡더니 마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요, 영주님."


"아아, 정말..! 이렇게 거창하게 환영할 필요는 없다니까.."


환영을 받는 그조차 이런 식의 대접은 민망했던 모양인지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숙박시설의 관리자로 보이는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럴 수는 없지요! 이곳 베로티아를 훌륭하게 이끌어 주신 영주님을 어떻게 감히!"


새까맣게 태운 피부와 다부진 근육질의 몸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번들번들한 민머리의 관리자는 정확한 각으로 졸라맨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한 번 복장을 점검했다.


"여기 이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영주님의 손님이시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최상의 서비스로 편히 모시겠습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극진하게 대해주는 종업원들의 서비스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얼마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금세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서 마차에 오르는 카즈마를 보며 마나가 물었다.


"바로 가려고..?"


"일단은 영주라서 말이야. 소이치 님의 일로 쉬고 있을 틈이 없거든."


"그럼 우리도 같이 가면 안 될까..?! 소이치 님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도록 나도 돕고 싶어. 그렇지, 타케루?"


그녀가 자신을 의지해주는 모습은 솔직하게 기뻤지만 이번만큼은 타케루도 냉정해 질 수밖에 없었다.


"미안.. 나는 조금 지쳐서 쉬고 싶다고 할까.. 난 괜찮으니까 카즈마랑 같이 다녀와. 아직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테니까."


물론 지쳤다는 말을 핑계일 뿐이었다.

그가 이세계에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마나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함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두 사람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빠져주려는 것이었다.


"그.. 그래..? 응.. 알았어.."


하지만 어째서인지 타케루가 함께 가지 않는다는 대답에 그녀는 살짝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모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 어째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타케루는 그녀를 뒤로하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혼자 넓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샹들리에 조명이 달린 넓은 방 안에는 장미꽃잎이 놓여진 거대한 침대와 밖의 경치가 훤히 보이는 테라스.


그리고 취향껏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각종 과일이나 열매주들이 즐비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엄청 비싼 호텔수준일 것 같은데..'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요. 식사나 세탁은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방을 안내해 준 종업원 마저 떠나가고 넓은 방 안에 혼자 남겨진 그는 제일 먼저 거대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기분 좋은 향기와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같은 폭신폭신함에 금방이라도 잠이 들어버릴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아인들을 구하느라 잠도 못 자고 밤을 지새웠으니 그가 피곤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국 스르륵 눈이 감기면서 잠이 들어버린 타케루의 눈앞에는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코바시가와."


"아.."


"뭐야~ 가만히 멍 때리고."


시끌벅적한 교실.

자신이 엎드려있는 책상에 걸터앉아 이름을 부른 여학생의 얼굴조차 그는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의 얼굴도 이름도 외운 적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오늘은 또 재미있는 만화책 가져온 거 없어? 지난 번에 빌려준 그 만화 되게 재미있더라!"


"아.. 응.."


타케루가 짧게 뱉은 단답형 대답에 모처럼 말을 걸어준 그녀가 적잖이 당황해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아유미! 또 코바시가와한테 말 걸고 있지?! 그런 이상한 녀석한테 신경써 줄 필요는 없다니까!"


"아, 미안! 걸렸다. 아하하.. 다음에 다시 빌리러 올게!"


아유미.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그는 다시 책상 위로 머리를 묻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하늘은 석양빛에 붉게 물들고 전교생이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신호가 바뀌려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케루가 횡단보도에 진입하자마자 도중에 신호가 바뀌면서 저 멀리 달려오던 트럭 한 대가 속도를 줄일 생각을 하지않고 횡단보도로 달려들었다.


"코바시가와!!"


트럭에 치일 뻔한 그를 구하기 위해서 아유미는 있는 힘껏 그를 밀쳐내고 대신 트럭에 치였다.


"아.. 아아.."


바닥에 웅덩이처럼 고인 새빨간 피와 미동도 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타케루는 전신이 마비가 된 것처럼 굳었다.


빠르게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실려간 아유미는 안타깝게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고 타케루는 그녀의 부모가 오열하는 소리만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건.. 꿈이야.."


알고 있었다. 그녀가 사고를 당한 순간을 목격했을 때부터 타케루는 지금 자신이 보고있는 것들이 모두 과거의 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에서 벌어지는 일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치 전부 짜여진 대본처럼 타케루는 당연하듯 학교를 갔고 당연하게 혼자가 되었다.


아유미가 사고로 죽게 된 이후 타케루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녀가 타케루를 살리려다가 대신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학생들은 살인자가 학교를 다닌다며 노골적으로 놀리기까지 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집으로 돌아와도 그의 부모는 타케루에게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타케루를 대신해 목숨을 잃은 아유미의 부모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의 부모는 그저 머리를 조아리며 열심히 사과를 할 뿐이었다.


전화가 끊겨도 그들은 타케루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위로를 하지도..

타케루의 삶은 언제나 혼자였다. 아니,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유미가 사라지면서 혼자가 되었다.


그녀가 없는 학교에는 더 이상 타케루 역시 갈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만화를 빌려달라며 유일하게 자신을 찾아와준 그녀가 사라진 학교에는 더 이상 그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날 이후 타케루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익숙하게 외면해왔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고작 한 소녀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


그 때 자신도 모르게 번뜩 떠진 눈.

현실성이 떨어지는 고급스러운 천장을 보며 꿈에서 깨어난 타케루는 어느새 흘려버린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잠이.."


어느덧 어두워진 하늘. 벌써 쌓였던 피로에 저녁까지 잠을 자버린 자신을 탓하며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그를 익숙한 목소리가 불렀다.


"아.. 타케루.. 드디어 일어났다.. 에헤헤.."


"마나..? 너 괜찮아..?"


혼자서 열매주를 꽤나 마신 모양인지 잔뜩 취한 그녀가 몸을 비틀거리며 서서히 타케루에게 다가왔다.


가까워질수록 짙게 풍기는 술의 향기.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달콤한 향기의 원료를 알아차린 그는 곧장 고개를 돌려 마나가 마시고 있던 열매주의 병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타케루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그 많은 열매주 중에서 하필이면 포콘 열매를 숙성시킨 열매주를 마셔버린 것이었다.


"타케루.. 나.. 어쩐지 몸이 뜨거워서.."


"자, 잠깐..!! 물부터 마시자..!!"


자신의 앞에서 옷을 벗으려는 마나를 그는 황급히 저지하며 시원한 물을 찾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에로게임 엔딩을 보지못해 이세계에 찾아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전 작품을 마무리짓고 돌아오겠습니다. 22.06.20 35 0 -
30 신뢰와 업적의 차이 22.06.19 44 0 10쪽
29 움직이기 시작한 이교도 22.06.18 15 0 9쪽
» 그 주인공의 일상은 아픔뿐이었다 22.06.17 21 0 9쪽
27 마침내 두 사람은 그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게되었다 22.06.16 20 0 10쪽
26 그 주인공도 히로인도 결국은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22.06.15 29 0 9쪽
25 그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22.06.14 18 0 10쪽
2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22.06.13 20 0 9쪽
23 작전 개시 22.06.12 20 0 9쪽
22 그 주인공은 처음으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22.06.12 17 0 9쪽
21 결성! 아인 구출 동맹! 22.06.11 20 1 9쪽
20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두 장로와 마주치다 22.06.11 19 1 9쪽
19 그 용감했던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22.06.10 35 0 9쪽
18 예상치 못했던 이교도의 접촉 22.06.09 21 0 9쪽
17 마녀의 싸움은 이세계에 재앙을 부른다 22.06.08 20 0 9쪽
16 그 주인공은 변해버린 히로인의 모습에 굳어버렸다 22.06.07 24 0 9쪽
15 그 여왕은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멸망시켰다 22.06.06 23 0 9쪽
1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서 타락했다 22.06.05 27 2 9쪽
13 히로인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위해서 다짐한다 22.06.04 37 2 10쪽
12 가끔은 주인공도 엑스트라에게 격려를 받는다 22.06.03 32 0 9쪽
11 마녀의 각인을 가진 마물을 쓰러뜨리다! +2 22.06.02 52 2 9쪽
10 마녀의 각인이 새겨진 마물 22.06.01 54 1 9쪽
9 죽음을 되돌리기 위한 댓가 22.05.31 28 1 10쪽
8 틀어진 계획과 복잡한 관계 22.05.30 29 1 9쪽
7 이 주인공은 히로인의 눈물을 보고 말았다 22.05.29 48 0 10쪽
6 이 여왕은 개미를 죽일 때도 대포를 쏩니다 22.05.28 45 1 9쪽
5 거부할 수 없는 협박 22.05.27 51 3 10쪽
4 여왕을 알현하다 22.05.26 106 10 10쪽
3 그 에로게임 속 현실은 게임보다 훨씬 잔인했다 22.05.25 70 13 10쪽
2 그 에로게임의 여주인공은 너무도 상냥했다 22.05.22 97 2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