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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도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이화영
작품등록일 :
2023.07.31 18:04
최근연재일 :
2023.12.30 10:4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44,843
추천수 :
659
글자수 :
649,521

작성
23.09.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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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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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6쪽

대운종(大雲宗)(4)

DUMMY

지상이 문득 사원 아래 밀림을 내려다봤다.

약 1 마장 거리에서 넓게 퍼져 올라오는 횃불들이 보였다.

상당한 수의 인마와 사람들이었다.

높이 보이는 깃대 위로 은빛 금강석이 수 놓인 검은 깃발이 나부꼈다.

금강상단이었다.

다시 지척에서 탁단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상··· 제발···.”


지상이 한숨을 내쉬며 땅으로 착지했다.

그의 등에 돋아났던 뼈날개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지속시간이 다 되기도 했고, 주변에 흡혈할만한 먹잇감이 더이상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때 마심아가 지상의 품 안에서 눈을 떴다.

그녀가 눈꺼풀을 깜박이며 물었다.


“지상님···?”

“깼소?”

“어, 어떻게 된 거죠? 지상님이 왜 여기?”


지상이 미소하며 그녀를 내려주는데 돌연 마심아가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탁 오라버니!”


마심아가 영혼 상태의 탁단봉을 발견한 것이다.

탁단봉이 부르짖었다.


“심아, 심아야! 오라버니 좀 구해다오. 이지상한테 부탁해서 이 오라버니를 구해다오!”

“오라버니, 어찌 된 일이에요? 오라버니가 왜 그런 모습으로 있어요? 지상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지상은 뭐라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잠자코 있던 즉신불이 짜증이 났던지 촉수를 뻗쳐 탁단봉의 머리를 둘둘 휘감으려 했다.

하지만 육체가 없는 그의 영혼을 물리력으로는 제압할 수 없었다.

탁단봉이 즉신불에게 말했다.


“날 놔줘, 어서 날 풀어주라고!”


즉신불 우측에 있던 요성이 입에 들어갔던 촉수를 토해내며 비웃듯 말했다.


“멍청아, 그가 널 어떻게 놔주겠냐. 네 심장이 바로 그의 심장인데. 하하하, 하하하하.”


근처에 있던 촉수가 몸을 꼿꼿이 세워 요성의 따귀를 찰싹, 찰싹 후려쳤다.


“그만둬, 그만 때리라고!”


촉수가 움직임을 멈췄다.

즉신불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검은 입술을 달싹였다.


“한때 천하를 발아래 두었던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후, 어서 저 이지상이란 녀석을 죽이고 마심아를 취해야 내가 그나마 무림 후배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구나. 자, 덤벼라. 꼬맹아. 이 어르신께서 네게 한 수 가르쳐 주마.”


지상은 선뜻 검을 뽑지 못했다.

일전의 탁단봉 때가 기억난 것이다.

그때처럼 마심아를 홀로 내버려 뒀다가 또 무슨 사달이라도 발생하면 그땐 정말 후회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금강상단 사람들이 올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였다.

대치 중인 즉심불과 이지상 앞에 뜻하지 않은 남자가 출현했다.

백의서생이 아니었다.

그는 자색이 함유된 고급스런 붉은색 바람막이를 펄럭이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와 커다란 매부리코, 엷고 가느다란 입술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 적의(赤衣) 사내는 눈빛에 탐욕이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천박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적멸보궁 뒤편에서 당당히 걸어 나온 당지위가 이지상과 즉심불을 향해 공수를 높이 들어 보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두 영웅 나으리. 저는 사천당가의 당지위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녀석의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보궁 앞마당이 난리가 났다.

요성이 당지위를 향해 침까지 튀기며 악을 바락바락 내질렀다.


“당지위, 이 간악한 녀석아. 여태 어디 숨었다가 이제야 나타나느냐. 의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개자식아.”


탁단봉의 영혼이 합세했다.


“지상 문주, 바로 저자가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오. 당장 저자를 처단해 주시오!”


마심아가 옥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말했다.


“지상님, 저 사람이 저를 보호하려고 무림맹에서 파견 나온 진신민과 곽진예라는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자에요.”


지상이 손을 뻗어 마심아의 눈물을 훔쳤다.

즉심불이 당지위를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마침내 사천가에도 인물이 하나 태어났군. 당지위 그리 떨지 마라. 내 모두 기억하고 있으니. 네가 내 부활에 도움을 주었단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해서 난 네가 저자와 나의 일전을 가로막은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려 한다.”


당지위가 헛기침을 몇 차례 내뱉고는 모두를 향해 다시 말문을 열려던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부서진 천왕문 안으로 들어섰다.

추문강과 금강상단의 탁지엽 대인,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장족 임 씨였다.

한데 진문에서 아들의 주검을 발견하고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던 탁 대인은 당장 즉심불의 몸과 합체된 아들의 영혼을 보자 정신이 혼미해져 몸을 뒤로 쓰러뜨렸다.

아비를 본 탁단봉이 안타깝게 울부짖었다.


“아버지! 아버지!”


탁 대인의 부하들이 기절한 탁 대인을 수습하는 사이 추문강이 성큼 걸음으로 지상에게 다가왔다.


“이게 뭔··· 요사스러운 장면이냐.”

“그러게 말이다. 문강아, 네가 일단 마심아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좀 가 있어라.”


마심아가 단호히 말했다.


“아니에요. 저는 지상님 곁에 있겠어요. 탁 오라버니 곁에 있겠어요. 저를 제발 내치지 말아주세요. 지상님!”


그때 당지위가 군중을 향해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마심아 소저를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두 영웅분께서 제 말을 끝까지 경청해주신다면 이곳에서 더이상의 혈전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지상이 당지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알랑방귀 따윈 그만두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라. 어설프게 협잡질할 생각일랑 일찌감치 접어두고.”

“하하하, 지상 문주. 내가 누구 앞이라고 잔꾀를 부리겠소. 그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소. 모든 사람이 이번 사태의 원흉으로 나를 지목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오. 또한 두 영웅분도 나와 생각이 일치할 것으로 판단하오.”


즉신불이 짧게 탄식하며 말했다.


“당지위 너는 지금 아까 그 백의서생 얘기를 꺼내고 싶은 것이냐?”


당지위가 고개를 무겁게 주억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한데 그 얘기를 하자면 일단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두 달 전, 아미파의 정화사태(情火師太)가 대운종을 찾아왔습니다. 한데 요성도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 밀교와 아미파 사이에는 이전까지 그 어떤 친분도 없었습니다.”


당지위가 숨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시 정화사태가 말하기를 즉신불의 부활을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인간 공양이 아니라 특정인의 심장이 필요하다 하였습니다. 즉신불님의 사주와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의 심장 말입니다.”


마심아가 황급히 물었다.


“그게 탁 오라버니였단 말인가요?”

“그렇소, 소저. 처음엔 우리도 비구니의 말을 믿지 않았소. 해서 우리는 장족 젊은이들을 부추겨 탁단봉에게 도움 요청을 하게 만들었소. 탁단봉은 몰랐지만, 그가 사원을 방문했을 때 나는 은밀히 그에게서 피 몇 방울을 채취했소.”


탁단봉이 낮게 신음했다.


“효과가 있었소. 즉신불님이 그 피에 즉각 반응했소. 여지껏 아이들을 향한 강렬한 식욕만이 존재했던 그에게서 이지가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요.”

“···흠.”

“요성과 나는 너무도 기뻤기에 비구니가 우리에게 왜 그런 중요한 얘기를 해준 건지, 그것에 대한 궁금증보단 당장에 탁단봉을 처치할 방법에만 매달리게 되었소. 알다시피 탁단봉은 금강상단의 중요 인물이고, 금강상단은 우리의 주 수입원이라 우리에겐 명분이 필요했소.”

“결국 성공했군.”


당지위가 냉소하는 지상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보시다시피 즉신불님은 불안전한 육체를 갖게 되었소.”


즉신불이 날카로운 어조로 당지위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내 저 여인을 취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저 여인만 취하면 난 예전의 완벽한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당지위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역시 함정일 것 같습니다.”

“뭐라?”

“제가 비구니 얘기를 꺼낸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두 달 전 저희를 찾아온 비구니는 아까 그 백의서생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게 분명합니다. 만일 즉신불님이 이지상과 마심아를 두고 일전을 벌인다면 그 역시 그 백의서생의 농간에 놀아나는 꼴입니다.”


지상이 물었다.


“당지위, 백의서생이 천마라고 생각하오?”


즉신불이 즉각 노해서 소리쳤다.


“처, 처, 처, 처, 카으으으으윽.”


당지위가 즉신불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거의··· 아까 그가 펼친 신법만 봐도 당대 무림에서 그 같은 신법을 펼칠 수 있는 자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소. 무림맹주 여불선과 소림의 공허대사, 검성(劍聖) 민적안(閔赤眼), 이 세 사람만이 오직 그 같은 신법을 펼칠 수 있소. 한데 내가 보기에는 그 백의서생이란 자는 절대 그들에게 무공에서 밀릴 것 같지가 않소.”


즉신불이 모처럼 끄덕이며 말했다.


“같은 생각이다. 그자가 바로 처, 처, 처··· 제기랄.”


지상이 물었다.


“그래서 당지위, 결론이 무엇이오?”


당지위가 일순 지상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가 마심아와 탁단봉의 영혼을 번갈아 바라본 뒤 지상에게 말했다.


“이지상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오. 나효가 보유한 불사의 능력을···.”

“잘 알고 있소.”

“그것을 이용하면 어쩌면 탁단봉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오.”


마심아와 탁단봉의 영혼이 동시에 격한 탄성을 내뱉었다.

저만치서 몸을 추스르고 있던 탁지엽 대인도 헐레벌떡 몸을 일으켰다.

당지위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나효가 숨은 곳이 어딘지 알고 있소.”


추문강이 지상에게 말했다.


“지상아, 우린 나효를 잡으러 갈 여력이 없어. 천룡회 선거에 집중해야 해.”


당지위가 미소하며 말했다.


“나효는 내가 잡아다 들이겠소. 또 그편에 탁단봉의 심장도 같이 가져다줄 거요. 그러니 그때까지 탁단봉의 시체를 염을 하던지, 아니면 얼리던지해서 부패하지 않게 잘 보관하고 있으시오.”


지상이 물었다.


“당지위, 그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이득은 뭐요?”

“이지상, 당신이 이번 일을 우리 측의 승리로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나 주면 그것으로 족하오.”


당지위가 그리 말하면서 즉신불을 향해 한쪽 눈을 깜빡여 보였다.

즉신불이 무슨 말을 내뱉으려다가 천천히 검은 입술을 다물었다.

지상이 다시 물었다.


“고작 머리띠 하나 얻으려고 그 힘든 일을 각오한다? 나효가 무슨 동네 개도 아니고, 근거가 많이 빈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당지위가 뒷짐 진 채 끄덕였다.


“전혀 빈약하지 않소. 내가 그리 하는 건 머리띠 때문이 아니라 천마를 견제하기 위해서니까.”


지상과 즉신불이 빠르게 눈을 마주쳤다.

당지위가 말을 이었다.


“천하제일인. 자고로 인세에 한 번 태어나 영웅으로 살다 가는 자들이 한 번쯤 꿈꾸는 호칭이지요. 즉신불님도 마찬가지고 이지상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요.”


지상이 표연히 대답했다.


“나는 아니요.”

“하하, 설사 본인이 부인한다 해도 주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소. 그리고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요. 나는 천하의 패권을 거머쥐고 싶소.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요. 우리 공동의 적 천마를 해치운 다음에야 우리가 비로소 그 길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오. 이게 바로 내가 두 영웅의 일전에 개입한 이유요.”


당지위가 물러나 즉신불 곁에 섰다.

지상이 의문 섞인 눈길로 당지위에게 물었다.


“탁단봉의 심장을 꺼내면 즉신불의 육체가 무너지지 않겠소?”


즉신불이 당지위를 노려봤다.

당지위가 콧김을 내뿜으며 대답했다.


“나는 무너지지 않으리라 생각하오. 즉신불님은 현재 탁단봉과 요성, 그렇게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소. 하나가 없어도 몸이 즉시 무너지진 않을 것이요. 그리고 나는 그의 육체를 완벽히 부활시킬 방법까지 알고 있소.”

“그럼 어서 탁단봉의 것을 꺼내 주시오.”

“그리 해드릴 수도 있지만, 지상 문주, 그대와 나 사이엔 더 많은 신뢰가 필요하오.”


당지위의 말이 끝난 후, 지상 일행과 즉신불, 당지위 사이에 잠시간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탁 대인이 다가와 지상에게 속삭였다.

지상이 탁 대인의 말을 모두 들은 후 당지위에게 말했다.


“나효를 언제까지 데려올 수 있소?”

“한 달 안으로 혈화문 장원으로 데려가리다.”

“만일 당신이 약속을 어기면?”

“나는 사천당가의 가주요. 내가 죽으면 모를까,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소.”


지상이 일행과 상의 후 대답했다.


“좋소, 당신을 한번 믿어보겠소.”


순간 탁 대인이 앞으로 걸어 나와 아들의 영혼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이후 그가 물러나자 당지위가 모두를 향해 포권을 해 보이더니 즉신불을 데리고 사원을 빠져나갔다.

탁 대인이 금강상단의 무사들에게 명령했다.


“사원을 흔적도 없이 모조리 불태워라.”


그렇게 짧은 역사의 대운종 사원은 묘강밀림 안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밤이 늦어 일행은 장족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일찍 금강상단 사람들과 지상 일행은 장족 마을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진문을 향해 출발했다.

진문에 도착한 지상은 마심아의 안내로 사건이 일어났던 객점을 방문했다.

진신민과 곽진예 부부의 시체는 독물로 인해 이미 완전히 녹아 없어진 상태였다.

지상은 겨우 그들 부부의 두 자루 검만을 수습할 수 있었다.

2층 손님방에서 그전 객주였던 할머니와 점소이들의 시체도 발견했다.

지상은 모든 시체를 수습한 뒤 객점을 통째로 불태우고 죽은 이들을 위한 합동 장례를 치러주었다.

수많은 지전이 검은 연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탁단봉의 시체는 얼음으로 뒤덮여 작은 관에 들어갔다.

탁지엽 대인은 금강상단 물류 창고에 있는 만빙고(萬氷庫)라는 얼음 창고를 혈화문 장원으로 이송해 오기 위해 갈림길에서 지상 일행과 헤어졌다.

지상은 한혈마를 마심아와 함께 타고 장원으로 향했다.

눈치 빠른 추문강이 한참 뒤처져서 따라왔다.

고즈넉한 삼나무 숲길을 달리며 지상이 심아에게 물었다.


“무서웠소?”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탁 오라버니 일은 잘 해결될 거니 걱정하지 마시오.”


심아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왜 그러시오?”

“그게 왠지 천륜을 어기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일?”

“······네.”

“음, 내 한 번 알아보리다. 천륜에 대해 잘 아는 녀석이 있소.”

“정말요?”

“응. 믿을만한 녀석이오.”

“만일 그 사람이 우리가 하는 일이 천륜을 어기는 짓이라 답하면 어떡하죠?”

“···아니라고 말하게 만들어야지.”

“네?”

“하하, 심아. 우리에게 정해진 운명 따윈 없소. 다 우리가 개척하기 나름이요. 당신 사촌 오라버니가 진정 다시 살아나기를 원한다면 그게 바로 그의 운명이 되는 거요. 그러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마심아의 얼굴에 그제야 화색이 돌아왔다.

그녀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근데 지상님,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혈화문.”

“······저는 상단 장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마상춘 형제들이 절 무척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안 되오.”

“네?”

“당신은 혈화문으로 가야 하오. 상춘 형제도 그리 불러들이면 되오.”

“왜요? 저번 날 상단과의 교섭인으로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요청하셨잖아요.”

“그새 생각이 바뀌었소.”

“당신. 변덕쟁이로군요!”

“하하, 맞소. 나는 변덕쟁이요.”


지상이 갑자기 마심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심아가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다.

두 사람이 잠시간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문득 지상이 물었다.


“나, 당신을 좋아해도 되오?”


심아가 손가락을 뻗어 지상의 부르튼 입술을 매만졌다.

두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가까워지더니 이내 완전히 겹쳐졌다.

얼마 뒤 지상의 말이 길을 벗어나 근처 삼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추문강이 길 한가운데 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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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악인곡(惡人谷)(9) 23.10.10 275 6 16쪽
61 악인곡(惡人谷)(8) 23.10.09 271 7 13쪽
60 악인곡(惡人谷)(7) 23.10.08 284 5 17쪽
59 악인곡(惡人谷)(6) 23.10.06 257 5 15쪽
58 악인곡(惡人谷)(5) 23.10.05 284 6 15쪽
57 악인곡(惡人谷)(4) 23.10.04 266 4 13쪽
56 악인곡(惡人谷)(3) 23.10.03 272 6 15쪽
55 악인곡(惡人谷)(2) 23.10.02 293 6 19쪽
54 악인곡(惡人谷)(1) 23.09.30 314 8 12쪽
53 기린아 당지위(唐志偉)(2) 23.09.29 309 6 15쪽
52 기린아 당지위(唐志偉)(1) 23.09.28 345 5 13쪽
51 밀정(密偵)(3) 23.09.27 313 6 14쪽
50 밀정(密偵)(2) 23.09.26 316 6 18쪽
49 밀정(密偵)(1) 23.09.25 336 7 13쪽
» 대운종(大雲宗)(4) 23.09.23 390 6 16쪽
47 대운종(大雲宗)(3) 23.09.22 346 5 15쪽
46 대운종(大雲宗)(2) 23.09.21 372 6 14쪽
45 대운종(大雲宗)(1) 23.09.20 412 7 13쪽
44 탁단봉(卓丹峰)의 심장(4) 23.09.19 377 8 19쪽
43 탁단봉(卓丹峰)의 심장(3) 23.09.18 400 8 15쪽
42 탁단봉(卓丹峰)의 심장(2) 23.09.18 411 7 19쪽
41 탁단봉(卓丹峰)의 심장(1) 23.09.15 443 6 17쪽
40 무림맹주 여불선(余不善) 23.09.14 436 6 19쪽
39 혈화문(血華門) 23.09.13 420 6 15쪽
38 추석 23.09.12 405 6 15쪽
37 매화검수(梅花劍手) 채인하(蔡刃昰) 23.09.11 418 6 19쪽
36 흥정(2) 23.09.09 424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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