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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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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04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10.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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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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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7쪽

악인곡(惡人谷)(7)

DUMMY

한 시진 전.


상관금천 일행이 기동우의 안내로 수련동에 막 도착했을 때 제갈승이 돌연 수련동 진입을 막아섰다.

제갈승이 현무칠협을 향해 말했다.


“당장에 동굴 안으로 본대 전체를 진입하기보단 정찰대를 편성해 이 자의 뒤를 따르게 함이 옳은 듯합니다.”


말에 일리가 있어 상관금천이 제갈승의 뜻을 따르려는데, 기동우가 반박했다.


“해가 떨어진 지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저를 아직 못 믿으시는 건 이해합니다만,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습니다. 이지상과 그의 부하들이 벌써 수련동 안으로 진입해 샛길을 통해 악인곡을 빠져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정찰대 수준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후현이 기동우의 편을 들었다.


“대사형, 이 상황에 뭐가 두려워서 정찰대를 따로 편성해 시간을 낭비한단 말입니까. 설사 이 친구가 우리를 함정으로 이끈다고 해도 우리 인원이 이백이 넘습니다. 하물며 형제들도 있지 않습니까?”


제갈승이 급히 다시 입을 열려는 데 상관금천이 여유로운 미소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제갈 공자, 당신의 신중함은 언제 어디서나 빛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소. 하후현 말마따나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요. 최대한 빨리 수련동을 장악해 이지상 일행의 퇴로를 차단해야 하오. 부하들에게 당장 수련동 진입 명령을 내리도록 하시오.”


제갈승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 제갈승. 가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제갈세가와 상관세가의 무사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수련동 안으로 들어가 동굴을 장악한다!”

“존명!”


그렇게 상관금천이 이끄는 이백 인의 무사들이 수련동 안으로 진입했다.

수련동은 생각보다 깊어서 내부 깊숙한 곳에 다다를 때까지 한참의 시간이 소요됐다.

동굴은 어느 순간부터 폭이 급격히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샘이 있는 중심부에 다다랐을 땐 이백 무사 모두를 수용할 만큼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샘 근처에서 짧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기동우가 제갈승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곳 동서남북 사방에 사람이 들어가 숨을만한 작은 석굴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땅굴과 연결돼 있는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릅니다. 인원을 조 단위로 편성해 각각의 석굴을 미리 장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알겠소.”


제갈승은 즉시 무사들을 열 명씩 한 조로 편성해 석굴을 살피게 했다.

상관금천도 그의 아우들에게 제갈승을 도우라 명령했다.

하후현, 이도진, 이불범, 정청하가 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무사들과 함께 나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북쪽으로 향했던 일단의 무사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도진이 합류했던 조였다.

석굴 안으로 들어갔던 무사들이 먼저 무언가로부터 습격을 당했고, 그것을 도우러 진입한 이도진이 사람의 얼굴을 한 네 발 달린 괴물들 사이에 고립됐다.

위험을 느낀 이도진이 석굴을 탈출하려는 데 퇴로를 막고 있던 한 가닥 잿빛 영기(靈氣)와 마주했다.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그것이 이도진에게 이상한 질문을 해댔다.


“나는 싸움이 좋다. 너도 싸움을 좋아하느냐?”

“···너, 너는 누구냐?”

“나? 나는 싸움의 신 도올(檮杌)이라고 한다. 삼십 년 전 무림맹 놈들에게 육체를 갈기갈기 찢긴 후 지금 이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나를 담아 낼 그릇을 만날 순간 말이다. 하하, 잘 빚어진 그릇이여. 아가리를 벌리고 나를 받아들여라. 그게 네 운명일지니 너는 이후로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영기가 단숨에 도진의 벌어진 입속으로 침투했다.

도진이 저항했지만, 물리적 형상이 없는 그것을 막아낼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영기가 도진의 단전에 자리 잡더니 경맥을 통해 뇌까지 침투했다.

도진이 양팔을 넓게 벌린 채로 허공으로 둥실둥실 떠올랐다.

눈동자가 희멀건 탁해지더니 전신에서 굵고 빳빳한 털이 돋아나고 어금니와 송곳니가 입 밖으로 자라났다.

근육이 팽창하고 기골이 두 배 가까이나 성장했다.

도진이 다시 땅에 내려섰을 땐 그의 모습은 사람의 얼굴을 한 멧돼지 괴물이 되어 있었고 그의 영혼은 몸속 어딘가에 영원히 갇혀 버렸다.

도진의 육체를 장악한 도올이 무사들의 시체를 먹어치우고 있는 괴수들에게 말했다.


“당장 나가서 적들을 처리해라.”


요시들이 석굴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게 첫 신호였다.

동굴 안 모든 석굴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이 빠져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무칠협 중 이불범도 이도진과 마찬가지로 도철(饕餮)이란 영기에게 몸을 장악당해 괴물로 변했다.

도철 역시 도올처럼 멧돼지와 비슷한 형상을 했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머리에 뿔이 달리고 양쪽 손과 발에 굽이 있다는 점이었다.

도철과 도올이 이끄는 괴물들의 습격에 상관금천이 이끄는 무사들의 진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던 기동우가 그의 부하들과 함께 도망친 것도 이때쯤이었다.

기동우와 부하들은 괴수들을 피해 북서쪽 끝자락에 있는 수련동 출구에 도착했다.

그곳에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순백의 망건을 머리 위로 뒤집어쓴 늙은 비구니였다.

그녀가 기동우를 향해 엷게 미소하더니 손바닥을 펼쳐 검은색 단약 하나를 내보였다.

기동우가 비구니에게서 그것을 받아 들며 다급히 물었다.


“아니 왜 해약이 하나밖에 없습니까?”


비구니는 대답 없이 계속 웃기만 했다.

묘하게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기동우가 슬며시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을 돌아봤다.

부하들의 눈은 해약에 꽂혀있었고 살기가 등등했다.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칼을 뽑았다.

부하들보다 기동우의 칼이 약간 더 빨랐다.

다섯 중 넷이 기동우의 칼에 맞아 죽고, 한 명만이 살아서 수련동 안으로 도망쳤다.

기동우가 비구니를 돌아보며 황급히 물었다.


“이걸 먹으면 진정 몸속에 있는 갈충(蝎蟲)을 녹여낼 수 있는 거지요? 맞지요?”


비구니가 말없이 양손을 모으더니 눈을 감고 요사스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맘 같아선 당장에 그녀를 베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기동우는 그럴 수 없었다.

얼마 전이었다.

기동우와 그의 부하들은 주군 당지위로부터 나효에게서 마심아를 뺏어오라는 명령을 받고 수련동에 침입했다.

기동우는 마심아가 백의서생에 의해 지상에게 돌아간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다.

이후 수련동에 침입했던 그들은 오히려 마인들에게 붙잡혔고 각자의 몸속에 갈충이라는 벌레의 알이 심어졌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몸속에서 성충으로 자라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일.

벌레가 성충이 되면 몸속 장기를 모조리 파먹고 몸을 뚫고 나온다 했다.

기동우와 그의 부하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인들의 요구대로 상관금천을 이곳으로 유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고민 끝에 수중에 들어온 단약을 입에 넣고 꿀꺽 삼켰을 때였다.

아까 살아남은 부하가 도망친 방향에서 부하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 그의 부하를 베고 기동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제갈승과 그의 부관들이었다.

기동우가 표창 대여섯 개를 꺼내 진기를 주입한 뒤 적들을 향해 사납게 내던졌다.

그리곤 단숨에 수련동 밖으로 도망쳤다.

제갈승의 부하 중 일부가 표창에 적중당해 쓰러졌다.

제갈승이 미칠 듯 대노하며 기동우를 쫓아 수련동 밖으로 튀어나갔다.

산길을 한참을 내달리던 기동우가 더이상 적을 따돌리기 힘들다고 판단했던지 돌연 몸을 돌려 추격자들과 칼을 나눴다.

제갈승이 그의 판관필을 꺼내 들고 기동우의 칼에 맞섰지만, 막상 부닥치고 보니 그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었다.

제갈승이 아차 싶었다.

부지불식간, 제갈승의 부하들이 기동우의 칼을 맞고 모조리 쓰러졌다.

기동우가 비릿하게 웃으며 제갈승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 정도 무위로 나를 쫓다니··· 어리석은 놈.”

“이 개자식아. 감히 상관가와 제갈가를 적으로 돌리고도 무사할 듯싶으냐?”

“멍청한 놈, 내가 너희를 지옥으로 내몬 사실을 강호의 누가 알겠느냐. 너희는 오늘 밤이 지나기도 전에 전부 괴물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터인데. 하하하, 죽어라, 이 병신같은 놈아.”


기동우가 칼을 휘둘러 제갈승의 판관필을 날려버리고는 그의 몸을 마구마구 짓밟았다.

제갈승이 칼날만 있는 얇은 비수를 꺼내 기동우의 인중을 향해 날렸지만, 기동우가 좌수로 파리 잡듯 비수를 낚아채 버렸다.

기동우가 비수로 장난치듯 턱수염을 깎았다.

그가 쓰러져 신음하는 제갈승을 잠시 바라보다가 귀찮다는 듯 비수를 제갈승의 인당혈(印堂穴)을 향해 던졌다.

순간 어디선가 한 줄기 지풍(指風)이 날아들었다.

바람에 강타당한 비수가 저 멀리 날아가 나무에 깊숙이 처박혔다.

놀란 기동우가 몸을 돌려 상대를 바라보기도 전에 한 줄기 광풍이 더 그에게 불어닥쳤다.

누군가 바로 코앞까지 날아와 허공에 뜬 채로 기동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해진 기동우가 전신을 파고드는 차가운 한기 속에 그 사람을 올려다봤다.

백색 서광에 뒤덮인 그자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기동우가 갑자기 눈이 하얗게 뒤집힌 채로 털썩 무릎 꿇었다.

백의서생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섰다.

그가 우수를 뻗어 기동우의 늑대 가죽조끼와 단삼을 한꺼번에 북, 찢어발기더니 아직 그의 염통 근처에서 꿈틀거리는 갈충의 애벌레를 찾아냈다.

백의서생이 검지와 중지로 애벌레를 누르고 진기를 주입하자 벌레가 즉시 죽음을 맞이했다.

서생이 다시 좌장으로 기동우의 단전을 가볍게 내리치자, 기동우가 입 밖으로 검은 핏덩이와 함께 반쯤 녹아내린 단약을 뱉어냈다.

기동우의 눈빛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자신이 먹은 게 해약이 아니라 극약이었단 사실을 파악한 기동우가 백의서생 앞에 엎드려 아뢨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백의서생이 낭랑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기동우.”


기동우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백의서생을 올려다봤다.


“네, 어르신.”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말해 보아라.”

“···처, 천마님입니다.”

“맞다. 나는 천마다. 그리고 내가 오늘 기동우 네 목숨을 살린 이유는 네 주인인 당지위에게 내 뜻을 전하고자 함이다.”

“말씀해주소서. 반드시 주인께 어르신의 뜻을 전달하겠습니다.”

“당지위에게 이렇게 말해라. 나를 방해한 행위, 이번 한 번은 용서하지만, 다음은 없다고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가봐라.”


기동우가 몸을 일으키더니 쏜살같이 줄행랑쳤다.

백의서생이 이번엔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제갈승 앞에 멈춰섰다.

제갈승이 꿀꺽 침을 삼키며 백의서생의 고아(高雅)한 옥면(玉面)을 올려다봤다.

한데 백의서생은 제갈승을 짧게 일별하고는 그를 지나쳐 수련동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제갈승이 벌떡 일어나, 백의서생에게 부르짖었다.


“천마님! 천마님!”


백의서생이 걸음을 멈췄다.

제갈승이 무릎걸음으로 땅을 기어가 백의서생의 바짓자락을 붙들었다.

제갈승이 천마에게 울먹이며 애원했다.


“저를, 이 미천한 축생을 제자로 받아주시면 안 됩니까?”


천마가 실소하며 말했다.


“왜? 왜 내가 그리해야 하지?”

“저를 살려주신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하하, 아무 의미 없이 한 일이다. 길을 지나다 걷어찬 돌에 네가 우연히 목숨을 구했을 뿐이니 유념하지 말아라.”

“그렇더라도, 그렇더라도 제자로 받아주시면 안 됩니까?”


천마가 섬섬옥수를 뻗어 제갈승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가 쪼그리더니 제갈승에게 물었다.


“하면 제갈승, 나를 위해 네 형을 죽일 수 있겠느냐?”

“네?”

“나를 위해 너와 가까운 모든 이를 죽일 수 있겠느냐?”

“······.”

“그 정도 결의도 없이 내 제자가 되기를 바란단 말이냐? 하하하, 하하하하하.”


천마가 일어나 사뿐사뿐 수련동 쪽으로 향했다.

제갈승은 순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천룡회 선거 기간 그가 느꼈던 굴욕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 어떤 것도 그의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었다.

그 이유를 제갈승은 너무도 잘 알았다.

그가 가진 명석한 두뇌에 비해 무공이 터무니없이 약해서였다.

자신보다 멍청한 놈들 밑에 있어서였다.

만일 그가 천마의 제자가 되어 그의 무공을 전수받는다면 세상은 그의 것이 될 터였다.

세상 그 누구도 더는 자신을 깔보지 못할 것이었다.

결심한 제갈승이 천마를 향해 외쳤다.


“죽일 수 있습니다.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제 형을, 제 주변에 있는 모든 이를 죽일 수 있습니다.”


천마가 걸음을 멈췄다.



*



지상이 주저앉은 채 몸속에 들어온 차가운 칼날을 느꼈다.

환생 후 이 정도로 심하게 다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숨이 가빠왔다.

음영신공의 가공할 치유력을 기대했지만, 웬일인지 혈기가 반응하지 않았다.

수련동 안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사스러운 기운이 그의 힘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종소리 때문인 것 같았다.

흡혈이 아예 되지 않았다.

흡혈이 되지 않으면 치유도 불가능했다.

부하들은 죽기 살기로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그토록 서글플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청하조차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한때 자신의 사형이었던 괴물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전멸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상관금천은 나효 하나를 상대하기도 벅찬 상태였고, 모두의 앞에서 가장 험하게 싸우고 있는 추문강은 전신이 괴물에게 물어뜯겨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양건도 마찬가지였고, 이주와 마상춘도 비슷한 상태였다.

악법웅은 한 떼의 제갈세가 무사들과 뒤섞여 근처 석굴 속에 피해있었다.

그 와중에 하후현이란 놈은 호시탐탐 지상의 목을 노리고 있었고, 소 씨 부부는 소식이 없었다.

정청하가 진매검으로 돌진하던 강시의 목을 베어낸 뒤 추문강에게 물었다.


“이봐요, 무슨 방법 없어요? 이러다 다 죽겠어요.”

“시발, 지금 내 꼬라지 안 보이요?”


추문강이 험하게 짓쳐들어오는 도올의 손날을 피해 땅바닥을 데구루루 구르며 대답했다.

순간 땅속에서 강시들이 솟아 나와 그의 두 다리를 붙들었다.

추문강이 칼을 휘둘렀으나 강시의 수가 너무나 많았다.

그가 강시들에게 질질 끌려갔다.

정청하가 매화표(梅花飄)를 날려 강시들에게 적중시켰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순간 도올의 칼날과도 같은 손날이 청하를 덮쳤다.

청하가 광풍신법을 펼쳐 손날을 피해낸 뒤 뒤편에서 다소 여유롭게 요시들을 상대 중인 하후현에게 외쳤다.


“사형, 저 사람 좀 도와줘요!”


하후현이 추문강을 힐끔 돌아보더니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 이주가 돌진하듯 달려가 강시들에게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그녀가 강시들에게 험한 욕을 해대며 추문강을 부축해서 뒤로 물러났다.

힘겹게 다시 일어선 추문강이 강시들을 향해 허우적 칼을 휘두르는데 바람처럼 쇄도해온 도철이 그와 이주를 연달아 뿔로 들이받았다.

날아간 이주와 추문강이 천정에서 길게 내려온 석주들을 모조리 부러뜨리며 동굴 벽과 강하게 충돌했다.


“크어어억.”

“카흑, 시푸랄.”


순간 벽에서 튀어나온 강시들의 손이 두 사람을 붙들었다.

도철이 입맛을 다시며 두 사람을 바라보는 데 마상춘이 달려와 도철의 등에 단도를 꽂아 넣었다.

한데 도철의 가죽이 너무 두꺼워 단도가 중간에 부러졌다.

도철이 격노하며 휘두른 팔에 마상춘이 광대를 처맞고 멀리 나가떨어졌다.

마상춘 역시 땅속에서 튀어나온 강시들의 손에 몸이 붙들렸다.

그때 어디선가 양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땅바닥에 쓰러진 그의 몸 위로 수많은 요시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양건이 산채로 뜯어 먹히고 있었다.

강시들에게 붙들린 추문강이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며 양건을 애타게 불렀다.


“양건! 양건!”

“형님! 저 좀 사, 살려 으아아아아아아악――.”


보다 못한 지상이 몸에 박힌 칼을 뽑아냈다.

어마어마한 피가 옆구리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지상이 비틀비틀 달려가 막아서는 요시들을 쌍 단검으로 썰고 양건을 구해냈지만, 양건은 이미 머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지상이 충격에 휩싸인 사이 요시 하나가 1척이 넘는 꼬리로 그의 다리를 때리고 달아났다.

지상이 벌러덩 자빠졌다.

양건을 먹어치운 요시들이 히이이야아―― 소름 돋는 소리를 내지르며 쓰러진 지상을 향해 폭주하듯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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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인곡(惡人谷)(7) 23.10.08 289 5 17쪽
59 악인곡(惡人谷)(6) 23.10.06 26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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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악인곡(惡人谷)(3) 23.10.03 277 6 15쪽
55 악인곡(惡人谷)(2) 23.10.02 301 6 19쪽
54 악인곡(惡人谷)(1) 23.09.30 318 8 12쪽
53 기린아 당지위(唐志偉)(2) 23.09.29 313 6 15쪽
52 기린아 당지위(唐志偉)(1) 23.09.28 348 5 13쪽
51 밀정(密偵)(3) 23.09.27 318 6 14쪽
50 밀정(密偵)(2) 23.09.26 319 6 18쪽
49 밀정(密偵)(1) 23.09.25 340 7 13쪽
48 대운종(大雲宗)(4) 23.09.23 393 6 16쪽
47 대운종(大雲宗)(3) 23.09.22 349 5 15쪽
46 대운종(大雲宗)(2) 23.09.21 374 6 14쪽
45 대운종(大雲宗)(1) 23.09.20 416 7 13쪽
44 탁단봉(卓丹峰)의 심장(4) 23.09.19 381 8 19쪽
43 탁단봉(卓丹峰)의 심장(3) 23.09.18 404 8 15쪽
42 탁단봉(卓丹峰)의 심장(2) 23.09.18 414 7 19쪽
41 탁단봉(卓丹峰)의 심장(1) 23.09.15 446 6 17쪽
40 무림맹주 여불선(余不善) 23.09.14 439 6 19쪽
39 혈화문(血華門) 23.09.13 424 6 15쪽
38 추석 23.09.12 408 6 15쪽
37 매화검수(梅花劍手) 채인하(蔡刃昰) 23.09.11 420 6 19쪽
36 흥정(2) 23.09.09 430 9 16쪽
35 흥정(1) 23.09.08 511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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