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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에로게임 엔딩을 보지못해 이세계에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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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21 22:41
최근연재일 :
2022.06.19 03:42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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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9
글자수 :
12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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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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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뢰와 업적의 차이

DUMMY

"걱정하지 마. 우리가 노리는 건 네가 아니니까.. 마녀님이 깨어나시는 순간을 네게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줄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들이 노리는 것이 마나의 안에 잠들어 있는 마녀라는 사실을 깨닫고 타케루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아.. 마녀님.. 저런 더러운 육체에 갇혀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실지.."


그 말과 동시에 품 안에서 날카로운 흉기를 꺼내든 타카노부는 혼자서 마나가 잠들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팔다리가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는 타케루는 방 안의 상황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지만 그가 하려는 짓을 예상할 수가 있었다.


"그만 둬!!"


"지금 바로 그 안에서 해방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살갗을 찢는 소리. 피부를 날카로운 날붙이가 박히는 소리가 쉴 틈 없이 울려퍼지면서 타케루는 방 안의 상황이 어떤지 너무나 쉽게 연상되었다.


그렇게 3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머지않아 바닥 위를 구르며 내팽겨쳐진 피가 흠뻑 묻은 흉기. 마나를 끔찍하게 살해한 타카노부는 그녀가 죽었는데도 마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절망에 빠져 소리쳤다.


"마녀님!! 어째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 저희를 구원하고 세계를 깨끗하게 정화해 주십시요!! 마녀님-!!"


이교도들은 마녀가 마나의 육체를 지배하는 조건을 처음부터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 결과 마나는 죽음을 맞이하고 마녀 역시 더 이상 마나의 육체를 지배할 수 없게 된 상황.


이번에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현실에 타케루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마나의 죽음으로 인해 어김없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세계.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타케루의 앞에 벨은 방 안의 풍경을 바라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끔찍하게도 저질렀네. 마녀를 깨우는 방법도 모르면서 무조건 저 아이를 죽일 생각부터 하다니."


"왜.. 왜 마나가 저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마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잖아!!"


그녀가 부조리한 죽음을 맞이한 이 상황이 화가 난 타케루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 질문에 벨은 비슷한 질문으로 답했다.


"바보같은 이야기네. 그럼 코바시가와 타케루. 네가 살던 세계에서 너를 구해준 여자애는 과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죽게 된 걸까?"


"갑자기 여기서 왜 그 이야기가.."


"죽음 앞에 선인이나 악인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야. 언제 어떻게 찾아올 지 모르기 때문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두려워 해. 착한 일을 한다고 더 오래 사는 것도 나쁜 짓을 한다고 더 짧게 사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야."


자신의 이야기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입술을 꽉 깨문 그를 바라보며 벨은 아주 잠깐이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 선택의 시간이야.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 저 붉은 문을 열고 돌아가. 물론 이번에도 패널티는 존재하니까 그 점은.."


타케루는 벨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이미 붉은색 문을 열고 마나가 살아있는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갔다.


그 결과 껍데기가 되어버린 지금의 세계는 서서히 붕괴되어가기 시작했고 벨은 타케루의 선택에 만족한 듯 웃으며 사라져버렸다.


"소이치 님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도록 나도 돕고 싶어. 그렇지, 타케루?"


그가 다시 돌아온 시간대는 이제 막 숙박시설에 도착해 카즈마가 소이치 경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떠나려던 순간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마나를 혼자 보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번에도 똑같은 대답을 하게되었다.


"미안. 나는 조금 지쳐서 쉬고 싶다고 할까.."


"그.. 그래..? 응.. 알았어.."


역시나 이번에도 아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타케루는 가슴이 아파왔다. 그렇게 마나가 마차에 오르자마자 타케루는 조심스레 카즈마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기 전에 잠깐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일부러 마나가 마차에 오르고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부탁에 카즈마는 그 이야기가 마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임을 깨닫고 잠시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사뭇 진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카즈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교도에 대해서 혹시 알고 있어?"


그의 입에서 이교도가 언급되자 이제껏 차분했던 카즈마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교도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아. 아무리 마나를 도와준 너라도 괜한 오해를 받게 되면 내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질 테니까."


"내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중요한 이야기야. 오늘 밤 이교도가 마나를 노리고 이곳을 습격해 올 거야."


당연하지만 카즈마는 그의 말을 순순히 믿어주기가 어려웠다.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까지 마법 학회에서도 마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임을 밝힌 바가 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이교도가 스스로 자신의 도시에 나타나 마나를 습격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뜬금없기 때문이었다.


"이봐, 타케루. 여기는 내가 관리하고 있는 도시야. 수상한 자는 애초부터 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검문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그 역시 마차를 타고 베로티아로 들어올 때 입구에서 무장한 경비병들이 검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교도들은 어떻게 이곳 베로티아에 아무런 소란도 일으키기 않고 들어올 수 있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던 타케루는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타카노부.."


"뭐?"


"타카노부가 이교도 사이에 같이 있었어..!! 그 녀석이라면 경비의 검문을 받지 않고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잖아!!"


자신이 보았던 모든 것을 열심히 설명하는 타케루였지만 결정적으로 그 증언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었다.


쿠로다 타카노부는 미카 여왕에게조차 신뢰를 받아 영주 시험을 치뤘던 귀족가문의 장남. 그런 그를 증거도 없이 이교도라고 주장하는 건 본래 귀족을 모욕한 죄로 감옥에 수감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이번만은 못 들은 걸로 해줄게. 두 번 다시는 그런 위험한 발언은 하지 마."


"진짜야..!! 녀석이 오늘 밤 이교도를 데리고 와서 마나를 죽이려고 할 거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타케루의 목을 겨누며 카즈마는 처음으로 살기를 드러낸 채 검을 뽑았다.


"내가 지금 너를 못 죽일 거라고 생각해서 귀족을 모욕하는 거라면 큰 착각이야, 타케루. 이건 부탁이 아닌 경고야. 다시는 그를 모욕하는 발언을 하지 마."


아무리 열심히 외쳐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타케루는 주먹을 꽉 쥐며 숙박시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교도의 신도중 한 명인 전과 똑같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또 다시 같은 방에 오게 된 타케루는 제일 먼저 준비되어 있던 열매주를 모두 배수구로 흘려보냈다.


모든 열매주에 강력한 수면제가 들어있다는 타카노부의 이야기에 그 나름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었다.


그리고 마나가 돌아올 때까지 잠들지 않는 것.

열매주는 모두 버렸지만 그들이 마나를 죽이기 위해서 또 어떤 함정을 준비해 놨을지 모르기에 타케루는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다른 숙박시설로 장소를 옮길 예정이었다.


그 뒤로 어느덧 11시간이 지나 밤이 되어서야 드디어 마나가 방으로 돌아왔고 타케루는 금방이라도 피로가 쌓여 잠이 들어버릴 것 같았다.


"타케루..? 아직 안 자고 있었어..?"


희미하게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자신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마나의 손을 그는 다짜고짜 잡아끌었다.


"자, 잠깐.. 타케루..! 어디 가는 거야..!"


"여기서 벗어나야 돼.."


"벗어나다니..? 부탁이니까 제대로 설명을.."


넓은 복도를 걷는 동안 그는 한 번도 마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다소 강제적일지라도 이 방법만이 마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발 그만해, 타케루..!"


마나는 처음으로 먼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오늘 타케루 이상해.. 카즈마한테 들었어.. 타카노부님이 이교도라는 위험한 발언을 했다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타카노부가 쌓아올린 그간의 업적들에 비해 그는 무엇하나 자신의 신뢰를 증명할 수가 없었다.

설령 이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있다고 한들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타케루에게는 없었다.


그저 마나를 살리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이렇게 필사적일 뿐인데도 자신을 믿어줄 거라 믿었던 마나 본인조차 점점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돌아가자..? 타케루 제대로 잠도 못 잤지..? 분명 피곤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돌아가서 푹 자면.."


결국 그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마나를 외면하고서 홀로 단검을 쥐고 숙박시설 밖으로 걸어나왔다.


마나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그들이 마나가 있던 방으로 찾아올 때까지 그 어떤 소란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했으니.


타케루는 혼자서 그들을 붙잡아 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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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전 작품을 마무리짓고 돌아오겠습니다. 22.06.20 35 0 -
» 신뢰와 업적의 차이 22.06.19 45 0 10쪽
29 움직이기 시작한 이교도 22.06.18 15 0 9쪽
28 그 주인공의 일상은 아픔뿐이었다 22.06.17 21 0 9쪽
27 마침내 두 사람은 그 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게되었다 22.06.16 20 0 10쪽
26 그 주인공도 히로인도 결국은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22.06.15 29 0 9쪽
25 그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22.06.14 18 0 10쪽
2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22.06.13 20 0 9쪽
23 작전 개시 22.06.12 20 0 9쪽
22 그 주인공은 처음으로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22.06.12 17 0 9쪽
21 결성! 아인 구출 동맹! 22.06.11 21 1 9쪽
20 엘든 포레스트 국가의 두 장로와 마주치다 22.06.11 20 1 9쪽
19 그 용감했던 기사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22.06.10 35 0 9쪽
18 예상치 못했던 이교도의 접촉 22.06.09 21 0 9쪽
17 마녀의 싸움은 이세계에 재앙을 부른다 22.06.08 20 0 9쪽
16 그 주인공은 변해버린 히로인의 모습에 굳어버렸다 22.06.07 24 0 9쪽
15 그 여왕은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멸망시켰다 22.06.06 23 0 9쪽
14 그 히로인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서 타락했다 22.06.05 27 2 9쪽
13 히로인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위해서 다짐한다 22.06.04 37 2 10쪽
12 가끔은 주인공도 엑스트라에게 격려를 받는다 22.06.03 32 0 9쪽
11 마녀의 각인을 가진 마물을 쓰러뜨리다! +2 22.06.02 52 2 9쪽
10 마녀의 각인이 새겨진 마물 22.06.01 54 1 9쪽
9 죽음을 되돌리기 위한 댓가 22.05.31 28 1 10쪽
8 틀어진 계획과 복잡한 관계 22.05.30 29 1 9쪽
7 이 주인공은 히로인의 눈물을 보고 말았다 22.05.29 48 0 10쪽
6 이 여왕은 개미를 죽일 때도 대포를 쏩니다 22.05.28 45 1 9쪽
5 거부할 수 없는 협박 22.05.27 51 3 10쪽
4 여왕을 알현하다 22.05.26 106 10 10쪽
3 그 에로게임 속 현실은 게임보다 훨씬 잔인했다 22.05.25 70 13 10쪽
2 그 에로게임의 여주인공은 너무도 상냥했다 22.05.22 98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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